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독서 일기

숙면을 부르는 습관

김민식pd 2023. 12. 11. 05:00

얼마 전에 소개한 <브레인 키핑>, 배울 점이 많은 좋은 책이에요. 저자가 뇌를 아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최신 과학 연구를 소개하는 강연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였어요. 상기된 얼굴로 내게 다가온 한 청중은 TV에 소개된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약을 먹고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약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그래요? 약 이름이 뭔가요?”
그는 조금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흠, 기억이 안 나네요….”

TV 광고에서 ‘마법의 알약’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약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요. 나이가 들면 육체의 기능이 떨어지듯 뇌도 변합니다. 평균적으로 인간의 뇌는 40세 이후
로 10년마다 약 5퍼센트씩 줄어든다. 뇌가 점점 작아지고 오그라들면 기억력, 집중력, 생산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심각한 경우에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 질환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문제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안타깝게도 약으로는 ‘뇌가 노화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더 중요한 건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숙면을 취하는 습관입니다.

피트 샘프러스는 그랜드 슬램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윔블던에서 일곱 차례 우승한 역대 최고의 테니스 선수 중 하나지요. 여러 시간대를 넘나들면서 세계 투어를 다닐 때 그는 늘 검은색 마스킹 테이프를 가지고 다녔답니다. 그 테이프는 라켓이나 부상 방지를 위한 것이 아니에요. 새로운 호텔 방에 들어갈 때마다 테이프로 방에 있는 모든 전자 조명을 가렸습니다. 시계, 화재경보기, 냉각 장치, 심지어 TV를 꺼놨을 때도 계속 켜져 있는 작은 빨간색 불빛까지 전부 가렸어요. 커튼 사이로 햇빛이 비치면 그 역시도 테이프로 덮었다. 빛을 발산하는 모든 걸 검은색 테이프로 가린 거죠.

왜 그렇게 했을까요? 자신이 완전한 암흑 속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날에 게임이 더 잘되고, 집중력도 높아졌으며 기운이 넘친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샘프러스의 이런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아주 미세한 빛도 자신을 깨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과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해 알아낸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지요. 



인공적인 빛은 우리의 자연적인 수면 주기를 방해합니다. 그리고 수면장애는 뇌를 어지럽힙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리는 잘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10~15분 정도 밖에 나가서 자연광을 쬡니다. 동네를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충분히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밤에 잠들기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몇 분간 자연광을 쬐지 않으면 뇌 시계가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일하거나 차를 타고 바로 사무실로 갈 경우 자연광을 쬐지 못해서 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옛날 영화에 원시인이 시간여행을 통해 현대사회로 오는 장면이 있었어요. 수렵채집만 하고 살다가 갑자기 기계로 가득한 시대에 온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저는 우리의 몸과 마음속에는 아직도 현대문명에 적응하지 못한 원시인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수십만 년 동안 우리는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이 되면 나가서 사냥이나 채집을 통해 그날의 첫 끼를 찾아야 했겠지요.

수십만 년 동안 밤에는 잠을 자고, 해가 뜨는 아침이면 활동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인공조명과 스마트폰이 생겼어요. 이제 잠드는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눈부신 개인단말기를 계속 들여다보기에 밤늦도록 시신경으로 빛이 들어옵니다. 이건 뇌건강에 좋지 않아요. 문명의 발전을 거부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요즘 저는 저녁 7시 이후로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사용을 자제합니다. 종이책을 읽으며 잠을 청합니다. 9시가 넘어가면 잠자리에 들어요. 그리고 아침이 되면, 운동을 하기 위해 헬스클럽으로 갑니다. 일하러 갈 때는 집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는 대신, 15분 거리에 있는 전철역까지 걸어서 갑니다.

매일 작은 행동이 쌓여 습관이 됩니다. 모쪼록 몸과 마음에 유익한 습관들을 만들어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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