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8.11.30 좌절의 시스템, 공채 (9)
  2. 2018.11.29 왕따도 즐거운 세상 (7)
  3. 2018.11.28 캠든 타운 여행기 (9)
  4. 2018.11.27 현미경과 망원경 사이 (10)
  5. 2018.11.26 한승태 작가 덕질일기 (6)
  6. 2018.11.23 횡단보도 위의 정의 (4)
  7. 2018.11.22 런던이여 다시 한번 (6)
  8. 2018.11.21 육아일기를 쓰는 이유 (11)
  9. 2018.11.20 여권없는 여행광 (9)
  10. 2018.11.19 민폐가 안 될 때까지 (6)

방송사에 다닌다고 하면 주위에서 "아, 그 어려운 언론고시에 합격하셨군요."라고 해요. 그럼 웃으면서 머리만 긁적입니다. 저는 이게 언론고시인줄 몰랐어요. 고시라고 생각했다면 지원할 엄두도 못냈겠지요. 제가 입사한 1990년대엔 토익 점수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에 MBC 지원한 사람도 있어요. 저는 아주 운좋게 합격했어요. 평소 책을 많이 읽은 덕에 논술이나 면접은 어렵지 않았고요. 합숙 평가에 가서는 춤을 추면서 장기 자랑도 했어요. 최종 면접에 올라가서는 임원들을 개그로 웃겨드렸고요. 합격 통보를 받고는 저도 놀랐어요. 방송사는 사람을 참 재미나게 뽑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2000년 이후, 경쟁률이 치열해진 탓에 언론고시라고 불리지요. MBC 드라마 신입 피디 경쟁률은 이제 1200 대 1입니다. 1명이 붙고, 1199명이 탈락하는 경쟁, 이건 모든 사람을 좌절시키는 시스템이지요. 

저는 장강명 작가의 열성팬입니다. 그는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에 합격했어요. 전공과 관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지요. 기자 생활을 하며 틈틈이 글을 써요. 신인 작가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연차 휴가를 내고 틀어박혀 소설을 씁니다. 기자로 일하며 당선되고요. 전업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 남들이 '언론고시'라고 부러워하는 회사에 사표를 던집니다. 노동하는 자세로 성실하게 소설을 쓰지요. 2010년 이후 한국 문단에서 문학 공모전 최다 수상자가 됩니다. 아, 이런 삶, 정말 멋지지 않나요? 

<열광금지 에바로드>며, <댓글부대>며, <한국이 싫어서>며, 재미난 소설도 많지만 그가 쓴 르포도 있어요. 바로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 민음사).

합격과 당선을 통해 기자나 소설가라는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선 장강명 작가가 한국 공채 문화를 들여다보고 내린 결론이 있어요. 

'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

저 역시 궁금한 주제에요. 진로 특강을 다니며, 피디 지망생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럴 때마다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아요. 열심히 하라고는 하지만, 쉽지 않다는 걸 알아요.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몇 년 째 재수를 하는 이도 있고요. 좌절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요?

문학 담당 기자가 장강명 작가에게 전화를 합니다. 신춘문예 공모전 지원자들에게 선배 문인으로서 조언을 해달라고.

"떨어져도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공모전은 소개팅 같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꼭 내 탓이 아니더라도 인연이 안 닿을 수 있는 거고, 안 되면 다음 소개팅 준비하면 되는 거라고요."

말을 마치고 난 뒤에야 '아,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은 '청년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이 나를 몰라봐 주면 그 원고로 세계문학상에 또 응모하면 된다'는 식의 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중략)

"음...... 마감에 쫓기면 무리하게 결말을 바꾸거나 요행을 바라면서 퇴고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느니 차라리 이번은 아니다, 다음 공모전을 노리자, 그런 생각으로 원래 쓰려던 글을 쓰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당선, 합격, 계급> 14쪽)

96년에 입사 면접을 볼 때가 기억납니다. 5인의 지원자가 집단면접을 들어갔는데요, 들어가서 시작한 순간 분위기 파악했어요. '아, 잘못 왔구나...' 제가 4번째 앉았는데요. 1,2,3번 지원자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이 분들 평소 TV를 엄청 보더라고요. 거의 문화 비평가 수준으로 당시 방영중인 MBC 프로그램의 장점과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어요. 멘붕이었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TV를 거의 안 보거든요. 그 시간에 책을 읽지. 고민이 들었어요. 지나가면서 몇번 본 유명한 프로에 대해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할까? 그러다 면접에서는 정직이 최선이라던 책의 구절이 생각났어요.

"김민식 씨, 올해 본 TV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입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TV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평소에 독서를 즐깁니다."

"TV도 안 보는 사람이 PD는 왜 지원한 겁니까?"

"저처럼 책을 즐겨 읽는 사람도 볼 만한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만약 짧은 지식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면, 저의 꼼수는 읽혔을 거예요. 입사하고 나서 알았어요. 피디가 평소에 하는 일이 거짓과 참의 구분이더라고요. 드라마 피디가 연기에 대해 NG와 OK를 내는 기준은 진실되어 보이느냐, 아니냐에요. 교양 피디가 인터뷰를 편집하며, 주로 보는 건 화자가 진실을 말하느냐 아니냐겠지요. 십년 넘게 상대가 거짓말하는지 아닌지 들여다보는 걸로 먹고 산 피디들이, 대학 갓 졸업한 20대 청년이 면접장에 앉아 능청스럽게 늘어놓는 거짓말에 속을 리가 없어요. 결국 책의 충고를 따르길 잘했지요. 어떤 순간에도 진실하라는 말.

상대에 맞춰 나를 바꾸기 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최악의 소개팅이 뭔지 알아요? 차이는 게 아니에요. 안 맞는데도 속이고 사귀는 겁니다. 소개팅에서는 A라고 해놓고, 막상 같이 살아보니 B인 경우이지요. '난 죽어도 B랑은 못 살아' 하는 사람이라면 속은 거잖아요. 진실을 말하는 게 최선입니다. 면접이든, 소개팅이든.

장강명 작가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뭔가 아쉽다고 느껴요. 작가 지망생들에게 뭔가 실질적인 조언을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하지요. 방대한 자료 수집과 오랜 취재를 통해 써낸 책이 바로 <당선, 합격, 계급>입니다. 

기업 공채와 문학 공모전이라는 좌절의 시스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시스템이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입시 - 공채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노련한 기자 출신 소설가 답게 그는 한국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질문을 던집니다. 피디나 기자 시험을 준비하는 이라면 추천하고 싶고요. 작가 공모전을 지망하는 분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책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당!

(이 책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다음 기회에 더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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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보리 2018.11.30 0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잉~ 오늘 아침에사 위로가 되네요~적지않은 나이에 강의촬영 제안 와서 갔는데 너무 얌전해서 타겟층과 맞지 않다고 ㅠㅠ 명랑한척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너무 진실했어요 ㅠㅠ

  2. 농업사랑 2018.11.30 08: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좋은 작가, 좋은 책을 알게 되어 너무 좋네요

    저도 바로 읽고 싶네요. 진실의 힘을 마음에 다시 새깁니다

  3. 꿈트리숲 2018.11.30 0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소에 피디가 잘 하는 일이 구분이라는 말씀이 최초의 인류도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나갔다는 것과 오버랩됩니다.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건 고대 인류에게는 생존에 유불리의 구분이 아닐까 싶네요.

    순간에는 진실이 아플지 몰라도 멀리보면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에 어떤 순간에도 진실을 말하기를 충고하는거겠죠.

    좌절의 시스템이 있는 세상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음 얘기 기다려집니다.~~^^

  4. 섭섭이짱 2018.11.30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역쒸 이 책 언제쯤 얘기하시나 기다렸어요. ^^
    저도 읽고나서 여러 생각이 들었죠.

    맞아요. 면접이든 뭐든
    진실을 말하는거 중요한거 같아요.
    근데 가끔 뭐가 진실인지 헷갈리기도 하네요.

    빨리 피디님의 다음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오늘이 벌써 11월 마지막날이네요.
    아직 31일 남은 올해...
    마지막 날까지 행복하고 즐거운일들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5. 루나 2018.11.30 09: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

    매일 PD님 블로그 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마음에 와닿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 어떤 순간에도 진실하라"는 글을 다이어리에 적고 마음에 새겼습니다.

    진실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지만요.

    아침공기가 많이 차갑네요~감기 조심하세요 ^^

  6. 린스마일 2018.11.30 1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 팬이예요.처음 댓글 남기는데 좋은글과 좋은책 감사드립니다! 작가님 글을 읽을수록 뭔가 하고싶은 의지가 생기고 힘을 얻습니다.신권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쯤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7. 로즈마리 2018.11.30 1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우연히 세바시를 통해
    알게되었어요
    관심있게 들어서 블로그까지
    읽게되었어요.
    작가님 얘기들으며 저에 생각들이
    오버랩되어 스치되네요.
    공감되는 말씀들 많았고
    실천하고픈것 들도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늘~~축복속에 계시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8. 헤니짱 2018.12.01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엊그제 이직을 위한 면접을 보고왔는데~ 피디님 글 읽으면서 면접때 했던 제 말들과 행동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었어요~ 제가 어느정도 진실되게 했는지.... 정직과 진실로 저의 인연 새로운 직장을 만나기를 기대해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9. 알콩달콩맘 2018.12.04 0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시험에 합격해서 직장에 들어왔지만 갈수록 계층의 사다리가 좁아지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런문제에 대해 이책을 읽고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성장문답을 찍었어요.


'간호사가 꿈인 남자 고등학생입니다.

저는 성격이 부드럽고 조용한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이유없이 자주 따돌림을 당해요.

너무 힘든데 어떻게 하면 괜찮을 수 있을까요?'


답변은 <세바시> 영상으로 대신합니다.

힘든 시간, 잘 버텨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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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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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8.11.29 06: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장에서 내일부터 왕따가 시작될 것 같다... 맘 먹고 있었답니다. 피디님 덕분에 뻔뻔하게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2. 꿈트리숲 2018.11.29 0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성장문답, 즐겨보는 영상인데.
    피디님도 멘토로 등장하셨네요.!!

    왕따를 당해본 적은 없지만 중학교때
    왕따를 당하는 친구 옆에 있어 본 적은
    있어요.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되었나
    모르겠지만 아직도 가끔씩 생각납니다.

    남자답지 못하다는 것은 대체 누가
    정하는거죠? 자기가 누구인지
    자신이 정하도록 놔두면 좋겠다 싶네요.

    올바른 정의가 힘이 실리는 세상,
    성장문답이 도움 많이 될거라 여겨요.
    영상, 잘 봤습니다.~~

  3. 아리아리짱 2018.11.29 0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내안의 다양성 또한 인정하고 사랑하자'
    확 와닿는 말씀 오늘도 감사합니다.
    '남이 나에게 한 행동으로 "나"라고 여기지 말것,
    관통하고, 견디고, 버티자!'
    남의 말에 너무 쉽게 상처 받고 무너지는 성향이 큰 저에게 큰울림으로 다가오는 말씀 되새기며 또 나자신을 껴앉고, 사랑하며 살아내는 하루들 되겠습니다.^^

  4. 섭섭이짱 2018.11.29 0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자기와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약하다 싶으면 왕따를 하는건 정말...

    왕따를 하는 사람 심리는 과연 뭘까요?
    왕따한 친구들이 이 영상을 보고
    잘못하고 있다는걸 반성하면 좋을텐데..

    마지막으로 영상 보다보니
    예전 피디님이 얘기한 민준국이 생각나는데요..

    민준국씨!! 그 때 그렇게 왕따한거
    지금 반성하고 있나요?

  5. 체리짱 2018.11.29 1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이 나에게 한 행동으로 '나'라고 여기지 말 것"
    "관통하고 견디고 버티자"

    모든분들 좋은 하루 되세요~~~^^

  6. 2018.11.29 1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7. 2018.11.30 0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상이 감동적이네요
    항상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런던에 가면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London free walking tour. 제가 좋아하는 공짜지요. 물론 완전 공짜는 아니고요. 투어를 마친 후, 각자의 만족도에 따라 팁을 냅니다. 캠든 타운워킹 투어라고 있네요. 전에 가 본 적이 없어 가이드를 따라 동네 구경을 할까 싶어 집결 장소로 향했어요.

오후 3시부터 시작인데요. 10분 전 도착해서 보니, 이미 여러 사람이 와서 서성이고 있어요. 그런데 정각이 되어도 가이드는 나타나지 않아요. 혹시 장소를 잘못 알았나 싶어 옆에 있는 스페인 커플에게 물어보니 아무래도 바람 맞은 것 같다고 하네요. 그들은 인터넷으로 예약까지 했다는군요. 결국 20분을 기다리다 허탕치고 그냥 갑니다. 예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프리 워킹 투어로 멋진 하루를 보냈는데, 이번엔 운이 안 따릅니다.

2015/11/17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 아르헨티나의 진짜 영웅은?


전철역으로 돌아가려다 캠든 시장의 간판과 거리가 보입니다. 길거리 간판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길을 따라 걷습니다. 그래요, 가이드가 있어야 동네를 구경하나요, 혼자서도 보는 거지.

다양한 디자인의 간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벽에 걸린 조형물을 보며,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짐작해 봅니다. 용의 조각이 있는 곳은 중국음식점이었어요. 문신 가게도 많고, 기념품이나 악기 가게도 있어요.

대로를 따라 간판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사람들이 어느 골목에서 쏟아져나오는게 보여요. 호기심에 따라가보니 캠든 마켓이라고 간판이 뙇!

인사동 쌈지길을 연상케하는 공간입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예쁜 가게가 있고요. 

사람들이 뭔가 맛있는 걸 손에 들고 걸어오는 게 보여요. 아, 저쪽으로 가면 뭔가 맛집이 있나 싶어 가보니

다양한 푸드트럭이 줄을 지어 서 있고, 사람들도 줄지어 서서 음식을 사네요. 음식을 산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요. 그들을 쫓아가면 공원이 나오겠거니 싶어 따라갑니다.

그랬더니 리젠트 운하가 나오네요. 사람들이 산책로에 앉아서 음식을 먹습니다. 이제 저는 물길을 따라 걷습니다. 역시 사람을 쫓아가면, 가이드가 없어도 볼 건 다 볼 수 있지요. 

운하를 따라가는 산책로가 꽤 길어요.

오리를 길동무삼아 하염없이 걷습니다.

동물의 클로즈업 사진을 찍을 땐, DSLR 카메라를 메고 나온 보람이 있습니다. 휴대폰 사진으로는 줌이 쉽지 않거든요. 다가가면 오리가 겁을 먹고 달아나기도 하고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줌렌즈로 당겨 찍습니다. 

오리를 따라가니 보트 하우스가 줄지어 선 리틀 베니스가 나옵니다. 

배 위에 정원을 가꾸는 곳도 있네요.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지는 모르겠어요.

원래 저는 여행할 때, 가볍게 짐을 꾸리는 걸 좋아해서 카메라를 따로 챙겨가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몇 년 전, 친한 출판 편집자랑 이야기하다 퇴직 후에는 여행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더니 그 편집자가 그랬어요. 

"DSLR 쓰세요?"

"제가 사진은 젬병이라..."

"언젠가 여행책을 내실 생각이라면 DSLR 카메라를 쓰시는 게 좋아요. 여행책에 들어가는 각종 사진의 저작권이 은근히 비싸요. 출판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저자가 직접 사진을 찍는 게 좋아요. 더 생생한 느낌을 전하기도 하고요"

카메라를 사고, 캐논 아카데미를 다니며 DSLR 촬영법을 배웠어요. 여전히 촬영은 미숙하지만, 열심히 찍습니다. 여행 작가가 되겠다고 말하면 대부분 이런 반응이지요. 

"요즘은 다들 여행작가 한다고 그러네?" 혹은 "여행 에세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말해주는 사람보다, 할 수 있는 방법 한가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더 좋아요. 조금씩 조금씩 제 꿈을 이뤄주시는 최지은 대표님, 감사드려요!

아직 촬영 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아직 제게는 정년퇴직까지 10년이 남았으니까요. 부지런히 찍어 언젠가는 멋진 앵글의 사진을 여행책자에 싣는 날이 오기를!

런던 시내는 곳곳에 지도가 있어 길찾기가 편합니다. 워킹 투어 가이드가 없어도 할 만 하네요.

멀리서 유람선이 오는 걸 보고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습니다.

다리 위로 올라가 부감샷을 찍어보기도 하고요. 가이드를 쫓아다닌다면 다양한 앵글의 사진은 못 찍지요. 사진 찍을 여유가 없거든요. 혼자 자유롭게 다니니 아무때나 원하는 앵글을 찾아 사진을 찍습니다.

가이드가 나타나지 않아 반나절 공쳤다고 짜증만 냈다면, 이렇게 멋진 오후는 없었겠지요. 여행은 평소의 일상과 달라요.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여행이고 인생이에요. 그 나름대로 즐기는 거죠.

운하 옆으로 리젠트 공원이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사진을 찍어둡니다. 혹시 길을 잃으면 지도를 보고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을 찾아갑니다.

꽃길을 따라 걷습니다. 

색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커플이 산책을 즐기고 있어요. 아, 서로 참 잘 만났네요. 개성이 강한 사람을 품어주는 연인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지요.

예상대로 흘러간 하루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더욱 즐거운 하루였어요.

이제 뮤지컬 <컴퍼니> 저녁 공연을 보러 웨스트엔드로 이동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런던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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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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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수정 2018.11.28 06: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과 함께 글을 읽으니 그 현장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좋아요!!^^

  2. 꿈트리숲 2018.11.28 08: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사진에서야 익숙한 영국을 보는 듯 해요.
    그동안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영국만 봐
    왔나봐요, 제가.^^

    부감샷 완전 멋져요~~
    전 미니멀 추구한다고 핸드폰 카메라만 쓰는데,
    DSLR 욕심 나네요.

    예측 가능한 행복은 크기가 작아지고,
    예상 가능한 불행은 그 크기가 커진다는
    말처럼 여행은 예측할 수 없는 행운과
    예상할 수 없는 불운이 만나서 기쁨이 커지나봐요.

    생생 런던 정보통!! 잘 봤습니다.~~

  3. 안천사 2018.11.28 0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굿, 여행기도 굿.
    저도 작가님 덕분에 묵혀둔 dslr카메라를
    다시 꺼내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피디님은 이렇게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는게 확실해요.
    아~~ 런던도 사람 따라 다니며 여행하고파라^^
    매번 영업당하는 1인 드림.

  4. 농업사랑 2018.11.28 09: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곳은 꿈이 넘쳐 흐르는 곳입니다.

    잊어버린, 포기해버린, 미리 하지 않은 꿈들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도 하나씩 다시 시작해 볼려고 합니다. 글쓰기, 걷기 여행 등 저도 꿈소년이니까요

  5. 김수정 2018.11.28 0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아기자기한 모습의 영국도 있군요^^
    조용히 고즈넉한 산책길을 거닐다 온 기분이 듭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말해주는 사람보다, 할 수 있는 방법 한가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더 좋아요.'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많다면, 용기를 담뿍 얻어 하고픈 일에 조금 더 쉽게 도전할수 있을텐데요.

    오늘도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6. 섭섭이짱 2018.11.28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런던프리워킹투어.... 재밌는 프로그램 같네요.
    투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네요.
    캠든 타운은 처음 들어본 곳인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거 같아요.
    다음에 런던 가게되면 캠든워킹투어 함 해보고 싶네요.

    오랫만에 DSLR 카메라를 가지고 가셨군요.
    뭔가 사진이 다르다했는데 ^^
    아직은 줌이나 아웃포커싱은
    핸폰 카메라로는 아쉬운점이 있어서
    별도 카메라가 필요한거 같아요.

    여행은 정말 예측불가능한 일이 많은거 같아요..
    동선부터 이동 시간까지 딱딱 계획해도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워낙 많아
    당황도 많이 했는데 나중에 보면
    오히려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정말 대략적인 계획만
    세우고 가게 되는거 같아요.

    캠든 타운 여행기 잘 봤습니다.
    뮤지컬 얘기도 기대되네요. ^^

  7. 유진 2018.11.28 1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 보고 캐논 아카데미 검색해봤어요. 세상에! 오프라인 강의도 자주 있네요~저도 작가가 꿈이고 정원을 가꾸고 있는데 DSLR 제대로 배워서 핸드폰 사진 말고 나중에 출간을 염두에 두고 사진을 찍어야겠어요. 정보 감사드립니다!

  8. captain tomorrow lab 2018.11.28 1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리워킹 투어~ 저 또한 캠든타운을 pd님 덕분에 프리하게 잘 봤습니다. 해외에서도 좋은 글 감사드리며, 건강하게 다니십시요^^

  9. 쩍팔리게살지말자 2018.11.28 1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진정한 프리워킹 투어네요...ㅎ
    덕분에 공짜로 영국구경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2018/11/26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한승태 작가 덕질일기

국회도서관보다는 양돈장을 더 편안하게 느끼는 작가님 덕분에 책에 주로 나오는 건 통계자료보다 생생한 축산업계의 현실입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쓴 책이 아니라 부화장이나 양돈장, 개 도축 현장을 찾아다니며 몸으로 쓴 책이니까요. 우리에게 고기를 제공하는 닭과 돼지가 어떤 과정을 통해 태어나고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하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기록합니다. 책 서두에 나오는 “클로즈업은 통계의 대척점”이라는 말이 이 책의 기본정신을 말해줍니다. 케이지에 갇힌 동물에 대해 디테일한 묘사로 글을 완성합니다. 

지난 몇 년 기회가 있을 때마다 SNS를 통해 출판사에 문의했어요. 한승태 작가의 다음 책은 언제 나오느냐고. 차기작이 가장 기대되는 작가라고요. 그런 인연으로 추천사 원고 청탁을 받게 됩니다. ‘피디님이 오랜 시간 기다려온 한승태 작가의 신간이 나옵니다. 추천사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이제와 고백하자면 <고기로 태어나서>의 추천사를 쓰는 건 쉽지 않았어요. 시중에 나온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일과 아직 나오지 않은 책에 대해 추천사를 쓰는 건 많이 다르더군요. 부담도 있고요. 무엇보다 식용으로 사육되는 닭과 돼지와 개의 삶이 그토록 비참한지 몰랐어요. 제가 기억하는 닭과 돼지의 모습은 어려서 본 풍경의 일부였어요. 시골집 마당에 풀어 키우던 닭이나 헛간에서 오순도순 모여 꿀꿀거리던 돼지 가족만 떠올랐지요. 현대식 축산업의 현실은 너무 다르더군요.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게 이렇게 잔인한 일인지 몰랐어요. 사료 값을 하지 못하는 닭이나 돼지들, 즉 알을 자주 낳지 않는 닭이나 체중이 빨리 늘지 않는 돼지들이 도태되는 장면에서는 원고를 덮고 눈을 감기도 했어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육식을 포기하면 어떡하지? 

저는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습니다. 골프나 도박도 안 하고요. 독서가 최고의 낙이에요. 책만 읽어도 사는 게 얼마나 즐거운데, 굳이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의 도움을 받아야하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고 동물성 단백질까지 끊어야 할 판이었어요. 육식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죄책감을 안고 책을 읽었지요. 개돼지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한승태 작가의 글은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거든요. 비참하고 끔찍한 상황에서도  재기발랄한 유머가 수시로 터져 나옵니다. 

한승태 작가는 온몸의 감각을 돋보기로 활용합니다. 농장에서 일하며 겪는 모든 일에 볼록렌즈가 된 양 미세한 디테일까지 꼼꼼히 들여다봅니다. 마치 인간 현미경 같아요. 글을 쓸 때는 렌즈를 뒤집어 망원경 모드로 변신합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던가요. 거리두기를 통해 유머를 완성합니다.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희극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거의 지구를 벗어나 외계인의 시선으로 봐야할 지경입니다. 한승태 작가는 배율 좋은 천체망원경 같은 사람입니다. 르포 작가로 일하지만 위장취업자라기보다 지구인으로 변장한 외계인 같아요.

‘이 책은 멸종 위기로부터 3억 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찾아 떠난 여행을 기록한 글이다.’

책을 여는 글은 어느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생태계 탐사를 마치고 쓴 보고서의 첫 문장 같습니다. 외계인의 시선으로 보면 유전자의 일치도 면에서 근친이라 할 수 있는 동물에게 인간이 하는 행동은 동족상잔의 비극처럼 보이겠지요. 동남아 사람과 한국인의 외모를 구분하기 어려운 외계인 학자라면 한국인 고용주의 노동자 차별을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이처럼 작가는 거리두기를 통해 유머와 위트를 완성하고요, ‘맛있는 고기’와 ‘힘쓰는 고기’ (사육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미안하게도, 그 결과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한승태 작가에게 배운 게 두 가지입니다. 매일 매일 일기 쓰듯 꾸준히 기록하는 자세와 글은 무조건 재미나게 써야 한다는 것. 저도 매일 글을 썼습니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망가진 공영방송에 대해 2013년부터 <PD 저널>이나 <뉴스타파>에 계속 기고했어요. 2018년 정권이 바뀌고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을 시작했을 때, ‘지난 5년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촛불혁명에 숟가락 얹으러 기어 나오느냐’하고 비아냥대는 이들이 있었어요. 그런 말들이 저를 괴롭히지는 않았어요. 제 블로그가 제 싸움의 증명이었거든요. 저는 5년 동안 침묵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저의 글이나 외침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의 싸움을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더 꾸준하게, 더 재미나게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출근하면 매일 한번 사장 퇴진 구호를 외쳤고요. 페이스북 라이브를 할 때도, 팟캐스트에 나갈 때도, 의미보다 재미를 중점에 두고 원고를 썼습니다. 한승태 작가의 책이 가르쳐줬거든요. 아무리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올 봄, 시사주간지 <시사인>을 보다가 한승태 작가의 새로운 글을 만났습니다. 지난 3월 작가는 광주로 가서 정의당 소속 후보의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셨더군요. 다음 책을 위한 취재의 일환이랍니다. ‘민주당 안 찍고 기아 타이거즈 팬이 아니라면 살기 고달프다’는 광주에서 그는 정의당 후보의 유세를 도우며 자원봉사자로 일합니다. 선거 운동이야 말로 감정노동의 극단이라는데요. 고난의 가시밭길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건 한승태 작가의 운명인가 봅니다. 이 재주 많은 이야기꾼이 인간의 천태만상을 드러낼 선거판을 겪으며 또 어떤 이야기를 써낼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다음 책에서는 육식을 끊어야 하나 하는 고민은 안 들겠지요. 르포 작가로서 매번 극한 직업에 도전하는 한승태 작가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기획회의 1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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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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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보리 2018.11.27 0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려울때 웃음을 잃지 않는것 좋군요.
    얼굴만 웃지 않도록, 내면도 웃도록 하려구요
    토닥토닥~ 모두모두 올한해도 수고하셨어요.

  2. 보리보리 2018.11.27 07: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틱낫한 스님의 <화>에 보면 동물들이 고통 받을때 나온 스트레스호르몬이 우리몸에 그대로 온다고 유기농 먹으라네요. 지구를 위해서도 육식을 최소화 하래요

  3. 농업사랑 2018.11.27 08: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럽은 동물복지라는 개념으로 사육환경의 개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근데 결국 그것도 인간의 안전한 식량확보라는 우리 욕심이네요.

    PD님 글은 항상 생각을 낳게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4. 아리아리짱 2018.11.27 08: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인간애를 넘어선 동물애와 자연애!

  5. 섭섭이짱 2018.11.27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유머하면 김민식 피디님이죠.
    피디님 강연을 꼭 들으러 가는 이유 ^^

    한승태 작가가 선거운동을 했으면.
    정말 디테일한 정치 얘기가 나올거 같은데요.
    저도 한승태 작가 다음책이 기다려지네요.

    좋은 작가를 알게 해주신 피디님께 감사합니다.

  6. 체리짱 2018.11.27 1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따뜻해져서 돌아갑니다.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감사합니다.김피디님...^^

  7. 섭섭이짱 2018.11.27 16: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경     축 

       <공짜로 즐기는 세상> 

      방문자 3,333,333 돌파 

             축하드립니다.  

    🎊🎊🎊🎊🎊🎊🎊🎊🎊🎊

    🕰 현재시간 2018년 11월 27일 16:25 (KST)
    📅 2905 days 블로그 활동 ( from 2010.12.15 )
    ✍️ 1545 편의 글

    숫자 3이 좋은 의미를 많이 가지는데
    거기에 행운의 숫자 7 만큼이 들어가 있다니..
    올해도 내년에도 그 다음년에도
    계속 쭉~~~~ 블로그를 통해
    즐겁고 행복하고 기쁜일만 있길 바랄께요.

    #3333333_기념인증댓글
    #방문자_일억_가즈아

  8. 꿈트리숲 2018.11.27 1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 보면서 저는 참 다행이다 싶어요.
    원래 고기를 싫어하기에 일부러 육식을
    끊을 필요가 전혀 없거든요.
    1년 365일 고기 안먹어도 잘 살기에
    이럴땐 축복같다 여겨지네요.^&^

    사실 <고기로 태어나서>는 인간이 저지르는
    잔인함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아직 읽진
    않았는데, 이틀 연속 소개해주시니 마음이
    조금씩 바뀌네요.

    오늘 하루 가축과는 전혀 다른 현미경 같은
    삶을 살지만 3억 광년 떨어진 외계인이 보면
    내 동지의 삶이기도 한 동물들을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싶습니다.

휴대폰에 메일 도착 알람이 떴습니다.

‘안녕하세요. 김민식 PD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편집팀장입니다.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기획회의> 476호(2018.11.20) 이슈로 “한국의 기록자들”(가제)이라는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전체적인 기획의도는 기록문학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한국의 기록자들을 주목해본다는 것입니다.’

원고 청탁 메일을 읽다가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2011년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린 지 어언 8년, 내가 “한국의 기록자들” 중 하나로 호명되는 날이 오는구나, 럴수, 럴수, 이럴 수가!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생각도 들어요. 책 읽은 이야기, 영화 본 이야기, 여행 다닌 이야기를 올리는 소소한 블로그를 가지고 기록문학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과분한 원고 청탁은 사양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 고민은 이어지는 글 덕분에 금세 사라졌습니다.

‘한국의 기록자들 중에서도 한승태 작가님께서 보여주고 계신 『고기로 태어나서』는 기록물의 측면에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꼭 주목해봐야 할 활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관련하여 추천사를 쓰신 PD님께서 한승태 작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써주시리라 믿고, 연락드려요.’

그럼 그렇지.......

이제 새로운 고민이 고개를 듭니다. 문학 평론가나 서평가도 아닌 내가 감히 한승태 작가에 대해 쓸 수 있을까 하고요. 한승태 작가의 첫 책 <인간의 조건>을 만난 건 2013년 초의 일입니다. 2012년에 MBC 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 일하며 170일간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파업이 끝나고 드라마 피디로 복귀할 날만 기다렸는데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현업 복귀가 힘들어졌어요. 정직 6개월에 대기발령에 교육발령까지, 끝없는 징계로 괴로운 날이 이어졌지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간절하게 물었습니다. “요즘 뭐 재미난 책 없어?” 현실도피로는 독서가 최고거든요. MBC 노조 집행부 동료가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을 소개해줬어요. ‘<인간의 조건>? 앙드레 말로? 중국 공산당이 장개석의 군벌에 의해 떼죽음 당하는 이야기? 지금 상황에서 그런 책이 눈에 들어올까?’ 한국의 젊은 작가가 쓴 동명의 책이라고 하더군요. “한번 읽어봐. 진짜 재미있어.” 동료의 말에 책을 집었습니다.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라는 책은 한승태 작가가 5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된 노동 현장을 경험하고 써낸 책이에요. 임용고시를 준비한다고 집을 나온 저자는 혼자 힘으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생활정보지에서 일감을 찾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살며 밭일도 하고, 돼지 농장에서 똥도 치우며 살아요. 당시 저는 구속영장 청구며, 징역2년형 구형이며 검찰에 시달리던 터라 MB 정부 치하에서 공정방송을 꿈꾸는 피디와 기자야말로 극한 직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노동 현실을 접하고 조용히 투덜거림을 멈춥니다.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폭소를 터뜨렸어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웃고 있다니, 지금 제 정신인가? 하는 반성도 잠깐,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재미난 글을 쓰지? 궁금했어요. 잡지 리뷰 게재를 핑계로 출판사에 연락을 해 합정동 어느 카페에서 작가를 만났지요.

험한 노동 현장에서 노가다 일에 이골이 난 작가를 상상하며 우락부락한 인상에 다부진 체격을 예상하고 나갔는데, 겨우 서른 남짓 앳된 표정이 남아있는 키다리 청년이 나왔어요. 책상에 앉아 글공부할 선비 같은 인상이라 험한 일 하는 곳에서 일을 구할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했지요.

“제가 일자리를 찾는 곳에서는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꽃게잡이 배든 돼지 농장이든, 늘 일손이 부족한 곳이고,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는 일터라 젊은 사람이 하겠다고만 하면 무조건 환영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대우가 좋다거나 급여를 확실하게 챙겨주는 건 아니지만요.”

힘든 노동현장에서 어떻게 이렇게 유쾌한 책을 쓸 수 있는 지 궁금했어요.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열악한 노동 현장에 관한 책이라고 관심 있는 관계자끼리만 돌려보는 ‘내부문서’처럼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평소 이런 책을 보지 않는 ‘외부인’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목표였습니다.”

드라마 작가 지망생 중에서도 편의점에서 알바 뛰고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극본공모에 응시하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결국 생계를 위한 일을 하는데 지쳐 글쓰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극단적인 노동 환경에서도 꿋꿋이 글을 쓴 한승태 작가의 비결이 궁금해졌지요.

“저는 책을 썼다기보다 그냥 매일 일기를 썼습니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힘들 수 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글은 쓸 수 있거든요. 일기에 소소한 것까지 기록하는 게 버릇이에요.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의 말도 한 마디 한 마디 그대로 적어두고 나중에 그 글들을 모아 엮으니 책이 되더라고요.”

한승태 작가의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매일 일기 쓰는 기분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습니다. 누구는 꽃게잡이 배, 비닐하우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도 글을 쓰는데 냉난방이 잘 되는 MBC 주조정실에 앉아 괴롭다고 투덜거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 느꼈어요. 다양한 육체노동을 경험한 한승태 작가는 그 중에서 가장 힘든 일로 편의점과 주유소 알바를 꼽습니다.

“감정 노동이 더 힘들거든요. 서비스 업종은 하루 24시간 근무하는 기분입니다. 일할 때 겪은 괴로움이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나서 하루 종일 일하는 것처럼 힘들어요. 돼지 똥을 푸는 건 억울하진 않거든요. 그건 그냥 일이니까요. 하지만 편의점이나 주유소에서 일하다 손님에게 모욕을 받으면 그건 계속 머리에 남아요. 앙갚음할 수도 없으면서 분한 마음만 남아있으니 계속 집에 와서도 그 생각만 붙들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편의점 알바에겐 자유시간이 없는 셈이죠. 똥 치우는 일도 근무시간이 지나면 일은 끝나는데 말이죠.”

일본 작가가 쓴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잠시 한승태 작가를 떠올린 적이 있어요. 그 소설가는 아직도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책을 쓴다고 하더군요. 일본 사회에서 사람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그런 환경이라면 편의점 직원의 감정 소모도 덜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편의점 근무를 하면서도 소설가 겸업이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편의점이나 주유소 알바보다 돼지농장에서 똥 치우는 게 낫다고 말하던 한승태 작가는 사람들 곁을 떠나 동물들을 찾아갑니다. 시골로 가서 농장을 찾아다니지요.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며 생활하며 쓴 ‘맛있는’ 고기와 ‘힘쓰는’ 고기에 대한 기록을 들고 돌아옵니다. 그 책이 바로 <고기로 태어나서>입니다.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

2018/11/27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현미경과 망원경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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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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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트리숲 2018.11.26 07: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소개해주신 한승태 작가 맞죠?
    저도 그때 사진보고 글로 예상되는 작가 모습과
    많이 달라서 오잉?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의 기록자들이라 하면 피디님도 한 획을
    긋고 계시죠.^^ 힘들고 고달팠던 과거사,
    재밌는 여행기, 읽고 싶게 만드는 독서일기들.
    누군가에겐 본받고 싶고 부러움 주는 희망의
    증거들입니다.

    관계자끼리 돌려보는 내부문서가 되지 않게 항상
    글 공개해주시는 피디님께도 감사드려요.^^

  2. 농업사랑 2018.11.26 0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인생 모토 중 하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고난과 연단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 글쓰기도 마찬가지만 인내의 시간이 우리 인생 같습니다.

    매번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3. 섭섭이짱 2018.11.26 08: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한승태 작가와 이런 인연이 있으셨군요
    한승태 작가는 기회되면 꼭 직접 만나보고 싶네요.
    <인간의 조건> 책도 궁금해지는데
    장바구니로 바로 고고고...

    공개하기는 그렀지만
    저도 김민식 피디 덕질일기를
    열싱히 쓰고 있... ㅋㅋㅋ

  4. 아리아리짱 2018.11.26 08: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주말 아들이 포항에 있어서 구룡포와 호미 반도 해안 둘레길을 다녀왔어요!
    정말 해안을 따라 화산석 바위와 단층들이 장관 이었습니다.
    그러다 동해안 자전거길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어요! 김pd님이 이길을 이오르막길을 자전거로 지나가셨겠구나 생각하니 길하나 하나가 정겹게 새록새록 느껴젔습니다. 우리국토에 새삼 애정어린 눈길로 봐지는 길들이 좋았어요! 덕분에!

  5. 은데미 2018.11.26 1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의점알바나 주유소알바가 감정노동으로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대로 드러나는군요
    벌써 부터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6. 체리사랑 2018.11.26 12: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고 한승태 작가님이 참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졌는데 언론에 노출이 많이 안되셨더군요.
    이렇게 피디님 글 속에서 한작가님 얘기가 나오니 반갑네요.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고 고기 소비에 있어 신중하게 되더군요. 자라는 십대 아이들이 있어 안먹을 수 없지만 탐욕스러울 정도로 육식에 집착하는건 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작가님글 읽으며 정말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상을 비극적이거나 비장하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시는 필력에 혀를 내둘렀네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도서관 저자 특강을 가면 가끔 이런 민망한 질문을 받습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동영상으로 선생님의 모습을 자주 접했습니다. 그렇게 용기있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저는 MBC 피디로 20년 넘게 참 즐겁게 살았어요. 생각해보니 그게 다 방송이 가진 힘 덕분이었어요. 전 제가 잘 나서 배우나 스태프들이 제 말을 따르는 줄 알았거든요? 한직으로 쫓겨나 괴로운 시절을 몇 년 보내고 나니, '아, 나는 참 외롭고 못난 사람이구나. 피디라는 직업이 준 권력에 취해 살았구나.' 하고 실감했어요. 내가 약자의 지경에 처해보니, 언론이라는 권력에 취해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을 볼 때마다 너무 괴롭더라고요. 이건 아니지 않은가. 이건 정의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의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정재민 / 창비)을 보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정의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악마가 디테일에 있듯이, 천사도 정의도 디테일에 있다. 가령 나는 우리 사회가 ‘횡단보도 질서’만 바로 잡혀도 훨씬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도로교통법상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우선이다. 자동차는 보행자보다 강자다. 갑을로 따지면 갑이다. 힘으로 밀고 들어가면, 다시 말해서 ‘갑질’을 하면, 보행자는 죽음의 위협을 느끼고 물러나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은 신호등이 없더라도 횡단보도에서는 약자인 보행자를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어 설 때 법치주의와 약자 보호라는 인류의 멋진 관념적 발명품이 작동하는 것이다.

법이 약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은 이런 차원에서다. 재판에서 약자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뜻도 아니고, 법에서 특정 약자들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약자의 입장에 처할 수 있는데, 그때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마구 짓누르지 못하도록 법이라는 장치를 설정해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횡단보도 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횡단보도 앞에서 스스로 멈춰 서는 운전사는 그리 많지 않다. 보행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건너기 시작해야 비로소 자동차가 마지못해 멈추어 선다. 그렇게 불안감을 느끼면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나는 내 아이들의 안전이 불안해진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온 알림장에 일순위로 적힌 글이 ‘차조심’이다. 왜 아이들이 차를 조심해야 하는가. 차가 아이들을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선진국에서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 할 때 자동차가 먼저 지나가는 것은 위법일 뿐만 아니라 몰지각하기 그지없는 행위로 통한다.

횡단보도에서조차 도로교통법을 무시하고 힘이 센 운전자가 힘이 약한 보행자를 위협하면서 지나다니는 나라에서, 갑질이 없고, 소수자가 보호되고, 법이 지켜지는 문화가 과연 정착될 수 있는지 나는 심히 의문스럽다.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260쪽)


우리는 흔히 신문을 보며, 양승태의 사법농단이나 재벌들의 갑질 행각에 대해 혀를 끌끌 찹니다. 힘을 가진 이들이 그 힘을 이용해 약자를 괴롭힐 때, 우리는 분개하지요. 갑질은 권력층만 하는 걸까요? 우리도 갑질의 주역이 될 수 있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는 약자고요, 그런 아이를 쫓아가는 엄마는 더한 약자에요. 그 앞에서 경적을 울리는 우리는 비정한 강자가 되고요. 정의구현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을 일상에서 조금 더 배려하면 됩니다. 

예전에 MBC 여의도 사옥으로 출근할 때는 회사에 주차 공간이 부족하여 63빌딩 앞 한강 공영주차장을 이용했어요. 주차장에 진입로에서 63빌딩에 소풍 온 유치원 아이들을 만나면, 시간이 한창 걸립니다. 대여섯살 난 아이들은 걸음이 느리기도 하지만 주의가 산만하여 63빌딩을 보고, 한강을 보느라 선생이 불러도 도로 한복판에 멍하니 서 있기도 하거든요. 총각 시절엔 그런 병아리떼를 만나면 짜증이 일기도 했는데요. 첫 딸을 얻고 바뀌었어요. 아이를 키워보니, 그 시절의 아이들은 다 그렇더라고요. 부모 뜻대로 아이가 움직이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하고요. 결국 우리가 약자의 입장에 공감하는 건 그 입장을 겪어본 후입니다. 

저는 기득권을 누려도 봤고, 그 기득권을 빼앗겨도 봤어요. 빼앗기고 보니, 그 권력이라는 게 참 달콤한 것이었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이 좋은 걸 가진 사람은 절대 순순히 내놓으려 하지 않겠구나. 그렇다면, 싸우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순순히 그걸 내려놓는 경우는 없거든요. 

저는 제가 책 읽는 선비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종일 책만 읽으며 살아도 좋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부조리에 눈감고 사는 건 선비가 아니라 그냥 비겁한 겁쟁이입니다. 책을 읽을 땐 책을 읽고, 싸울 땐 싸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 나설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지요. 그게 내 인생에 대한 예의고, 책을 통해 저를 가르치신 스승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법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법으로 서로의 경계를 정해주는 겁니다. 강자라도 약자를 침범해서는 안 되는 경계를. 

저자인 정재민 님은 판사로 재직하며 소설을 여러편 쓰신 이력이 있어요. 이번 책은 에세이입니다. 글을 읽다보면 한 편의 시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해요. 철학자같은 깊은 고민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판사로 오래 재직한 저자가 우리 사회에 대해 내리는 판결문 같아요. 우리는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책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합니다. 매일 죄를 지은 피고들을 만나 형량을 가늠하는 저자가, 우리 사회에 대해 이토록 따듯한 판결문을 쓸 수 있다면, 우리에게도 아직 희망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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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8.11.23 0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횡단보도 얘기 정말 공감 많이 가네요..
    이런 판사분들만 계신다면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글 읽으며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난 평소 약자들에게 배려하며 지냈는지..
    세상에 부조리를 보고도 그냥 피하지는 않았는지......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아침이네요..

    정재민 판사님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연수원 시절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글쓰기였다고 하시는데...
    글쓰기가 어려운 일인으로써 부럽네요.
    전 오히려 글쓰기 하다 스트레스를....ㅋㅋ

    오늘도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농업사랑 2018.11.23 0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면 모두가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내 입장만, 내 주장만 목소리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을 공감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죠.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는 것처럼, 무조건 직진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서는게 우리 인생도 행복하게 할 듯 합니다.

  3. 꿈트리숲 2018.11.23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횡단보도에서는 일단 멈춤이죠.
    차가 아니라 사람이 일단 멈춰야죠. 좌우 살피고
    차가 하나도 없을 때 건너고 아이도 그러라고
    가르칩니다. 차가 강자이기에 약자가 최대한
    보호 받는 방법은 스스로 몸 사리는 것 뿐이라
    생각했어요.

    해외 여행에서는 한국에서 익힌 습관이
    안먹히더라구요. 횡단보도에서 일단 멈추니
    차들도 다 멈춰요. 그리고 사람이 건너갈 때까지,
    혹은 안건너고 있으면 건너가라고 손짓까지 하더라구요.

    차가 강자이긴 하지만 그 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횡단보도를 이용할 약자이기에
    약자의 마음을 배려해주는 것이겠지요.

    운전대를 잡은 내가 기득권자이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약자를 침범하지 않으려
    신경 많이 쓰는 편인데요. 판사님이 쓰신 에세이를
    보며 혹시 놓치고 있는 정의는 없는지 한번
    체크해봐야겠어요.^^
    재밌을 것 같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 The snowball 2018.11.23 1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글을 읽고 기득권에 대해 또 약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약자의 편에 서있어야 하는 것이 법이라 생각하는데 안 그런 경우도 많아 보이더라구요.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문유석 판사님도 그렇고 판사님들 글이 세상에 대한 통찰을 많이 담고 있네요.
    이처럼 세상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판사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꼭 읽어보겠습니다.

런던 1일차 여행기 (오전)

<토크 노마드: 아낌없이 주도록> 촬영을 위해 영국 런던에 왔습니다. 숙소는 타워브릿지 근처에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타워브릿지를 향해 걸어갑니다. 템즈 강을 중심으로 런던을 구경하면 길찾기가 쉬워요. 타워브릿지에 올라가니 아침 출근길 바쁜 런던 시민들 사이로,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런던탑입니다. 입장료가 꽤 센 곳이라 그냥 바깥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런던에는 공짜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입장료를 내는 곳은 주로 패스합니다. 

런던탑, 3가지 역사를 가지고 있지요. 왕궁, 요새, 감옥. 원래 궁궐이었어요. 권력 투쟁이 잦으니, 적들의 침략을 막으려고 해자를 두르고 담장을 올립니다. 요새가 되어 바깥에서 침입하기 쉽지 않은데요.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왕권 다툼에서 밀린 왕자들을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했어요. 이 곳에서 어린 나이의 왕자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지요. 영국의 왕실에서 태어나는 건, 그리 부러운 운명은 아닙니다. 자신의 힘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직업이든, 배우자든.

템즈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합니다. 걷기 여행, 돈 안들고 운동 되고 구경도 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의 방식입니다. 템즈 강변만 따라가도 볼 게 많아요.

런던은 수백년 전, 마차가 다니는 길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해 차도가 좁아요. 올림픽 대로니, 강변북로니 하는 길도 없고요. 차는 막히는데, 오히려 쌩쌩 달리는 건 자전거입니다.

중간에 턱이 있어, 차도와 완전 분리되는 자전거 전용도로입니다. CYCLE SUPERHIGHWAY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자전거 고속도로인데요. 자전거의 속도가 진짜 빠릅니다.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의 모습도 많이 보이네요.

강을 따라 걷다보니, 다리 건너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보입니다. 현대 미술은 어렵게 느껴져 이제껏 런던에 몇번을 왔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습니다.

테이트모던  Free and Open to all 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어요. 무료라는 글자에 혹해 찾아갑니다. 내셔널 갤러리는 자주 갔지만 테이트 모던은 처음이네요.

피카소의 <우는 여인> 1937년작이 있고요. 몬드리안의 <콤포지션 B> 1935년작이 있어요. 앤디 워홀과 백남준이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관도 있어, 단편영화 상영도 하네요. 그림은 그냥 지나치다가 단편 영화 상영관에서는 한참을 보다가 나왔어요. 난 역시 움직이는 그림이 좋아요. 저는 역시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좋아하나 봐요. 

타워브릿지에서 시작한 템즈강 산책은 런던아이까지 이어집니다. 런던 아이에서 다리를 건너 이제 강변을 벗어나 중심가로 향합니다.

트라팔가 광장과 내셔널 갤러리.

2월에 보고 다시 보니 또 반갑습니다. 콘텐츠 진흥원 연수도 영어 면접을 통과했고, 이번에도 통역사 출신 코미디 피디라 하여 런던 촬영을 제안받은 것이니 20대에 한 영어 공부로 얻는 것은 끝이 없군요.

레스터 스퀘어에 가서 오늘 저녁에 볼 뮤지컬 티켓을 예매합니다. 어제 <토크 노마드> 촬영하며 만난 옥주현씨가 추천한 <컴퍼니>를 보려고요. 요즘 인기가 뜨겁다더니, 가격도 앗 뜨거! 입니다. 주로 4,50파운드짜리 할인 티켓이 난무하는 이곳에 80파운드 정가 그대로 받는 표를 삽니다. 그래요, 쓸 때는 또 써야죠.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호텔을 찾다가 길을 잃었어요. 지도를 보면 되는데,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는 관계로 휴대폰에서 길찾기를 할 수 없어요. 결국 다시 템즈 강변으로 향합니다. 강에서 숙소로 가는 길은 알거든요. 가다가 멋진 몰을 만났어요. 

 

길을 잃는 순간, 진짜 여행이 시작됩니다. 길을 잃지 않는다면, 예정된 목적지만 보지만, 길을 잃는 순간 새로운 여정이 펼쳐지거든요. 인생도 그래요. 드라마 피디의 삶이 끝났다고 느낀 순간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되더라고요.

길을 잃고 헤매다 엉뚱한 몰에 들어섰는데 조각 장식이 멋있어요. 배 모양인걸 보니 근처에 템즈강이 있는 거죠.


템즈강에 왠 군함인가 했더니, 벨파스트 군함공원입니다. 저 뒤로 아침에 본 타워 브릿지가 보이네요. 이제 숙소로 들어가 낮잠을 잡니다. 어제 12시간 비행기 타고 런던에 날아온 후, 도착과 동시에 예능 촬영을 했어요. 영국 현지 시간으로 밤늦게까지 촬영은 이어졌는데요. 김구라씨가 그러더군요. 한국으로 치면, 우리 지금 새벽 4시에 일하고 있는 거라고... ^^

런던에 왔다는 설렘으로 아침 일찍 눈을 떴고, 오전 내내 돌아다녔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졸립니다. 이럴 땐 시차 적응을 겸해 호텔에 가서 낮잠을 한 시간 정도 자고 나옵니다. 

무리하지 않아요. 놀러 나온 거니까... 오후엔 캠든 타운 워킹 투어에 갈 겁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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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8.11.22 0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2월에 가셨을때랑은 또 다른 풍경이네요.
    최근 들은 내용중 책중에 가장 좋은 책이
    산책이라던데 오늘 피디님과 같이
    템즈강 산책하고 온 느낌이네요.

    여행기 잘 봤습니다.
    오후 일정은 어디를 가셨을지 궁금하네요.
    다음 여행기도 기다릴께요.

    [런던 1일차 일정 정리]
    타웟브릿지 - 런던탑 - 템즈강 신책
    - 테이트모던 - 런던아이
    - 트라팔가 광장과 내셔널 갤러리
    - 레스터 스퀘어 (뮤지컬 예매)
    - 벨파스트 군함공원 - 숙소 (낮잠)

  2. 왕팬 2018.11.22 0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따라하고 싶은 삶입니다
    이 모든게 다 독서와 영어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지금 이라도 독서에 힘써 볼렵니다

  3. 꿈트리숲 2018.11.22 1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잃어도 잃는 게 아니고 얻어도
    얻는 게 아니라더니... 진짜 길을 잃고 새로운 여정을 얻으셨네요.^^
    테이트 모던 미술관, 꼭 가보고 싶은 미술관 중 하나에요.~~ 사진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합니다.

    템즈 강변 산책하는 저를 상상하며
    피디님 여행기 잘 따라가며 영국을 익혀야겠어요.^^
    운이 좋아 저도 곧 가게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ㅋㅋ

    다음 얘기도 기대됩니다.~~

  4. 쩍팔리게살지말자 2018.11.22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매일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읽다가 꼿혀서...티스토리가입하고, 블로그도 만들었네요...
    제가 pd님을 뵌건....화면상에서 "김장겸은 물러가라~~~!"외치던 용기있던 모습이 다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책으로도 뵙게 되면서....대단하신 분이시고, 뭔가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ㅋ
    블로그는 pd님을 멘토로 열심히 해 볼까 합니다.
    언젠가 pd님정도의 방문자를 만들어 직접 대면할 날을 기대하며, 꾸준히 하겠습니다.
    pd님 말씀대로 잘 하는게아닌....꾸준히 하겠습니다.

  5. JT캘리 2018.11.22 1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런던의 사진들이 저를 부르는군요. 저도 가보고싶은 맘이 확 들었네요. 담 이야기도 기대되는데요^^

  6. 2018.11.24 0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라팔가 광장 사진이 제가 생각하던 영국의 분위기예요. 햇빛 없고 습기 머금은 날씨에 찰스디킨스 시대를 연상시키는 건물까지ㅎㅎ 다음편 기대돼요.

글쓰는 아빠로 사는 건 은근히 바쁩니다. 아침이 특히 그래요. 새벽에 일어나 블로그 글을 쓰면서 아침 준비를 합니다. 6시에 쌀을 씻어 밥을 앉히지요. 밥솥에서 김이 오르면 아주머니가 전날 준비해두신 국이나 찌개를 데우고요. 직접 하는 반찬으로는 달걀 후라이가 가장 만만합니다. 때로는 계란옷을 입힌 소시지도 합니다. 글을 발행한 후, 식탁을 차립니다. 7시가 되면 고교생인 큰 딸을 깨웁니다. 둘째 민서가 깨어나 부스럭거리면 달려가 안아줍니다. 민서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릅니다.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데, 스토리라인은 전통 동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줍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식탁에 모여 앉습니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과일을 자릅니다. 출근이 이른 마님은 바쁩니다. 출근 준비를 마친 아내가 집을 나설 때, 온 가족이 문가에 도열해 인사를 합니다. 아내가 간 다음에 큰 애가 등교를 하고요. 둘째가 제 휴대폰을 가지고 10분 정도 놀다가 가방을 챙겨 나갑니다. 온 식구가 나간 다음, 식탁을 정리한 후, 그제야 출근 준비를 합니다.


MBC 후배 중 김신완 피디가 '아빠가 되는 시간' (김신완 / 메디치)이란 육아서를 냈어요. 피디라는 바쁜 직업인으로 살면서 세 아이의 아빠로 사는 시간에 대해 글을 썼어요. 


늦은 것까진 아니지만, 이르지 않은 나이에 아이들이 생겼다. 종종 부모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면 몸서리쳐진다.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 곁을 지켜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부모가 없어도 아이들이 부모의 손길을 느끼게 해줄 수는 없을까? 또 아이들이 다 큰 훗날 나는 무엇을 전해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태어난 후 아빠로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다. 대단한 건 못해줄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을 잘 기록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성장해온 역사를 적어 성인이 되었을 때 보여주면 그때 자신을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당장 한 달 전의 아이 모습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6개월 전 아이의 동영상을 보면 저랬을 때가 있었구나 싶다. 망각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자주 써서 그때그때 기록하는 수밖에 없다. 또 아이들을 키우며 전할 "사랑한다"는 말도 좋지만 인생에 겹겹이 쌓인 순간들과 맞닿아 있는 수많은 모습의 사랑 고백을 전해주고 싶었다. 


(<아빠가 되는 시간> 81쪽)


저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군요. 저는 적성을 찾아 여러 직장을 전전하느라 결혼이 늦었어요. 심지어 둘째는 나이 마흔에 얻었습니다. 가끔 이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내가 아이 곁을 떠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듭니다. 새벽에 일어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대학생 독자가 올린 질문에 답을 달 때도 있어요. 아이들이 비슷한 고민을 할 때, 내가 블로그에 남긴 글이 답을 대신해줄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글을 씁니다. 책을 쓸 때도 같은 마음입니다.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궁금해할 아이에게 진심을 담은 충고를 전하고자 책을 씁니다. 내년 봄에 나올 3번째 책까지 완결되면,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단락짓는 셈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아빠가 되는 시간>, 터울이 적은 어린 세 아이를 동시에 키우며 일하는 30대 아빠의 고군분투기가 그려집니다. 많은 고민을 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부지런한 저자에게서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을 찾아봅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 중 하나는, 육아 일기를 쓰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블로그에 육아 일기를 올리는 모든 엄마 아빠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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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승승 2018.11.21 06: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투브에서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블로그까지 오게 되었어요. 아침부터 피디님의 흐믓한 일상을 보고 가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2. 농업사랑 2018.11.21 0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아이들이 어릴 때 바쁘다는 핑계로 육아를 아내에게만 맡겼습니다. 요즘도 한번씩 아내는 불평을 하지요. 아이들이 저보다 엄마한테 붙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모든게 때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조금 철이 들어서 아이들이랑 함께 할려고 노력합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까칠한 아빠로 통하지만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려고 합니다. 결국 함께하는만큼 가족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3. 제경어뭉 2018.11.21 0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마흔에 둘째를얻었어여ㅎ 정말 눈에넣어도 안아플것같은...하지만 저도 가끔은 제가 아이들이 자립하기전에 아이들 곁을떠날수도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져여ㅜㅜ
    오늘부터라도 일기를 써봐야겠어여~ 겹겹이 쌓인순간들과 맞닿아있는 수많은 모습의사랑고백을 보여줘야겠네여ㅎ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추운날 감기조심하세여^^

  4. 카이리 2018.11.21 0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1개월의 아들을 둔 아빠의 입장에서 다시한번 환기가 되는 책과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태어났을때부터 100일간 매일 사진을 찍어서 기록으로 남기려고 스스로 약속하고 지켰습니다
    어느덧 돌이 다가오는데 저도 사진과 함께 이제 글로도 남겨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5. 섭섭이짱 2018.11.21 0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의 바쁜 아침 풍경...
    따님을 사랑하는 마음...
    뭔가 모르게 미소가 ^^

    오늘도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또 느낍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6. 오케이고고씽 2018.11.21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종종 가족들 모두 둘러 앉아 아이들 어릴 때 사진, 동영상을 볼 때 너무 행복하더군요. 그래서 종종 아이들과 동영상을 찍어 남기기 놀이를 한답니다.
    육아 선배님들의 따뜻한 조언과 행복을 가슴에 간직 할 수 있는 책 추천 감사 합니다.

  7. 아솜 2018.11.21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8. 꿈트리숲 2018.11.21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C 피디 채용 조건에 글쓰기도 있나요?
    어쩜 이리도 글을 잘 쓰시는지. . .
    피디님이 조금 인용한 부분만 봐도 와~~!!
    감탄이 나옵니다.

    저도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이에 딸이 태어났는데
    건강이 나빠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미안함이 늘 마음 한켠에 있죠.
    하지만 오늘 현재 아이와 눈을 맞추고
    부산한 아침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어제 보다는 오늘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아이 마음에 엄마 냄새와 엄마의 웃음을
    매일 아침 써내려갑니다.^^

    아빠의 육아일기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저도 읽고 남편에게 추천도 해줘야겠어요.
    감사합니다.~~

  9. 보리보리 2018.11.21 1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을 정말 알차게 보내시네요. 온가족이 문가에 도열 푸하핫 저도 받아보고 싶네요. 아빠가 들려준 아침타임 스토리만 해도 사는데 크나큰 힘이 될겁니다. 짝짝짝~

  10. 여행맘 2018.11.21 13: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덕에 오늘 아이들과 있는 시간을 더 감사하게 됐어요^^ 이따 아이들이 오면 더 예뻐해줘야겠어요^^

  11. 민서n지호n하율아빠 2018.11.23 0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하고 좀더 같이 있고 싶은데..잘 안되는데 글을 읽고 다시한번 노력하려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여권이 없어요. 아니 여권이 안 나옵니다. 몇 년 전, 여권이 만료가 되어 구청에 갔는데요. 별 생각 없이 새로 찍은 사진을 붙이고 인지세를 냈습니다. 잠시 후 직원이 부르더군요. 그때 분위기가 좀 이상했어요.

“여권 발급 신청을 했는데 경찰 신원조회에서 걸리시네요?” “네?” 

무슨 현상수배범이나 전과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 직원분도 좀 놀랐을 것 같아요. 신원조회에 걸리는 걸 보니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잖아요. 얼마나 겁이 나겠어요. 아, 정말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 혼났어요. 2012년 MBC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할 때 검찰이 저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징역 2년형을 구형했지만,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가 나왔고, 2심 고등법원 항소심도 무죄가 나왔는데 검찰이 또 항소해서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중입니다. 아직 법률적 판단이 나지 않았기에 나라에서 보기엔 죄를 짓고 국외 도피할 우려가 있는 사람인 거죠. 그러니 새로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어요. 완전 좌절했습니다. 아니, 여행 다니는 게 삶의 가장 큰 낙인데 여권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1992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이후, 저는 매년 한번 씩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올해는 여권이 없어 불가능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난 2월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영국 포맷 연수 출장을 가게 되었어요. BBC에서 만든 ‘루터’라는 드라마의 판권을 MBC에서 사서 <나쁜 형사>를 제작하고 있어요. 영국과 드라마 제작 교류를 위해 동시통역사 출신에 드라마 피디인 제게 포맷 연수 출장을 다녀오라고 했어요. 대법원에 연락을 해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그제야 1년짜리 여권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런던에 다녀왔어요. 

지난 8월에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가 끝났어요. 드라마를 하는 동안에는 몸도 힘들지만 마음고생도 꽤 합니다. 방송이 끝나면 휴가를 떠나 마음을 비우는데요. 항공권을 구매했더니, 여권에 남은 기한이 6개월이 안 되어 출국할 수 없다고 나왔어요. 결국 항공권 예약도 취소했지요. 만나는 사람들은 휴가는 어디로 가냐고 묻는데, 나는 죄인의 몸이라 여권이 안 나온다는 말을 하기는 참 부끄럽더군요. 그래서 조용히 국내에서 지냈어요. 추석 연휴에 자전거 전국일주를 간 것도 그래서입니다. 어차피 해외여행을 못 간다면, 국내 여행이라도 다니자, 벼르고 별렀던 자전거 전국일주를 간 거지요.

그런데요, 인생이 참 재미있습니다. 죽으란 법은 없어요. 예능 프로그램 <토크 노마드>에서 출연제의가 왔어요. 서울 남산 편에 출연했는데, 담당 피디가 다시 연락을 했어요. 영국 런던으로 가는데 로맨틱 코미디 전문 피디로서 영국의 로맨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요. 바로 구청에 여권을 신청하고 경찰서 신원조회 팀에 연락했어요. MBC 직원인데 예능 프로그램 해외 촬영 때문에 영국 출장을 가야 하니 여권을 발급해달라고요. 공식적 사유가 있으니 여권이 나오더군요. 그런데요, 이번엔 단수 여권이 나왔어요. 딱 1번 출국한 후 바로 용도폐기 되는 여권이죠. 범죄자들 전용 여권인가 봐요.  

해외여행을 갈 땐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쇼핑으로 달래고자 항상 면세점에 가서 화장품이나 필요한 물건을 선물합니다. 계산대 직원이 여권을 보고 물었어요. “S로 시작하는 여권 번호는 처음 봐요. 이게 단수 여권인가요?” “그동안 일하면서 착한 사람들만 만나셨나 봐요. 범죄자들은 출국 제한 조치로서 복수 여권 발행이 안 되거든요.” 라는 농담을 던지려다 참았어요. 놀라실까 봐서요. 그냥 씩 웃으며 나왔지요. 

영국 공항에서 출입국 관리소 직원도 저를 미심쩍게 보더군요. 여권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얇은 여권은 처음인데? 왜 그렇지?’ 혹시 제가 출입국 관리 대상인 테러리스트인가 싶어 물어보나 봐요. 단수여권은 왠지 수상쩍어 보이는 거죠. 그냥 씩 웃으면서 나올 일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고 눙쳤어요. 

검찰에서 기소한 게 2012년의 일인데 2018년이 다 가도록 아직도 대법원의 판단은 나지 않았어요.  


토크 노마드 출연 덕분에 영국 출장을 가게 되었고요. 간 김에 휴가도 붙여 쉬다 왔어요. 

그래서........   

곧 2018 런던 여행기가 이어집니다. 개봉박두! 


다시 찾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지난 금요일에 방송된 <토크 노마드> 스크린샷입니다. 사진 제공해주신 상섭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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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맑고향기롭게 2018.11.20 0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피디님~♡
    방송대 중앙도서관 '강연에서 어제 뵈었습니다.
    매일아침 글을 쓰신다기에 저도 눈을뜨고 아침을
    피디님 블로그를 열심히 눈팅하는중 글이 올라와
    깜짝 놀랐습니다.~^^
    습관에 힘. 매일 아침 맑은 정신으로 책상에 앉아 글을 쓰시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2. 섭섭이짱 2018.11.20 08: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헉~~6년이 지난 사건인데
    아직도 판결이 안났다니..ㅠ.ㅠ

    지난주 토크노마드 재밌게 봤어요.
    근데 한회만 나오셔서 넘 아쉬웠어요.

    자유롭게 여행다닐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며

    런던 여행기 빨리 보고 싶어요 ^^

  3. 이순정 2018.11.20 0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덕분에 저 또한 자전거여행기보며 행복하고 설레였어요^^ 이젠 다시 런던여행기로 ~~
    눈떠보니50 북토크에서 뵙고 너무 좋았답니다^^

  4. 체리짱 2018.11.20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검찰이 한가하네여~~

  5. 꿈트리숲 2018.11.20 1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이야기가 담겨진 여권이네요.
    해외 여행 쉽게 생각했더니,
    또 매년 여행을 다니시는 모습을 살짝
    부러워도 했는데, 그런 내막이 있을줄이야.
    정말 피디님은 삶으로 무한 이야기
    생성하십니다요.^^

    살면서 착한 일 많이 하면 굴비 엮듯
    재미나고 좋은 일들이 따라 오나봐요.ㅎㅎ
    경제 순환 사이클 마냥 침체기가 지나면
    호황기 활황기 오듯이 인생도 그런 듯 하네요.

    무엇보다 영국 이야기 완전 기대됩니다.
    넘 좋아 소리질러! 꺄~~~~악!

  6. 아솜 2018.11.20 1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단수 여권은 감자기 출장 가야 해서 여권을 보니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

    공항가서 단수 여권 발급받아 출장 갔던 기억이 나네요...

  7. 2018.11.20 1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8. 유진 2018.11.21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연 때 여권 이야기 듣고 참 마음이 안좋았어요. 여행광인 피디님에게 그런 시련이라니...어쨌든 이번에 런던 다녀오신 얘기 기대할게요. 저희 가족도 내년 여름 런던에서 2주 휴가를 보내기로 하고 항공권도 사놓았거든요. 두근두근합니다.

  9. 낙하산 2018.11.23 0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민을 고생시키는 검찰 같아요.ㅜㅜ

날이 쌀쌀해졌어요. 자전거 출퇴근은 당분간 쉬면서 다른 운동을 해야겠어요. 새로운 운동을 배우고 싶습니다. 평소에 건강을 자랑하던 어르신 한 분이 대추가 잘 익은 걸 보고 나무에 올랐다가 떨어져서 크게 다치셨어요. 다행히 수술을 받고 경과가 좋아 다시 재활을 통해 걷기 시작하셨어요. 나이 드니까 조금만 부딪혀도 크게 다치더군요. 다치면 주위에 민폐를 끼치게 됩니다. 식사부터 배변까지 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요. 자전거를 타는 건 좋은데, 나이 들어 다치는 건 겁이 나요. 자전거는 운전이랑 비슷해서,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행인이나 자동차는 피하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나이 들어서도 계속 할 수 있는 운동으로 탁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70대 할머니가 계신데요. 평소엔 걷는 것도 불편한데 탁구채만 잡으면 날아다닙니다. 셰이크핸드로 슬슬 치는데도 당할 재간이 없어요. 취미로 즐기는 탁구는 스피드나 파워보다 스킬이 더 중요합니다. 나이 20에 열심히 배워둔 자전거로 중년의 삶이 즐거우니, 나이 50에 배운 탁구로 80에도 즐겁게 스포츠인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탁구의 재미는 핑! 퐁! 핑! 퐁! 공이 왔다 갔다 하는 랠리에 있어요. 그런데 저는 공을 잘 받지 못하거나, 치면 엉뚱한 데로 날아갑니다. 랠리가 이어지지 않아요. 잘 치는 사람끼리 치면 시합도 하고 재미난데, 저랑 치는 분은 사정을 봐주면서 쳐야 하니 게임하는 재미가 없지요. 그래서 처음엔 가서 상대가 없어 혼자 멀뚱멀뚱 빈 라켓만 휘두르고는 했어요. 

다행인 건 문화센터 탁구 수업의 운용방식입니다. 도착한 순서대로 보드판에 이름을 적어둡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가서 코치님에게 레슨을 받지요. 자세 교정이나 라켓 잡는 법부터 가르쳐주십니다. 레슨 받는 동안, 남은 사람들은 서로 짝을 맞춰 칩니다. 레슨 차례가 오면 빠져요. 그럼 상대가 없지요. 기다리던 저는 머리를 긁적이며 남은 분에게 가서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지요. "혹시 저랑 잠깐 치실까요?" 하고요. 그렇게 저도 연습 상대를 만납니다. 상대 입장에서 초보랑 치는 건 재미는 없겠지요. 그래도 그 시간이 오래 가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나 저도 곧 레슨 받을 차례가 돌아오거든요. 레슨을 받는 동안, 그 분은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고, 그럼 저는 또 새로운 상대를 찾아갑니다. 계속 이렇게 돌고 돕니다. 그러니 민폐 끼치는 초보일지라도 계속 배울 수 있는 거죠.

처음 탁구를 칠 땐, 민폐 끼치는 걸 심하게 의식하다가 포기할뻔 했어요. 생각해보면, 인생은 민폐로 시작해, 민폐로 끝납니다. 아기로 태어나면 먹고 자는 것부터 모든 걸 타인에게 의지해야 하니까요. 인생을 시작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듯 운동이나 취미를 시작할 때도 민폐 시절부터 거칩니다. 바이올린을 배운 적이 있는데요, 처음엔 찢어지는 소리가 나더군요. 이웃에 민폐가 너무 심해 포기했습니다. 관악기가 서툴러도 좀 들을 만 합니다. 바이올린은 서투르면 찢어지는 소리가 나는데요, 플룻은 서툴면 아예 소리가 안 나거든요. 민폐가 덜하지요. ^^ 물론 플룻도 들어줄만한 단계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웃에 민폐를 끼치며 열심히 연습했지요. 지금 저의 플룻 연주는 민폐는 아니라고 감히 믿고요. ^^ 민폐를 견뎌야 합니다. 회화 학원에 가서도 대화의 맥을 끊으며, 원어민 강사를 답답하게 하는 민폐 시절을 지나야 고수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민폐만 끼치는 탁구 초보지만, 언젠가 나이 70에 고수가 되는 날을 그려봅니다. 초보 회원이 오면 웃으며 먼저 상대해주는 너그러운 노인이 되는 날까지, 부지런히 민폐를 끼치며 실력을 쌓고 싶습니다.


(남산 산책길에 만난 길냥이... 지나다니는 행인들 신경 쓰지 않고 낮잠을 잡니다. 저 분이 고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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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업사랑 2018.11.19 07: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가 대단하세요. 알면서도 못 하고 있는 사람으로 부끄럽습니다. 저도 40 중반을 넘기면서 뭔가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있었는데, 오늘 이 글을 읽고 용기를 냅니다. 저에겐 중1짜리 탁구 파트너까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요즘 갈수록 대화의 주제가 줄어드는 중1인데, 탁구를 통해 다시 얘기를 나누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2. 섭섭이짱 2018.11.19 08: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와우~~~ 탁구 배우시고 계시는군요.
    워낙 몸이 날렵하신대다가
    될때까지 노력하시니
    금방 고수가 되실거 같은데요.

    팀경기나 상대가 있는 운동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는거 같아요.

    저는 그래서 수영를 택했는데요.
    수강생 수준별로 레인을 나눠놔서
    같은 레벨 사람들끼리 배우거든요.
    그래서 덜 민폐를 끼치는거 같아요.

    영어 얘기는 완전 만프로 공감합니다.
    해외가서 정말 많은 민폐를 끼치며
    돌아다니고 있죠.. ㅋㅋㅋ

    피디님과 탁구 치는 그날을 위해
    탁구도 배워야겠어요.^^

    탁구왕 김민식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3. 헤니짱 2018.11.19 09: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피디님~~ 홧팅입니다!! 늘 자극은 많이 받고 있으네 실천이 미비해서ㅠㅠ
    행복한 한주 보내세용^^

  4. 전진 2018.11.19 1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네요. 민폐 안 끼치려는 심리 저변에는 나도 민폐 받기 싫은 심리가 있는 듯 해요. 그래서 저는 요즘 고치려 노력 하고 있습니다. 민폐 잘 받아주기. 민폐 잘 끼치기.

  5. 꿈트리숲 2018.11.19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들면 자기 나이 속도 만큼의 빠르기로 시간이 흘러간다고 하잖아요. 사람이 시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기억해서 그렇게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매일이 똑같으면 시간은 한것 없이 빨리 흘러가는 것 처럼 느끼죠.
    똑같은 시간 더디게 흘러가게 하는 비법은 피디님이 소개해주셨네요.^^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기.
    낯섬과 마주하고 새로운 추억을 자꾸
    쌓아가면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아요.

    운동신경 꽝도 탁구 배울만 할까요?

  6. 아리아리짱 2018.11.19 2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와! 50대 민폐탁구 초보가 70대 고수 선배되어 초보 상대해주기 목표!
    무한긍정, 무한도전 피디님을 거울로 흉내내며 열심히 동참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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