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의 경제 공부

용돈으로 보내주고, 월급으로 돌려받자.

김민식pd 2024. 3. 29. 05:19

제가 고민이 있을 때마다 상의하는 가장 친한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도 이름이 김민식인데요. 나이는 85살이에요. 네, 바로 30년 후, 미래의 저입니다. 어떤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일 때, 이를테면 지난 2월 미얀마 여행이 위험하다고 다들 말리는 데 갈까 말까, 망설일 때 여든 다섯 살 먹은 민식이를 불러내어 물어봅니다. “친구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우, 가야지. 지금 나는 이제 가고 싶어도 못 가. 네가 가면 나는 그래도 30년 전 블로그 여행기라도 볼 텐데, 네가 안 가면 지금 나는 가고 싶어도 늙고 힘들어서 가지도 못하고 그냥 아쉽기만 할 것 같아. 친구야, 용기를 내서 한 번 가주라.” “그래, 알았어, 친구야.”

아침에 일어나 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에이, 오늘은 그냥 운동하러 가지 말까?’ 그럴 때 갑자기 노인이 된 민식이가 뿅 나타나요. “친구야, 가주라, 제발. 네가 근력 운동해서 몸을 좀 만들어놓아야 내가 늙어서도 편하게 살 수 있어. 이제 나는 늙어서 헬스장 가려고 해도 버거워. 할 수 있을 때 해주라.” “그래, 알았어.”
 
올 한 해 저는 재테크에 대한 책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고 있습니다. 노후에 부자가 되기 위한 비법은 무엇일까? 연금 관련 서적만 10권 가까이 읽고 내린 결론! 제가 지금 30살이라면 이 책에서 시킨 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나는 노후에 가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서대리 / 세이지)

저자 서대리는 이 책에서 월 30만 원씩만 모아도 노후 준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놀랍지요? 월 300만 원이 아니라 30만 원만으로 말이죠. 게다가 매달 212만 원씩 연금계좌에서 꺼내 사용하면서도 계좌 잔고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연금 저축 계좌에서 매달 30만 원씩 30년 동안 미국 S&P500 ETF에 투자하면 30년 후부터 죽을 때까지 매달 300만 원(세전)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한 직장인이 지구상에서 주식으로 가장 성공한 워런 버핏에게 어떤 종목을 사는 것이 좋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은 S&P500에 묻어두고 일터로 돌아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라.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그 임금을 S&P500에 투자하면 어렵지 않게 부자가 될 수 있다.”

버핏은 아내에게 자신이 죽은 후 재산 중 10%는 미국 단기국채에, 90%는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는 유언을 미리 남기기도 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낸 2021년 연례 서한에서 “미국의 하락에 베팅하지 말라(Never bet against America)”라고도 말했지요.

S&P500지수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집계하는 주가지수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미국의 대표 우량기업 500개를 선정한 것입니다. 미국의 대표 기술기업인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뿐만 아니라 공업주, 운수주, 공공주, 금융주 등 다양한 섹터의 기업들이 편입돼 있습니다.

월급날마다 연금 저축 계좌에서 매달 30만 원씩 입금하고 S&P500 ETF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렇게 30년을 투자한다면 예상금액은 총 4억 5,000만 원 정도 됩니다. 원금이 1억 800만 원이고 평가수익이 3억 4,209만 원이 됩니다. S&P500의 1957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이 평균 8.4%였어요. 같은 수익률을 적용했을 때 나오는 계산입니다.

매월 30만 원씩 30년 동안 S&P500 ETF에 투자하면 8% 복리의 마법에 의해 계좌에는 4억 5천만 원이라는 돈이 쌓이게 됩니다. 이 계좌가 또다시 1년이 지나면 8% 수익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면 4억 5천만 원의 8%에 해당하는 3,600만 원만큼 계좌는 불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발생한 3,600만 원의 수익을 12로 나누면 한 달에 쓸 수 있는 노후생활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대략 300만 원 정도인데요. 여기서 연금계좌에서 인출할 때 발생하는 세금을 제외하면 실제로 매월 대략 264만 원을 노후생활비로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세제 혜택까지 주어집니다. 연봉에 따라 다르지만 연금 저축 계좌에 매월 30만 원씩 연 360만 원을 입금했다면 1년마다 47만 5,200~59만 4,000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연금 저축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장기간 돈이 묶인다는 거죠. 연금 저축 계좌에 납입한 돈과 수익금은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인출해야 세금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노후를 준비하라고 나라에서 큰 혜택을 주는 것이지 내년의 연말정산만을 위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만약 만 55세 이전에 인출하게 되면 이전에 받았던 혜택을 모두 토해내야 합니다. 연금수령이 아닌 중도인출을 하게 될 경우 기타소득세라는 명목으로 16.5%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그러므로 세액공제 혜택과 노후 준비에 대한 부담감으로 너무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큰돈을 쓸 이벤트인 결혼이나 내 집 마련, 자동차 구입, 자녀 학비 등을 해결해야 할 때도 문제가 없는 선에서 투자하는 게 좋습니다.



성공적인 연금투자를 결정하는 3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투자금의 규모, 투자수익률인 효율, 투자 기간인 시간입니다. 셋 중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우선 투자금의 규모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효율과 시간을 단순하게 각각 10%와 30년으로 고정하고 투자원금만 변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억 원을 30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 10%로 투자한다면 총자산은 17억 원이 넘습니다. 2배 늘려서 2억을 투자한다면 30년 후 총자산은 35억 가까이 됩니다. 2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이번엔 투자 규모는 1억, 연평균 수익률을 10%로 고정하고 투자 기간만 늘려봅니다. 30년 동안 투자하면 17억 원이 되는데요. 시간 변수를 두 배로 늘려 60년 동안 투자하면 총자산은 무려 304억이 넘습니다. 변수는 2배 증가했을 뿐인데 총자산은 무려 17배 넘게 불어난 것이죠.

마지막으로 투자수익률을 살펴봅니다. 투자 규모와 투자 기간이 모두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연평균 투자수익률을 두 배 올려 20%가 된다면 30년 후 총자산은 237억 원이 넘게 됩니다. 수익률 10% 대비 무려 13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죠.

변수증감률 대비 총자산 증감률이 큰 순서대로 나열하면 1, 시간 2, 효율 3, 규모입니다. 그래서 연금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최대한 오래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다음으로는 연평균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방법을 공부하는 편이 좋습니다.

제가 20대에는 돈을 아끼고 모으는 습관을 기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급여의 절반을 저축하는 습관을 기른 이라면 연금 저축도 남보다 빨리 시작할 수 있고요. 여러 개의 통장을 가지고 있다면, 결혼이나 주택 마련 등 목돈이 나갈 경우에도 연금 저축 계좌는 손대지 않고 해결할 수 있거든요. 무조건 일찍 시작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재테크를 공부해서 두 번째 변수인 수익률을 높이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는데요. 저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일에 집중하는 게 좋습니다. 한 대형 증권사에서 발표한 개인투자자들의 2021년 수익률 평균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국내주식 수익률은 0.43%, 해외주식은 1.52%라고 합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3.6%, S&P500이 26.9% 오른 것을 감안했을 때 개인투자자 중에서 시장을 이기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월가에서도 억 단위 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들의 액티브 펀드 중 80%가 S&P500 수익률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하루 종일 금융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도 S&P500의 수익률을 이기지 못하는데, 일하랴 집안 일하랴 바쁜 일반인은 오죽하겠습니까. 시간의 효율을 생각해도 S&P500 ETF에 투자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일을 매일 평범한 마음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비범한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쉬운 일도 ‘꾸준히’ 하면 상위 1%가 됩니다. 월 적립식 투자가 간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수많은 경제 부침을 이겨내며 묵묵히 한 달에 30만 원씩 장기간에 걸쳐 적립하겠다는 결심을 매달 지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월적립식 투자는 누구나 노후 준비를 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제가 지금 30살의 신입 직장인이라면 한 달에 30만 원씩 노인이 된 나에게 용돈을 선물한다는 기분으로 연금 저축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럼 나는 30년 후, 젊은 시절의 나에게서 300만 원씩 매달 월급 받는 사람이 될 테니까요. 주는 사람은 용돈을 줬는데, 받는 사람은 월급을 받는다, 이게 연금 저축 투자의 핵심입니다.
 
모두 노후에는 젊은 시절의 내가 만들어 준 월급을 받으며 편안하게 사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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