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에 해당되는 글 284건

  1. 2017.09.15 로또를 사지 않는 이유 (4)
  2. 2017.09.14 천천히, 조금 더 천천히 (5)
  3. 2017.09.12 노동 없는 미래, 놀이 있는 삶 (7)
  4. 2017.09.11 책벌레, 미디어를 만나다 (2)
  5. 2017.09.08 책벌레, 전문가를 꿈꾸다 (11)
  6. 2017.09.07 책벌레, 미래학자를 만나다 (3)
  7. 2017.09.06 왕따, 책벌레가 되다 (20)
  8. 2017.09.04 책벌레의 천국으로 가는 길 (8)
  9. 2017.08.31 내가 '꿀알바'를 그만둔 이유 (3)
  10. 2017.08.24 어쩌다보니 기레기 (6)

독서 칼럼을 쓰면서 다양한 책을 읽고 있어요.

무거운 책,

가벼운 책,

어려운 책,

쉬운 책,

단맛 짠맛 단맛 짠맛, 단짠단짠~

다양한 책속에 파묻혀 오늘도 즐거운 책벌레의 나날~랄라~~~ ^^

 

 

김민식 인생독서] 로또를 사지 않는 이유

연애도, 독서도, 잘하려면 많이 해보는 게 최고

(본문은 아래 링크로~)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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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호모 코레아니쿠스 (진중권 /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저자 진중권은 한국 사회의 발전은 유독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고 말합니다. 서구에서는 봉건제 농업 사회에서 산업혁명을 거쳐 다시 정보 사회로 전환하는데 수백 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다시 정보사회로 바뀐 것이 유난히 짧은 시간에, 거의 한 세대 안에 다 이루어졌습니다. 즉 압축 성장으로 한국인의 몸속에는 전근대와 근대와 탈근대의 세 지층이 다 있다는 거지요. 노년층은 농경적 신체, 장년층은 산업적 신체, 신세대는 정보적 신체가 우세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농경사회에서 전문가는 노인입니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대접을 받았어요. 농업에 필요한 지식은 그리 복잡하지 않은 대신 세월을 통해 축적되는 경향이 컸어요. 가뭄이 심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수십 년 전 심한 가뭄을 겪어본 할아버지가 제일 잘 아는 거지요. 산업사회에서 전문가는 엘리트 지식인입니다. 대학을 나오고 직장에서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가진 전문 지식인이 우대받는 사회였지요. 정보사회에서는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방대한 지식을 검색하고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만드는 것이 너무 쉬워졌거든요.

탄핵 정국에서 노인들이 광화문 일대로 쏟아져 나왔어요. 그들은 촛불 집회로 거리를 메운 청년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쟤들은 1960년대 우리가 얼마나 가난했는지 몰라.’ ‘어린 것들이 나이 든 사람 말을 무시하네?’ 농경 사회에 익숙한 노인들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느끼기 힘들어요. 아니 오히려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과 이질감을 느끼지요.

모든 시대에는 보존해야 할 고유의 역사적 성취가 있답니다. 전근대적 문화라 해서 모두 척결의 대상인 것은 아니에요. 서구에서도 귀족문화는 근대적 형태로 변용되어 시민사회에 받아들여졌습니다. 우리가 서양문화라고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것, 미술 음악 문학 등은 거의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어요. 클래식 음악만 해도 궁정 음악이 그 시작이었어요. 조선시대에도 양반문화가 있었어요. 그 속에는 인간적 가치, 인문적 교양, 귀족적 명예가 있었지요. 하지만 우리는 양반문화의 역사적 성취는 버리고, 척결해야 할 신분제 의식을 계승했습니다. 한국의 천민성은 여기서 비롯된다고 진중권 선생은 말합니다.

 

과거라는 제도를 통해 양반이 되고 출세하는 것이 중요한 시간이 있었어요. 우리가 과도한 사교육에 올인하는 이유가 거기 있지 않을까요?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을 신분 상승의 기준이라 생각하는 거지요. 앞으로는 공부나 일보다 놀이에 좀 더 의미를 부여했으면 좋겠어요. 옛날 선비들에게 공부는 어쩌면 놀이였어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군자를 치는 것이 문화의 향유였지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공부를 놀이가 아니라 전쟁으로 치릅니다. 무한 경쟁으로 아이들은 놀 줄 모르는 전사가 되었고요. 어른이 되어서도 효율을 중시하는 산업사회의 신체에 빠르게 적응합니다. 시스템과 매뉴얼의 명령과 규율에 충실한 사람에게 창의성이 깃들기를 바라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험지 위의 문제를 푸는 능력이 현실 속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 한 가운데에서 어쩌면 자신만의 시간을 찾는 노력이 중요할지도 몰라요. 조금 더 느리게,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시간. 공부와 일에 매몰되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늘 하루, 삶의 쉼표를 찾아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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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저는 낙관과 비관을 오가며 삽니다. 어려서 인생이 아주 비관적이었고요. 어른이 되면서 노력을 통해 낙관적으로 변했습니다. 비관적인 삶은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더라고요. 낙천적 성격을 얻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제가 삶에 대해 다시 부정적 시각을 가지게 된 건 지난 5년 MBC에서 겪은 일 때문입니다. 희망이 없는, 출구가 없는 삶 같았어요. 드라마 피디로서 나의 삶은 끝났다는 생각에 책을 읽고 글을 썼습니다. 촛불 시민 혁명이라는 기적같은 현실을 만나, 다시 한국 사회에 대한, MBC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결국 인생이란 낙관과 비관 사이를 오가는 추의 진자 운동 같은 게 아닐까요? 4차 산업 혁명 시대, 실업자가 양산된다는 이야기에 많이 우울해하는데요, 어쩌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류가 맞이하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싶어요. 오늘 소개하는 책은 '노동 없는 미래'입니다. 

 

[김민식 인생독서] 노동 없는 미래, 놀이 있는 삶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은 로봇에 맡기고 즐거움을 찾아야 할 때

(본문은 아래 링크로~)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3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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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편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마지막회)

2017/09/06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왕따, 책벌레가 되다

2017/09/07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책벌레, 미래학자를 만나다

2017/09/08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책벌레, 전문가를 꿈꾸다

 

저를 PD로 만든 책, 노동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20년이 지난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2012년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을 냈어요. 20세기는 규율과 근면한 노동, 권위의 하향식 흐름 등이 중요한 산업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열리는 협업 시대에는 창의적인 놀이와 사회적 자본, 글로벌 네트워크, 개방적 공유가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합니다. 산업시대가 노예제를 끝냈듯이 협업의 시대는 대량 임금 노동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예언을 합니다. 산업혁명의 결과, 문맹률은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보편적인 교육을 통해 글을 읽을 줄 아는 노동자 대중을 양산하는 것이 산업혁명의 중요한 토대였기 때문이지요. 20세기에 글을 읽느냐 못 읽느냐가 취업의 관건이었다면, 21세기 3차 산업 혁명 이후의 세상에서는 미디어를 다루는 능력에 따라 일자리가 달라질 것입니다.

리프킨이 산업혁명을 3단계로 나눈 것처럼 제가 일하는 미디어 산업의 성장 발달 과정도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차 산업 혁명의 결과, 글을 읽는 노동자 대중이 출현하고 TV의 보급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신문과 TV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 1차 미디어 혁명입니다. 2차 산업혁명이 진행된 1990년 이래, 신문 방송이 주도하던 미디어 생태계에도 변화가 일어났어요. 케이블, 위성, IP TV 서비스 등 TV 채널이 다변화되고,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매체의 출현으로 뉴스 산업이 다각화 된 것을 2차 미디어 혁명이라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3차 미디어 혁명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의 성장과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한 개인 미디어의 약진으로 대변될 것입니다.

1,2차 산업의 경우, 생산 효율이 높아질수록 노동력이 다수에서 소수로 집약되는데 비해, 미디어 산업은 기술이 발달할수록 소수 엘리트 중심 산업에서 다수 대중으로 권력이 분산되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감히 매스미디어의 종말을 점칠 수는 없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비롯된 거대한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미디어 = 네트워크 + 콘텐츠입니다. 과거에는 네트워크를 가진 소수의 방송사나 신문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선점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정보 기술의 발달로 개인에게 개방형 무료 네트워크가 주어지면서 이제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퍼뜨릴 수 있게 되었죠. 개인 미디어(personal media)의 시대는 달리 말하면 개인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 즉 내가 미디어가 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미디어 산업의 관건은 네트워크가 아니라 콘텐츠입니다. 

앞으로 미디어를 가지고 노는 창작자의 시대가 옵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는 노동의 기회가 사라진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노동 대신 유희를 즐기는 유토피아고요. 기계화된 노동에서 벗어나 심오한 놀이에 참여하고, 단순 반복적인 작업보다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대. 인간이 거대 시스템의 부품 취급 받는 대량 임금 노동보다는 창의적인 놀이를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기회, 노는 게 곧 직업이 되는 시대가 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놀고, 그 놀이를 직업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소셜미디어를 삶의 도구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미디어를 가지고 놀고 그 놀이를 통해 일을 찾아가는 시대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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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편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2017/09/06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왕따, 책벌레가 되다

2017/09/06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책벌레, 미래학자를 만나다

기왕에 세일즈맨이 되었으니 일 잘 하는 사원이 되고, 성공한 직장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숱한 처세술 책과 세일즈 비법에 관한 책을 탐독했는데요. 직장 생활을 더 잘하려고 책을 읽다 그만 직장을 그만두게 만드는 책을 만납니다. 서점 한 구석에 꽂혀 있던 종신 고용의 시대가 끝난다라는 일본 경영서적인데요. 책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1993년 당시만 해도 일본이나 한국은 종신고용이 대세였어요. 첫 직장이 곧 평생직장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건 직장인들이라고 했어요. 70년대, 80년대의 고도성장 시기가 지나면 경제의 조정 국면이 올 것이고, 이때 여러 기업이 무너질 것인데, 회사가 평생 고용을 보장해줄 줄 알고 직장 안에서 안주한 사람은 밥줄이 끊길 거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졌어요.

책에서 21세기는 전문가의 시대라고 예언했어요. 회사에 목매고 사는 직장인은 언제든 구조조정으로 도태될 수 있기에 회사가 망해도 살아남는 것은 자기 실력을 갖춘 전문가뿐이라고요.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영업의 최고 자질은 열정입니다.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뛰어난 세일즈맨이 될 수 있어요. 바꿔 말하자면 나보다 더 열정을 가진 후배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내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게 영업이에요. 아무리 열정만 있으면 된다 해도, 다단계 영업만은 하지마세요. 20, 가진 것 별로 없는 청춘들에게 그나마 가장 소중한 자산이 바로 자긍심과 주위의 신뢰입니다. 이 두 가지를 다 잃게 만드는 게 바로 다단계 영업입니다.

직장인을 위한 자기계발서마다 '대체재가 없는 사람'이 되라고 했어요. 누구나 다 하는 공통 스펙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펙을 갖추라고 말이지요. 고민 끝에 영업사원이라는 직장인에서 동시통역사라는 전문 직업인으로 인생을 바꿔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994년 봄, 1년 반을 다닌 첫 직장에 사표를 냈을 때, 주위에서 다들 말렸습니다.

함부로 회사 그만두지 마라. 그러다 조직 부적응자로 찍혀서 평생 백수 된다.”

그러나 저는 책의 예언을 믿고 싶었어요. 산업 중심의 시대에 세계화가 온다는 책을 읽고 영어를 공부했던 것처럼, 종신고용의 시대에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는 예언을 믿고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 예언은 몇 년 후 현실이 되었습니다. 퇴사하고 4년 후인 1998년에 대한민국은 IMF라는 폭풍에 휘말렸어요. 초대형 폭풍 속에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무너졌습니다.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으로 많은 사람이 일터에서 쫓겨났어요. 고용 안정성은 고도성장기만의 특수한 상황이라 외치던 경제학자들의 예언이 현실이 되었지요.

순식간에 구조조정의 달인, 잭 웰치의 책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마이크 해머의 리엔지니어링 이론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책들은 이미 1990년대 초반에 출간됐어요. 다만 책에서 예견한 미래가 현실로 나타나기 전에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입니다. 1998년 국내 굴지의 재벌 기업들이 쓰러지고, 한국 3M 역시 구조조정을 겪었습니다. 제 후임으로 입사한 후배가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5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전문가가 되라는 책의 조언에 따라 1995년 봄 외대 통역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이제 영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책이 좋아 책을 계속 읽다 그만 통역사의 꿈을 접게 만든 책을 만납니다. 바로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19세기 산업 혁명의 결과 인간의 육체노동은 기계가 대신해주고, 20세기 정보 혁명의 결과, 컴퓨터가 정신노동을 대신해주는 시대가 온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21세기는 인류가 처음으로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유토피아가 될까요? 아니면 소수의 자본가가 생산설비와 산업을 독점하고 대다수 노동자는 노동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디스토피아가 될까요?

1996년 여름에 읽은 이 책은 돌이켜보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미래 예견서입니다. 지금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노동 소외 현상을 그대로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대규모 청년 실업과 고용 불안정은 20세기 말에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이미 예견한 그대로입니다. 이 책에서 저를 기겁하게 만든 대목은 따로 있어요.

 

버스 요금 자동 정산기로 버스 안내양이라는 직업이 사라졌듯, 향후 30년 내에 자동 통역기가 나와 통역사 역시 사라질 것이다.’

 

소사, 소사, 맙소사! 어렵사리 공부해서 통역대학원에 들어왔더니, 이 직업이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그렇다면 도대체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직업은 무엇인가? 노동의 종말을 뒤져보았습니다.

 

미래에도 살아남을 직종은 창작자다. 지식의 2차 유통이나 재생산은 정보화 기기에 의해 대체될 수 있으나, 예술가나 미디어 창작자는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다.’

 

컴퓨터가 소설 번역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지라도, 소설을 창작하는 것은 오래도록 인간의 몫으로 남을 것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절묘한 시점에 TV에서 광고가 흘러나왔습니다.

"21세기 영상 문화를 선도할 MBC에서 창조적인 미디어 일꾼을 찾습니다."

그렇게 저는 통역사의 꿈을 접고 MBC PD 공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물론 단순히 책 한 권 때문에 인생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남의 말을 옮기는 직업보다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고, 무엇보다 영어는 도구이지, 그 자체로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전문 기술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영어 실력에 전문 기술을 더하면 영어는 더 강력한 도구가 되거든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인가 고민하던 시기에 노동의 종말을 읽고 머지않아 미디어 종사자가 각광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 생각한 것이니, 결국 책 한 권에 인생이 뒤흔들린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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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 이어집니다.)

2017/09/06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왕따, 책벌레가 되다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당시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3부작을 접했습니다. 미래의 충격, 3의 물결, 권력이동, 3권의 책에서 토플러는 다가올 21세기가 20세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어요. 지난 세상을 기준으로 앞날을 계산하는 건 완전 바보짓이고, 미래는 과거와 판이하게 것이라고요. 21세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책에서 찾았습니다.

앨빈 토플러 3부작,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 마이클 포터의 국가 경쟁 우위론, 읽는 책마다 모두 21세기 글로벌 경제의 부상을 예고했습니다.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이자 국제화 시대가 될 것이기에, 21세기형 인재는 영어 사용 능력과 국제 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아 역설했어요. 저는 책의 예언을 받아들여 영어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하루에 15시간씩 영어를 공부했으니 거의 고시 준비하듯 영어만 판 셈입니다.

요즘이야 영어가 기본 스펙이지만 1980년대 말에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대학만 졸업해도 다 취업이 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지금은 토익 점수가 입사지원서의 필수 기재 항목이지만 당시에는 토익을 보는 사람도 별로 없었어요. 굳이 영어를 하려는 사람은 토플을 공부했지요. 저는 글로벌 비즈니스 시대가 오면 학술 영어인 토플보다 비즈니스 영어인 토익이 뜰 것이라 생각하고 토익을 준비했습니다. 1992년 초, 한양대에서 실시한 토익 시험에서 915점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대단한 점수가 아니지만 당시에는 한양대 전체 최고 점수였습니다. 그런 시절이었지요.

 

책의 예언에 따라 선택한 미래의 직장은 무역상사였습니다. ‘상사맨이 되어 세계를 주름잡으며 한국의 수출 역군이 되는 거야!’ 국제 시장의 최전선에서 교역 정보를 다루는 데다 영어 사용 능력과 국제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이 책 읽듯 쉽게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실은 전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다가올 트렌드를 한 발 앞서 읽었다고 자부했건만, 당장 눈앞의 현실은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여덟 군데 회사에 원서를 넣었다가 일곱 군데에서 1차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당연하지요. 무역학과 전공자를 뽑는데 공대생이 응시했으니. 게다가 영어에만 올인했던 저의 전공 학점은 2점대였거든요.

거듭되는 서류 전형 탈락에 참다못한 저는 당시 최고의 무역회사였던 삼성물산 인사과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삼성물산은 그해 공채가 없었고 특채만 실시했어요. 삼성 본관에 있는 인력개발본부를 찾아가 담당자에게 특채의 기준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관련 전공 성적 우수자나 외국어 특기자입니다."

전공은 아니지만, 독학으로 공부한 영어는 최고 수준이라고 우기며 나를 뽑아달라고 졸랐어요.

"삼성은 구멍가게가 아닙니다. 그렇게 원칙 없이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삼성 본관을 나서면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장탄식했습니다.

"삼성이 천하의 인재를 잃는구나."

삼국지에 나오는 방통의 대사지요. 남에게 거절을 당해도 좌절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인복이 부족함을 안타까워하지요. 그렇게 사는 게 정신 건강에는 좋더라고요.

효성물산에 서류 접수했을 때 겪었던 수모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자기소개서에 토익 성적표를 첨부했더니 접수하던 여직원이 그걸 떼어 내가 보는 앞에서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아니, 그걸 왜 버리시죠?"

"지정된 서류 외에는 접수를 받지 않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 시절에는 입사 전형에서 토익 성적표가 지정된 제출 서류가 아니었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것도 문제더군요. 무역회사는 비전공자라고 뽑아주지 않으니, 전공불문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영업뿐이었어요. 그래서 토익으로 입사 시험을 보는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인 한국 쓰리엠(3M)에 지원했습니다. 필기시험이 토익이었는데, 응시자 전체에서 1등으로 입사했습니다. 인생이란 이렇게 아이러니합니다. ‘Made In Korea’ 한국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파는, 글로벌 시대 수출 역군이 되겠다고 영어를 공부했는데,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결국 미국 제품을 한국에 수입하는 회사의 국내 영업 사원이 된 것이지요. 그게 인생입니다.

 

(영어공부가 내게 준 최고의 선물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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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저는 책을 많이 읽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는 건, 어려서 외롭고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맞벌이 교사인 부모님은 전근이 잦았어요. 어린 시절에 학교나 동네 친구가 없었지요. 집에서 혼자 부모님의 퇴근을 기다리던 제가 안쓰러웠는지 어머니는 학교에서 매일 책을 빌려오셨어요. 국어 선생님인 어머니는 시골 학교 도서실 사서일도 함께 하셨거든요. 그 덕에 어려서 책이랑 친해졌어요. 유년 시절에 가장 행복한 기억은, 어머니의 일직 근무를 따라가 텅 빈 학교 도서실에 앉아 마음껏 책을 읽은 것입니다.

평생 책만 읽으며 살아도 원이 없을 것 같아서 대학은 국문과나 영문과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는 극구 반대하셨지요. 책 읽고 글 쓰는 직업은 굶어죽기 딱 좋다며 의대를 가라고 하셨어요. 의사가 될 적성도 아니고, 성적도 아닌데 말이지요. 고교 시절, 이과 공부에 흥미가 없어 성적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울산 공고 훈육주임이던 아버지는 체벌 전문가에요.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이 성적 갖고 의대 가겠냐며 매를 들었어요. (, 누가 의대 가고 싶다고 했냐고요.) 집에서 늘 맞고 사니까, 바깥에서 늘 울상이었어요. 아이들이 못생겼다고 자꾸 놀리더군요. 반에서 가장 못 생긴 아이 뽑는 투표에서 1등 먹은 적도 있어요. 외모를 비하하는 별명을 지어 놀리기에 화를 냈더니 속 좁은 놈이라고 따돌리더군요. 결국 집에서는 구박대기, 학교에서는 왕따로 살았습니다. 그때 도서관은 저에게 구원의 공간이었어요. 때리는 부모님도, 놀리는 아이들도 없는 곳. 중세에는 죄인들이 수도원으로 피신하며 “Sanctuary!”라고 외쳤다는데요, 저에게는 도서관이야말로 육신의 피난처이자 영혼의 안식처였어요.

우울한 나날은 공대 입학 후에도 이어집니다. 산업공학과(혹은 공업경영학과)라고 이과에서 그나마 문과에 가장 가까운 학과에 지원했는데, 내신 성적이 낮아 (10등급에 5등급, 15등급 기준 7등급) 1지망 지원에서 똑 떨어집니다. 2지망 합격한 곳이 자원공학과였어요. 무엇을 배우는 과인지는 수강신청 할 때 알았어요. 과목을 보니 석탄채굴학, 석유시추공학, 암석역학. 원래 이름은 광산학과였어요. 내신이 낮아 재수도 할 수 없어 그냥 학교를 다녔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CD학점을 받으면 교수님을 찾아가 F로 바꿔달라고 부탁한다지요. 재수강해서 좋은 학점으로 갈아타려는 생각에. 저는 반대로 F가 나오면 교수님을 찾아가 D로 바꿔달라고 했어요. 재수강 한다고 성적이 좋아질 가망은 없으니 그냥 졸업만 시켜달라고요. 재미없는 전공 수업을 재수강할 시간에 차라리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싶었어요. 기말고사를 망친 아이가 실의에 빠져있으면 친구들이 이렇게 위로했습니다.

괜찮아, 그래도 민식이는 밑에 깔았잖아.”

그러면 시험을 망친 아이가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그게 지금 위로라고 하는 소리냐!”

전공에는 미련이 없었습니다. 고교 시절 아버지의 강권으로 공대를 오긴 했지만,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하려고요. 졸업할 때 보니 전공 관련 학점은 시들시들, 2.0 근처를 밑돌더군요. 전공과 학점을 포기하고도 취업 할 수 있었던 건 책 덕분입니다. 책은 제게 구원자이자 미래를 밝혀준 예언자였습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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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한 편씩, 올리는 비즈 한국 연재 칼럼 '김민식 인생독서'

오늘은 '책벌레의 천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마스다 미리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Print/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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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올린 <로봇의 부상> 후일담입니다.

2017/03/28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로봇의 부상', 그 이후의 세상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앞으로 우리는 '노는 인간'이 되지 않을까요?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육체 노동과 정신 노동 모두 기계와 컴퓨터가 대신하는 시대가 올 테니까요. 생산 활동은 기계에게 맡기고 우리는 창의적 유희를 즐기며 살면 어떨까요?


'함부로 상상하지 말라. 상상하는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영화 카피가 있지요? 앞으로는 '정보 기술의 유례없는 파괴적 힘' 때문에 이전의 산업 혁명과는 다른 양상의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시대, 어떤 일자리가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를 예측하기 힘드니까요. 오히려 '일자리를 인공지능과 로봇이 가져간다면 우리는 무엇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로봇의 부상>을 읽으면서 연신 그 유려한 번역에 감탄했어요. 책을 번역한 이창희 선생님은 외대 통역대학원 재학 시절, 저의 은사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번역 작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어요. 선생님은 당시 통역대학원 교수로 일하면서 여러 편의 기술서적을 번역하셨어요. 새로운 책을 번역하실 때는 통역대학원 학생 중 조수를 구하기도 하셨어요.

1996년 당시 선생님의 번역 작업을 도와드린 적이 있어요. 약속한 시간에 선생님의 집에 찾아갑니다. 서재에는 PC가 있어요. 제가 키보드 앞에 앉으면 선생님이 영어 원서를 앞에 펼쳐놓고 읽기 시작합니다. 한 문단을 읽고는 눈을 떼고 방금 읽은 문장을 순차 통역하듯 말로 합니다.

책의 문장을 보면서 번역을 하면 영어식 순서에 얽매여 직역하기 쉽다고 하셨어요. 고개를 들어 우리말로 옮겨야 글이 자연스럽다고 하셨지요선생님이니까 가능한 방식입니다. 선생님은 기억력이 정말 뛰어나거든요. 선생님이 구술하는 내용을 제가 키보드로 입력했지요. 저의 역할은 원서를 보면서 선생님이 빠트린 내용이나 내 생각과 좀 다른 부분이 있으면 의견을 내는 것이었어요. 당시 저는 학생들 중에서 우리말을 잘 한다는 평가를 들었어요. (통역대학원에서 영어보다 국어 실력으로 인정받는.) 그래서 조심스레 더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이 있으면 의견을 말씀드렸지요. 흔쾌히 받아들여주실 때도 있고요. “오케이 그 표현도 좋겠네.” 고개를 갸우뚱 하실 때도 있어요. “그건 너무 번역자의 의도가 들어간 해석이 아닐까? 저자의 의도에 대해 반역이 될 수도 있을 듯.”

선생님 옆에 앉아 PC 입력하는 작업은 아르바이트라기보다 귀한 공부였습니다. 1995년 당시 시간당 5만원의 일당을 받았는데, 하루 반나절 4~5시간 일을 하고 20만원에서 30만원을 받았지요. 당시 통역사 기본 수당이 시간당 5만원이었거든요. 생각해보면 하는 일에 비해 정말 많은 돈을 받은 셈이었어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번역의 속도가 빨라지고 (거의 동시통역하듯이 하시니까요.) 옆에 앉은 조수가 빠진 부분을 확인해주니 작업이 수월했던 거지요. 번역 일을 많이 하셔서 손목이나 어깨가 아파 고생하신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타자를 학생에게 맡기니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아 좋고요. 나중에 제가 직접 출판사에서 번역의뢰를 받아 해보고 알았어요. 선생님이 번역료의 상당액을 조수로 일하는 학생에게 주셨다는 것을. 선생님 옆에서 번역 수업을 11로 받으면서 돈까지 벌었으니 당시로선 최고의 꿀알바였습니다.

그 알바는 궁극적으로 제가 통역사란 직업을 그만두고 PD가 된 계기가 되었어요. ‘선생님이 말로 불러주면 타자를 치는 게 내 일인데, 언젠가는 저걸 대신하는 기계가 나오지 않을까?’ 스타트렉 같은 SF 영화를 보면 컴퓨터에게 말로 지시를 내리잖아요? ‘음성 인식 기술이 발달하면 이런 일자리는 사라지겠는데?’ 기계가 대신하기 힘든 직업을 찾다 PD로 오게 되었습니다. 아마존의 음성 비서 알렉사’, 한국에서 나온 기가지니누구등의 음성 비서 서비스 등을 보니 음성 인식 기술의 발달이 놀랍네요. 곧 비서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렸던 미래가 지금의 현실이 되었네요. 문득 이창희 선생님이 요즘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시리'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문서로 작업해줘. , 그리고 여기 원문에 나와 있는 핵융합기술에 대해 자료 검색 좀 해줘. 작업하는 동안 음악은 비틀즈 음반 애비 로드를 틀어주고. 안방 TV는 좀 꺼줄래?”

 

자동 번역 프로그램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이창희 선생님의 번역은 확실히 달라요. 알렉사 등의 인공지능 비서의 도움을 받는다면, 오래 일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시간 앉아서 키보드 작업을 하다보면 디스크나 손목 염좌가 와서 힘들 때도 있는데요. 그걸 인공지능 비서에게 맡기면 되니까요. 저는 지금 이 문서를 쓰기위해 동네 도서관 디지털 자료실에 앉아 30분에 한 번씩 허리를 돌리고 손목을 털어주며 일하는데요. 앞으로 5년 후에는 좀 더 편안하게 일할 것을 상상해봅니다. 발리 쿠타 비치의 한적한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책을 읽다가 문득 시리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티스토리에 새 문서 작성으로 적어봐.’ 할 것 같아요. 타이핑은 인공지능에게 시키고 저는 생각을 소리 내어 말만 하는 거지요. <로봇의 부상>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아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냉정한 눈으로 보면서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밝은 희망을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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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사내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쳤다가 MBC 김장겸 사장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이 나고 징계를 받았어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기자들이 물어봅니다. “어쩌다 코미디를 연출하는 피디가 이렇게 언론 정상화를 위한 싸움에 나서게 되었나요?” 회사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극했던 탓이지요. 96년에 입사한 저는 시트콤, 버라이어티 쇼,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다 해봤어요. MBCPD나 기자나 하고 싶은 일은 하게 해주는, 즉 개인의 제작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거든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낙하산 사장들이 MBC를 점령하고 나서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어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분들이 TV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신경민 앵커, 김미화 라디오 MC, 손석희 100분 토론 진행자 등등. 그 과정에 저항하던 시사교양 피디나, 라디오 피디, 기자들이 회사로부터 탄압을 받고 박해를 받습니다. 그걸 보니, 혼자 즐겁게 살아온 날들이 죄스럽게 느껴졌어요. 빚갚는 마음으로 노동조합 부위원장이 되어 2012170MBC 파업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 싸움이 패배로 끝난 후, MBC는 박근혜 정부에 의해 철저히 망가집니다.

지난 5, 권력이 언론을 상대로 어떤 폭력을 가하는지 MBC 내부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동료들이 해고되고, 일터에서 쫓겨나고, 징계를 받았어요. 그 후, 권력은 언론을 이용해 약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특히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방송사상 최악의 오보를 내어 구조 작업을 방해했던 MBC가 이후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고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데 앞장 섰지요.  세월호 참사 이후 기자들을 부르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기레기

MBC 해직 기자 박성제 선배가 책을 냈습니다. <권력과 언론 기레기 저널리즘의 시대> 우리는 어쩌다 기레기가 되었을까요? 오늘은 비즈한국 칼럼에 쓴 글을 공유합니다.

 

어쩌다보니 기레기, 그러다보니 투쟁.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Print/1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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