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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2

나무를 심은 어느 할머니의 사연 제주 올레길을 걷다보면 동백을 자주 만납니다. 아직은 2월, 서울에서는 보지못하는 꽃이 길가에 흐드러진 걸 보면 따뜻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죠. 동백은 꽃잎이 하나 하나 지는 게 아니라, 송이째 뚝뚝 떨어져서 웬지 처연한 느낌을 주는 꽃입니다. 마치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아요. "All or nothing!" 삶의 선택지가 어찌 전부 아니면 무, 이겠습니까. 때로는 꽃잎을 하나 하나 떨구고 비루함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아야 할 때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다시 살펴보니 동백은 제주에서 방풍림의 기능을 합니다. 동백이 심어진 울타리 넘어로는 어김없이 귤나무 과수원이 펼쳐지거든요. 제주도 바람이 좀 매섭고 모집니까? 그 모진 바람을 견디는 방풍림으로 살려니 꽃잎 하나 하나 챙길 수는 없는거지요. 거.. 2013. 3. 6.
제주 올레길 예찬 2. 지난 연휴 동안 제주 올레길을 걷고 왔다. 내게 여행은 무엇인가? 최악의 순간이 왔을 때,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가끔 강연에 가서 전공을 버리고 영어 공부한 이야기, 회사를 그만 두고 대학원에 간 이야기, 나이 마흔에 직업을 바꾼 이야기를 하면 누가 묻는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나요?" 용기가 있었다기 보다 최악을 각오하기가 쉬웠던 덕이다.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취업도 전혀 안된 상황에서, 겁도 없이. '취직이 안되면, 배낭 여행이나 다녀야지.' 그런 철없는 생각이었다. 회사를 다니다 사표를 냈을 때도, '통역대학원 시험에 떨어지면, 배낭 여행이나 가야지.' 그런 자세였다. 원래 올해 나의 목표는 새로운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었는데, 교육 발령이 나면서 당분간.. 2013.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