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즐기는 세상

앞에 한발짝, 뒤에 열발짝

김민식pd 2017. 8. 22. 08:11

저는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동네 뒷산 약수터나 강변을 걷다보면, 테니스장 옆을 지나가는 경우도 많아요. 어느날 산책로를 걷는데 테니스 코트에서 운동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복식 경기를 하는데, 맞은 편 선수가 왼쪽 구석을 노려 공을 쳤어요. 앞 사람이 공을 뒤로 흘리자, 뒤에 있던 이가 한참 쫓아갔으나 늦었어요. 그때 뒷사람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 그건 앞에서 받아줘야지. 앞에 한발짝, 뒤에 열발짝이잖아."

 

복식 테니스에서 나온 말인가봐요.

앞에 한발짝, 뒤에 열발짝.

앞사람이 한발 거리, 뒷사람은 열발을 가야한다는 뜻이겠지요.


'내가 공을 흘려도, 뒤에서 어떻게 막아주겠지' 하지만, 공은 뒤로 갈수록 궤적이 벌어지기에 쫓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뒷사람에게 맡기지말고 내가 막는다는 각오로 뛰어야합니다. 내가 한 발 갈 거리, 뒤에서는 열 발을 가야하니까요.


생각해보면, 인생도 복식 경기입니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함께하는 복식경기. 오늘 내가 딛는 한걸음이, 10 뒤 나에게는 열걸음입니다. 좋은 습관 하나를 만들면, 그 습관이 계속 쌓이면서 훗날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아직 퇴직까지 10년이 남았지만, 저는 매일매일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합니다.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지금 내가 부지런해야 10년 후 내가 고생하지 않으니까요. 스무 살 시절 영어책을 외운 나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삽니다. 그 덕분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도 썼고, 유배지에서의 생활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었어요.

 

 

 

요즘 MBC에서는, PD수첩 피디들의 제작거부를 시작으로, 싸움이 날로 커지고 있어요. 시사제작국, 보도국에 이어 아나운서도 제작 거부에 나섰고요. 라디오, 예능, 드라마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방송인으로 살면서, 방송을 멈춘다는 것이 개개인에게 얼마나 뼈아픈 선택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며칠 전 들은 강다솜 아나운서의 클로징 멘트에 마음이 아팠어요.

 

 


 

MBC의 몰락을 더이상 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순간 우리의 한걸음이, 10 열걸음이라 믿습니다.

 

 

오늘, 우리가 내딛는 이 힘든 한 걸음이,

MBC의 부활과 재건을 위한 힘찬 첫걸음이길 바랍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