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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3 익숙한 것과 낯선 것 (2)

<위장 취업자에서 늙은 노동자로 어언 30년>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을 쓴 이범연님은 1981년에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노동 운동에 투신하기 위해 공부를 그만두고 공장으로 갑니다. 그 시절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많았지요. 그들이 1980년대 말 노동 투쟁을 이끄는데 큰 공을 세웁니다. 그들의 노력으로 임금이 올라가고 노동자의 지위가 향상했어요. 그들은 90년대 말 정치 민주화 후, 공장을 떠나 다시 학계로 돌아오거나 정치계에 입문하는데요, 저자는 그대로 공장에 남아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두 번 구속에 두 번 해고, 수차례 노동조합 간부를 맡으며, 30년 가까이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지금은 한국 GM 부평공장 도장부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열심히 컨베이어를 타고 있대요.   

저 역시 대기업 정규직으로서, 또 노동조합의 집행부로 살면서 늘 고민하는 대목이 있어요. MBC 파업때마다 '귀족 노조, 또 일 안 하고 파업한다'고 욕을 먹었어요. 대기업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노동조합이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 그런 고민을 하며 책을 읽었는데요. 책을 읽다 이마를 치게 하는 대목을 만났어요. '글을 쓸 때 참고해야할 자세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낯설게 만들기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이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 빅토르 위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책을 써 보겠다고. 사람들은 묻는다. 무슨 책? 회고록? 아니면 노동자 교육용? 나는 답했다. "나의 고민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라고. 나는 과연 노동운동에 대해서, 노동조합에 대해서, 동료 노동자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많은 시간을 접하고 경험했다고 과연 잘 안다고 할 수 있는가? 너무 익숙하다고 생각하면 질문이 없고, 질문이 없으면 고민이 없고, 고민이 없으면 현실을 이해할 수 없고, 결국 안다고 할 수 없을 것 아닌가?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익숙한 대상들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다. 나 자신도, 나의 지난 활동도, 그리고 내가 갖고 있던 사고방식도 모두 낯설게 바라봐야 한다. 

(중략) 

낯설게 만들기는 단지 인식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중요하다.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바로 싸워야 할 대상이고 바꿔야 할 대상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위의 책 47~49쪽)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글쓰기를 통해 익숙한 나의 삶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어요. 낯선 사람들에게 익숙한 지점을 찾아낼 수도 있고요. 영어 공부에 대한 고민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썼데, 영어 교육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습니다. 영어 교육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영어 교육계 종사자도 아니고, 단지 20대에 혼자 독학으로 공부한 게 다인데, 과연 내가 영어 학습법에 대한 책을 쓸 수 있을까? 

내가 외부자였기 때문에 책을 쓸 수 있었어요. 영어 공부에 대해 사람들에게 익숙한 생각이 있어요. '영어는 어릴 때 배워야한다.' '원어민에게 배워야 한다.' '현지에 가서 배워야 한다.' 혼자서 영어를 공부한 제게는 그 생각들이 낯설었어요.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영어 조기 유학이 흔해지고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이 많아졌어요. 제가 공부하던 시절만해도 국내 독학파가 많았거든요. 영어책을 외워서 공부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지금은 낯선 그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결국 글쓰기란 이런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낯익은 것에 대해서는 글로 쓰기 힘들어요. 나도 알고 남들도 다 아는 일에 대해 굳이 글로 쓸 필요까지 없잖아요? 약간 낯선 무언가를 책으로 만나거나, 여행을 통해 만났을 때, 글로 표현하기 더 쉬워요.

<위장취업자에서 늙은 노동자로 어언 30년> 지금 사람들에게 낯선 이야기입니다. 90년대 위장취업자로 산 사람이 현재의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이야기. 목수정 작가의 글을 읽고 책을 주문했는데요, 그 리뷰를 여기 공유합니다. 책에 대한 소개는 이 글로 대신할게요.  

(아래 링크로~)

  http://www.redian.org/archive/119811


“‘귀족노조’ 조롱, 
새로운 노동운동 위한 주문”
『위장 취업자에서 늙은 노동자로 어언 30년』을 읽고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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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ivaZzeany 2018.04.13 0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말을 앞둔 금요일입니다.
    일주일이상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글을 쓰려니, 두려움이 앞섰어요.
    제 생각보다는, 정보만 기록하자는 심정으로 글을 쓰는데,
    자꾸 겁쟁이인 제 모습이 나와서~~ ^^;;;
    글을 올리고 조금은 착잡한 심정으로 이 곳에 왔는데,
    <낯설게 만들기> 라는 문구가 마음에 콕 들어옵니다.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바로 싸워야 할 대상이고 바꿔야 할 대상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익숙한 것만 하려고 하는 제 모습을 들킨 듯 합니다.
    뒤집어서 생각하고, 낯설게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하루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PD 님 드라마 준비하시면서 매일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_^

  2. 섭섭이짱 2018.04.13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노동 운동은 저에게는 낯선 분야여서 항상 궁금한게 많은데요. 목수정 작가님 리뷰까지 읽고보니 책 바로 읽어보고 싶네요.
    요즘 일부러 낯선걸 접하려고 이것저것 시도중인데.... 오늘 글이 마음에 딱 와 닿네요.
    오늘도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범연님 기사 - 대기업 노동자의 고백, 우리는 길을 잃었다>

    https://goo.gl/qGAtq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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