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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7.09 송출실에서 바라본 MBC (3)

오늘은 저와 함께 송출실에서 일하는 김재영 피디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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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2014년에 교양제작국을 해체했다. 교양프로그램들은 폐지되고 교양PD들은 비제작부서 등으로 먼지처럼 흩어졌다. 나는 송출업무를 맡게 되었다. 벌써 3년째. 송출은 MBC 프로그램을 전파를 통해 최종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업무의 특성상 MBC의 프로그램이 제대로 방송이 되는지 빠짐없이 봐야 하는 게 일상이었다. MBC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보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 고문이었다. 

주위의 친구들 그 누구도 너무 정파적이어서, 게다가 재미도 없어서 보지 않는다는 MBC 뉴스는 급기야 2%대까지 시청률이 추락하기도 했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장이 주관하는 행사에는 수억 원씩 펑펑 쓰는 회사가 광고수익이 큰 예능프로그램에서 차량 1대 더 쓰는 것도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제작 자율성은 땅에 떨어져 오죽하면 정윤회의 아들이 경영진의 강요로 MBC 드라마들에만 연속 출연했겠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프랑스에 가면 프랑스 관련 다큐가, 이란을 방문하면 이란 관련 다큐가 전파를 탔다. 오더와 검열이 제작부서를 옥죄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모든 실상을 송출하면서 프로그램으로 확인하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근무에 들어갈 때면 우울증이 찾아왔다. 

201611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송출실에서는 KBSSBS의 방송 상황도 모니터를 하는데 그들이 급박한 역사적 현장을 특별편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등도 예외가 없었다. 그 모든 방송사 가운데 거짓말처럼 정말 유일하게 MBC만이 촛불집회를 외면했다. 이 혁명적 상황의 한가운데에서 MBC의 전파를 타고 있는 방송은 바로 <무한도전>이었다. 혹자들은 MBC를 무한도전(M)만 보는(B) 회사(C)라고 했던가. 당시 MBC는 바로 그 혹자들의 비웃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블랙코미디같이 느껴졌다. 

당시 <무한도전> 김태호 PD11년간 쉼없이 달려온 후유증을, 극도의 피로감을 안팎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거리로 수백만 명이 뛰쳐나오는 긴박한 상황에서 무한도전 제작진의 노력은 경영진에 의해 촛불집회를 외면하는 핑계로서 소비될 뿐이었다. 그 시간, 광화문에서 MBC의 기자들은 마이크에서 MBC 로고를 떼고, 중계차는 숨겨가면서 촛불집회를 취재했다. 공영방송사라는 MBC는 그렇게 참담하게 무너졌다. 

지난 5년간 MBC는 신입사원의 채용공고를 한 적이 없고 그 과정이 베일에 가려진 경력사원 공채만 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가입 여부를 노골적으로 묻는 것은 물론 지금의 부사장 스스로 경력사원 채용 때 지역도 고려한다는 자기고백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부당노동행위일 뿐 아니라 반()헌법적인 채용과정이었다. 

함께 송출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재형 아나운서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김장겸 현 사장과 함께 입사를 했다. 강 아나운서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렸는데, 특히 방송언어와 우리말에 있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전문가다. 김장겸 사장의 MBC는 그의 우리말조차 용서하지 않았다. 우리말을 가장 잘 구사한다는 30년차 아나운서는 이유를 알 수 없이 징계를 받고, 비제작부서를 전전하다가 결국 송출실까지 쫓겨왔다. 지난 5년 동안 마이크를 잡기는커녕,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아나운서의 교육과정에도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 이렇게 김재철 사장 이후 MBC 경영진은 8명을 해고하고 100여명을 징계했고, 200명 가까운 PD·기자·아나운서들을 비제작부서로 내쫓아 시청자와의 접근 자체를 차단시켰다. 이 회사가 회사는 맞는 것일까. 채용과 인사만 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상시적으로 벌어졌다. 

이명박근혜정권 9년의 시간, 그 귀결은 김장겸 사장체제였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을 깡패로 묘사하고, 촛불집회를 외면한 보도책임자였다. 그가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으로 승진하는 동안 MBC 뉴스의

신뢰도, 영향력은 비례해서 추락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김장겸 사장을 임명할 때 이를 환영하는 태극기 집회가 여의도에서 열렸다. 국민의 재산인 MBC는 일부 극우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되었다. 

김장겸 사장의 취임식은 이상했다. 김장겸 사장은 문제가 많은 사람들일수록 요직에 앉혔다. 부사장 백종문은 극우매체와의 부적절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2011년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며 스스로 부당노동행위 당사자임을 자인한 인사다. 그는 현재 MBC에서 시청자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무한도전><라디오스타>를 좌파방송이라고 욕하기도 했다.

기획본부장에는 마산고등학교 후배인 최기화가 임명되었다. 그는 보도국장 시절 노동조합의 유인물을 찢고, 조합의 공정방송 관련 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 당사자로 지목됐다. 국장 시절 PD수첩을 망가뜨렸다는 평가를 받는 윤길용 전 울산문화방송 사장은 지역 MBC의 방송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MBC NET의 사장이 되었다. 윤길용 전 사장은 자신의 임명권자인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경영진에게 회삿돈으로 각종 부적절한 선물을 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적이 있다. 김장겸 사장은 또한 전임 안광한 사장을 연간 2억원이 넘는 비용을 제공하는 자문위원에 위촉했다. 안 전 사장은 정윤회와 만났다고 한 보도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정윤회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힘에 따라 망신을 당하고 현재 무고죄로 고소된 상태이다. 범법자들에게 미리 소송비용을 회사가 대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돈과 지위를 MBC가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김장겸 사장의 취임 이후 방송은 더욱 엉망이 되고 있다. 대통령선거 보도는 가장 불공정했다는 불명예를 안았다. 사상 초유의 조작으로 밝혀진 문준용씨 관련 폭로의 경우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타 방송사 대비 3∼4배의 분량을 쏟아냈다. 김장겸 사장이 취임하기 전에 제작되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관련 다큐멘터리, 6·10항쟁 30주년 다큐멘터리가 그의 취임 직후 바로 불방 조치되었다. 그리고 8·15 특집으로 기획되던 <·일 위안부 합의의 실체> 역시 최근 방송이 무산되었다. 누가 이런 불방사태를 즐기고 있을까. 

 

전파는 공공재라고 배운 나는 MBC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동안 도저히 공공재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을 눈으로 보았고 확인했다. 나를 비롯한 MBC의 동료들은 그 괴리감 때문에 일종의 분열증을 앓았다. 이 분열증을 극복하고 MBC의 전파를 다시 국민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내 주변의 수많은 동료들은 함께 외친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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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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