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독서 일기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김민식pd 2018. 10. 10. 06:09

정신분석 전문의인 김혜남 선생님의 책 <당신과 나 사이>를 읽었습니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쓰신 분이지요. 정신과에서 상담을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저자에게 병마가 닥칩니다. 2001년, 몸이 굳어가는 파킨슨 병 진단을 받습니다. 병세가 악화되어 2014년에 병원문을 닫는데요. 그 많던 지인이 하나 둘 사라지고 주위에 사람이 없더랍니다. 찾아오던 환자도, 함께 일하는 동료도 점점 멀어집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세상이 자신 없이도 너무나 멀쩡하게 잘 돌아갔다는 사실이지요. 그 순간 뼛속 깊이 외로움을 느낍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은 아무 걱정 없이 살 줄 알았거든요.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고통을 저자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나는 18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밤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린 적이 있었다.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 버려서 꼼짝 못 할 때가 있는데 마침 그때가 그런 경우였다. 분명 문은 저 앞에 있고 몇 발자국만 가면 되는데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살려주세요'라고 외쳐 봤지만 목소리가 잠겨 잘 나오지 않았다. 깊은 밤에 이미 잠들어 버린 가족들을 깨울 방법이 없었다.'

(위의 책 30쪽)

인생은 정말 끝없는 고난의 연속인가봐요.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고, 나의 고통을 대신할 수 없을 때, 그 순간 가장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요?

사람이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 외로움이랍니다. 엄마 뱃속이라는 완벽한 세상에서, 추위도, 더위도, 배고픔도 모르고 자라다, 태어납니다. 어릴 때는 힘들 때마다 울어요. 그럼 엄마가 달려와 품에 안고 달래주지요. 어른이 되면서 엄마와 떨어지게 됩니다. 외로움이 느껴지면 엄마를 대체할 누군가를 찾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지만, 함께 산다고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에요. 부부도 서로 다른 사람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거든요. 톨스토이가 그런 말을 했대요.

"행복한 결혼 생활은 상대와 얼마나 잘 지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불일치를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SF 작가 테드 창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는 소설에 쓴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애완동물을 키우다가도 귀찮아지면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자기 아이인데도 최소한의 보살핌으로 때우려는 부모들도 있다. 처음으로 한 번 싸우자마자 헤어지는 연인들도 있다. 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특징은 이들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상대가 애완동물이든 자기 아이든 연인이든, 진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욕구와 자기 자신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의지가 있어야 한다.


타인과 자신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 쉽지 않지요.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너무 멀어서 외롭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상처 입지 않는 거리를 찾는 법,' 

사람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법을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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