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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334

실패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 통역대학원 다닐 때 일이다. 남녀 한 쌍이 방을 나오자, 기다리던 여학생이 달려가 잽싸게 문을 잡고 소리친다."오빠! 방 잡았어! 빨리 와!"저쪽에서 다른 여학생이 달려온다. "야, 너네 둘이 또 해? 니들은 아침에도 했잖아!""아침에 한건 성희롱이고, 이번에는 낙태야." 내가 다닌 외대 통역대학원에서는 남녀 2인 1조로 스터디를 했다. 한 명이 영어 연설을 읽으면, 다른 한 명이 듣고 통역하는 방식이다. 굳이 남녀 혼성 스터디를 짜는 이유는, 통역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남녀가 취약한 분야가 다르니까 서로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역 스터디는 학생 2명이 빈 강의실 하나를 통째로 쓰기에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통역대학원 복도에는 늘 이런 실랑이가 오간다. 국제 여성 인권 대회를 .. 2012. 12. 31.
MB를 저 지경으로 만든 건 내 탓이오 (PD저널에 기고한 글입니다.)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냈다. 평소에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 등의 소셜미디어를 가지고 노는 터라 매스미디어 PD가 말하는 소셜미디어 제작법, ‘낭만 덕후 김민식 PD의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란 책을 썼다. 책을 낸 인연으로 서울 근교 어느 시립도서관에 가서 저자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에 앞서 도서관장을 만나 인사를 하는데, 그 분이 이렇게 물었다. “혹시 예전에 MBC ‘찰칵찰칵’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으셨나요?” “네, 맞는데요.” “그때 제가 서울시청 홍보과에 있으며 촬영을 도와드렸는데요.” ▲ MBC노조에서 편성제작부문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민식 PD가 지난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MBC본사 앞에서 김재철 해임안 처리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전국언.. 2012. 12. 28.
나의 쓰임새는 과연 무엇일까? 예전에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는데, 어떤 분이 아이의 교육 문제를 상담했다. '아이가 현실성이 부족해서 늘 허황된 꿈에 빠져삽니다. 창업을 하겠다느니, 유학을 가겠다느니 하는데요. 아이를 위해 안정된 직장을 구하라고 아무리 권해도 말을 안 듣네요. 아이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스님의 답변. "못이 있는데, 그걸 굳이 두들겨서 바늘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바늘이 있는데 굳이 녹여서 못을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못이 있으면 못으로 쓰면 되고, 바늘이 있으면 바늘로 쓰면 되는데 말입니다. 아이가 스무살이 넘으면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놔둬야합니다. 부모의 뜻대로 아이의 인생을 바꾸지 마세요." 소설 '왕좌의 게임'에도 이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버림받은 자들로 이루어진 나이트 .. 2012. 12. 21.
젊은 피디 지망생에게 보내는 편지 지난 토요일, 명동 청어람 아카데미 무료 강좌를 찾아준 피디 지망생 여러분에게... 주말 오후 귀한 시간을 내어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글을 쓰며, 나의 블로그를 찾아오는 젊은 피디 지망생들의 반짝이는 눈을 상상합니다. '그래, 난 지금 중년의 아침을 깨워 부은 눈을 비비며 글을 쓰고 있지만, 내 글을 읽는 이들은 20대 빛나는 청춘들일거야!' 강의실을 가득 채우고 앉아 눈을 빛내며 수업을 들어준 여러분 덕에 보람을 느꼈답니다. 고맙습니다. 나이 서른에 시작한 피디란 직업, 정말 재미있어요. 이 즐거운 작업을 청춘들에게도 권하고 싶어 만든 게 공짜 PD 스쿨입니다. 연출에 대해 돈 주고 배운 적은 없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영화관이나 TV를 통해 배웠습니.. 2012.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