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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22

빌 게이츠도 탐내는 초능력 요즘같이 추운 날 밤 야외촬영은 진짜 힘들다. 드라마 촬영 중 추위를 잊자고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만약 말이야, 딱 한 가지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어?" 조연출이 얘기했다. "전 공간 이동 능력이요. 그럼 아침 6시 55분까지 푹 자고 7시에 촬영 버스에 짠 하고 나타날 수 있잖아요." 조명감독이 거들었다. "난 염력. 이 추운데 일일이 선깔고 나를 필요 없이 그냥 원하는 위치에 라이트를 딱 갖다 놓게." 장소 섭외는 천리안을 갖고 싶다고 했다. 굳이 헌팅을 가지 않고도 멀리 있는 장소를 볼 수 있는. FD는 독심술. 피디가 말을 안 해도, 다음 씬에 뭐가 필요한지 미리 알 수 있게. 한창 얘기를 하다 문득 슬퍼졌다. '젠장 초능력이 생겨도 우리는 일을 하겠다는 거잖아?' .. 2016. 1. 21.
2016-7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시절부터 이권우 선생의 책을 좋아한다.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그의 강의를 들은 적도 있는데, 그때 느낌이 왔다. '아, 이 양반, 고수로구나.' 이런 고수는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해두고 그의 근황을 살핀다.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주문했다.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아,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공부로구나! 책을 워낙 많이 읽는 분인지라, 고전 곳곳에서 독서의 미덕을 찬양한 구절을 찾아내 소개한다. 그중 율곡이 권하는 독서법이다. '대체로 글을 읽는 자는 반드시 손을 마주 잡고 반듯하게 앉아서 공손히 책을 펴놓고 마음을 오로지 하고 뜻을 모아 정밀하게 생각하고, 오래 읽어 그 행할 일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 글의 의미와 뜻을 깊이 터득.. 2016. 1. 11.
낭송의 발견 요즘 블로그에 새 글이 뜸했습니다. 새 드라마 방송 시작하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거든요. 드라마 연출을 시작하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고, 인풋이 없으면 아웃풋도... ^^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에도 독서를 거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게 책읽기는 숨쉬는 것처럼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거든요. 책을 읽지 않고 일만 하다보면 내 속에 무언가가 고갈되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바쁠 때는 어떻게 독서를 하는가? 오늘은 농축적이고도 집약적인 독서 방법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요즘 저는 짬만 나면 하루 15분씩 책을 낭송합니다. 낭송은, 단순히 소리내어 읽는 낭독은 아니구요, 그렇다고 책을 완전히 외우는 암송도 아닙니다. 정좌하고 앉아서 논어나 금강경 같은 동양 고전을 소리내어 읽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와닿는 글귀가 .. 2015. 3. 26.
내 인생, 가장 빛나는 실패 (PD연합회에서 원고 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조금 분량이 길어요~^^) ‘나의 인생, 나의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 떠오른 작품은 나의 데뷔작인 청춘 시트콤 ‘뉴 논스톱’이었다. 피디로서 처음 만든 작품인지라 애정도 많고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 상을 안겨준 작품이라 고마움도 큰 작품이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이 글쓰기에 대해 ‘즐거운 일보다는 괴로운 일이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인다.’고 하신 말씀을 듣고 방향을 바꿨다. 내 인생의 성공작이 아니라 최고의 실패작에 대해 글을 쓰기로. 10년 전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당시 패기와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시트콤 연출가였다. ‘뉴 논스톱’에서 ‘논스톱 3’까지 2년 반 동안 청춘 시트콤을 만들며 30분짜리 에.. 2014.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