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독서 일기

일 욕심 많은 사람

김민식pd 2018. 4. 25. 06:30

저는 욕심이 많습니다. 쓰고 싶은 책도 많고, 만들고 싶은 드라마도 많아요. 거기다 공부 욕심도 많아요. 지난 2월, 콘텐츠 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런던 연수에 지원했어요. 영국 콘텐츠 산업의 동향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영어 면접을 보고 영국 제작사 관계자 앞에서 진행하는 영어 피칭 원고도 쓰고 준비를 많이 했어요. 그즈음, 제가 연출하고 싶은 드라마가 마침 편성이 되어 갑자기 바빠졌어요. 

새 책 <매일 아침 써봤니?>를 내고, 저자 강연 다니랴, 영국 출장 준비하랴, 드라마 준비하랴, 정신없었지요. 그때 어느 출판사에서 추천사를 부탁하는 메일을 보내셨어요. 바빠서 추천사를 거절하려 했어요. 일단 추천사를 쓰려면, 원고도 읽어야 하고 (그것도 책이 아니라 PC 교정 원고를 봐야하고...) 또 어떻게 글을 쓸까 고민도 해야하거든요. 무엇보다, 막상 책을 읽고 재미가 없으면 추천사를 쓰기가 너무 힘들어서 바쁠 때는 가급적 추천사 부탁은 사양하고 있거든요. 

독서가 즐거우려면, 무조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리뷰도 쓰고 싶은 리뷰를 써야한다고 믿어요. 의무감이나 부채감에 하는 독서나 글쓰기는 고역에 가깝지요. 독서가 놀이가 되느냐, 노동이 되느냐는, 내가 좋아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어요. 어떻게 거절하나 고민하며 메일을 열었는데,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다동력 -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 (호리에 다카후미 / 김정환 / 을유문화사)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힘이라니, 이것은 나를 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책을 읽어 내려갔어요. 추천사도 쉽게 술술 나오더군요.


너무 바빠서 추천사를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드라마 기획하랴, 런던 출장 가랴, 저자 강연하랴, 다음 책 쓰랴.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다동력>을 보자, 만사 제쳐 두고 빠져들었다. 알파고가 두렵지 않은 다재다능한 인재가 되는 길이 이 책 속에 있다. 바쁠수록 읽어보시고, 한가하다면 더욱 읽어 보시라. 이 책을 통해 삶의 활력과 나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일만 하고 사는 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허구헌 날 일만 하면 내가 가엾고, 그렇다고 놀기만 하면 세상에 미안하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의 시간도 갖는 방법을 이 책에서 만나 보시길.


저는 여러가지 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합니다. 예전에 외대 통역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통역 알바를 자주 뛰며 고소득을 올렸어요. 그때 비결은 저의 색다른 이력이었어요. 공대를 나왔기에, 기술 컨퍼런스 통역도 가고, 영업 사원으로 일했기에 세일즈 컨퍼런스 통역도 뛰었어요. 영문과를 나와 바로 통대에 입학한 친구들은 많았지만, 공대를 나오고 영업을 한 통대생은 저 밖에 없었거든요. MBC 입사 지원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하다 적성에 안 맞으면 그만두고 나올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방송 제작 경력이 통역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지요. 서른 살 이후, 저는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삽니다. 예능도 하고, 드라마도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에요. 세상에 예능 피디도 많고, 드라마 피디도 많지만, 두 분야를 다 경험한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한 가지 기술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요. <다동력>의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직함을 세 개 가지면 여러분의 가치는 1만 배가 된다.

여러분을 대체할 사람이 있는 한 여러분의 몸값은 오르지 않는다.

복수의 직함을 곱해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존재가 되자.

온갖 산업의 '장벽'이 무너진 지금, 하나의 직함에 집착하면 안 된다.

(위의 책 37쪽)


많은 일을 동시에 하면서 사는 저를 보고 '너무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고 하는 이도 있는데요. 저는 이게 피곤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땐, 그냥 다 해보면서 사는 편이 즐겁거든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자신의 손으로 제한해 버리는 것은 아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철저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가득 채우고 인생을 달리는 편이 훨씬 행복합니다.'

완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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