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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자전거 전국일주의 꿈

by 김민식pd 2016. 10. 7.

 2016-210 내생애 한번은 자전거 전국일주 (김효찬 / 프라하)

 

인생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그 중 단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그 전과 후로 나누기란 쉽지 않지요. 하지만 제 인생을 흔들어놓은 첫번째 사건을 찾는다면, 그건 분명 스무 살 때 한 자전거 전국일주입니다. 중고교 시절 저는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항상 주눅들어 살았는데, 대학교 입학하고 1학년 여름방학 때 자전거 전국일주를 떠났어요. 내 생애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접 실행에 옮긴 사례였어요. 저는 여행이란 삶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혁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으로부터 변혁을 꿈꾸는 기적과도 같은 변화. 자전거 전국일주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기에, 지금도 가끔 다른 이들의 자전거 전국일주 이야기를 책이나 블로그로 만납니다.

책의 저자인 김효찬 씨는 직장 생활을 하다 퇴직하고 이직하기 전 잠깐의 여유 시간을 이용해 친한 후배와 함께 둘이서 자전거 전국일주를 떠났어요. 전국 어디를 가든 커다란 배낭을 자전거에 메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시선과 관심을 끕니다. 캠핑을 하느라 텐트와 침낭까지 자전거에 싣고 다녔으니 더더욱 눈에 띄었겠지요.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봅니다. 뭐하시는 거예요. 자전거 전국일주요. 와 부럽다! '자전거 전국일주'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로망일지 모르겠네요.

 

저는 한동안 자전거 여행을 쉬고 있었어요. 몇 년 전 자전거를 타고 안면도까지 갔다 온 적이 있는데, 그때 국도변에서 트럭 때문에 위험한 순간이 몇번 있었거든요. 국도를 달리면 화물차와 차선을 놓고 경쟁하게 됩니다. 가끔 트럭이 뒤에서 달려와 빵빵거리면서 비키라고 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갓길로 내려서면 요철이 많아 자전거의 경우 넘어지기 쉬워요. 갓길로 밀리지 않으려고 버티면 밀어붙이는 트럭도 있지요. 너무 위험한 것 같아서 한동안 자전거 여행을 포기했습니다.

 

김효찬씨가 자전거 여행 중 만난 트럭 운전사가 있는데요, 그 분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하루에 보통 18시간 운전하는데 이제 체력도 안 되고..."

"에엥? 18시간이요? 그럼 잠은요?"

"식사 시간 빼고, 잠깐 쉬는 시간 빼면 평균 4시간 정도 자요.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화물차 운전자들이 그래요." (중략)

"조금 덜 벌더라도 운행 시간을 줄일 수는 없어요?"

"기름값만 한 달에 몇 백만 원 나가요. 이렇게 안 하면 기름값도 못 버는 걸요."

(위의 책 181쪽)

 

화물차 기사분들이 이렇게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는 줄은 미처 몰랐어요. 힘들게 일하는 트럭 운전사 분의 입장에서는 한가하게 자전거 타고 놀러다니는 사람이 곱게 보이지 않겠네요. '나는 일하는데, 너는 놀러 다니냐?' 사정을 알고 나니 화물차 기사님의 입장도 이해가 가네요.

 

이 책이 나온건 2012년인데요. 지금은 자전거로 전국일주 하기에 여건이 참 좋습니다. 더이상 트럭과 차선을 놓고 경쟁할 필요가 없어요. (자전거가 트럭과 싸우면 무조건 자전거의 필패입니다... ㅠㅠ 목숨은 소중하니까요.) 전국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깔렸거든요.

몇년 전 개통한 4대강 자전거길을 타면 서울에서 부산 낙동강 하구까지 한번에 갑니다. 2015년 5월에는 동해안 자전거길 강원도 구간이 개통했습니다. 또 2015년 11월 7일,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234킬로미터의 환상 자전거길까지 개통되었지요. 트럭과 차선을 놓고 경쟁하지 않고도, 전국에 깔린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해 일주할 수 있는 길이 생겼어요.

 

'내생애 한번은 자전거 전국일주'!

저는 한번 해서 좋았던 일은 두번 세번 계속 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올 해 테마는 '20대여, 다시 한번!'입니다. 스물 두 살 때, 1년에 책 200권을 읽어 울산 남부 도서관에서 다독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시절,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게 가장 행복했어요. 그래서 올해도 틈만 나면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만 읽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 시절의 독서 기록을 넘어서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 (지금 분위기로는 초과 달성... ^^) 스무살에 했던 자전거 전국일주도 한번 더 해보고 싶어요. (나이를 생각하라는 사람도 있지만, 100세 인생에서 마흔 아홉은 한창 나이 아닌가요?^^)

작년에 춘천 자전거 여행 가다가 만난 할아버지 라이더가 제게 많은 영향을 준 건 같아요. 제게 영감을 주신 영감님, 토마스 벨칙.

 

2015/09/01 - [짠돌이 여행예찬] - 할아버지 라이더의 여행 예찬

 

어떤 일을 계획할 때, 항상 관련 책자부터 읽습니다. 그래야 동기부여도 되고,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2012년에 나온 이 책에는 최근 개통한 자전거 길이 실려있지 않네요. 아쉬운데, 그 부분은 내가 직접 해보고 채워보자는 욕심이 듭니다. 블로그에 자전거 전국일주를 연재해야겠구나~

 

올 가을, 짠돌이 자전거 전국일주가 시작됩니다!

달려,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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