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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1만권 독서에 도전해보자!

by 김민식pd 2017. 3. 23.

30년 영어 교사로 일하신 어떤 분이 퇴직하고 책을 쓰려고 준비중이었답니다. '영어 공부는 문장을 외우는 게 최고다'라는 내용으로. 그러다 제 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고 좌절하셨답니다. 

'아뿔싸, 한 발 늦었구나!'

이 책을 읽고 저도 똑같이 느꼈어요.  

 

1만권 독서법 (인나미 아쓰시 지음 /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작년 한 해, 250권의 책을 읽으며 다독 비결을 연재했어요. '책을 많이 읽기 위해 어떻게 할까?' '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나?' 등등. 언젠가는 '다독의 즐거움'에 대해 책을 쓰고 싶었는데, 음... 한 발 늦었네요. 이 책을 보니, 당분간 안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 책에 다 나오거든요. ^^

1만권 독서법의 핵심은 책을 빨리 읽자는 것입니다. 저도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읽는데 집착하지 말고, 좋은 책을 몇 권만 꼼꼼히 정독하라'는 분도 있습니다. 유명한 고전이나, 어려운 인문과학서적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쉽고 재미난 책을 설렁설렁 취미삼아 읽자는 주의입니다.

좋은 책을 읽으라고 말하면, 마치 좋은 책과 나쁜 책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저는 책은 다 좋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책 애호가입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또 읽을 때의 상황에 따라, 마음을 더 크게 울리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는 거지요. 책의 잘못도 아니고, 독자의 잘못도 아니예요. 그냥 서로 인연이 아닌 거지요. 저는 어렸을 때 무협지랑 야한 소설도 즐겨 읽었는데요. 그때 속독하는 습관을 길렀어요. 야한 장면을 찾아 휙휙 페이지를 넘기게 되거든요. 단어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 주인공의 운명에 집착합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깨워주는 책도 나름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아이에게 재미없는 인문고전을 숙제처럼 읽히다보면 독서의 흥미를 잃을 수 있어요. 뭐든 오래가는 취미가 되려면 재미가 우선입니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이 있다기 보다, 더 좋아하는 책과 덜 좋아하는 책이 있지요. 내가 어떤 책을 더 좋아하는지는 책을 읽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가볍게 읽은 소설에서 가슴 먹먹한 감동을 얻기도 하고, 모두가 좋다고 하는 서양 고전을 읽었지만 지루하기만 해서 시간과 의욕만 빼앗기기도 합니다. 많이 읽기 전에는 좋은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많이 읽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권의 책을 읽다 찾아낸 좋은 책을 꼼꼼히 천천히 읽어야지요. 그래서 저는 정독보다 먼저 다독과 속독을 익혀야 한다고 믿습니다.

책에는 다독과 속독을 위한 알찬 노하우가 소개됩니다. 1만권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저자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읽는다'라고 합니다.

'독서뿐 아니라 뭔가를 습관화하는 비결은 매일 같은 시간대에 실행하는 것입니다.

(중략) 독서리듬을 만들고 싶다면 일단 하루도 거르지 않아야 합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습관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같은 시간에 동일한 작업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입니다.

 

'독서를 습관화하려면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천히 읽고 싶은 책뿐 아니라 빨리 읽을 수 있는 책도 자신의 독서 목록에 넣어둡니다. 이렇게 점차적으로 다양한 책을 읽는 환경에 조성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 읽은 책이 점점 늘어가는 기쁨은 독서를 습관화하는 데 빠트릴 수 없는 동기부여로 이어집니다.'

(47쪽)

 

 

1만권 독서법, 제목을 읽고는 이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나름 다독한다고 하지만 1년에 250권이 한계더라고요. 이 분은 서평가로서 연간 700권을 읽는답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보니 이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평생 1만권을 읽겠다는 각오로 달려보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습니다. 정독에 목매지 말고, 설렁설렁 읽는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요. 책 한 권에서 한 문장을 남기면 남는 장사라는 생각으로 도전해봐야겠어요.

1만권 독서법은 '정독의 저주'에서 벗어나라고 말합니다. '100퍼센트를 기억하는 독서에서 1퍼센트를 만나는 독서로' 가라고요. 

'독서란 수천의 문장 사이에서 나를 성장시킬 단 한 문장을 찾는 과정이다.'

 

어떤 책의 어떤 문장에 꽂힐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글귀를 읽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아, 나도 이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삶의 강렬한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것이 책을 읽는 최고의 이유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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