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독서 일기

책을 꼭 읽어야할까?

김민식pd 2018. 3. 23. 06:04

책을 꼭 읽어야할까? 생뚱맞게 떠오른 질문입니다. '배달의 민족'을 만든 김봉진 대표가 쓴 '책 잘 읽는 방법'을 읽는데, 프롤로그에 이런 얘기가 나와요. 김봉진 대표는 미대를 나와 디자인으로 먹고 살면서 책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대요. 삼십대 중반에 사업 실패를 경험하고 고민을 하지요. '왜 실패했을까?' 실패한 이유는 나에게 있을 테니, 잘된 사람들의 습관을 따라 해보자고 결심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니 두 가지 공통점이 있더랍니다. 하나가 꾸준함, 또 하나가 다독. 책을 읽어서 다 잘된 건 아니겠지만 잘 된 사람들은 일단 책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는 거지요. 워렌 버핏도, 빌 게이츠도 다 엄청난 다독가잖아요? 책을 많이 읽고, 사업이 술술 풀려가자 책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도 쉽게 책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 책을 쓴다고 합니다. 

<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 북스톤)

책을 읽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꼭 읽어야할까?' 제 주위에도 책 한 권 읽지 않고도 잘 사는 사람이 많고요. 책을 정말 많이 읽는데도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도 많아요. 저희 부모님의 예를 보지요. 아버지는 평생 책 한 권 읽지 않는 분입니다. 심지어 아들이 쓴 책도 읽지 않아요. 그런 아버지가 늘 저를 보면 잔소리를 하십니다. 

"너는 왜 하필 노조 집행부를 해서, 그 고생을 하냐. 네 동기 뭐시기 봐라. 걔는 승진도 하고, 좋은 자리도 하고, 그러진 않니. 너도 좀 약게 살아라."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좌절했어요. 10대에는 공부를 못해서, 의대를 못가서 실망을 시켰고,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부모 걱정 시키는 자식이구나... 20대에 아버지를 보고 좌절했어요. 아버지는 내게 깨달음을 주는 사람이 아니구나. 그렇다면 나는 누구에게 배워야할까?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들의 저자 중에는 훌륭한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그들에게 배워보자. 그들이 나의 아버지라고 믿어보자.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너는 의사가 되지 않으면 망할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정신적 아버지(책의 저자)들은 '무엇이 되지 않아도 너 자신으로 살면 된다'하고 말해줬거든요. 

어린 시절, 제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준 건 어머니에요. 어머니는 국어 교사이자 도서관 사서로 일하셨어요. 옛날 시골학교엔 사서 선생님이 따로 없고 국어 선생님이 겸직을 했거든요.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혼자 집을 보는 제가 안타까웠는지 늘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주셨어요. 집에 TV도 없고, 친구도 없던 터라, 혼자 책 읽는 습관을 길렀어요. 숙명여대 국문과를 나온 어머니는 책을 많이 읽는데요. 안타까운 점은 책은 많이 읽는데, 그렇게 읽은 걸로 자신의 고집과 아집을 세우는데 씁니다. 아버지를 항상 무시하셨어요. 무식하게 책도 안 읽는다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늘 날을 세우며 싸웠는데요. 어머니를 보며 느꼈어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절대 지혜로운 삶을 사는 건 아니라고. 책을 읽는 머리와 함께 필요한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라고요. 책만 읽는 사람은 자칫 고집스럽고 거만해질 수 있다고 느꼈지요.  

어려서 밤낮으로 싸우는 아버지 어머니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힘들 때마다 작가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내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그들이 꾸며준 허구의 세계로 달아났지요. 나이 50에도 부모님을 뵙는 건 여전히 힘들어요.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삶을 부정하시거든요. 그래서 여전히 저는 책을 읽습니다. 책 속에서 나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책을 꼭 읽어야할까요? 잘 모르겠어요. 책 한 권 안 읽고도 잘 사는 사람이 있고, 책을 많이 읽고도 잘 못 사는 사람도 있거든요. 다만 저의 경우를 생각해봅니다. 저는 책 읽을 때, 가장 행복해요. 내가 만나고 싶은 부모가, 스승이, 친구가, 다 책 안에 있으니까요.

<책 잘 읽는 방법> 독서가 더욱 쉽고 즐거워지는 길을 소개하는 책이어요. 언젠가 저도 이런 책을 꼭 한 번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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