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포항에 내려갔어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아내의 친구와 책의 독자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어요. 요즘은 무슨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육아 칼럼을 쓰느라 계속 고민중이라고 했더니, "육아가 얼마나 어려운데, 남자분이 그걸 알 수 있을까요?" 

그날 워킹맘과 전업주부들과의 대화 속에서 저의 멘탈은 탈탈 털려버렸어요. '아, 내가 감히 육아에 대해 쓸 수 있을까?'

육아가 어려운 이유는, 이게 어렵다는 걸 사람들이 몰라주니 더 어렵구나, 그럼 그 얘기를 한번 해보자. 

 

그래서 나온 글입니다.

육아엔 '대기 발령'이 없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6129.html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오랜 세월 책을 만들고 읽고 쓰고 독서 강사까지 하시는 김이경 선생님이 <책 먹는 법>에서 말하는 아이와 함께 책 읽는 법을 소개합니다.

 

첫째, 내버려 두세요. 특히 방학이면 권장 도서 목록을 정해놓고 하루 몇 시간씩 규칙적으로 아이를 붙잡아 놓으면 책이랑 친해질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아이가 독서에 재미를 느끼려면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읽도록 내버려 두셔야 한답니다.

 

둘째 읽어 주세요. 책을 소리 내어 읽어 주는 것은 책에 재미를 붙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가 자라서 글을 깨치면 책을 주고 읽으라고만 하지 읽어 주지는 않는데요.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과 독서를 즐기는 것은 별개의 능력입니다. 아는 것과 즐기는 것 사이에 거리는 무척이나 멀어요. 그 간격을 좁혀줄 수 있는 것이 어른의 노력입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기 바란다면 읽어라 읽어라 잔소리만 하지 말고 하루 30분씩 소리 내어 읽어 주는 게 좋습니다.

 

셋째 들려주세요. 아이의 상상력을 기르려면 그림책을 읽는 것보다 눈을 감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낫답니다. 그림책은 고정된 이미지를 갖게 하여 오히려 상상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요. 이미지는 글보다 강력하며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거든요. 때론 잠자리에 들기 전, 눈을 감고 전래 동화를 들려주어도 좋아요.

 

넷째, 들어 주세요.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들어주세요. 상황을 묘사하고 기억을 되살려 자신만의 언어로 조립하는 과정을 즐기려면 듣는 사람의 반응이 중요합니다.

 

다섯째 수십 권씩 되는 전집으로 책장을 빽빽이 채우는 일은 부디 참아 주세요. 출판계에 몸 담았던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전집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문을 남기기 쉽지만 독자에겐 손해 보기 쉬운 아이템이랍니다. 작가들의 원고료나 작업 기간 등 작업 환경이 열악하여 열과 성을 다하기 힘들다네요. 가급적 그때그때 아이의 관심사에 맞춰 낱권으로 사서 읽히는 게 좋답니다.

 

여섯째, 독후감을 쓰라고 하지 마세요. 독후감을 쓰는 건 좋지만, 책을 읽고 꼭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책읽기가 숙제가 되어 싫어집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일걸요? 아이가 독후감을 썼다면 사후 검열은 절대 금지입니다. 인간이 성장하는 데에는 자신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는 렛 잇 고정신이 필요하답니다.

 

끝으로, 부모가 평소에 독서를 즐기는 편이 좋다네요. 엄마 아빠는 거실에서 틈만 나면 TV를 틀어놓고 깔깔 대면서 아이더러 너는 방에 들어가 책이나 읽어.” 이러면 안 통한답니다. 방에 들어간 아이도 휴대폰이나 PC로 동영상을 몰래 시청하겠지요. 책 읽는 아이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부모가 책을 가까이 하는 삶을 즐기는 것이라고요.

 

방학도 벌써 절반이나 지났네요. 이번 방학, 아이가 책과 더 친해지는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여름휴가, 어떻게 보내시나요? 제 블로그의 여행기를 보던 어느 후배가 그러더군요.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남편이 여행은 무조건 온 가족이 함께 가야한다고 고집해서 그게 쉽지가 않다고. 항상 모든 시간을 같이 보내는 가족이 휴가도 반드시 함께 보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내는 작년 여름 혼자서 백두산 산행을 포함한 동북아 여행을 갔어요. 올 여름에는 45일짜리 명상 수련을 간다기에 다녀오라고 했어요. 일하랴 살림 살랴 늘 바쁜 아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혼자만의 시간이거든요. 일전에 소개한 책이 있지요.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그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10퍼센트 남았을 때, 단톡방의 쓸데없는 수다가 얄밉다. 계속 알림 팝업이 떠서 보면 별 내용도 아닌데 계속 수다를 떨며 화면이 켜지게 만들어서 얼마 안 남은 배터리를 쭉쭉 닳게 만든다. 이럴 때는 친구가 말 거는 것도 달갑지 않다. 사람도 그렇다. 심리적 배터리가 간당간당할 때는 대인관계가 참 힘들다. (중략)

이럴 때면 어느 정도 충전이 될 때까지 혼자 지내는 것이 지혜다.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최미정 / 대림북스)

 

저는 드라마를 찍을 때나 책을 쓸 때, 미친 듯이 빠져서 그 일만 합니다. 끝나고 나면 멍해집니다. 완전 방전되지요. 드라마가 잘 되거나 망했을 때 빨리 거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잘 되었다는 우쭐함에 계속 들떠있으면 다음 작품에서 필패합니다. 창작자의 오만을 대중은 용서하지 않거든요. 반대로 망했다고 자괴감에 계속 빠져있으면 다음 작품에 다시 도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감독이 자신이 없으면 작가나 배우, 스탭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일이 끝나면 가급적 관계의 디톡스(해독) 다이어트시간을 갖습니다. 혼자 장기 배낭여행을 떠납니다. 

배낭여행은 급속충전모드입니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상처를 달래고, 복기를 통해 다음 도전을 준비합니다. 무엇보다 번아웃 되었을 때,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면서 충전하기는 쉽지 않아요. 저의 경우는 그렇더라고요. 여행을 통해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고, 그 기간 동안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2년 전, 비제작부서로 좌천된 후, 남미 배낭여행을 떠난 것도 같은 이유지요. 한 달간 산을 오르고 길을 걸으며 계속 고민했어요. ‘이 회사에서 PD가 아니라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회사 생활도 그렇고, 가정생활에서도 힘들 때는 여행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엄마가 그렇다고 생각해요. ‘엄마라는 일은 시키지 않아도 이것저것 집안일을 다 해야 하고요. 해도 해도 티가 안 나고, 찾을수록 할 일은 많고 대신해줄 사람은 없어요. 무한노동이지요. 가족여행은 엄마들에게 휴일 연장 근무예요. 여행지에서는 챙겨야할게 더 많거든요. 일하는 엄마에게 진짜 휴가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아닐까요?

, 아내가 여행을 가면, 아빠 혼자 아이를 돌봐야하는데요. 여기에는 또 크나큰 장점이 있습니다. 내일은 독박 육아의 매력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3년 전 여름, 아이 둘과 떠났던 몽골 여행.

아내에게는 열흘간 혼자만의 시간을 준 셈이죠. ^^

따로 또 같이, 이게 제가 꿈꾸는 가족 여행의 테마랍니다.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올해 초에 낸 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저는 회화 문장을 외우면 누구나 쉽게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다고 썼어요. 그것을 보고 초등학생 아이에게 회화 책을 외우게 하는 부모님도 있더군요. 책을 쓸 때, 제가 염두에 둔 독자는 ‘30~40대 직장인’이었어요. 십 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지만, 아직도 회화가 서툰 분들이요. 이분들은 학교에서 영어 문법과 단어는 충분히 공부했기에 능동적 표현의 양만 늘리면 영어 회화가 술술 나오거든요.

제 책을 읽고 ‘비싼 영어 사교육 대신 집에서 홈스쿨링 해보자’고 하시면 아이가 많이 힘들어할 겁니다. 영어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초등학생은 스펠링을 몰라 책을 외우기는커녕 읽기도 버겁고요. 영어 단어나 문법에 익숙한 중고생들은 가뜩이나 입시 준비로 바쁜데 영어 회화까지 외우라니 괴로울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럴까봐 걱정이에요. “아, 그 아저씨는 드라마 피디가 그냥 드라마나 만들지, 무슨 영어 학습서를 써서 사람을 이렇게 괴롭히나?”

저는 영어 알파벳도 모르던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에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를 통째로 외웠습니다. 그걸 보고 “피디님은 하셨잖아요?”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네, 저는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수학 선행학습 같은 사교육이 없었기에 방학 동안 하루 종일 영어책만 외웠거든요. 외우지 못한 날에는 아버지에게 맞았어요. 아버지는 한번 매를 들면,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시는 분입니다. 하루는 그렇게 맞다가는 맞아 죽을 것 같아서 도망갔습니다. 다음부터는 팬티 바람으로 매를 맞았어요. 아예 도망가지 못하게. 맞아 죽는 것과 쪽팔려 죽는 것 사이에서 고민도 했지만 맞아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나 봐요. 팬티 바람으로 도망간 적은 없었거든요.

중학교 올라가서 영어 성적은 항상 100점이었어요. 교과서를 다 외웠으니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었지요.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성적이 계속 떨어졌어요. 맞으며 공부했다는 설움에 영어가 싫어지더라고요. 대학 2학년 때 영어 성적은 D+였어요. 나중에 군대 가서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나이 스물에 인생이 우울한 건 아버지 탓인데, 나이 마흔에 인생이 우울하면 그때도 아버지 탓일까? 우울한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 스무살의 내가 무언가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닐까? 결국 공부는 자발성이 관건입니다.

고등학생이 된 큰딸에게 이제껏 공부하라는 말을 단 한 차례도 한 적이 없어요. 억지로 시키면 더 하기 싫은 게 공부더라고요. 특히 어학 공부는 멍하니 수업만 듣는다고 늘지 않아요. 능동적으로 말하기를 연습해야 하는데요, 영어 조기교육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자발적인 공부를 위해 동기부여가 중요합니다. 엄마 아빠가 취미 삼아 영어문장을 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부모가 영어 회화를 공부하면서 외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기회가 되면 국외여행도 즐기는 모습, 그것이 아이들에게 있어 최고의 동기부여 아닐까요? 

 

(한겨레 신문, 연재 칼럼 <김민식 피디의 통째로 육아>에 실은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지난주, 회사에서 '자택 대기 발령'을 받았습니다. '당분간 집에서 애나 봐.'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이럴 땐 또 회사의 충고에 따라 열심히 애나 보려고 합니다. 아니, 그냥 애만 보는 게 아니라 아주 열심히 육아 칼럼까지 써보려고 합니다. 한겨레 신문 베이비트리에 연재 시작합니다. 

'김민식 피디의 통째로 육아'

그 첫번째 글을 올립니다. 

 

제가 중학생이던 1980년대에는 학원을 다니는 아이가 많지 않았어요. 그 시절에는 사교육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아버지는 저의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며 학원을 두 곳이나 다니게 하셨어요. “네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먹고 살려면 이 두 가지 기술은 반드시 배워야해!” 중학생 시절에 배운 그 기술은, 훗날 제 인생에 아무 쓸모가 없었어요. 그 기술들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첫 번째 답은 쉽게 맞춥니다. 바로 주산입니다. 저는 주산 학원을 다녔어요. “38이요. 47이요.” 학원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열심히 주판알을 굴려 숫자를 더했지요. 교사로 일하시던 어머니가 시험 기간이면 채점을 마친 후, 학급 평균을 내기 위해 주판을 튕기던 모습이 기억에 선합니다. “너도 나중에 취직하려면 주산을 반드시 배워야 한단다.” 그렇게 배운 주산, 어른이 되어 써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대학교에 들어가니 계산기를 쓰더군요. 비싼 돈을 주고 산 공학용 계산기는 외상술 마실 때 담보로 몇 번 썼고요, 그나마 졸업하고는 그마저도 쓸 일이 없었어요.

주산 학원은 쉽게 맞혀도 두 번째 학원은 못 맞히더군요. “웅변 학원?” “태권도 도장?” 여러 의견이 나오는데요, 아마 어린 시절에 제가 웅변을 배웠다면 연애에 큰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설득력이 강해지니까요. 태권도를 배웠으면 고교 시절, 아이들이 감히 제 외모를 가지고 놀려대지도 못했겠지요.

저는 중학교 때 서예 학원의 펜글씨 반을 다녔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던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취직을 하려면, 주산. 승진을 하려면, 글씨.” 선생님이 수업을 아무리 잘해도 강의교안의 필체가 나쁘면 윗사람에게 인정받기 힘들다고 하셨어요. 그 시절에 시험지는 담당 교과 선생님이 손 글씨로 직접 썼어요. 필체를 알아보기 힘들면 학생들의 원성을 샀지요. 일반 직장에서도 결재 서류나 기안을 손으로 썼기에 글씨 잘 쓰는 사람이 인정받는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당시에 글씨를 잘 쓰면 군대에 가서도 행정병으로 차출되어 편하게 생활한다고 했지요.

중학교 시절, 애써 돈까지 들여 학원을 다녔지만, 훗날 어른이 되어 주산과 손 글씨를 유용하게 써먹은 적은 없어요. 컴퓨터가 상용화되면서, 주산이 사라지고 문서 작성도 키보드로 하게 되었으니까요. 이제는 제가 초등학생, 고등학생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빼곡한 아이들의 학원 스케줄 표를 들여다보며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쓰일 텐데, 지금 아이들이 학원에서 배우는 기술을 30년 후에도 써먹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시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정답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요.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까요. 인공지능의 시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저의 고민을,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저는 평소에 아이의 진로나 성적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어린 시절, 저의 진로와 성적에 과도한 관심을 보여주신 아버지 탓에 힘들었거든요. 이제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요, 요즘 교육이나 육아에 대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어요. 아이 교육 개입하려는 건 아니고요. 저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입니다. 아이의 진로는 아이가 알아서 일이고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공부는 꾸준히 해야지요.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우리 시대 부모들을 위한 교양 강좌입니다. 교육 전문가 이범 선생이 입학사정관제를 설명합니다. 입학사정관제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약점 가지를 강하게 요구한답니다. 하나가 자발성, 하나가 진로 교육. 관건은 자발성이랍니다. 자발성만 있으면 정보를 찾는 것은 아이가 직접 할 수 있거든요. 인터넷이나 유튜브 좋은 자료가 많거든요.  


'학생들을 만나보면 자발성과 성격은 상관이 없는 문제인 같아요. 상당히 외향적인데도 자발성이 낮은 애들이 많아요. 반면에 상당히 내성적인데도 특정 영역에 강한 자발성을 발휘하는 애들이 있어요.'

 

(위 책 118쪽)

 


평소 얌전하고 다소곳한아이가 팬클럽 활동을 열심히 하더랍니다. 아이돌 오빠들이 일본에 진출하자 아이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합니다. 오빠들이 일본어로 노래를 하는데 팬으로서 원어로 청취를 해야 하고 일본 팬클럽과 교류도 해야 한다고요. 이범 선생이 "그래, 됐다. 이걸로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자" 그럽니다. 어머니가 펄쩍 뛰지요. '아이돌 팬질로 대학가자는 말이 됩니까?'

' 아이는 한일 문화 교류의 첨병입니다. 한류의 실시간 체험자입니다.'

했다고 거짓말하라는 아니에요. 아이가 하고 있는 일에, 열심히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라는 거죠

  

사람들은 저의 성격을 오해합니다. 제가 하는 일(대중 강연과 코미디 연출) 보고 제가 외향적이고 유쾌한 성격일 거라 생각하십니다. 이렇게 묻는 분도 있어요. "피디님처럼 밝은 분이 어쩌다 고교 시절 왕따가 되었나요?" 솔직히 저는 내향적인 사람이에요. 혼자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담배 커피 골프를 하는 이유도,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경상도에서고를 다닌 저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외향적인 아이들의 먹잇감이 되었지요


사람들은 흔히 긍정적, 외향적, 낙천적 성격이 성공의 지표라고 생각하는데요.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라는 책을 보면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도 사회 생활하는데 별 지장은 없어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대신 주어진 일에 충실하거든요. 저 역시 타인의 기대보다 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삽니다. 이때 관건은 자발성이지요. 제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외향적으로 바뀌는 조건 하나에요. 내 좋아하는 일을 때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드라마로 찍는 건 항상 즐겁습니다. 제가 쓴 책에 대해 독자들과 수다를 떨 때,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그 순간에는 낯을 가리지 않아요. 외의 시간에는 혼자 조용히 지냅니다. 회식이나 동창회 같은 자리를 피하고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아이의 진로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려고요. 부모가 자꾸 간섭하 아이가 자발성을 키우기 힘들지도 몰라요. 일을 자꾸 대신 해주면, 길들여집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사는 건데 혼자 알아서 하도록 놔두세요. 헤매고 방황하고 고민을 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게 어차피 인생이에요. 저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부모의 간섭으로 좋아지는 예는 거의 없어요. ^^

 

방명록에 육아에 대한 고민을 올려주신 분이 있는데요, 쉽게 답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요. 앞으로도 조금씩 조금씩 계속 고민을 이어갈까 합니다. 공부도, 육아도, 인생도 다, 현재 진행형이거든요. 끝이 없다는 데 재미가 숨어 있는 것 같아요.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지난 번 올린 '아이의 책 읽는 습관'이라는 글에 '저녁노을함께'님이 동화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셨어요. 아빠가 읽어준 책들 중 무엇이 좋았는지 물어봤어요. 김민서 어린이가 직접 고른 책 24권을 올립니다. 순서는 민서 마음대로 랍니다.

청소부 토끼 (한호진)

산타 할아버지 (레이먼드 브릭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존 버닝햄)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 (존 버닝햄)

칫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윌리엄 스타이그)

지각대장 존 (존 버닝햄)

그건 내 조끼야 (나카에 요시오)

고함쟁이 엄마 (요타 바우어)

괴물 그루팔로 (줄리아 도날드슨)

생쥐와 빵집 주인 (로빈 자네스)

줄리어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기 (케빈 행크스)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 (바비드 칼리)

고릴라 (앤터니 브라운)

이럴 수 있는 거야? (페터 쉐소우)

구름빵 (백희나)

루비의 소원 (S Y 브리지스)

날마다 석냥 (김경화)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케빈 행크스)

꽁지 닷발 주둥이 닷발 (양승현)

안나의 빨간 외투 (해리엇 지퍼트)

야옹이 (미아니시 다쓰야)

 

 

그리고... 민서 어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바로...

 

바무와 게로 시리즈 (시마다 유카)랍니다.

시장 가는 날, 일요일, 하늘 여행.

저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그림책입니다. 몇번을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아요. 그림 속에 숨어있는 조연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요, 책에 없는 대사를 꾸며내어 애드리브를 더하면 새로운 재미가 더해집니다. 민서가 손가락으로 짚으면, 그 동물의 대사를 제가 만들어내지요. 할 말 없으면 무조건 "아이쿠, 어디서 방구 냄새가 나네?" 하면 됩니다. 무조건 웃어요.

댓글 중에서

'책 읽는 아이로 키우는방법은 "중이 염불하듯이"라고 했던 교장 선생님 강의가 생각나네요.
잘 이해했는지 주제가 뭔지 그래서 니생각은 뭔지 너라면 어떻게 하겠는지..이런 게 아니고
그냥 나는 염불하듯 읽어주고 아이는 들으면 그뿐이래요~^^'

이 말씀, 완전 공감됩니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운 활동이 되려면 숙제나 공부처럼 느껴지면 안 되거든요. 항상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에게 말해요. "가서 니가 원하는 책, 3권 골라와." 아니면 제가 5권을 들고 가서 "이 중에 니가 원하는 책을 3권 골라봐."라고 합니다. 어떤 활동이든 아이가 주도적으로 선택을 해야 더 즐거우니까요.

 

날씨가 참 좋네요. 오늘은 책은 접어두고 아이랑 놀이공원이라도 가야할까봐요.

즐거운 주말 되시어요~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아내와 내가 둘이서만 공유하는 사진이 있어요. 열살 난 둘째 민서가 팬티 바람에 책을 읽는 모습을 뒤에서 몰래 찍은 사진입니다. 민서는 책 읽는 걸 참 좋아해요. 잠 잘 시간이 지나도, 책 읽느라 잠자리에 들지 않아요. 잠옷으로 갈아입고 자라고 하면 주섬주섬 옷을 벗습니다. 그러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해요. 윗도리를 벗고 책을 읽습니다. "민서야, 옷 갈아입으라니까." "알았어." 그러고는 다시 바지를 벗으면서 책을 봅니다. 나중에 보면 팬티 바람에 넋을 잃고 책을 읽고 있어요. 그 장면을 찍고는 아내와 제가 가끔씩 들여다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습니다. 둘째를 책 읽는 아이로 만들기 위한 오랜 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5년 전, 순천 기적의 도서관에 가서 강연을 했어요. 오랜 세월, 어린이 독서 운동을 이끄신 도서관장님께 여쭤봤어요.

"전 아이에게 딱히 물려줄 재산은 없고요. 책 읽는 습관을 물려주는 게 꿈입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피디님, 매일 밤 잠들기 전 30분식 아이에게 소리내어 책을 읽어 주세요. 아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중학생이요? 책은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아이가 혼자 읽지 않나요?"

"글자를 이해하는 것과 이야기를 즐기는 것은 다릅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는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잖아요? 모든 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해요. 어른이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아하고요. 이야기에 대한 사랑이 책에 대한 흥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아빠가 도와주셔야 해요."

요즘도 저는 매일 30분씩 책을 읽어줍니다. 이미 읽은 책도 몇번이고 다시 읽습니다. 아이가 흥미를 잃을 까봐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이야기 전개를 꾸며넣기도 해요. 그림에 나오는 생쥐나 강아지같은 작은 동물에게 목소리를 입혀서 엉뚱한 소리를 하지요. "아이쿠, 어디서 똥냄새가 나네? 월월!" 아이는 똥, 오줌, 방귀, 이런 얘기 나오면 자지러지거든요.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민서는 혼자서 책을 잘 읽습니다. 그럼에도 밤만 되면 저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졸라요. 이제 조금씩 어려워집니다. 아이의 독서 수준이 올라갔으니, 책도 더 잘 골라야지요. 초등 4학년에게 읽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 없을까? 고민하다 발견한 책입니다. 

남산강 학원의 고미숙 선생님은 낭송의 중요성을 역설하십니다. 책을 소리내어 읽는 것이 좋은 공부라고요. 함께 공부하는 분들이 각 지방의 민담 설화를 모아 낭송집으로 엮었어요. 

'낭송 경상남도의 옛이야기' '낭송 경상북도의 옛이야기' '낭송 경기도의 옛이야기' '낭송 제주도의 옛이야기'

경상도의 옛이야기는 구수한 사투리가 대사에 잘 살아있어요. 간만에 고향의 억양을 팍팍 살려서 책을 읽습니다. 

"이 세상에서 젤 무서운 것이 무어냐?"

"호랭이도 무섭고 사자도 무섭고 다 무섭지마는 양바이 제일 무섭십니더."
"그래? 양반이 어예 가지고 제일 무섭노?"

"호랭이하고 사자 이런 짐승은 만내면 고마 피해가믄 뒤에 걱정이 없는데 양반은 닥치믄 뺏어 먹고, 또 달라 카믄 또 주어야 하이, 이거 무서운 거 아이요?"

(<낭송 경상북도 옛이야기> (이한주 풀어읽음/북드라망) 중 당당한 정수동)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일단 아이도 좋아하고요, 그 모습을 보는 마님도 흐뭇해하십니다. 제가 사랑하는 두 여인에게 동시에 득점할 수 있는 찬스지요. ^^ 낭송은 저 자신을 위한 독서 공부이기도 합니다.

 

2015/04/17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마음껏 독서할 기회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려면 아이에게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세요.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서비스이자 투자랍니다. 

신고

'짠돌이 육아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아의 핵심은 자발성이다  (6) 2017.05.24
민서의 추천 도서 목록  (4) 2017.05.14
아이의 책 읽는 습관  (5) 2017.05.12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  (7) 2017.02.15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2) 2016.11.18
잘 놀아야 잘 산다  (5) 2016.11.17
Posted by 김민식pd

둘째 민서가 방학을 했는데,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고, 언니도 공부하느라 놀아주지 않아요. 제가 데리고 1박2일 스키캠프에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민서에게 물었죠.

"스키 재밌어?"

"응?"

"내년에 또 올까?"

"응!"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굳이 1년을 기다려야 할까? 올해 다시 오지 뭐. 민서가 스키를 싫어할까봐 소심한 마음에 맛보기로 1박2일 캠프를 신청했는데, 강사님들도 친절하고 또 시설도 좋아 민서가 아주 좋아하더근요. 집에 오자 바로 2박3일 캠프를 다시 신청했습니다.

처음 갔을 땐 입문반에 넣었는데, 이번에는 초급반에 보냈어요. 나중에 수업하는 모습을 보니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잘 타더라고요. 스키 캠프가 참 좋은게요, 숙식이고 강습이고 다 전문가에게 맡기고 각자 자신의 스키를 즐기면 됩니다. 

2일차 오후부터 자유 스키입니다. 민서랑 같이 타보니까 애가 턴을 하지 않더군요. 어린 아이는 몸무게가 가벼워서 그냥 플루그보겐 (A자)으로 내려가도 속도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그냥 A자로 꿋꿋하게 가는 거예요. 중급자 코스에서도 잘 타긴 한데 턴을 안 하니까 좀... 보니까 같이 강습받은 다른 아이들은 줄을 지어 턴을 하면서 내려가더군요.

"민서야, 너도 저 친구들처럼 턴을 하면서 가면 어때?"

"싫어."

"왜?"

"다리 아프고 재미없어."

ㅠㅠ 그냥 A자 자세로 직선으로 내려가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프지만... (이러려고 내가 강습을 시켰나 자괴감이 들고 힘들어) 내버려뒀어요.

"민서야, 스키 재미있어?"

"응."

"우리 내년에 또 올까?"

"응!"

(이 아이가 커서 벌써 저랑 스키를 탑니다... 세월 참...)

 

첫 해엔 민서가 스키에 대해 흥미를 붙이는 게 목표입니다. 스키가 재미있으면 계속 탈 것이고, 계속 타다보면 더 잘 타고 싶은 욕심도 날 거에요. 잘 하고 싶은 욕심은 아이의 몫이지 부모가 심어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첫 해는 취미를 들인 것으로 만족하는 걸로. 

제 책을 읽고 아이들과 영어 문장 암송을 공부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요. 너무 무리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문장 암기라는 게 스스로 마음을 내어 해야지, 누가 시켜서 하면 참 힘들거든요.

"아, 그 아저씨는 드라마 피디가 그냥 드라마나 만들지, 왜 영어 공부책을 써서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나?"

아이에게 이런 원망을 들을까 괜히 걱정입니다. ^^

책에 보면 제가 큰 딸 민지랑 라오스 여행 가서 '중국어 첫걸음의 모든 것'에 나오는 모든 회화 상황을 암송했다고 나오는데요. 2주간 라오스 여행 다니면서 오로지 아침에 30분, 딱 한번만 공부했어요. 하루 종일 그냥 놉니다. 방비엥에서 튜빙하고 카누 타고, 루앙프라방에 가서 자전거 타고, 카페에서 보드게임 하며 빈둥거리고... 하루 종일 놀다가 아침에 딱 30분만 암송을 공부했어요. 그러니까 민지도 따라한 겁니다. 하루 종일 바쁜 아이가 잠깐 쉬려고 휴대폰을 들었는데 그걸 못 참고 "그래서, 오늘은 영어 책 외웠니?" 하시면, 아이와 갈등만 생깁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아, 영어 공부 정말 재미없네...'하고 영영 어학에 대한 취미를 잃을 수도 있어요.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라오스 여행도 가고, 몽골 트레킹도 가고, 네팔 여행도 가고 그럽니다. 세상에 재미난게 얼마나 많은지 가르쳐주는 게 아빠로서 저의 목표입니다. 아이에게 숙제 시키는 건 싫어요. 제가 말씀드린 영어 암송법이 좋았다면 아이에게 '이 책 한번 읽어봐.' 하고 넌지시 보여주기만 하세요. 암기하고 말고는 아이 마음입니다. ^^ 

부모는 아이에게 재미난 것만 권해주자고요. 

신고

'짠돌이 육아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서의 추천 도서 목록  (4) 2017.05.14
아이의 책 읽는 습관  (5) 2017.05.12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  (7) 2017.02.15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2) 2016.11.18
잘 놀아야 잘 산다  (5) 2016.11.17
창작은 삶의 자세다  (6) 2016.11.16
Posted by 김민식pd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마지막 글입니다.)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솔직히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인공지능 관련 서적이나 창의성 계발에 관한 책을 계속 읽었습니다. 몇 달 동안 수십 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비보다 공격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출론 강의에 가면 작가 지망생이나 PD 지망생들이 물어봅니다.

“PD가 드라마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성공하는 드라마 공식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솔직히 저는 아직 연출력이 부족한 탓인지 어떤 드라마가 성공할지 알아보는 안목이 부족합니다. 어떤 드라마가 대박이 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해진 드라마 성공 공식이 있다면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결국 사람들의 외면을 받을 겁니다. 세상에는 수천만의 시청자가 있고 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는 다 제각각이에요. 세상에 정답은 없어요. 남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기에,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남이 좋아할 것 같은 대본은 의미 없어요. 무조건 내가 재밌는 게 우선이거든요.

배우도 마찬가지에요. 어떤 배우가 인기가 있고, 어떤 배우가 비호감인지 사람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중요한 건 함께 일하는 내가 그 배우를 좋아하느냐 아니냐 입니다. 연출이 좋아하지 않는 배우를, 시청자들이 좋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현장에서 즐겁게 일하다보면 그 즐거움이 화면에도 드러날 것이라 희망합니다. 시청률이니 광고 판매율이니 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입니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잘하기도 쉽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대본을 갖고, 좋아하지도 않는 연기자를 촬영하며 열정이 생기기를 바랄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인생이 축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어떤 직업이 잘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니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영어도 하고, 공부도 하고, 미술도 하고, 예체능도 하고, 모든 걸 다 하겠다이렇게 생각하는 건 수비형의 삶입니다. 수비란 참 피곤하고 힘들어요. 상대편이 어디를 공격할지 모르니 모든 곳을 다 막아야하거든요. 반면에 공격은, 내가 공을 몰고 가고 싶은 곳으로 몰고, 차고 싶은 방향으로 차면됩니다. 공격이 훨씬 더 즐거워요.

인생, 수비하면서 보내지는 말아요. 남 눈치 살피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우선입니다. 세상이 내게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내가 세상을 살면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면 됩니다. 사실 세상은 내게 별로 관심이 없어요. 나를 좋아하고, 나를 가장 아끼는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욕망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결국 세상을 가장 잘 사는 방법입니다.

아직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면,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100세까지 사는 시대잖아요. 10, 20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30, 40대에 그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하고, 50대 이후엔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잘 하는 일로 사회에 봉사하면 됩니다.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 이 세 가지를 찾아 하나로 일치시키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길입니다. 아직 10대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아직 10년 이상의 여유가 있습니다. 놀면서 자신의 적성을 천천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다 성공하면, ‘인간 승리라고 했지요. 앞으로는 잘 놀다가 성공한 사람을 가리켜 인간 승리라고 할 것 같아요. 노예처럼 열심히 일만 하다 성공하는 건 로봇 승리입니다. 죽어라 일만 하는 건 로봇을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저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비관하지 않아요.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창의적인 여가 활동을 즐기는 시대가 되기를 희망하니까요.

신고

'짠돌이 육아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의 책 읽는 습관  (5) 2017.05.12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  (7) 2017.02.15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2) 2016.11.18
잘 놀아야 잘 산다  (5) 2016.11.17
창작은 삶의 자세다  (6) 2016.11.16
창의성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3) 2016.11.15
Posted by 김민식pd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