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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04 부산 육아 여행 (10)

​​매년 여름, 부산에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갑니다. 아이들과 함께 부산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지요. 올해, 아내는 명상 수련을 떠나고, 큰 아이는 고등학생이라 공부하느라 못 갔어요. 저랑 둘째가 부산을 찾았습니다.



제가 부산에서 좋아하는 바다는 태종대, 해운대, 이기대입니다. 혼자 내려가면 이기대 갈맷길 코스를 걷는 걸 좋아하는데요. 여름인지라 날도 덥고 둘째랑 걷기 여행은 힘들 것 같아서 이번에는 해수욕 위주로 피서를 즐겼어요. 부산 분에게 아이랑 같이 놀기에 어떤 바다가 좋을지 물었더니, 송정 해수욕장과 다대포 해수욕장을 추천해주시더군요. 어머니 집이 수영 근처라 일단 송정으로 향했습니다. (다대포는 해운대에서 지하철로 반대편 종점입니다. 해운대에서 왕복 3시간.)



물놀이하려면 짐도 많고 싸가는 음식도 많아서 집에서 카카오택시를 불렀는데요. 어머니는 한사코 택시비가 많이 나온다고 손사래를 치시더라고요. 예전에 수영에서 송정까지 택시를 탔는데 차가 막혀서 만원도 넘게 나왔다고. 내비를 보니 예상 요금이 6000원 선이었어요. 이 정도면 셋이서 택시를 타는 편이 낫다고 말씀드렸는데도 당신 말씀이 맞으니 두고 보라고 하시더군요. 결국 택시 요금 6000원 나온 걸 보시고야 ‘응, 택시 타는 게 낫구나.’ 하시더라고요. 나이가 들면 이상한 고집이 생기나 봐요.



저는 송정 해수욕장이 좋았어요. 파라솔 대여 5000원, 튜브 대여 5000원. 1만원에 자리를 잡고 잘 놀았어요. 파도가 그리 심하지 않아 아이는 물안경을 끼고 바닷속을 뒤져 파래나 미역 쪼가리를 건지고, 조개껍질을 모았지요. 저는 튜브를 타고 아이 주변을 둥둥 떠다니면서 신선 놀음. 나중에 크면 해녀가 되어 제가 좋아하는 해산물을 잡아오겠다고. ^^



다음날엔 해운대에 갔어요. 그런데 이곳은 파라솔과 튜브가 각각 8000원. 합해서 16000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어제 송정에서는 합해서 만원하던데...’ 했더니 직원분이 해운대가 조금 더 비싸다고. 아이랑 놀기에는 송정이 물도 깨끗하고 더 좋다고 슬쩍 말하시더군요. 결국 파라솔만 빌렸어요. 짠돌이 기질 발동... ^^ 튜브를 안 빌리길 잘했어요. 나중에 보니 파도가 너무 세서 튜브를 탈 수가 없더라고요. 튜브를 타고 들어가면 안전요원이 와서 불러내요. 해운대 가시는 분들은 파도 상황을 보고 튜브를 빌리는 편을 권합니다.



그날따라 파도가 정말 세더군요. 워터파크 파도풀장 저리가라예요. 자연의 힘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데, 파도가 워낙 세어서 몇 번 쓸려갔어요. 아이가 넘어지면서 무릎을 까이기도 하고. 물론 크게 다치거나 바다로 쓸려 간게 아니라 다행이었지요. 나중엔 주로 모래성을 쌓고 놀았어요. 파도가 워낙 박력 있게 치니까 모래성을 쌓기도 스릴 있어요.



해운대는 이제 국제적인 관광명소더군요. 외국인도 많고, 젊은 커플도 많아요. 부산까지 가서 바캉스 분위기를 내려면 해운대를 가야겠지요. 저는 앞으로 아이랑 가족 휴가 오면 송정해수욕장을 더 자주 찾을 것 같아요.



아내가 없는 4박 5일 동안 둘째의 ‘주양육자’로 지냈어요. 둘째는 엄마를 많이 좋아하고, 평소엔 제게 눈길도 안 주는데요. 저랑 단둘이 5일을 보내면서 온 몸 바쳐 놀아드렸더니 애정 표현이 늘어 완전 좋았어요. 역시 아이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 애착 관계가 형성되더라고요.



이번 휴가는 독박 육아인지라 일부러 재미난 책을 안 가져갔어요. 아이랑 단 둘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너무 재미난 책을 읽다보면 아이가 부르는 게 귀찮아지거든요. 해운대 바닷가에서도 평소와 달리 책 한 권 없이 보냈어요.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 늦둥이 아이가 벌써 열 살인데요. 고등학생 큰애만 하더라도 같이 여행 가는 것보다 집에 남아 혼자 시간 보내는 걸 더 좋아합니다. 아이와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아요. 아이는 놀아달라고 할 때 놀아줘야 합니다. 더 크면 놀아달라고 조르지도 않거든요.



아내 없이 보내는 독박 육아, 올 여름 가장 보람찬 나날이었어요. 여러분께도 감히 권해드립니다. 아이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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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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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건망증지존 2017.08.04 07: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특히 아들은 변성기 오면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에요. 어릴 때가 그리워요. 요즘은 제가 아이들한테 놀아 달라고... ㅎㅎ 저 이런 곳(?)에 댓글 처음 남겨 봐요. 제가 김민식 pd님, 응원하고 있어요. 만나면 좋~은 친구~ 예전 마봉춘 꼭 찾읍시다.^^

  2. 책쟁이 2017.08.04 07: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글 읽으며 급공감했어요~ 울 집 아들도 중학생 되더니 함께 하려고 하지 않아 많이 서운했거든요. 껌딱지처럼 그렇게 붙어다니던 녀석이였는데
    말이죠. 정말 초등때까진 몸 바쳐 놀아 주는게 맞지 않나 싶어요~ 그때 더 많이 함께 할껄 하는 후회에 잠깐 울컥 했네요~
    아들과 요즘 pd님 기사 찾아보고 유트브도 보면서 MBC 정상화 응원하고 있습니다. 어젠 나가주면 좋겠어 영상보고 빵 터졌답니다^^

  3. 암소9마리 2017.08.04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 님 "아리아리"
    우리동네 부산에서 좋은 남편, 좋은 아들, 좋은 아빠, 독박육아로 휴가중이시네요!
    이렇게 멋진 PD 님이 만드시는 드라마 작품을 하루 빨리 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도!

    김장겸은 물러나라!
    김장겸은 물러나라!
    김장겸은 물러나라!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4. 게리롭 2017.08.04 15: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초딩때는 부모님과 어디가는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고딩때는 안따라나서고 집에 있는걸 좋아했던것같아요
    막내따님이 저희딸과 동갑이네요~~
    아직까진 너무귀여운데
    피디님은 늦등이라 더더욱 귀엽게 느끼실것같아요

  5. 쏘라 2017.08.04 16: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ll grown-ups were once children - although few of them remember it.

  6. 섭섭이 2017.08.05 0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민서랑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셨네요. 근데 지난번 봤을때는 민서가 PD님 많이 좋아하는거 같았는데... 역시 애들은 엄마가 더 좋은가 보군요.^^ PD님 예전 글을 떠올려보면 결국 그 동안 꾸준히 아이와 놀아주고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민서랑 단둘이 여행도 즐거우셨을거 같아요. 매일 저녁 동화책도 읽어주시고, 여행도 같이 자주 다니셨던걸 볼때 어찌보면 평소에 자주 아이와 놀아주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항상 가족과 즐겁게 보내시는 모습 좋아요. ^^

    #김장겸은_물러나라
    #김장겸은_물러나라
    #김장겸은_물러나라
    #질기고_독하고_당당하게

  7. 해바라기 2017.08.05 13: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영에 살고있는데 만나서 민서에게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주고 싶네요^^
    정말 이상적인 아빠십니다!!

  8. 송송 2017.08.05 2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공범자 부산 시사회에서 피디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와 검색, 오늘부터 (헤아려보니 비슷한 50대) 유쾌한 청춘 피디님 지지합니다. 긍정성과 낙천성, 믿음이 우리의 힘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김장겸이_물러났다. 이후 변화를 생각하니^^

  9. 투썬플레이스 2017.08.06 06: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휴직기간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 당연하여 허투루 보냈는데 복직을 앞둔 요즘 이 시간이 너무나 금같이 귀합니다.

    피디님 글 보고 갑자기 아이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 제주도 보름살기 찾아보는 등 갑자기 열정을 불태웠지만 우선은 진정하고 가까이 할머니 계시는 강원도에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일부러 재미있는 책을 가져가지 않으셨다는게 감동입니다>_< 아이에 대한 최상의 배려지요♥

  10. 앵초 2017.08.07 1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들면 이상한 고집이 생기나봐요'에서 빵 터졌어요~~ 200% 공감요. 저도 엄마랑 둘이 여행다니다 보면 택시타는 문제로 꼭 싸우거든요~~
    피디님 글 무척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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