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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자기 주술의 힘

by 김민식pd 2011. 8. 30.
창작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주술의 힘이다. 예비 창작자에게 꼭 필요한 것도 자기 주술의 힘이다. 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 나는 재미난 무엇인가를 만들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주술을 걸어야한다. 그런 주술의 도움 없이는, 너무나 험난한 것이 창작자의 길이다.

난 사실 단순하다. 내 스스로에게 자기 주술을 걸고, 곧 그걸 믿어버린다. '난 독학으로 영어를 정복할 수 있어!'라고 자기 주술을 걸고 미친듯이 공부한다.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는 걸 보고 집사람이 한 말이 있다. '당신은 절대 머리가 좋은 사람은 아니야. 당신처럼 그렇게 독하게 공부해서 안되면 바보지. 당신은 동기부여가 강한 거야.' 즉, 나의 강점은 좋은 머리가 아니라, 스스로를 주술에 걸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거다. 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거 나 머리 나쁘다는 지적이었잖아? 칭찬인 줄 알았더니, 된장... 매사가 이런 식이다. 난 내게 유리한 쪽으로 모든 것을 해석한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자기 주술의 힘이다.

난 일본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팬이다. (20세기 소년, 마스터 키튼, 몬스터, 플루토의 작가. 1억권의 사나이. 일본내 역대 만화 판매량 1위.) 내가 일본어를 공부한 이유는, 나오키의 만화를 원어로 읽고 싶어서였다.

 (집에 있는 나오키의 만화들. 1억권 중 11권은 내가 소장하고 있다.^^) 

나는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자기 주술을 건다. '언젠가는 유창한 일본어로 인터뷰 할 날이 오겠지. 한류 드라마 감독이 되는 그날까지!' 그랬는데, 우연히도 우라사와 나오키의 스토리 작가인 나가사키 다카시 선생을 인터뷰할 기회가 왔다. 역시 주술은 이루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오다니!
(관련기사    
http://www.koreancontent.kr/257)

게다가 그 대담자로 나와 함께 이끼의 만화가 윤태호 선생님이 나왔다. 오 마이 갓! 나, 야후랑 이끼, 완전 팬인데!!! (난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

(윤태호 만화가님께 받은 싸인... 아, 싸인에 만화 캐릭터를 직접 그려주시는구나. 이끼의 이장님! 저 분이 윤태호 작가님 사무실 식구를 먹여살리는 분이란다. ^^ 와라와라와라왕대박!)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읽으며 일본어를 공부했더니, 그 스토리 작가를 직접 만나는 기회가 생긴다. 이 놀라운 자기 주술의 위력!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정도는 약과다. 얼마전 '프리스트'를 그린 형민우 작가를 만났다. 한국 만화의 헐리웃 진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형민우 작가의 만화 '프리스트'는 한국 만화 최초 헐리웃 진출작이다.)

그랬다가 이 분 역시 자기 주술의 내공이 보통 아님을 알게 되었다. 1998년에 나온 만화 '프리스트' 1권의 표지 뒷장에 작가가 쓴 말.
 


세상에, 전율 아닌가? 어느 골빈 헐리우드 제작자가 내 만화 가져다 영화화했으면 좋겠다. 라고 썼는데, 실제로 10년 뒤 그 만화는 한국 최초로 헐리웃에 판권이 팔렸다.

작업실에 앉아 혼자 하얀 종이를 채워가는 만화가든, 도서관에 앉아 혼자 드라마 기획안을 쓰는 피디 지망생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주술의 힘이다.

꿈은, 꿈을 꾸는 사람에게만 이루어진다. 꿈을 꾸지 않는 이에게는? 그냥 매트릭스 속 세상 같은 지루한 현실이 이어질 뿐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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