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시간을 내어 초급을 공부하고, 날라리처럼 놀면서 중급 실력을 닦았다면,  능력자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매니아가 되느냐 못 되느냐에 달려있다. 

처음 말문을 열기 위해 문장 암송이라는 힘든 방법을 택하는 이유? 고급 회화 표현 100개를 아는 것보다 기초 회화 10개를 외우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덜 쓰인다는 뜻이다. 기초 회화는 사용 빈도가 높다. 기초 회화는 무조건 외우고 봐야한다.

이렇게 외운 회화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기회를 찾는게 중급 영어 학습방법이다. 머리속에 100문장, 소용없다. 혓바닥 위에서 노는 10문장이 더 소중하다. 영어 공부 한다고 voca22000을 보고 영자 신문을 읽고 CNN 헤드라인 뉴스를 보는 거, 난 권하지 않는다. 이건 그냥 공부한다는 만족감을 주는 학습이지 실제로 어학 사용 능력을 키워주지 않는다. 

한국어 공부하는 외국인이 매일 조선일보 사설을 읽고, 공중파 뉴스 앵커톤으로 말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오우, 난 그런 친구 싫다. 그냥 한국 드라마 유행어를 따라하고 소녀시대 노래가사를 따라부르는 친구가 더 좋다. 미국 사람도 마찬가지다. Time지를 읽으며 토론하자는 친구보다, 같이 영화보고 수다떠는 친구를 더 반긴다. 외국어를 학습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문화의 도구로 생각하고 그냥 즐겨라.

나는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했는데, 그러다보니 내 영어 학습법은 오타쿠 영어 학습법이다. 매니아처럼 중독되는 학습법, 이제부터 공개한다. (어디까지나 고급과정이다. 초중급을 마친 분들에게만 권한다.)

1. 영문 소설 매니아
투자 시간 대비 노출량을 보면 영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영어 소설을 읽는 게 낫다. 문어체 표현과 회화 표현이 두루 나온다. 소설의 선택 기준은 단순하다. 무조건 재밌는 소설을 읽어라.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은 해리 포터 시리즈도 강추다. 아는 내용이라 진도가 빠르다. 모르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 문맥으로 내용만 파악하면서 읽어라. 소설 읽다 사전 뒤지기 시작하면 오래 못간다. 금세 지친다. 

영문 소설은 한 권을 꼼꼼히 읽는 것보다 여러권을 설렁 설렁 읽는 것이 요령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한 사람의 다른 책을 이어서 읽어라. 죤 그리샴의 소설은 법정 소설이니까 읽다보면 법률 용어가 머리에 자동입력되어 처음엔 힘들어도 금세 적응하게 된다. 모르던 단어도 반복적으로 접하다보면 얼추 그 뜻이 짐작된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많이 영화화되는데서 알 수 있듯이 긴장감이 최고다.

영화 쇼섕크 탈출의 원작인 Rita Hayworth and Shawshank Redemption의 경우, 다섯번 넘게 읽었다. 맨 처음 스티븐 킹 소설 전작 읽기에 도전할 때, 중편집 Four Seasons 중에 실린 걸로 먼저 읽고, 나중에 영화로 나온다기에 원작을 어떻게 각색했나 보려고 다시 읽고, 영화를 본 후 그 감동을 되새기려고 소설로 또 읽고, 나중에는 인터넷에서 오디오북을 다운받아 운전하며 들으며 다시 즐겼다. 어려운 책 여러권 읽기보다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영어 공부에는 큰 도움이 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 이런 거 읽지마라. 그냥 재미난 통속소설을 읽어라. 영어공부에 있어서는 셰익스피어보다 시드니 셸던이 낫다. 쉽게 잘 읽힌다. 작가의 문체는 정해져 있으니 일단 익숙해지면 진도가 빨라진다. 단어의 뜻에 집착하기보다 주인공의 운명에 집착하자. 모르는 단어는 그냥 넘어가도 된다.

하드커버는 비싸니, 페이퍼백을 모으시기 바란다. 배낭 여행 나가면 헌책방에 들러 페이퍼 백을 구해보시라. 미국인들은 페이퍼백을 일회용 책자로 여기니까 헌책방에 가면 싸고 많다. 배낭여행 갔다가 해리포터 최종권 페어퍼백을 중고로 4000원에 사왔는데, 한국에서는 4권으로 나눠 번역해서 34000원에 판다, 뭐 그러면 그날은 하루 종일 로또 맞은 양 기분이 좋다. 청계천 헌책방에도 많다. 처음 책을 고를 땐 예전에 번역본으로 읽은 것으로 시작하시라.

2. 팟캐스트 매니아
80년대 말 나는 중고 TV를 하숙방에 들여놓고 채널을 AFKN에 고정시켜놓고 채널 조정용 로터리채널을 뻰찌로 뽑아버렸다. AFKN 전용 TV로 만든거지.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군들을 위한 정신교육까지 무상으로 받아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단파 라디오를 사지 않아도 BBC World 방송을 들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복받은 시절인가!

요즘 영어 공부하러 미국 간다는 건 거짓말이다. 한국에서도 기회가 얼마나 많은데. 아니, 인터넷만 뒤져도 얼마나 자료가 많은데! 무료 프로그램인 아이튠즈를 깔아보라. 그리고 팟캐스트에 가 보라. 무료 어학 학습 자료가 널려있다. 팟캐스트도 좋지만 아이튠즈-U도 참 좋다.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 강의를 집에서 공짜로 듣는 즐거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책을 재밌게 읽었다면 실제 강의실 분위기도 느껴보시라. 검색창에 Justice with Michael Sandel이라고 치면 나온다. 하바드 대 강의를 이렇게 공짜로 듣는데, 비싼 돈 들여 유학갈 필요가 어딨나? (물론 나는 유학을 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샌델 교수 강의를 보다보니 그 강의는 직접 듣고 싶긴 하더라.^^)

초심자들을 위한 팟캐스트로는 BBC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미국 공중파 라디오 NPR에도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 영어를 외국어로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초급 회화 방송도 많으니 잘 찾아보시길. 내가 요즘 즐겨듣는 팟캐스트는 '100가지 물건으로 본 세계 역사'다. 정말 재미있다. 구성도 잘 되어있고.

 

  
 난 아이튠즈에서 <FREE>라는 저 글자가 무수히 뜨는 걸 보며 황홀경에 빠진다. 세상에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이렇게 많다! 난 이런 소소한 일에 희열을 느낀다. 영어 하나만 잘해도 세상에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게 이렇게 많은데! 여러분도 반드시 영어 고급과정까지 통달해서 꼭 느껴보시기 바란다. 세상의 모든 문화를 공짜로 즐기는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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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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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밀밀88 2016.05.09 07: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댓글이라니...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