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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PD, HOW? 2 (기획안 차별화 전략)

by 김민식pd 2011. 8. 30.

기획안 작성 노하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화다. 수많은 경쟁작 중에서 돋보이는, 나만의 기획안을 쓰는 요령은?

차별화 전략의 포인트는 나만의 특성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그 특성에는 나의 단점도 포함된다. 내가 MBC 입사했을 때 동기중에 임정아 PD가 있다. 예능국과 드라마PD로 10명이 입사했는데, 9명이 남자였다. 당시에는 체력이나 현장 통솔에 있어 PD가 여자라는 점은 약점으로 여겨졌다. 남자 연출이 독점하는 예능 연출계에서 임정아 PD가 여성 연출로서 두각을 나타낸 비결은?


임정아 피디가 조연출로 일할 때 만든 프로그램은 'god의 육아일기'였다. 당시 무명이었던 남자 그룹을 데리고 남자 아기 육아과정을 토요일 버라이어티 쇼로 만든다고 했을 때 갸우뚱했던 선배들이 많았다. 아기 우유 데우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보채는 아기 잠재우는 법... 이 모든 것은 남자 연출들이 겪어보지 못했거나, 원하지도 않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런 육아 정보를 모아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그게 재밌을까? 아니 무엇보다 아기보는 남자, 너무 찌질하지 않나?

그런데 임정아 피디의 답은 단호했다. "남자 선배들이 모르는게 있는대요. 여자들의 로망은 아기 잘 보는 자상한 남자거든요." 그런가? 그건 정말 몰랐다. 우리가 보기에 동네 놀이터에 아기 업고 나온 아저씨들은 집에서 꼼짝 못하는 찌질한 공처가의 표상이었지, 절대 여자들의 로망이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god의 육아일기'가 방송되면서, god의 인기가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하늘을 찌르게되고, 남자 연출들의 생각은 틀렸음이 증명되었다.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여성 PD가 만들어낸 눈부신 성공사례였다.  


예능국의 에이스로 등극한 임정아 피디는 입봉 후 일밤에서 새로운 코너 개발을 맡게 된다. 그가 들고 나온 기획안은 '집 고쳐주는 인테리어 쇼'였다. 엥? 주말 예능의 격전지 일밤에서, 비새는 집, 낡은 집을 찾아다니며 집 고치는 걸로 예능 프로를 만들자고? 그게 재밌을까? 선배들은 또 갸우뚱했다. 임정아 피디는 이번에도 단호했다. "남자 선배들이 모르는게 있는대요. 여자들은 수납 공간, 아일랜드식 주방 이런 거 관심 많거든요." 결국 임정아 피디가 기획한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는 일밤의 대표 감동 버라이어티 쇼가 되었다.

아다시피 러브하우스 MC이던 신동엽씨는 당시 일밤 조연출이던 선혜윤 피디를 만나 나중에 화촉까지 올리게 되었으니, 이 프로그램, 정말 대한민국 여러 가정에 행복을 안겨다 주었다. ^^ 나 자신도 신혼 초, 집사람과 앉아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를 보며 많이 울었다. 나중에 일밤에 가서 '박수홍의 러브하우스'를 연출하며 임정아 피디 덕을 좀 보기도 했다. ^^ 
 


육아일기와 러브하우스, 그 어떤 남자 피디도 생각지 못한 기획안이었다. 임정아 피디는 여자 연출이라는 자신의 특성을 자신의 강점으로 살려냈다. 여자 연출은 버라이어티쇼 연출에 약하다는 편견을 단숨에 깨버린 것이다. 요즘엔 예능이나 드라마에 남자보다 여자 PD가 더 많이 입사한다. 임정아 PD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MBC에 지원할 때 여러분이 기억하셔야 할 것. MBC에는 이미 백여명의 PD가 있다. 우리가 새로운 PD를 뽑을 때는, 기존에 하던 프로그램을 반복하려는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사람을 뽑는 것이다.

당신만의 색깔이 담긴 기획안을 만들어라. 당신의 약점은 어쩌면, 당신만의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누누히 말하지만, 나의 약점까지 나만의 강점이 된다는 점에서 PD는 아름다운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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