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의 경제 공부

돈은 빚이다

김민식pd 2024. 1. 22. 05:52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영상의 제목. <돈은 빚이다> 한참 흥미진진하게 영상을 보다 문득 깨달았어요. 이 내용, 예전에 책으로 읽은 것 같은데?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이 쓴 <자본주의 :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 2013년에 나온 책이고요. 저는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었어요. 문득 다시 읽고 싶어 온라인 서점에 가니 아직도 경제경영 베스트셀러네요.

이 책이 오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을 쓴 EBS 정지은 피디는 늘 궁금했어요. ‘물가가 올랐다’는 뉴스는 해마다 나오는데 왜 물가는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걸까? ‘가계부채가 1천조를 넘었다’니, 다들 열심히 사는데, 왜 자꾸 빚은 늘어만 가는 것일까? 답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하고요. 10여 년간 약 1천여 권의 경제학 서적을 섭렵했어요. 그런 후 만든 프로그램이 ‘EBS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입니다. 

‘돈이란 무엇인가?’, ‘왜 학교에서 경제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교육방송은 흔히 대학 입시를 위한 수능 방송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성인들을 위한 평생 학습도 교육방송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경제 교육이 중요합니다.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만 고민하지 정작 돈의 본질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요.

책을 읽고 깨달았어요. 자본주의의 핵심은 빚이고요.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돈의 양이 꾸준히 늘어나야 합니다. 돈을 늘리는 과정은 대출에 있어요. 중앙은행은 돈을 계속 찍어내고요. 은행은 대출을 통해 돈의 양을 늘립니다. 처음에는 신용이 좋은 사람에게만 대출을 해주지만, 점점 대출받을 사람이 줄어들면 나중에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돈을 빌려주게 됩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는 사람도 생겨납니다.

코로나가 터지자 각국 정부는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양적 완화 조치를 시행합니다. 위기를 맞은 자본주의에 긴급 수혈을 하는 방법은 돈을 푸는 것이거든요. 시중에 많은 양의 화폐가 풀렸고요. 그 결과 자산 시장이 폭등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이 올랐어요. 하지만 그렇게 늘어난 돈은 일해서 만들어낸 게 아닙니다. 돈이 돈을 낳고, 그 돈이 또다시 돈을 낳으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 달려갑니다. 인플레가 오면, 부자들이 가진 자산의 가치는 올라가고, 그나마 현금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에 빈부격차가 심화 됩니다. 인플레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흔듭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금리를 인상합니다. 미 연방준비위가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죠. 금리가 오르면, 빚을 내어 주식이나 부동산을 구매하는 게 어려워지니 사는 사람이 줄고요, 시장은 하향세로 돌아섭니다. 특히 막대한 빚을 안고 투자한 사람 중에는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요. 경기 침체로 돈이 돌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거품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생산과 투자를 줄입니다. 직원을 새로 뽑기는커녕 일하던 사람들도 내보내게 됩니다.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돈을 벌기가 더욱 힘들어지지요.

자본주의에서는 상승기와 침체기를 오가는 사이클의 순환이 필수입니다. 문제는 침체기가 오면 일자리가 부족해진다는 겁니다. 특히 저성장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한국 경제의 경우, 갈수록 취업이 힘들어질 거예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제프리 마이론 교수는 책에서 이런 조언을 합니다.

“젊은 세대들이 일자리를 찾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입니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무슨 일이든 하는 게 일이 없는 것보다 낫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경험, 제시간에 나가는 것, 낮은 자리에서 시작해서 승진하는 능력, 이런 것들이 노동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이 책이 나온 건 2013년입니다. 10년 전에 한 조언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위기는 늘 있어요. 1997년에는 IMF가 터졌고요. 2001년에는 닷컴 버블이 있었고요, 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있었지요. 2020년에는 코로나가 왔고요. 그때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 시장은 요동을 쳤습니다. 고용 시장은 경색되었고요. 취업이 힘들 때, 무작정 기다리는 건 답이 아닙니다. 

취업의 기준을 고도 성장기에 맞추면 안 됩니다. 부모 세대처럼 좋은 직장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게 쉽지 않은 시대입니다. 이제는 가고 싶은 회사에 가기 위해 몇 년을 계속 투자하는 것보다 일단 받아주는 직장에 가서 일을 하며 경력을 쌓아 옮겨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일단 소득을 늘리는 게 우선입니다. 

‘우리는 ‘생존’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은 것이라도, 낮은 위치에서라도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비록 지금은 그것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도전하며 생존을 꿈꾸어야 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나면 따뜻한 봄이 오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빚을 지지 않고 살기란 힘들어요. 대학을 졸업할 때 학자금 대출을 끼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해요. 급여 소득에 비해 주거 비용이 너무 높아 전세 대출을 끼지 않고는 방 한 칸 마련하기도 힘듭니다. 빚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짠돌이의 고민은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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