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6일차 여행기

오늘은 고궁 박물관에 가는 날입니다. 세계 5대 박물관 중 하나라는데요, 처음엔 이 작은 섬나라에 웬? 그랬어요.

 

이름은 고궁 박물관인데, 건물은 현대식이에요. 여기서 '고궁'은 청나라 자금성을 뜻합니다. 청나라가 망하고, 북경 자금성에 있던 왕조의 보물이 국민당의 수중에 떨어지지요. 일본군의 약탈에서 보호하겠다고 빼돌린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전쟁에서 패하고 대만으로 도망 올 때 보물 60만점을 들고 옵니다. 중국 역대 최고 보물들이 모여있는 대만이 고궁박물관.

 


왕가의 보물이니만큼 소장품의 수준도 높습니다. 내방객이 많아 혼잡하다는 얘기에 개관 시간 8시 30분에 맞춰 입장했습니다. 혼자 1시간 정도 관람한 후, 일단 출구로 나왔어요. 재입장을 위해 출구에서 손등에 스탬프를 찍고,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영어 가이드 투어 (무료/사전 인터넷 신청)와 함께 다시 입장했습니다. 혼자서 한번, 설명을 들으며 다시 한번, 두번을 보니 제대로 구경한 느낌입니다. 

혼자 볼 때는 그냥 지나쳤던 전시물입니다. 박물관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해주는 걸 듣고 다시 보니, 이게 올리브 씨앗에 배를 조각한 겁니다. 돋보기를 들여다보면 조각한 배에 사람이 8명 타고 있어요. 그 정교한 세공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배의 바닥에는 한자가 357자 새겨져있어요. 올리브 씨앗에 소동파의 '적벽부' 전문을 새겼답니다. 장강에 배를 띄우고 노는 풍경이지요. 건너편에는 서예 한 폭이 있는데, 바로 '적벽부'의 전문입니다. 반대편 맞은편에는 도자기가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적벽부 그림으로 장식을 했네요.

가이드 투어를 따라다니면, 이렇게 전시물간의 맥락을 연결됩니다. 고궁 박물관에 가시는 분은 영어 청취 공부를 겸해 꼭 가이드 투어를 들어보세요. 한글 오디오 가이드도 있네요. 설명 없이 보면 잘 몰라요. 유물에 깃든 사연을 듣고 봐야 재미있어요. 옛날 중국의 조공은 사실 국제 무역이었지요. 그 시절 전세계 보물들이 다 청나라 황궁에 모여듭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보는, 고궁박물관 최고 스타, 취옥 백채. 귀한 옥을 세공했는데요, 아래는 희고 위는 녹색인 옥을 가져다 배추로 형상화해낸 옥세공인의 감각이 탁월합니다.


 

 

 

옥배추는 19세기 청나라 광서제의 부인 근비가 혼수품으로 가져온 것이랍니다. 하얀 옥은 신부의 순결을 뜻하기에 예로부터 결혼 선물로 많이 쓰였다는군요.

이 옥배추의 포인트, 상단의 메뚜기입니다. 메뚜기는 알을 많이 낳기에 다산의 상징이랍니다. 시집가는 딸에게 이런 선물을 준 뜻은 황손을 낳아, 언젠가 황제의 외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겠지요. 하지만 이 신부는 평생 아이가 없었어요. 황제가 신부의 여동생에 마음을 빼앗겼거든요...


고궁박물관 앞 즈샨위엔입니다. 사람많은 북새통 속에서 화려한 보물을 구경하느라 바빴으니 이제 잠시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돈도, 미녀도, 천하의 보물도 다 얻을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기가 제일 어렵다는...

자금성의 보물을 보며, 장개석은 황제를 꿈꾸었지만, 전쟁은 모택동이 이깁니다. 왜? 모택동이 농민의 마음을 얻었거든요. 장개석은 뒷끝 있어요. '전쟁은 져도, 보물은 내가 먹는다.' 전세가 불리한 와중에도 보물은 항상 챙겼구요. 결국 대만으로 들고 옵니다. 이제 그 보물은 고궁 박물관에 소장되어 만인이 보게 되었구요.


지금은 황제의 시대가 아니라 문화의 시대입니다. 예전엔 권력을 가진 소수만이 예술을 즐겼다면, 이제는 모두가 문화라는 이름으로 공유하는 시대.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보면, 재능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입니다. 이야기를 잘 만드는 사람,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 미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 등등 숱한 사람의 재능이 하나로 모여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드라마를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요. 

헐리웃 영화도 그렇지 않나요. 전세계에서 가장 재능있는 이들이 모입니다. 거기에 돈이 있고 꿈을 펼칠 기회가 있으니까요. 헐리웃 블록버스터는 우리 시대 예술의 총화입니다. 글, 음악, 연기, 미술 모든 분야가 총망라되지요. 청나라 왕조의 옥배추는 소수의 전유물이지만, 우리 시대의 영화는 모두의 공유물이에요. 그런 점에서 저는 문화의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합니다.

(여행의 시대에도 감사드려요. 세계 각국을 다니며 황제의 보물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해질 무렵, 전철을 타고 타이베이 동물원에 가서 마오콩 곤돌라를 탔습니다. 정상까지 편도 120원 (우리돈 5000원)인데요, 타이베이 교통 카드인 이지 카드로 탑승 가능합니다. 케이블 카를 타고 타이베이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마오콩은 산 위에 펼쳐진 차밭으로 유명한 마을인데요.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산책을 다녔어요. 타이베이의 석양이 보이는 테라스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마오콩에서 내려갈 땐 버스를 탔어요. 버스가 훨씬 싸거든요.

오늘 하루 경비,

아침 컵라면 35원
고궁박물관 입장료 250원
밀크티 20원
점심 스시 익스프레스 240원
밀크티 30원
녹차 아이스크림 80 곱하기 3 240
저녁 피자 240
1050원=42000원
숙박비 25000원
총 67000원

224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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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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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밀밀88 2016.12.02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어제 카피책 샀습니다. ㅋㅋ

  2. 섭섭이 2016.12.02 0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올리브씨앗은 TV 에서 본거 같은데, 그게 대만 고궁박물관에 있었던거였군요. 대만 여행을 가게되면 고궁박물관은 꼭 가봐야할곳 같네요. 마오콩에서 환하게 웃으시면서 찍으신 PD님 사진을 보니 여행을 정말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시고 계시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네요. 보는 저도 같이 즐거워지네요. ^^

    여행기 잘 봤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3. attainable 2016.12.02 1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주 들어와서 글만 보고 가다가 첫 글 남깁니다.

    어제 PD님 강연회 가서 정말 좋은 말씀으로 유익한 시간 보냈습니다.
    최근 회사일 및 개인일 등으로 머리속이 많이 복잡했는데 어제 2시간이 저에게 그런 고민거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잘 할 수 있게 되어서 제 스토리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멋지시고요, 글 내용만큼 말씀도 달변이시더라고요.
    항상 좋은 글, 좋은 말씀 많이 남겨주시고요...강연기회 자주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다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참석하고 싶네요.

    연애성공의 3가지 법칙은 제가 사용할 수 없어서 아쉽네요...제 아들한테 전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

    • 김민식pd 2016.12.05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셨군요! 말씀해주시지 그러셨어요. 블로그보고 오신 분들을 뵙고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강의 재미있게 즐기셨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4. ireugo 2016.12.02 16: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옥배추가 마치 세밀화 같네요. 그 안에 있을 건 다 있네요. 메뚜기도 ^^

    맞아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제일 힘들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5. 피쓰풀씨 2016.12.05 1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옥배추 모양이 정말 리얼하네요!ㅋㅋㅋ 진짜 배추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