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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03 일하는 엄마의 진짜 휴가 (8)

여름휴가, 어떻게 보내시나요? 제 블로그의 여행기를 보던 어느 후배가 그러더군요.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남편이 여행은 무조건 온 가족이 함께 가야한다고 고집해서 그게 쉽지가 않다고. 항상 모든 시간을 같이 보내는 가족이 휴가도 반드시 함께 보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내는 작년 여름 혼자서 백두산 산행을 포함한 동북아 여행을 갔어요. 올 여름에는 45일짜리 명상 수련을 간다기에 다녀오라고 했어요. 일하랴 살림 살랴 늘 바쁜 아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혼자만의 시간이거든요. 일전에 소개한 책이 있지요.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그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10퍼센트 남았을 때, 단톡방의 쓸데없는 수다가 얄밉다. 계속 알림 팝업이 떠서 보면 별 내용도 아닌데 계속 수다를 떨며 화면이 켜지게 만들어서 얼마 안 남은 배터리를 쭉쭉 닳게 만든다. 이럴 때는 친구가 말 거는 것도 달갑지 않다. 사람도 그렇다. 심리적 배터리가 간당간당할 때는 대인관계가 참 힘들다. (중략)

이럴 때면 어느 정도 충전이 될 때까지 혼자 지내는 것이 지혜다.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최미정 / 대림북스)

 

저는 드라마를 찍을 때나 책을 쓸 때, 미친 듯이 빠져서 그 일만 합니다. 끝나고 나면 멍해집니다. 완전 방전되지요. 드라마가 잘 되거나 망했을 때 빨리 거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잘 되었다는 우쭐함에 계속 들떠있으면 다음 작품에서 필패합니다. 창작자의 오만을 대중은 용서하지 않거든요. 반대로 망했다고 자괴감에 계속 빠져있으면 다음 작품에 다시 도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감독이 자신이 없으면 작가나 배우, 스탭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일이 끝나면 가급적 관계의 디톡스(해독) 다이어트시간을 갖습니다. 혼자 장기 배낭여행을 떠납니다. 

배낭여행은 급속충전모드입니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상처를 달래고, 복기를 통해 다음 도전을 준비합니다. 무엇보다 번아웃 되었을 때,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면서 충전하기는 쉽지 않아요. 저의 경우는 그렇더라고요. 여행을 통해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고, 그 기간 동안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2년 전, 비제작부서로 좌천된 후, 남미 배낭여행을 떠난 것도 같은 이유지요. 한 달간 산을 오르고 길을 걸으며 계속 고민했어요. ‘이 회사에서 PD가 아니라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회사 생활도 그렇고, 가정생활에서도 힘들 때는 여행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엄마가 그렇다고 생각해요. ‘엄마라는 일은 시키지 않아도 이것저것 집안일을 다 해야 하고요. 해도 해도 티가 안 나고, 찾을수록 할 일은 많고 대신해줄 사람은 없어요. 무한노동이지요. 가족여행은 엄마들에게 휴일 연장 근무예요. 여행지에서는 챙겨야할게 더 많거든요. 일하는 엄마에게 진짜 휴가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아닐까요?

, 아내가 여행을 가면, 아빠 혼자 아이를 돌봐야하는데요. 여기에는 또 크나큰 장점이 있습니다. 내일은 독박 육아의 매력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3년 전 여름, 아이 둘과 떠났던 몽골 여행.

아내에게는 열흘간 혼자만의 시간을 준 셈이죠. ^^

따로 또 같이, 이게 제가 꿈꾸는 가족 여행의 테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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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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