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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334

공중파 드라마 피디가 본 '응답하라 1997' '드라마라는 게 아무리 새롭게 만들어봐야 통속적인 장르가 가진 한계가 있지 않나? 결국 모든 미니는 애정물이고, 모든 사극은 인정물이고, 새로운 연속극이라봤자 더 자극적이고 극성이 강한 막장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드라마 피디인 나는 항상 이런 자괴감을 안고 사는데, 최근에 '응답하라 1997'을 보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이렇게 참신한 드라마, 처음일세!' 평소 영화도 조조가 아니면 절대 보지 않는 짠돌이가, 응답하라를 정주행하려고 CJ E&M 월정액까지 끊었다. 보면 볼수록 참 잘 만든 드라마다. 아니 무엇보다 예능만 하던 작가와 연출이 만나 첫 드라마로 이렇게 잘 빠진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참신한 복고!' 모순된 표현이지만, 응답하라에는 딱 맞아떨어진다. 흔.. 2012. 9. 7.
우리 시대에서 광대로 산다는 것 MBC 면접 때 일이다. "김민식씨, 예능 피디를 지원한 이유는?" "저는 광대입니다. 세 사람이 모이면 세 명을 웃기고, 열 사람이 모이면 열 명을 웃겨야 직성이 풀립니다. 기회를 주시면 수천만 시청자를 웃겨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김민식씨를 안 뽑으면?" "그럼 다시 돌아가 친구들이나 가족을 평생 웃겨주며 살겠습니다." 그런 각오로 입사했다. 우리 시대의 광대가 되겠다는 각오로. 입사하고 줄곧 코미디를 고집하며 살았다. 드라마국으로 옮겼다고 해서 갑자기 진지해진 건 아니다. '내조의 여왕',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글로리아'까지 다 로맨틱 코미디만 연출했으니까. 노조 집행부가 되어서도 나의 역할은 광대다. 마이크를 잡고 조합원 앞에 서면 어떻게든 한번은 웃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광대.. 2012. 9. 4.
응답하라 1997, 돌아와라 1997 한동안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직업이 드라마 연출이라 모니터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올 초 파업을 시작하고 난 후, 드라마를 보면 자꾸 촬영 현장이 떠오르고, 일하고 싶고, 그래서 TV를 일부러 피했다. 그러다 다들 '추적자'가 난리 났다기에 한번 봤다가 금방 끄고 말았다. 정말 잘 만든 드라마인데, 나한테는 너무 무서운 드라마였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경찰이 출동하고, 검찰이 동원되고, 정치권이 움직이는 걸 보니 너무 두려웠다. 구속영장에 가압류에 시달려온 내게 추적자는 허구의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게 그렇게 무서울 줄 몰랐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한동안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응답하라 1997'을 봤다. 그리고 내 속의 뭔가가 무너져내렸다. '아, 좋겠.. 2012. 8. 24.
창조적 자신감을 얻는 법에 대하여 요즘 책 쓰느라 정말 바쁘다. 평소 늘 읽어온 것이 책이니까 쓰는 것도 쉽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정말 어렵다. 드라마 만드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 속된 말로 죽을 똥을 싸면서 원고를 쓰고 있다. 몇달에 걸쳐 블로그 글을 모으고, 다시 고쳐서 원고를 보냈는데, 어제 편집자를 만났더니, 씩 웃으며, '하고 싶은 얘기는 다 쓰신거에요?" 하기에, 자신있게 "물론 다 썼죠." 했는데, "아직 덜 쓰신 것 같아요." 하더라. 음... 제대로 고수에게 걸렸군... 대본을 내놓은 작가들에게 가끔 하는 말이다. '이게 작가님의 베스트는 아닌 것 같은데요. 더 잘 쓰시는 분이 왜 이러세요.' 음... 제대로 걸렸군, 정말로. ^^ 책에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빠졌다니, 도대체 그게 뭘까? 내가 책을 통해서 .. 2012.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