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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부럽지 않아, A +

by 김민식pd 2017. 6. 14.

어제 소개한 책<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이혜정 / 다산에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2017/06/13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어느 꼴찌의 고백


제가 요즘 붙들고 사는 화두는, '인공지능의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앞으로는 창의성이 중요한데요. 
창의성은 맥락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내용이든 이론이든 창의력이든 실제 문제나 실제 맥락이 없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든 어떤 창의력이든 특정 맥락 속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위의 책 78쪽)

 

 

모든 상황에 주어진 답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답은 달라집니다. 맥락을 보지 않고, 답을 찾을 수는 없거든요. 어쩌면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우월한 능력이 맥락에 따라 다른 답을 골라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대 최우등생이면, 우리나라에서 학습 태도나 학습 동기가 가장 우수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래의 글을 보고 조금 슬펐습니다.

 

'서울대 최우등생들은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공부를 좋아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에 능하고, 그리하여 잘 즐기기보다 잘 견디는 것에 능숙했다. 이것은 동기 자체가 아닌 '동기조절 능력'이다. 즉 내적 동기보다 동기조절 능력에 강한 사람이 최우등생이 되는 것이다.'

 

(86쪽)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보니, 일 잘 하는 사람 가운데 이런 분들이 좀 있어요. 회사에서 시킨 일은 정말 잘 합니다. 심지어 본인의 적성에도 안 맞는데도, 열심히 합니다. 이런 분들은 보상심리가 강합니다. '내가 그동안 조직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이 정도 보상은 받아야하지 않아?' 그 보상심리 속에서 중년 남자들의 그릇된 일탈이 나옵니다. 폭언이나 성희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내가 그동안 회사를 위해 희생한 게 얼만데, 그 정도도 못 봐주나?' 이럽니다. 잘 나가는 남자들이 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서울대 최우등생 46명을 인터뷰하면서 "본인의 의견과 교수님의 생각이 다른데, 본인 생각에는 내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본인의 생각을 시험이나 과제에 표현하면 A+를 받을 자신이 없다. 이럴 때 어떻게 하는가?"하고 물었더니 46명 중 41명이 자신의 의견을 포기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학교를 다니며, 가장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권위에 비판적이기보다 가장 순종적이라는 이 아이러니!

이명박 박근혜 시절, 엘리트 조직이라는 검찰이나 언론이 왜 그렇게 쉽게 망가졌을까요? 엘리트들은 어려서부터 평가에 예민합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걸 견디지 못해요. 비판적으로 나섰다가 승진 경쟁에서 밀려나기보다, 조용히 시키는 일만 합니다. 적당히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열심히 합니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사람도 문제지만, 시킨다고 그 일을 성실히 수행한 사람도 나빠요. 그 많은 리스트를 누가 만들었겠습니까? 김기춘 조윤선 둘이서 그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내어 적었을까요?

 

 

권력에 수용적인 사람들에게 권력을 안겨주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 고민이 큽니다. 제도권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의 숙제는 지금 이 순간, 나의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입니다. 나이 50에 남은 반생을 잘 준비하려면 공부가 필수입니다. 100세 시대에는 평생 교육이 중년의 취미 생활이 되어야 합니다. 30년 전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 평생 버틸 수가 없습니다.

 

직장인 사이에서 인문학 공부가 뜨고 있어요. 시험이나 경쟁이 없는 공부는 즐겁거든요. 어른들의 공부는 취미이자 놀이입니다. 공부를 통해 창의력과 함께 공감력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엘리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수용적 사고가 아니라 비판적 사고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책읽기와 토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이어가기 위해 이혜정 교수의 다음 책을 읽어봅니다. <대한민국의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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