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 아웃>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피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감이 좋은 분은 눈치를 챌 수도 있어요.)

 

흑인 청년이 새로 사귄 백인 여자 친구네 집에 인사를 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여자 친구 부모님들은 딸의 남자가 흑인이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대요. 친구가 계속 말립니다. “, 백인들만 사는 부자 동네에 흑인이 놀러갔다가 총 맞아 죽은 이야기 몰라?”

 

여자 친구의 집에 가보니 가정부와 정원사가 흑인인데요, 분위기가 으스스합니다. 집에서 파티가 열려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는데 흑인은 아무도 없어요. 자신을 바라보는 백인들의 분위기가 이상해요. “아우, 몸 좋네.” “이야, 이 울끈불끈 근육 좀 봐.” 흑인의 육체를 탐하는 부자 백인들의 분위기가 묘해요. 파티 석상에 흑인이 딱 한 명 있는데, 억지로 백인 말투를 흉내 내는 것도 너무 어색합니다. 문득 그 친구가 주인공을 붙잡고 소리를 지릅니다. “겟 아웃! 겟 아웃!” 여기서 겟 아웃은 꺼지라는 협박일까요, 도망가라는 경고일까요?

 

영화는 후반부에서 반전을 준비합니다. 단순한 인종차별 정서에 기댄 호러영화가 아닙니다. 자신의 주체성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우화입니다. 흑인의 육체를 백인의 정신으로 조종하려는 시도가 섬뜩하게 그려집니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공포에 깊이 감정이입해버렸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몸을 조종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학창 시절, 저는 이과생의 몸 안에 갇힌 문과생이었어요. 아버지는 저를 의사로 만들려고 무던 애를 쓰셨어요.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부모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세뇌가 정말 무섭습니다. 결국 의대를 피해 공대를 갔지만, 20대 시절 내내 불행했어요. 지난 30년간 저의 삶은, 아버지가 덧씌운 공대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의 탈출이었어요. 지독하게 영어를 공부한 것도 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요.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입장에 얼마나 크게 공감되던지, 심지어 외모까지.... 쿨럭.)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몸을 통제하려는 외부 세력에 강하게 반발하기 마련입니다. 촛불 혁명이란, 21세기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1970년대 군부 독재 시대로 회귀하려는 세력에게 저항한 일입니다. 블랙리스트로 재갈을 물리려는 이들에게 당신들에게 내 사상을 검열 당하지는 않겠다!” 국정교과서로 아이들의 역사관을 획일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당신들에게 나의 역사관을 검열 당하지 않겠다!”고 일어난 것입니다. 자신의 주체성을 빼앗으려는 시도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인류 역사의 흐름입니다. 노예제와 봉건제가 사라진 게 바로 그 이유 때문이지요.

박근혜 정부 말기인 올해 초, 고영주 이사장이 이끄는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의 새 사장을 뽑았습니다. 고영주 씨는 부림 사건의 공안 검사였습니다. 영화 <변호인>에 소재가 된 그 사건이요.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9,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했는데요. 당시 수사 검사가 고영주였고요. 당시 변호사가 훗날 대통령이 된 노무현 변호사였지요.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김장겸 사장은 지난 수년간 MBC 보도국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치면서 MBC 뉴스의 몰락을 주도한 사람입니다.

 

지난 5MBC 뉴스가 망가진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군부 독재 시절에 활약했을 법한 공안 검사와 정치 기자가 만나 유신 시대의 망령을 21세기 미디어에 주입하고 있으니까요. 21세기 민주화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인의 머릿속에 군부 독재의 망령을 심는 것, 이것이 김장겸 체제의 목적입니다. <겟 아웃>의 주인공이 겪은 공포 영화 속 장면은 MBC 직원들에게는 매일 매일의 일상입니다.

 

MBC 정상화를 위한 유일한 해법은, 김장겸 사장의 퇴진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외칩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겟 아웃!’

 

 

 

(독자님, 영화 리뷰인 줄 알았다가, 당황하셨어요?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요즘 제게는 MBC 정상화가 최고의 과제입니다.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서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고 싶습니다. 더 늙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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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커플이 사귀다 헤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어느 날 돌이켜보니 둘이 만나 좋았던 일보다 힘들었던 일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연애를 하면 좋은 일이 더 많아요. 맛난 것도 같이 먹고, 재미난 것도 같이 보고. 아무것도 안 하고 얼굴만 봐도 좋고, 손만 잡아도 좋고, 그 사람 생각만 해도 좋은데, 왜 이런 좋은 추억은 다 사라지고 나쁜 기억만 남을까요? 심리학에서는 이걸 부정성 효과라고 부른답니다.

 

달콤했던 순간보다 상처받고 아팠던 순간, 좋았던 일보다 잊고 싶은 힘든 일이 더 생생한 이 슬픈 현상은 부정성 효과 (negativity effect)’라고 한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욱 큰 가중치를 주는 것이다. 비단 연애뿐 아니라 물건 살 때,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장점 7가지보다 단점 3가지가 더 크게 들어온다. 부정성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사람이 자신이 얻을 이익(긍정적인 것)보다 손해(부정적인 것)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생존을 위한 오랜 습성이라고도 한다.

좋은 일은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억할 필요가 없지만, 나쁜 일은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민감히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 최미정 지음)

연애 심리학에 대한 블로그로 유명한 작가가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겪는 다양한 심리학적 요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억의 부정적 효과를 읽으며 문득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 원시인을 떠올렸습니다. 수십 만 년 동안 수렵채취 활동으로 식량을 구했던 원시인에게 먹을 것은 늘 부족했지요. 그렇기에 음식이 생기면 일단 배터지게 먹습니다. 다음 사냥이 언제 성공할지 모르니까요. 배가 부르면 꼼짝도 않고 지냅니다.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야 하니까요. 대식가에 게으름뱅이가 되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생존 전략이었어요. 이제는 농업 및 냉장 기술이 발달해 식량이 풍부합니다. 이런 시대에 대식가에 게으름뱅이로 살면 원시인의 평균 수명만큼만 살다 갑니다. 비만이나 당뇨 등의 성인병을 피해야 현대인의 기대수명을 채울 수 있어요.

원시시대에는 도처에 위험이 있었어요. 숲을 걷다 사슴을 만난 원시인이 활을 쏘아 사슴을 잡습니다. 온 가족이 고기를 배불리 먹은 것은 긍정적 기억이지요. 하지만 그 사슴의 뿔에 받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면 이건 부정적 기억입니다. 사슴을 보면, 군침을 흘리는 것보다 몸을 사리는 편이 생존에 유리합니다. 긍정적 기억보다 부정적 기억이 중요했던 거지요.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사냥감을 나눠줬는데, 다음에 자신이 따온 열매를 주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기억해둬야 합니다. 식량이 귀한 시절이니까요.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판이 퍼지면 음식을 얻어먹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마음 속 원시인은 타인의 부정적 평가에 온갖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이제는 굶어죽기 쉽지 않아요. 길을 가다 맹수의 먹잇감이 될 일도 없고요. 게다가 사람에 대한 온갖 평가가 인터넷 댓글이나 SNS를 타고 퍼져나갑니다. 이런 시대에 부정적 기억이나 평판에 너무 집착하면, 삶이 필요 이상으로 고달파집니다. 익명의 악플에 일일이 대응하고, 친구가 한 말에 일일이 상처받을 필요가 없어요. 당장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성경 말씀이 있어요. ‘범사에 감사하라.’ 지금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 인연인지 우리는 자꾸 잊고 삽니다. 연애를 잘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작은 일에 감사하는 습관입니다.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그동안 나와 함께 나눈 즐거운 추억이 얼마나 많은지 자꾸 곱씹어 봐야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누리는 게 얼마나 많은지 자꾸 돌이켜봐야 합니다. 수십 만 년 동안 두려움에 떨며 살아온 원시인의 마음가짐에서 달아나야합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며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문명인이 되는 길 아닐까요?

 

(비즈 한국 연재 칼럼 <김민식의 인생독서>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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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글을 올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입니다. 책을 읽는데는 하루지만, 리뷰를 쓰는데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더니, 어떤 기자분이 깜짝 놀라시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글을 다듬느냐고. 나는 글을 쓰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요?

첫째, 이게 직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자나 전업 작가로서 매일 정해진 마감이 있다면, 이렇게 오래 글을 다듬을 수 없겠지요. 취미삼아 블로그에 쓰는 글이니 급하지 않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오로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즐기는 마음으로 씁니다.

둘째, 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영어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어떤 일이든 잘 하는 방법은 시간을 더 투입하는 것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잘 쓰지 못할 때, 방법은 글에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이지요. 블로그에 비공개로 써놓고, 틈날 때마다 글을 다듬습니다. 마음에 들 때까지 두고두고 고치는데 그 시간이 한 달씩 걸리기도 합니다.

셋째,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기 싫어서입니다.
때로 저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에도 글을 씁니다. 다만 그 글을 공개하는 건, 화가 가라앉은 한참 후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냉정을 되찾고 보면 민망해서 도저히 올릴 수 없는 글도 있어요. 공적인 공간에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합니다. 적들에게 빌미를 줄 수도 있거든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찾는데 저는 한 달이 걸립니다.

넷째, 더 좋은 글을 고르고 싶어서입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개 씩 글감이 떠오릅니다. 그때마다 모두 메모합니다. 그런 다음 여유가 있을 때 글을 다듬어봅니다. 처음엔 재미있을 것 같은 글감도 나중에 보면 소재만 있고 이야기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계속 걸러냅니다. 여러 편의 비공개 메모 중, 가장 좋은 글로 고르기 위해 시간을 두고 거릅니다.

다섯째, 시간에 쫓기기 싫어서입니다.
메모장에는 수십 개의 아이디어가, 블로그 비공개 목록에는 여러 편의 글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글을 골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퇴고하고 공개로 돌립니다.비공개 상태로만 수정을 하면 글에 긴장이 없어요. 때론 발행을 눌러야 수정에 긴장이 더해집니다. 여러 편의 예비용 글이 있어야 매일 아침 마감이 괴롭지 않습니다. 여유가 있어야 즐길 수 있고, 즐거워야 오래 가거든요.

퇴직 후 전업 작가를 꿈꾸며 삽니다.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이 작가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글쓰기를 즐겁게, 꾸준히, 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글 한 편 쓰는데 한 달씩 걸리는 건 어쩌면 그 고민의 결과일지 모르겠네요.

 

영어 공부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더 잘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우선이고요. 다음은 매일 매일의 꾸준한 실천입니다. 오늘도 저는 한 달 후에 공개할 글을 씁니다. 제가 쓰는 많은 글 중 대부분이 사라지고 말지라도, 일단 씁니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이 매일 글을 올리는 방법은 일단 최선을 다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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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저에게 독서는 당근과 채찍입니다. 자기계발에 있어 동기부여를 위해 책을 읽습니다. <노후파산> <2020 하류 노인이 온다> <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 남는다> 이런 무서운 제목의 책들을 읽으면 채찍으로 맞은 양 정신이 퍼뜩 듭니다. 퇴직 이후에도 오래오래 일해야 노후가 즐거울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잘려도 자본금 한 푼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전업 작가예요.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같은 책을 읽으며 작가의 삶을 꿈꿉니다. <작가의 수지> (모리 히로시 / 북스피어)같은 책은 작가 지망생에게 최고의 당근입니다.

이것은 자랑이 아니다.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벌고 얼마를 버는지를 보여 주는 데이터이다.’ <작가의 수지> 표지에 나오는 말입니다. 일본 국립대학 부교수로 일하던 모리 히로시는 나이 마흔이 된 1996년에 처음 소설을 씁니다. 평소 프라모델 수집을 즐기는데, 교수 월급으로는 취미 생활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용돈이나 좀 벌어보려고 늦깎이 작가 데뷔를 합니다. 이후 19년간 278권의 책을 쓰고요, 인세로만 약 155억 원을 벌었대요. 이 정도 돈이면 프라모델로 성을 짓겠네요. 모리 히로시 씨의 요즘 일과는 정원에서 자신이 만든 철도 모형을 타고 노는 것이랍니다. 저택의 정원에 레일을 깔고 모형 열차를 타고 마당을 한 바퀴 도는 게 취미라니, ‘성공한 덕후라는 게 바로 이런 사람이겠지요?
어지간한 일본 작가는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리 히로시라는 이름은 생소했어요. 크게 유명한 작품을 남긴 것도 아닌데 155억 원 이상의 인세 수입을 올렸다는 게 놀라웠어요. 일본의 출판 시장이 그렇게 큰가? 살짝 부럽습니다. 저는 정원 열차까지 타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그냥 언젠가 인세를 받아 손주에게 토마스 기차 레일만 사줘도 좋겠어요. 딸들은 짝퉁만 사줬는데 손주에게는 정품 토마스 세트를 사주는 멋쟁이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판매 부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늘려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작가 스스로 궁리하여 전략을 세워야 한다. 출판사는 거기까지 생각해 주지 않는다. 그 사람보다 더 잘 팔리는 작가를 찾아내는 쪽이 더 쉽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 PD20년째 일하고 있는데요, 캐스팅을 할 때 무조건 좋은 배우를 찾는 게 우선입니다.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를 데려다 연기를 끌어내는 건 한계가 있어요. 실력이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지난 수십 년의 삶에서 절로 우러나는 것이거든요. 드라마 PD로서 저의 역할은 좋은 배우를 찾는 것이지, 연기 지도가 아니에요. 이건 직장인에게도 적용 가능한 조언입니다. 상사에게 가서 제가 일을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어보지 말라는 거지요. 회사 입장에서는 일 못하는 직원을 더 잘 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직원을 찾는 게 쉽거든요. 자기계발은 결국 우리들 각자의 몫입니다.

소설가가 되려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라는 기존의 노하우에 미혹돼서는 안 된다. 여하튼 자기 작품을 쓰면 된다. 기법이야 아무렴 상관없다.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분야든 일을 잘 하는 정해진 노하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색깔대로 밀어붙이는 게 중요해요. 인생의 행복은 꾸준한 실패 끝에 찾아오는 우연한 성공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어요. 책의 끝에서 모리 히로시 씨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을 가슴에 새기며 저도 분발하렵니다.

자신의 감을 믿을 것, 늘 자유로울 것, 한때라도 좋으니 자기가 가진 논리를 믿고 올바름아름다움을 향해 전진할 것. 좌우지간 자신에게 근면함을 강제할 것.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이 정도가 전부다. 최적의 건투를!’

 

 

(비즈 한국 연재 칼럼 <김민식의 인생독서>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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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봄, 마님과 제주도 여행 3일차

 

여행을 준비하면서 아내에게 물어봤어요.

"이번에 제주도 가면 어디 가고 싶어? 당신이 테마를 정해줘. 그럼 코스는 내가 짤게."

"아이들 없이 가니까 호젓한 숲길을 걷고 싶어."

아이들과 제주도에 가면 바닷가 해수욕장이나 관광지 위주로 다녔어요. 중문 단지에 콘도를 구하고 민서가 좋아하는 헬로 키티 뮤지엄을 가거나, 민지가 좋아하는 승마장을 가고, 외돌개나 일출랜드같은 유명 관광지를 다녔지요. 아이들은 장모님께 맡기고 둘만 왔으니, 마님의 소원대로 어른들의 여행 코스를 짭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섭지코지에서 가까운 성산 일출봉입니다.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요?

(자료사진)

성산 일출봉의 항공 사진이지요.  

(자료 사진)

섭지코지에서 본 성산일출봉의 모습. 어제 아내가 그러더군요.

"어? 저기에도 오름이 있네?"

ㅠㅠ

"당신, 성산 일출봉 몰라?"

"저게 성산 일출봉이야? 저것도 오름 아냐?"

"어떤 남자가 평생의 꿈이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사는 거야. 드디어 돈을 모아 할리를 뽑아서 여자 앞에 딱 나타났어. 그런데 여자친구가 그러는 거지. '어마? 오빠 스쿠터 새로 샀네?' 성산 일출봉을 그냥 오름이라 부르면, 일출봉이 좀 서운할 걸?"

일전에 가족 여행차 왔을 때, 어린 민서가 계단 오르기 힘들어해서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들끼리 오니 이번에는 정상까지 갑니다. 

'울 마님, 그동안 애 키우느라 좋은 데도 못 갔구나, 앞으론 내가 잘 모시고 다닐게.'

렌터카를 몰아 사려니 숲길로 향합니다. 평소엔 비자림을 즐겨갑니다. 아기자기한 코스에 화려한 식물군.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사람이 좀 많지요. 조용한 숲길 산책이라면, 한라산 중턱에 있는 사려니 숲길도 괜찮아요. 주차장을 찾는게 좀 불편한데요. 편의 시설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이 덜 찾는 곳이라는 뜻이니까, 뭐... ^^

본격적인 숲길 산책, 시작.

바닥에 야자나무 잎으로 만든 매트가 이어집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힘들지 않아요. 길 밖을 벗어나면 수풀이 무성해져 걸어가기 힘들어요. 인적이 드문 길은 관목들이 빠르게 길을 덮습니다. 가급적 반바지보다는 긴 바지에 발목까지 덮는 양말을 신고 걷는 편이 좋습니다.

혼자서 씩씩하게 잘 걷네요. 항상 회사일로, 집안일로, 바쁘기만 한 마님이 주말에 이렇게 숲길을 걷는 모습, 보기 좋아요. 평소라면 수다를 떠는 저도, 오늘은 묵언수행하듯 입을 닫고 멀찌감치 뒤에서 마님만 쫓아갑니다. 아내가 조용한 숲 속의 정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한 시간 정도 걸어 사려니 숲을 돌아본 아내가, '벌써 끝이야?' 하기에, 모시고 한라산으로 향합니다. 사려니 숲 근처 성판악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라산을 오릅니다. 백록담까지 가는 등산이 아니라, 한라산 숲을 즐기는 산책입니다.

산행 초보자들에게는 사라오름까지 왕복 4시간 코스가 좋습니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도 갈 수 있어요. 평소 산행을 즐기지 않는 마님이지만 야트막한 숲길을 따라 어렵지 않게 산을 오릅니다.

사라오름 전망대로 가는 길입니다. 가물어서 산정호수가 마른 게 좀 아쉽네요.

맑은 날이면 저 멀리 백록담과 바다가 보일 터인데, 오늘은 날이 흐려 사방이 다 구름입니다. 운무 속에 서 있는 걸 보면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실감이 나네요.

마님과 숲길을 걸을 때, 아내가 앞장 서서 걷도록 합니다. 두 사람이 산길을 걸을 때, 산행이 미숙한 사람이 앞에 서서 가는 편이 좋습니다. 산에 익숙한 사람이 성큼성큼 앞장 서서 걸으면 따라 오는 사람이 쳐집니다. 사이가 벌어지면, 앞서 가던 사람이 앞에서 기다리는데요, 따라 잡으면 금세 다시 출발합니다. 즉 산을 잘 타는 사람은, 자신의 페이스 대로 산을 오르면서 휴식도 자주 취하는데요, 산을 못 타는 사람은 잘 타는 사람 페이스 맞추느라 힘들고 제대로 쉬지도 못해서 더 힘들어요. 

커플 산행시, 미숙한 사람이 앞장을 서고요, 뒤에 가는 사람은 적당히 간격을 유지하면서 따라가는 편이 좋습니다. 원래 뒤에 쫓아가는 게 체력 소모가 더 심하거든요. 그리고 한라산이나 사려니숲길처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은 길만 따라가면 되니까 초심자가 혼자 앞장서서 걸어도 부담이 없어요. 갈림길이 나오면 잠시 쉬면서 뒷사람이 쫓아오기를 기다리면 되니까요.

도보 여행이나, 자전거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미숙한 사람이 앞에 가고 능숙한 사람이 뒤에 가는 게 좋아요.

해발 1000미터! 마님의 표정이 밝습니다. 초심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작은 성취감이지요.  

17년 간의 결혼생활도,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왔네요. 저는 자기주도적 인생을 사는 터라, 일을 저지를 때, 마님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는 법이 없습니다. 최근에 회사에서 벌인 일도 그래요.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합니다. 마님은 저 뒤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가타부타 뭐라 하는 법이 없어요. 가끔 농삼아 그러시지요.

'우리 남편, 회사에서 잘려도 걱정하지 마라. 내가 먹여 살릴 테니.'

마님은 저보다 연봉이 훨씬 높은 능력자이십니다. ^^

 

'앞에서 끌지도 않고, 뒤에서 붙잡지도 않는다. 그냥 서로가 가는 길을 존중하며 조용히 쫓아간다. 그가 무엇을 하든, 뒤는 내가 지켜준다는 생각으로.'

부부가 인생을 사는 법이 이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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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참가요령,

1. 한 주간의 학습 진도를 댓글로 답니다.

2. 자신의 댓글에 댓글로 꼬리를 이어갑니다. (간단할수록 좋습니다.)

3. 매주 빠지지 않는 게 목표입니다. 새로운 진도를 나가지 못하면, 복습 진도라도 남깁니다.


2주전 댓글부대 4차 정모 공지를 올렸습니다. 신청자 50명이 넘어 일단 선착순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1,2,3차 정모 참석자 중에서 추가 신청 10분 받습니다.

아래 공지 글에 댓글을 달아주세요.

2017/06/06 - [공짜 영어 스쿨/댓글부대 모집공고] - 댓글부대 4차 정모

 

2017년 7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4시

상암동의 명물, 차 마시는 책방 <북바이북>에서 모입니다. 장소가 한정되어 있어,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습니다. 가급적 책을 소리내어 외우신 분들이 신청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가비는 없습니다.

(주차장이 없는 관계로 대중교통이나 DMC역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주세요.

공항철도, 6호선, 경의중앙선 환승역 디지털미디어시티 역 근처입니다.) 

http://blog.naver.com/bookbybook/220351356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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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라는 말이 있지요.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안팎에서 동시에 껍질을 두드려야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는. 궁금했어요. 그때, 알을 두드리는 건, 암탉이 먼저일까? 병아리가 먼저일까? 

저는 병아리가 우선일 것이라 생각했어요. 성급한 어미닭이 껍질을 두드렸는데, 아직 병아리가 채 부화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냥 죽어버리잖아요? 병아리가 안에서 열심히 두드렸는데, 암탉이 가만히 있어도 병아리가 지쳐서 죽어버리고요.

가만히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좋은 어미라면, 일단 가볍게 톡톡 먼저 두드려볼 것 같아요. '너 깼니?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하고 말이에요. 그럼 정신을 차린 병아리가 그 자극을 따라 안에서 또 두들기겠지요. '네, 저 깼어요. 이제 이 껍질 좀 깨어주세요.'

촛불 혁명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MBC를 둘러싼 상황이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여,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MBC를 지목했습니다. 이건 어미닭의 부름이에요. '깨어나라, MBC'

정신이 퍼뜩 든 MBC 구성원들의 외침이 이제 전국으로 번져갑니다. 줄탁동시의 시간! 안팎에서 힘을 모아, 언론적폐라는 낡은 껍질을 깨고, 다시 예전의 모습, '만나면 좋은 친구, MBC'로 돌아가야할 시간입니다.

오늘은 언론개혁에 대한 주간 경향의 표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또 하나의 과제, 공영방송 개혁'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706201155051&cod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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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봄, 마님과의 제주 여행 2일차

 

도미토리를 같이 쓰는 방친구들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진 새벽 5, 혼자 조용히 일어나 아침 산책을 갑니다.

 

 


바다 위로 동이 터오는 하늘이 예뻐요. 서울에서는 하늘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눈높이에서 가리는 건물들이 너무 많아요. 서울을 벗어나면 하늘이 절로 보여요.

 

 

도두봉 공원 산책로, 바다를 낀 야트막한 언덕을 오릅니다. 올레 코스 중 일부인데요. 올레는 종일 걸어도 좋지만 이렇게 일부만 잠깐 걸어도 참 좋네요. 새벽 5시, 바닷길 산책으로 시작하는 하루!

 

 

 

 

등대까지 걸어가 동네 한바퀴를 돌고 숙소로 가니 아침 7시. 게리와 막심은 아직도 자는 군요. 막심은 어제 밤 늦게 체크인한 러시아 친구에요. <브런치 안 힐링하우스>는 부킹닷컴 리뷰가 좋은 덕인지 외국인 배낭족들이 많네요.

 

영어 공부에 한창 빠졌을 때 만났다면, 1일 가이드를 자청하고 함께 놀러다녔을 텐데요. 여행 중 말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나면 내가 이미 갔던 곳이라도 한번 더 같이 가고 그랬어요. 같은 장소도 다른 사람과 보면 또다른 느낌이거든요. 무엇보다 영어가 미숙한 사람에게 말을 잘 받아주는 좋은 말동무를 만나면 참 고맙거든요.

제주도에서 외국인 배낭족을 만나려면 숙소의 영어 리뷰를 체크해보세요. 재미난 인연을 만날 수 있어요. 어제밤 10시 넘어 셋이서 영어로 수다를 떨다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저만 혼자 다섯시에 일어난 걸 보면, 역시 나이는 못 속이겠네요. 나이 들어서 그런가, 새벽잠이 없어요. 아니면 새벽에 글을 올리는 블로거의 오랜 습성이 몸에 밴 건가? 역시 습관이 무서워요.


제가 즐기는 배낭족의 아침 식사.

 

게스트하우스에서 보통 토스트 식빵과 계란과 야채를 준비해 놓지요. 식빵 두쪽을 굽고, 계란 프라이를 해서 야채를 올리고 마요네즈를 뿌리면, 초간단 에그 샌드위치 완성!

 

전국에 게스트하우스가 생기고 있으니 나이 들어서는 전국 게스트하우스 순례를 다니며 외국인 배낭족들에게 1일 관광가이드를 하며 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 공항에 마님을 모시러 갑니다. 저는 목요일부터 휴가를 내고, 아내는 금요일부터 휴가입니다. 둘이서 섭지코지로 가요. 이곳에서 아내의 선배가 결혼식을 올리거든요. 

  

 

예식장소는 휘닉스 아일랜드에 있는 민트 레스토랑. 짠돌이인 저와 가격대는 맞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이지만, 기품 있는 마님을 모시기엔 부족함이 없는 장소입니다. ^^ 민트 레스토랑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있어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신랑 신부가 마흔 일곱살의 동갑내기인데요. 정말 보기 좋네요.

 

 

20대 첫 직장에서 만난 후, 각자 유학을 떠나고 외국에서 일하느라 3,40대를 바쁘게 보냈어요. 미국 와튼 스쿨에서 공부한 신부는 훗날 싱가포르에서 일하기도 하고 지금은 미국 LA에서 살면서 첨단 메디컬 회사를 다닌답니다. 영어가 되는 사람의 삶의 행로는 정말 국제적이군요. 신랑은 회사 그만두고 프랑스로 건너가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네요. 정말 멋지게 사는 분들이에요.

 

30대, 40대, 꿈을 좇아 세계 방방곡곡을 다닌 두 사람이 좋은 친구로 지내다 이제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마흔 일곱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신부와, 아직도 장난기가 얼굴에 가득한 신랑의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100세 시대, 결혼의 의미는 이제 '지속 가능성'에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에요.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문제지. 100세 시대에 결혼을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나이가 들어 하는 결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을, 반드시 20대 30대에만 하라는 법은 없어요. 40이나 50에도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어요. 40에도 공부의 열정을 불태우고, 50에 세계일주를 꿈꾸며, 60에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거든요.

 

마흔 일곱의 나이에 혼인 서약을 맺는 신랑 신부를 보니, '아, 인생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방 강연을 갈 때는 휴가를 내어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근처 산이나 바다, 강변을 걷다 옵니다. 어찌보면 이것도 외박인데, 아내는 싫은 기색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저에겐 가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거지요. 

 

 

 

역마살이 낀 남편을 만나 17년을 참고 살아오신 우리집 보살님.

저같은 철부지에겐 역시 마님 밖에 없네요.

 

내일은 간만에 마님을 모시고 여행 가이드를 하려고요.

 

제주도 숲길 여행,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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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봄 제주 여행 1일차

 

아내와 둘이서 제주도 여행을 떠나려고 집을 나서는데, 열살 난 둘째 민서가 묻습니다.

"또 엄마 아빠 둘이서 놀러 가는 거야? 결혼기념일은 이미 지났잖아?"

ㅋㅋㅋ

우리 부부의 루틴을 파악했군요. 매년 봄 결혼기념일이 되면 아이들은 두고 둘만의 여행을 다닙니다. 부부에겐 이런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올해엔 6월 초로 일정을 잡았는데요, 그 사연은 2일차에 소개할게요.

첫날 저 혼자 비행기를 탑니다.

 

제주한라대에서 강연 요청이 왔기에 날짜를 맞췄어요. 하루 전에 와서 일을 하고 다음날 아내와 합류하기로. 제주도에 올 때는 항상 들뜹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해안가 마을 풍경에 벌써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제주한라대 캠퍼스. 학교 기숙사 앞에 야자수가 심어진 풍경이 이국적이네요. 제주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 마치 사시사철 여행 온 기분이 날 것 같아요.

점심은 제주한라대 학생식당에서 마요덮밥을 먹었습니다. 3500원에 이렇게 맛난 식사! 

유럽 배낭여행 할 때 기분이 나요. 당시엔 적은 돈으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대학 학생 식당을 애용했거든요.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베를린 대학의 학생 식당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배낭여행 가이드북에는 대학교 교내 식당이 맛집 리스트로 소개되곤 했어요.

3500원짜리 마요덮밥! 정말 맛있네요. 다시 옛날로 돌아가 배낭여행하는 기분~^^

강의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학교 앞 카페로 향했습니다. 아이스카페라떼 한 잔이 2500원! 지방이라 그런가, 대학가라 그런가, 물가가 싸네요. 이곳에서 강의 준비도 하고 원고 작업도 합니다.

뒤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수다를 떠는데요, 별 방해가 되지 않아요. 제주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은 마치 파도소리나 바람에 스치는 갈대 소리 같은 거죠. ^^  

오늘 강연의 주제는 '100세 인생, 제2의 청춘을 즐기는 법'입니다.

청춘을 즐기려면, 나이가 몇이든, 20대 시절에 즐기던 것을 그대로 즐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저의 경우, 그게 독서와 여행인데요. 책 읽는 습관 덕에 중년의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20대에 익힌 배낭여행의 기술은 나이 50에도 유용하게 써먹고요.

4,50대는 노후를 준비하는 시간인데요. 최고의 노후 준비는 현재를 즐기는 것입니다. 나이 70에 새로운 것을 배우기는 쉽지 않아요. 퇴직 후 여행을 즐기려면 지금 짬짬이 영어 공부를 해야 하고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려면 지금부터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오늘의 숙소로 이동합니다. '브런치 안 힐링 하우스' 제주공항과 가까운 곳이라 골랐어요.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듭니다.

도미토리 4인실의 침대 하나를 2만원에 예약했는데요, 창밖으로 바다도 보이고, 방도 깨끗하고 좋네요. 부킹닷컴에서 리뷰와 점수를 보고 예약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어요. 마님과 함께 묵는 숙소는 고급 호텔을 잡고요, 혼자 다닐 땐 무조건 2만원대 도미토리입니다.

방에 짐을 두고 나와 근처 올레길을 걷습니다. 걷기만큼 좋은 운동도 없어요. 숙소를 잡을 때 미리 지도에서 확인해둔 길이 있어요.

숙소 바로 앞에 올레 17코스가 있네요. 길을 따라 도두봉 공원을 오릅니다. 지도에서 보듯 '섬머리'처럼 튀어나온 지형이라 3면의 바다를 다 볼 수 있어요.

바닷가 산책은 언제라도 즐겁습니다.

산책 후에는 저녁을 먹어야지요. 제주도민이 알려주신 인근 맛집, '도두 해녀의 집'에 가서 특물회를 시켜 먹습니다. 15000원인데요, 성게랑 전복이랑 푸짐하게 들어있어 찾아온 보람이 있네요. 평소 저의 식사 단가보다는 높지만, 일을 한 후에 이 정도의 사치는 허락해줍니다. ^^

숙소로 돌아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등지고, 다음 책 원고 작업을 합니다. 자판을 두들기다 손목이 아프면, 읽던 책을 펼치고, 그러다 멍하니 바다를 봅니다. 그러다 다시 노트북을 펼치기도 하고요. 책읽고 멍때리고 글쓰는 와중에 제주도 푸른밤은 저물어 갑니다. 

이곳 도미토리에는 외국인 배낭족이 많이 찾아오네요. 오늘의 룸메이트는 게리 제르맹이라는 프랑스인입니다. '아스팔트'라는 레이싱게임을 만든 게임 회사 마케팅 직원인데 휴가차 제주도에 왔답니다. 며칠 간 제주도를 돌아본 후, 이곳의 풍광에 푹 빠져있네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침대에 누워서도 조잘조잘 여행 이야기에 밤 깊어가는 줄 몰라요.

행복한 하루였어요.

제주한라대 평생 대학에서 했던 강연도 즐거웠고요. (일) 도두봉 올레길 걷기도 좋았고, (놀이) 저녁에 바닷가에서 책을 읽은 것도 좋았어요. (공부)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삶, 제가 꿈꾸는 노후입니다. 퇴직 후에는 어디라도 불러주시면 달려가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요, 그 근처에서 맛난 음식과 멋진 풍광을 즐기렵니다. 그런 다음 저녁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요. 그렇게 하루하루 늙어가는게 꿈입니다.

노후에 하고 싶은 일은, 지금 당장 해봐야 합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연습을 해야하거든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는 제주도,

제게는 일과 공부와 놀이가 있는 꿈의 섬이에요.

언제 어디서라도, 일과 공부와 놀이가 하나되는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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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했던 강연 원고를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MBC 드라마 PD 김민식입니다.

행복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님이 쓴 <행복의 기원>을 보면, 진화는 자연선택과 성선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위를 할 때마다 행복을 느끼게끔 진화했다는 거지요.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위를 할 때마다 기쁨을 느낀 선조들 덕분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한 이유는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고, 매력적인 이성을 볼 때 기분이 좋은 이유는 짝짓기의 희망에 들뜨기 때문입니다.

1987년에 대학에 간 저는, 1지망에 떨어져 2지망 입학했는데요. 전공에 흥미가 없었어요. 학과 공부보다 미팅에 열을 올렸습니다. 즉 스무 살의 저는 생존보다 번식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겁니다. 그런데 미팅 나갈 때마다 차였어요. 어떻게 하면 짝짓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결국 연애의 고수라는 선배를 찾아갔어요.

미팅에서 계속 차였다고? 그건 실패가 아니야. 전력을 다해 대시하고 싶은 여자를 못 만난 것뿐이지. 넌 왜 미팅에 목을 매냐. 진짜 승부는 헌팅에서 나는데.”

미팅에 나가면 어떤 상대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헌팅은 무조건 원하는 상대에게 대시할 수 있다는 거죠.

헌팅은 어디서 하면 되나요?”

헌팅은 역시 나이트클럽이지.”

나이트클럽이라면 날라리들이나 가는 타락의 온상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여자 한번 꼬셔보려고 선배를 쫓아 나이트에 갔어요. 선배가 저를 보고 한마디 하셨어요.

넌 아무래도 외모가 많이 딸리니까, 춤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1980년대 말 신촌로터리에 우산 속이라는 나이트가 있었는데요. 한쪽 벽면이 거울이에요. 거울 앞에서 혼자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엔 발로 박자를 맞추고, 팔로 하늘을 찔러댔어요. 음악을 알아야 리듬을 탈 수 있다고 해서 길거리 리어카에서 ‘DJ 리믹스테이프를 사서 열심히 듣고 팝송 가사도 외웠어요.

춤이라는 게 은근히 재미있더군요. 각각의 동작을 따로 익히지만 나중에는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어요. 매일 나이트에 가기는 힘드니, 나중에는 방에서 혼자 거울 보며 연습을 했어요. 이어폰을 꽂고 혼자 미친 듯이 흔들었지요. 매일 연습을 하니까 춤이 쑥쑥 늘더군요. 몸치인줄 알았더니 나름 흥이 있었어요. 춤은 많이 늘었는데, 춤을 잘 춘다고 연애가 되진 않더군요. 여자 만나려고 춤을 배웠지만, 나중에는 춤이 좋아 그냥 춤만 췄습니다.

<행복의 기원>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한다고 믿습니다. 화려한 조명이 빛나고 쿵쾅거리는 음악이 커다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나이트클럽에 가야만 춤이 즐겁다고 믿으면 유흥비로 많은 돈을 써야합니다. 예쁜 여자랑 춤을 추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에 사로잡혀 있으면 거울 속 멋진 남자의 춤사위를 즐길 수 없어요. 춤의 즐거움은 강도보다 빈도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춤을 출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즐거운 겁니다.

춤만 추면서 노니까, 전공 학점이 2점대였어요. 취업은 해야겠다 싶어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춤도 혼자 췄듯이, 영어도 혼자 공부했어요. 영어 공부에 대한 그릇된 믿음 3가지가 있어요. 영어를 잘하려면, ‘미국에 가야 한다.’ ‘원어민에게 배워야 한다.’ ‘돈을 들여야 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했지요? 영어 공부 역시 마찬가지에요. 조기유학, 교환 학생, 미국 연수, 우리는 이렇게 영어 실력을 올릴 조건을 기다립니다. 영어 공부는 조건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이 순간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회화 책을 보고 그날 외울 문장 10개를 소리 내어 읽습니다. 그런 다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요. 영어 문장 한번, 한글 지문 한번. 지하철 타러 가면서 MP3를 들으면서 중얼중얼 따라합니다. 전철에 타면 한글 지문을 보고 영어 원문을 떠올려 봐요. 기억이 안나면 다시 영어 문장을 보고요. 저녁에 자기 전에 확인합니다. 10개를 내가 외웠는지. 하루에 회화 상황 하나씩 외웁니다. 영어는 일주일 내내 놀다가 일요일 하루 10시간 몰아서 한다고 늘지 않아요. 영어는 한번 이치를 깨달으면 평생 이해가 되는 과학이 아니에요. 외국어는 학문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반복하는 습관을 통해 실력을 기릅니다. 마음잡고 하루 빡세게 공부하기보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공부한 영어 덕에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 영업사원으로 취업했습니다. 한국 3M 헬스케어부문에서 치과 제품 영업을 했는데요. 치과 영업은 좀 힘들어요. 모든 사람이 울상으로 들어가는 곳에 혼자 활짝 웃으며 가거든요. “안녕하세요, 쓰리엠에서 나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고함을 지릅니다. “나가!” 그렇게 쫓겨나는 날은 우울해서 저녁에 동료랑 술을 마시기도 했는데요. 술을 먹는다고 힘든 세일즈 업무가 편해지지는 않아요. 근무 중 느낀 모멸감은 퇴근 후에도 계속 떠오르는데 그러다보니 꼭 24시간 근무하는 것 같았어요. 무너진 자긍심을 살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평소 자신이 잘 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저의 경우엔 그게 영어였어요.

자존감을 다시 채우려고, 퇴근 후 영어 학원을 다녔습니다. 저녁 6시에 퇴근하면 전철을 타고 종각에 있는 종로외국어학원에 가서 통대 입시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날 방송된 CNN 뉴스를 들려주고, 학생을 지목해서 우리말로 옮기라고 해요. 발표가 끝나면 다음 학생을 지목해서 틀린 내용이나 부족한 내용을 보충하라고 하지요. 이 수업을 들으려면 뉴스도 집중해서 듣고, 다른 학생의 발표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수업 시간 2시간, 그날 하루 진상 고객과 호랑이 상사에게 받은 모멸감과 스트레스는 떠오를 틈이 없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는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암송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수동적인 공부는 남는 게 없어요. 원어민 회화 수업에 가서 멍하니 구경만 해서는 늘지 않아요. 회화 문장을 외워야합니다. 문장 암기는 쉽지는 않지만 아주 버겁지도 않아요.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영어 공부에서도 몰입의 즐거움을 맛 볼 수 있습니다.

회사와 학원을 동시에 다니며 시험 준비를 해서 그해 가을 외대 통역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통대 공부도 만만치가 않더군요. 유학생과 교포 2세들 사이에서 고전했어요. 힘들 땐 무엇을 한다고요? 내가 가장 잘 하는 것. 통역대학원 재학생 중에서는 제가 춤을 제일 잘 췄어요.

야유회 가고 MT 가면 기타 메고 사회 보면서 춤을 췄어요. 다들 그랬어요. ‘통역사로 썩기엔 춤 솜씨가 너무 아깝다. 저렇게 잘 노는 사람은 예능 피디를 해도 잘 할 텐데!’ 그 소리에 혹해서 96년에 MBC 공채를 보고, 예능 피디로 입사하게 되었어요. MBC 입사해서도 늘 춤만 추었습니다. 조연출 때 선배가 시켜서 생방송 무대에 올라가 춤을 췄고요.

2012MBC 파업 당시 노조 부위원장이었는데요. 파업 프로그램 연출을 제게 맡기더라고요. 전 제가 가장 잘하는 걸로 승부를 봤습니다. 파업 홍보 동영상을 찍으면서 늘 춤을 췄어요. 심지어 MBC 노동조합 조합원 300명을 모아놓고 춤을 추게 했습니다.

MBC 프리덤이라는 뮤직 비디오는 유튜브에 올라간 즉시 조회수 30만을 기록하고 공전의 히트를 쳤지요. 이 작품을 연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회사에서는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나라에서는 구속영장 2회 청구와 징역 2년형 구형이라는 영광을 내렸습니다. 그 후로 회사에서 제게 드라마 연출을 시키지 않더군요. 5년 되었는데, 아직도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심지어 재작년에는 비제작부서로 좌천되었어요. 파업 끝난 지 3년이 지났는데 말이지요.

, 힘들더군요. 평생 로맨틱 코미디 연출을 하고 사는 게 꿈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더 이상 PD가 아닌 거예요. 괴롭고 분해서 새벽 4시가 되면 눈이 번쩍 떠지는 거예요. 잠이 안 와요.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썼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했지요? 제게는 블로그가 그랬어요.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보는 드라마를 연출할 수 없으니 불행할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블로그에 매일 찾아오는 100명의 방문자도 소중하고 고맙더라고요. 댓글 하나 달리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어느 순간, 저는 글 쓰는 즐거움을 아는 몸이 되었고요. 지금도 매일 아침 블로그에 한편씩 글을 올립니다. 그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아 낸 책이 자기계발서 분야 1위 베스트셀러,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고요.

직장인의 행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강도 높은 자극을 추구하기보다, 작은 성취를 조금씩 자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아야 해요. 늘 하는 업무나 특기는 그 성취의 기준이 높습니다. 새로 시작한 일은 기준이 바닥에서 시작합니다. 조금만 늘어도 성취의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춤이든, 영어 공부든, 블로그 글쓰기든, 이제껏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해보세요. 그 속에서 조그만 기쁨을 자주 맛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고 믿습니다. 잊지 마세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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