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매의 스리랑카 여행기
짝수달마다 해외여행을 다닙니다. 2024년 12월 여행지는 베트남 푸꾸옥섬이었어요. 가을에 여동생이랑 통화를 하는데, 동생이 스리랑카에 여행간다는 거예요. 스리랑카는 인도양에 있고요. 15년 전 인도 여행을 하며, 치안이 썩 좋지는 않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살짝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동생더러 같이 가자고 했지요. 스리랑카에 먼저 간 시기리아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아누라 다푸라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요.
동생을 만났어요. 캐나다로 이민 간 동생은 한국에 올 때마다 아시아 여행을 다닙니다. 방 2개를 미리 예약했는데 갔더니 방이 하나밖에 없더군요. 50대 남녀 커플이니 한 방을 쓸 거라고 생각했나봐요. 주인에게 그랬어요.
"여동생이랑 여행을 다닌다. 근데 동생이 코를 심하게 곤다. 심지어 이빨도 간다. 얘랑 자면 나는 잠 못 잔다. 제발 근처에 방 하나 따로 잡아다오." 그래서 옆집에서 방을 구했어요. 어렸을 때 동생이랑 잘 때는 무서웠어요. 밤에 저 멀리서 탱크가 진군하는 소리가 들리고요, (두두두두두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나요. (뽀드득, 뽀드득)
시기리아에 오는 이유는 딱 하나, 저 바위산을 보는 겁니다. 시기리아락.
새벽에 일어나 산을 오릅니다. 멀리서보면 그냥 바위산인데요.
가보면 거대한 사자발 조각상 옆으로 계단이 있어요.
계단을 따라 오릅니다.
산정상에 오르면
바위산 꼭대기에 수영장도 있고요, 연못도 있어요. 1600여년 전, 스리랑카를 지배하는 왕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어요. 장남인 카샤파는 평민 출신의 왕비에게서, 차남인 목갈라나는 귀족 출신의 왕비에게서 태어났어요. 같은 왕자지만 출신성분에서 동생에게 밀린다고 생각한 형은 혹시나 동생에게 왕위를 빼앗길까 전전긍긍했어요. 두려움은 그를 패륜으로 몹니다. 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를 감금하고 왕위를 뺏아요. 동생 목갈라나는 인도로 도망쳐 목숨을 보존합니다. 카사퍄는 아버지를 죽이고 왕좌에 오르지만, 동생의 복수가 두렵습니다. 동생이 언제 군대를 동원해 복수하러 올지 모릅니다.
불안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저 시기리아 바위산입니다. 넓디넓은 평원에 홀로 우뚝 선 바위. 저 위에 올라가면 사방팔방으로 시야가 확보되어 적이 어디서 오든 다 볼 수 있고, 가파른 절벽으로 된 산이라 적이 오더라도 쉽게 올라올 수 없습니다. 천혜의 요새인거죠. 백성들을 동원해 바위산 위에 궁전을 짓습니다.
바위산 꼭대기에 궁전의 터가 남아있어요.
깎아지른 바위산에 계단도 만들어요. 7년여의 공사 끝에 바위산에는 화려한 궁전이 들어섭니다. 궁전 주변에는 수영장과 연회장도 건설했고요. 동생 목갈라나가 아버지의 복수를 외치며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왔어요. 난공불락의 바위산도 화려한 궁전도 왕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전쟁에서 패한 카샤파는 단도로 목을 찔러 자살하고, 동생 목갈라나는 바위궁전을 승단에 보시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궁전을 짓느라 목숨을 잃었는지는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시간이 들어갔는지는 모르는데요. 왕이 저 궁전에서 지낸 시간은 알 수 있어요. 겨우 11년이랍니다.
바위산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저 바위궁전의 입장료는 미화 35불, 우리돈 5만원입니다. 최근까지 30불이었는데 또 올랐어요. 엄청 비쌉니다. 바위산 하나를 보는데 5만원이나 낸다고? 싶지만 외국인 여행자는 안 낼 도리가 없습니다. 스리랑카까지 오는 비행기삯이랑 숙박비를 생각하면, 여기까지 왔는데 저기를 안 갈 수는 없는 거죠.
동생이랑 시기리아락에 오른 날이 2024년 12월 25일 성탄절이었어요. 독실한 크리스찬인 동생을 위해 근사한 식당에서 크리스마스 디너를 하고 싶었어요. 호텔 시리기아에 전화했더니 성탄절 정찬의 가격은 1인당 미달러 70불, 10만원? 그런데요, 문제는 이미 예약이 매진되어 자리가 없대요.
아, 미쳤구나, 싶어요. 스리랑카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430원. 하루 일당이 4천원이에요. 한국 물가의 20분의 1이거든요. 그런 나라에서 저녁 한끼 가격이 10만원이라니요? 한국으로 치면 200만원짜리 식사인 거죠. 스리랑카는 불교 국가에요. 성탄절을 기념하는 건 유럽 여행자들이겠지요. 그들은 비싼 돈을 내고도 특별한 식사를 할 거예요. 그걸 보는 스리랑카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떨까요?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해 왕은 높은 산에다 궁전을 짓고 수영장을 지어 혼자 지냅니다. 요즘은요? 호텔이나 식당에서 비싼 요금을 책정해 보통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소수의 부자에게만 그 향락을 제공합니다. 세월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습니다. 공원이나 도서관 등, 모두에게 무료로 공평하게 나눠진 것을 즐기는 걸 좋아합니다.
https://youtu.be/bVuzM6DCzVg?si=Y3ix-nwxDpxwXiwE
스리랑카 여행을 하며 많은 생각을 했는데요. 50대 남매가 스리랑카 여행을 하고 나눈 대화를 동생이 유튜브에 올렸어요.
어디에 있든 당신의 마음에 평화가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