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즐기는 세상

강연을 즐겨하는 이유

김민식pd 2017. 10. 31. 07:26

최근에 했던 인터뷰를 올립니다.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고, 답도 또한 동어반복 같아서 당분간은 인터뷰를 쉴 생각입니다. 공부가 부족한 탓에 밑천이 금세 동이 나네요. 책을 읽어 내면을 채우는 시간을 다시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 요청 주시는 분들 죄송합니다!)

 

질문 1. 이력이 독특합니다. 공대를 나와, 영업사원, 통역사, 예능 피디, 드라마 피디, 이제는 작가까지. 피디가 영어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살았는데요.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흔쾌히 도전할 수 있었던 건 독학으로 공부한 영어 실력 덕분인 것 같아요. 스무 살에 영어 회화 책 한 권을 외운 후,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도 걱정은 없습니다. 망하면, 될 때까지 하면 되니까요.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어떤 일을 하다 잘 풀리지 않으면 언제든 좋아하는 소설 번역을 하면서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덕분에 지금도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용기를 얻습니다. 여차하면 번역을 하면서 살면 되니까요. 혼자 터득한 영어 공부 방법 덕에 즐거운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쓰게 되었습니다.

 

2. 독서, 여행, 연애를 권하는 이유가 있나요?

 

20대에 즐겨야 할 세 가지 활동이 독서, 여행, 연애라고 생각하는데요, 100세 시대가 오면 모든 세대가 즐겨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기혼자는 부부끼리 연애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변화의 시대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모험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독서, 여행, 연애. 이 셋의 공통점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입니다. 책을 펼치면 끝까지 읽기 전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몰라요. 여행은 나 자신을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사이에 던져 넣는 것이고요. 연애야말로 진짜 탐험이지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것이거든요. 영어를 잘 하면, 읽을 수 있는 문서의 범위가 대폭 넓어지고요. 낯선 나라로의 여행도 훨씬 더 즐거워집니다. 언어의 장벽이 없어지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쉬워지고요. 독서, 여행, 연애, 이 세가지 취미를 영어 공부로 더 즐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3. 강의를 자주 하시는 걸로 아는데요. 강연을 즐겨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96MBC PD 실무 면접에서 밝힌 포부입니다.

저는 셋을 만나면 셋을 웃기고, 다섯이 모이면 다섯을 웃기고 싶습니다.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4천만 시청자를 웃기고 싶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연출을 통해 시청자를 웃기는 것도 즐거운데요, 다만 아쉬운 건 사람들의 반응을 실제로 볼 수 없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저는 요즘 기회가 날 때마다 강연을 통해 청중을 만납니다. 강연 중에는 청중의 반응을 눈 앞에서 확인할 수 있어 더 즐겁거든요. 강의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고, 강연은 의미를 전하는 것인데요, 가급적 재미와 의미를 함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눈앞에 있는 수십 명의 청중들을 웃기는 것이 제게는 삶의 큰 낙입니다.

 

4. MBC 파업에 있어 피디님은 즐겁게 싸운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평가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2012MBC 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170일간 파업을 했습니다. 4,50대 가장들이 6개월간 월급을 받지 않고 싸운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싸움도 즐겁게 해야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습니다. 일이든 싸움이든 자신의 방식대로 할 때 가장 즐겁다고 믿습니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딴따라 피디가 일이니까, 파업을 할 때도 재미나게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요.

 

5. 피디님이 생각하시는 행복의 기준이 있을까요?

 

저는 특정한 조건이 갖추어져야 행복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술 담배 커피 골프를 하지 않습니다. 무언가에 기대기보다 순전히 개인의 의지로 언제 어디서나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평소 독서와 여행, 그리고 글쓰기를 즐깁니다. 이건 언제 어디서나 돈 한푼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취미거든요. 책은 도서관에서 마음껏 빌려서 읽고, 여행은 서울 둘레길이나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즐기고, 글쓰기는 아침마다 블로그에 꼬박꼬박 올리는 걸로 즐깁니다. 돈 드는 취미를 즐기면,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요, 어쩌면 그 과정에서 괴로워질 수 있습니다. 돈 한 푼 안 드는 취미를 누리는 것, 그것이 행복의 기준이라 믿습니다.

 

6. 끝으로 한마디하신다면?

 

절약하는 습관보다 더 좋은 노후 대비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더 좋은 것, 더 강한 자극을 찾으면 끝이 없습니다. 강도 높은 자극보다는, 빈도가 잦은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미디어 시대를 사는 우리는 항상 광고와 마케팅에 둘러 쌓여 살고요, SNS를 통해 서로의 소비를 자랑하고 부러워하게 됩니다. 저는 강연을 즐겨 듣습니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아 공부를 합니다. 강연을 듣는 것만큼 재미난 공부도 없습니다. 강연을 준비할 때 늘 고민합니다. 내 인생, 50년을 2시간의 이야기로 압축한다면 사람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 이야기는 무엇일까? 긴 세월에 걸쳐 터득한 다른 사람의 인생 노하우를, 짧은 시간 동안 터득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강연을 즐겨듣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 제공 :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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