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노는 것이 지금 같은 저성장 고실업 위험 사회에서 살아가는 십대와 이십대에게는 창의적인 인생 밑천이다. 예전 같으면 "놀지 말고 공부해라, 놀지 말고 뭐라도 해라"는 어른들 말대로 하면 어느 정도 그만그만하게 성공했다. 같은 것을 대량생산하고 대량소비하는 사회였기에 벼락치기로 시험 준비라도 잘 하면 대부분 취직해서 비슷비슷하게 살 수 있었다. 그렇게 다수가 규격품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중략)

지금은 놀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바꿔야 살 수 있는 시대다. 가급적 일찍부터 놀면서 살기를 바란다. 그 경험 속에서 막장 경쟁이 아닌 상호 돌봄의 창의성을 만나보길 바란다. 그 세계에서 인생의 가치와 목적을 만나고 삶의 스승을 만나고 마음 통하며 기댈 수 있는 동료를 만나보길 바란다.

놀 줄 알려면 놀아버릇 해야 된다. 또 놀아봐야 웃을 줄 알게 된다. 그래야 잘 살 수 있다.'

<대한민국 10대, 노는 것을 허하노라> (김종휘 / 양철북)

 

 

요즘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단 잘 노는 게 중요합니다. 창의성은 앉은 자리에서 머리 끙끙 싸맨다고 나오지 않아요. 끙끙대고 고민할수록 오히려 겁만 나지요. 마음 편하게 놀아야 새로운 무언가가 나옵니다. 10대에게 놀이를 권하는 이유는, 놀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즐거움을 깨우칠 수 있어요. 자꾸 놀아야 창의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만들어집니다. 취미 삼아 SF 번역을 하던 시절, 출판사 편집자를 만났어요. "피디님은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그 질문에서 나온 책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입니다. 창의성은 너와 나의 관계를 통해 독창적인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인데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나 자신을 다중인격체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드라마 PD로서 책을 쓰라고 하면 쉽지 않지요. '스타 PD도 아닌데 내가 뭐라고 연출론을 쓸까.' 그런데 드라마 PD인 나와, 영어 통역사인 내가 만나면 새로운 무언가 나옵니다. '통역사 출신 시트콤 PD가 말하는, 놀듯이 영어 공부하는 방법'. 통역사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통번역을 하라고 하면 재미가 없어요. 이럴 땐 통역사인 나와, SF 팬인 내가 만납니다. 그럼 SF 소설을 번역하게 되지요. 개인이 창의성을 기르는 좋은 방법은, 다양한 모습의 나를 만들고, 서로 다른 내가 만나 협업하게 만드는 겁니다. 

나를 어떻게 다중인격체로 만들 것인가. 먼저 '일하는 나'가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무언가 일을 하고 있겠지요. 저녁에 퇴근 후, '노는 나'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면, 적당히 설렁설렁 놀지 말고 미친듯이 해봅니다. '일하는 나'와 '노는 나'가 자꾸 만나야 합니다. 저의 경우, 드라마 PD와 독서광이 만나는 거지요. 그럼 '드라마 PD가 책에서 만난, 창의성을 기르는 방법', 이런 콘텐츠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공부하는 나'를 만들어도 좋아요. '일하는 나'와 '공부하는 나' 그리고 '노는 나'가 협업을 하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집니다.

얼마전 알파고와 대결하던 커제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분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부러운 일이에요. 알파고에 질 수도 있어요. 앞으로 인공지능에 밀리는 직업군이 많이 나올 겁니다. 인공지능에게 져도 좋으니 한판 붙어보고 싶을 정도로 미친듯이 좋아하는 일을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책을 잘 읽고 글을 써도, 독서와 글쓰기를 그만 둘 생각이 없어요. 이건 돈 한 푼 생기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예전에는 10대에게 죽어라 공부만 시켰지요? 암기식 학습으로는 인공 지능 시대에 알파고와 경쟁하기 힘들어요. 회사에서 죽어라 일만 한 40대도 앞으로 퇴직 후 그 일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아요. 시스템 속에서 매뉴얼에 정해진 일만 하는 사람은 100세 시대에 새로운 일을 만드는 것이 (요즘 트렌디한 말로 창직創職) 어려워요. 그래서 자꾸자꾸 놀아봐야 해요. 그래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하는 '나'와, 노는 '내'가 만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자고요. 일하는 나에게만 시간을 주지 말고요, 노는 나에게도 더 많은 시간을 허락해주세요. 공부하는 아이만 칭찬하지 말고, 아이에게도 놀이를 허락해주자고요.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몇년 전, 사회 모금 사업을 하는 분을 만났는데요. 한국 사회는 사회적 모금이 왕성한 편이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북유럽의 잘 사는 나라에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이 잘 안 된데요. "이유가 뭐죠?" 그런 나라에는 기본적으로 불우 이웃이 없다고... ㅠㅠ 사회 복지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기에 누구나 일정 정도의 기본 생활은 누릴 수 있다네요. 세금을 많이 내고, 그 돈으로 국가에서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성금 모금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요. 아, 선진국은 역시 다르구나 싶어요.

TV에서 '수재민 돕기 특집 방송'을 하면 서민들이 주머니를 텁니다. 배고파본 적 있는 사람이 배고픈 사람의 사정을 알거든요. 폐지 주워서 이웃돕기 성금 내는 할머니들이 신문에 나오는 것처럼요. 선진국이란 결국 서민에게 성금을 모으기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잘 걷는 나라가 아닐까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 안정적인 사회 복지 모델 덕분에 국민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적답니다. 덴마크가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건 국민들이 가장 덜 불행한 나라라는 뜻이라네요. 선진국 중에서도 덴마크가 특히 행복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 각광받는 <휘게 라이프>라는 책을 찾아봤어요.

<휘게 라이프> (마이크 비킹 / 정여진 / 위즈덤하우스) 

'휘게'는 '웰빙'을 뜻하는 노르웨이어랍니다.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설명하는 글자래요. 휘게는 간소한 것, 그리고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답니다.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자극적인 것보다는 은은한 것. 단순함과 겸손함은 휘게의 중요한 미덕이라는 군요. 이는 검소한 소비생활로 이어진답니다.

'어쩌다가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라면 휘게를 내세우며 그곳을 빠져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좀 더 휘겔리한 곳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라는 의견은 자리를 옮기는 데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된다. (중략)

샴페인을 마시는 것보다는 차를 마시는 게 더 휘겔리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보드게임을 하는 것이 더 휘겔리하며, 마트에서 산 비스킷을 먹는 것보다는 서툴러도 집에서 직접 만든 비스킷을 먹는 것이 더욱 휘겔리하다.

휘게를 극대화하는 데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중략) 휘게는 삶의 가장 단순한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며 거의 아무런 비용 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손을 번쩍 치켜들고 "공짜로 즐기는 세상 만세!"하고 외칠 뻔 했어요. 이건 제가 늘 노래하는 바로 그런 자세거든요. 인생을 즐기는 데 큰 돈 들지 않아요. 영어 공부도 그렇고 독서도 그렇고요. 가급적 돈을 쓰지 않고, 작고 소소한 것에 감사하며 사는 것. 마님에게 '찌질한 중년남자'라고 놀림받는 저의 삶이 선진국 국민들의 삶이군요! (보고 있나, 마님?) 

우리는 일도, 소비도 경쟁적으로 합니다. 남보다 더 비싸고 더 많은 것을 소비하는 것으로 자신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애를 쓰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됩니다. 휘겔리한 삶이 더 넓게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행복의 기준은, 더 적게 소유하고 더 적게 쓰는 것이니까요.

누가 저더러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앞으로, '제가 좀 휘겔리하게 살거든요.'해야겠어요.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공공 복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공짜로 즐기는 세상'의 미덕을 널리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하려고요. ^^ 심플한 삶, 소유하지 않는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휘게 라이프, 만세!"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외대 통역대학원 재학 시절, 친구들끼리 사자성어로 끝말잇기를 했습니다. 사자성어는 통역사들에게 아주 유용합니다. 길게 풀어야 할 상황을 사자성어로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거든요. 통역에서 유용한 것은 축약의 기술이니까요. 기억에 남는 끝말잇기가 있어요.

계구우후!” (소의 꼬리보다 닭의 부리가 되어라는 뜻)

후안무치!”

?....... ...... 치사빤쓰!”

? 치사빤쓰? 그건 좀 치사한데.... 그럼.... 쓰리세븐!”

? 쓰리세븐? , 븐으로 시작하는 말이 어디 있어.”

그럼 커피 사시든가.”

븐이엘고!”

뭐라고?”

브니엘고 몰라?”

^^

 

MBC에 입사하고 97년 수습 기간에 신입 PD들이 인사동 전통찻집에 모여 논 적이 있는데요, 영화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어요. 다들 키노와 씨네21을 정독하고 심지어 온갖 어려운 이름을 다 외우기까지 하더라고요. 문득 심심풀이 삼아 끝말잇기를 했어요. 영화에 나오는 고유명사만 가지고. 영화 제목이나, 감독 이름, 배우 이름으로 끝말잇기를 했는데, 세상에, 그 게임이 한 시간 넘게 이어졌어요. 짜릿했어요. ‘, 여기야말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로구나.’ 평생 이과, 공대, 영업사원, 통역사 등, 다양한 집단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그제야 나의 준거집단을 만난 기분이었어요. 그날의 뿌듯함이 20년이 넘도록 MBC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MBC에서 책을 쓰는 사람이 늘었어요. 지난 몇 년, 회사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서 자아실현의 기회를 찾고 있는 사람이 늘었다는 거지요. 최근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이라는 책을 낸 조승원 기자가 있는데요. 그가 책을 쓴 사연도 재미있습니다.

 

 

2004년 11월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일하던 조승원 기자는 '대마초는 마약이다?'라는 아이템을 준비하면서 신해철 씨에게 연락을 합니다. 가수는 발끈하지요. "왜 또 납니까? 이제 좀 잊고 조용해지려고 하는데." 기자가 배수진을 쳐요. "신해철 씨만큼 이 문제에 대해 논리 정연한 사람이 없다고들 하는데, 인터뷰 안 해주시면 이 아이템 방송 못 탑니다." 신해철이 이 당돌한 기자를 작업실로 불러요. 두 사람은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964년 비틀즈가 밥 딜런과 대마초를 나눠 피운 이야기부터 희대의 술꾼인 오지 오스본과 이글스의 음주 기행에 이르기까지 음악인들의 뒷담화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어느 순간 동이 터고 있었다네요. 기자와 헤어지면서 마왕이 그러지요.

"우리 둘이서 한 얘기, 책으로 내면 재미있지 않을까? 언제 시간 되면 이런 거 한번 책으로 써봐."

마왕 신해철을 만나 밤새 술과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조승원 기자는 아마 행복했을 겁니다. 제가 인사동에서 영화광 PD들과 함께 한 순간이 그랬던 것 처럼요. 가끔 저에게 묻는 사람이 있어요. MBC에서 나와 프리랜서 연출을 하지 않느냐고. 어떻게 떠날 수가 있겠어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재미난 사람들이,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인 회사를. 

저는 술을 좋아하지도, 음악을 잘 알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조승원 기자의 책을 읽으면서 글에 취하고, 음악에 젖었어요. 기자의 술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존경합니다 술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 않고  못배기는 그의 글을 좋아합니다. 마왕도 이 책을 보면 흐뭇하게 술 한 잔 할 것 같아요.

책의 서문이 실린 조승원 기자의 브런치 글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beautyalcoholic/5

'나는 왜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을 썼나.'

술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겁니다. ^^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지난번에 올린 '당신 탓이 아닙니다.'라는 글에 정일수 님이 댓글을 달았어요. 올리신 분의 허락을 구해 블로그에 공유합니다. 지난번 글을 읽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2017/05/26 - [공짜 PD 스쿨] - 당신 탓이 아닙니다

 

이하 정일수님의 글.

 -------------------------------------

김PD작가님께서 “세상에서 나눌 수 있는 일자리가 기본적으로 부족한 게 문제이지, 당신 탓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바깥에서 답을 구하지 말아요. 그 누구도 답을 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쓰신 부분에서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삶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답을 찾았다'는 것은 어쩌면 ‘아름다운 거짓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PD작가님께서 강조하신 ‘당신 탓이 아닙니다’란 메시지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에 와 닿을 거라 생각됩니다. 마가렛 대처 이후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으로 모든 결과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적 풍조에 우리 자신들이 지나치게 익숙해졌다는 점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정래 작가 역시 최근 우리 사회 교육문제를 다룬 작품에서 “인생은 유한할 뿐인데 무한경쟁이라니....” 라고 질타한 적이 있지요. 무한경쟁의 사회적 구조는 명백한 사회적 산물이자 허위의식입니다. 그러므로 실패와 좌절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행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자신의 게으름이나 부족함을 구조 탓으로 삼는 논리가 되어선 안 되겠지요.  

삶의 헤드스타트(headstart) 지점이 현저하게 차이를 보이는 상황과 조건이야말로 현실의 큰 벽이 아닐까요? 이에 대한 냉철한 자신의 현실 인식이야말로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첫 걸음일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단순한 포기나 불신이 아닌, 자신을 되돌아보고 끊임없이 묻는 가운데 가장 명증한 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마음이 번다하실 때마다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다산 선생의 생가를 다녀오신다는 말씀에 무척 반가웠습니다. 저 역시 힘겹고 지칠 때마다 가슴 속에 모셔둔 또 한 분의 아버지이신 다산 선생의 말씀을 되새기곤 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다산께서 제 고향 강진으로 유배를 오셨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요.                      

저는 다산의 말씀 중에서 18제자 가운데 한 명인 윤종문에게 당부하는 글을 언제나 마음에 새깁니다. 

“만약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에만 뜻을 두고서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치려고 한다면 죽어서 시체가 식기도 전에 이름은 벌써 없어지는 자가 될 것이니, 이는 금수일 뿐이다. 금수와 같은데도 원할 것인가.”

김PD작가님의 글에서 다산 선생의 가르침이 공명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위안과 반가움이 솟아나네요. ‘당신 탓이 아닙니다.’란 말씀은 위로와 용기를 동시에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다산 선생의 말씀을 근거로 할 때 인간이 금수와 구별되(될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본능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공부를 통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뇌하고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됩니다. 

평소에 저는 ‘체험’과 ‘경험’을 구분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영어 단어에서는 쉽지 않은 듯 하지만, 이 두 단어는 단순히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가운데에서 ‘개인’과 ‘집단’으로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뼈를 깍는 듯 한 고통과 고뇌의 심연에서 건져낸 개인의 체험이 스며든 언어이야말로 가장 염결(鹽潔)한 진리의 의지라 아닐까요? 이 점이 단순한 수사(修辭)적 표현과 구분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늦은 밤, 많은 생각들을 떠올리고 정리하며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

아, 정말 멋진 글이지요? 저는 특히 이 글을 읽고 정일수님의 세심한 배려에 완전 감동을 받았답니다.

원래 제가 쓴 글에서 저는

'힘들 때, 저는 제 몸을 굴려봅니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2시간 동안 정신없이 달립니다. 한강을 따라 달리다 하남을 거쳐 남양주 다산 유배지까지 갑니다.'

라고 썼거든요. 그런데 정일수님은

'마음이 번다하실 때마다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다산 선생의 생가를 다녀오신다는 말씀에 무척 반가웠습니다. 저 역시 힘겹고 지칠 때마다 가슴 속에 모셔둔 또 한 분의 아버지이신 다산 선생의 말씀을 되새기곤 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다산께서 제 고향 강진으로 유배를 오셨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요.'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다산 생태공원을 저는 다산의 유배지로 착각하고 있었어요.

사진 속 팻말에 전남 강진으로 귀양을 갔다고 소개되어 있는데도 말이지요. 정일수님은 저의 착오를 바로잡아 주시려고 점잖게 에둘러 말씀해주신 거죠.

'피디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남양주는 다산 유배지가 아니라 생가랍니다. ^^'

라고 쓸 수도 있지만, 애써 장문의 글을 통해 제게 넌지시 일러주신 게 아닐까... 아, 그 마음씀씀이에서 또 배웁니다.

 

요즘 시대, SNS를 통한 글을 쓰기가 참 쉬워졌어요. 가끔 SNS의 글이 의도치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를 봅니다.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글의 짧은 오류만을 인용해 글쓴이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즉흥적으로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제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글을 못 쓰는 사람이 글을 쓰려면, 오랜 시간을 두고 자꾸자꾸 다듬어야 합니다. 저처럼 생각이 짧은 사람이 짧은 글을 휙 올리면 탈이 날 수도 있어요. 우선 블로그에 긴 글을 비공개로 쓰고, 몇번씩 글을 고치고 다듬습니다. 처음에는 장황하게 말하듯 쓰고, 다음에는 글에서 단어와 문장을 계속 덜어내고 줄입니다. 올리기 전에는, 독자에게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계속 살핍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기까지 평균 한 달 이상이 걸립니다. 읽는데 하루면 충분하지만 글쓰기는 한 달이 걸립니다. 한 달 정도 계속 리뷰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합니다. 그런 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 글을 공개로 바꿉니다. 

독자께서 올리신 질문에 급하게 답하느라, 교정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역시 글은 오랜 시간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어요. 그리고 정일수 님에게서 다른 이의 실수를 일러주는 점잖은 방법을 배웠습니다. 누군가의 허물을 지적할 때는 딴얘기하면서 슬쩍 찔러주는 거구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망신주기는 도움이 되기보다 상처가 됩니다.

오늘도 한 수 배웠습니다. 

정일수 님, 고맙습니다!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2012년 파업 이후, 회사에서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많아요. “, 술 한 잔 사 주세요.”하고 연락이 옵니다. 만나면 이런 저런 하소연을 하지요. ‘MBC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요.’ ‘어떻게 저런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한 걸까요?’ ‘이런 분을 모시고 일을 할 때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많이 힘듭니다. 6개월간 파업을 함께한 조합원들에게 집행부로서 죄책감이 큽니다. 이기지 못한 싸움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뿐이에요. 솔직히 저도 고민이에요. ‘나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는 언제나 현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드라마 PD로서 나의 경력은 끝난 게 아닐까?’ 어떤 이들은 저를 위로해주려고 만나자고 하겠지요. 저는 자신의 상처는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타인이 해주는 조언은 자칫 상처가 될 수 있어요. “그러게, 좀 살살 하지 그랬어?” 농삼아 한 말에 저는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게 누가 노동조합 집행부 하랬어?” 이런 지나가는 말에도 저는 좌절해요. 지난 몇 년 동안 내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은, 내가 평소 가장 믿고 좋아하던 사람이었어요. '나는 이렇게 죽도록 괴로운데, 너는 이걸 몰라주는 구나....' 좋아하는 마음이 순간 원망으로 바뀌더라고요.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데 말입니다. 나중에 깨달았어요. '답을 타인에게서 구하지 말자. 타인을 원망하지도, 타인에게 위안을 구하지도 말자.'

 

요즘 매일 책을 한 권씩 읽습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책만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것이 제게는 행복입니다. (읽은 책을 모두 소개하는 건 아닙니다. 재미있거나 소개하고 싶은 책만 블로그에 올립니다.)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면 자칫 상처를 주고 입을 수 있지만, 책속에서 구하는 조언은 상처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책에서 만난 좋은 글귀는 글쓰기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책을 읽고 마는 것보다 다시 되새김질할 때 독서가 더 즐겁더라고요. 수동적인 독서보다 능동적인 글쓰기가 더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올립니다.

 

현역 PD로 제 이름을 걸고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PD 지망생들이 찾아오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질문이 올라옵니다.

오랜 세월 PD 공채를 준비했지만 잘 되지 않네요. 최종 면접까지 몇 번을 올라갔지만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는 못했습니다. PD님과 만나고 싶습니다. 1시간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어떨까요? 제가 무엇이 부족한지 현업 전문가의 피드백을 듣고 싶습니다.’

 

이런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 피드백을 드릴 수가 없어요. 그런 만남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하거든요. 제가 노동조합 집행부를 하고, 또 파업 때 미친 듯이 싸운 이유가 있어요. 저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게 이입합니다. 보도국 기자나 교양국 피디들이 겪은 탄압 사례를 보면 피가 끓어 올라요. 코미디 피디인데, 방송 공영성 문제를 가지고 그렇게 싸운 이유는, 타인이 받은 상처를 내 것인양 느꼈기 때문인지 몰라요. 힘든 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때론 밤에 잠도 안 올 정도로 막 힘들고 답답하고 그래요. 언론사 지망생들의 사연을 들으면 미안한 마음이 더 큽니다. MBC가 지난 몇 년 신입사원 공채를 하지 않는 것도 다 제 탓처럼 느껴지거든요.

 

그 분을 만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기껏해야 아이고, 이렇게 멋진 분을 왜 안 뽑았는지 저도 이해가 안 되네요.’입니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타인에 대한 결례인데 말이지요. 우선 공채 면접 심사를 본 MBC 동료나 선배에 대한 실례지요. ‘나라면 당신을 뽑았을 텐데, 심사를 본 사람들이 안목이 부족한가봅니다.’ 이렇게 들리잖아요? 다음으로는 합격한 분들(새롭게 저의 회사 동료가 된 분들)에 대한 실례지요. 그 사람을 내가 모르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는데, 감히 그 사람보다 당신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 제가 보니, 이런이런 점이 부족하네요. 이런 점을 고쳐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하는 건 더 큰 결례에요. 타인의 삶에 대해 함부로 뭐라 할 수 없거든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나의 결점을 고치기란 정말 쉽지 않아요. 어떤 사람의 인생은 수십년간 다양한 우연과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거든요.

입사 경쟁에서 떨어지는 건 당신 탓이 아닙니다. 다른 누가 당신보다 더 뛰어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시절 인연'이 그런 거예요. 심사 위원이 다르고, 경쟁자가 다르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요. 1000 1의 경쟁률에서 떨어졌다고 낙담하지 말아요. 남은 999명의 삶을 살아보지 않고,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을 떨어트리는 거냐?’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래도 경쟁률이 5대1인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건 너무 아깝습니다.' 라고 느낄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이 아들이 둘인데요, 딸을 갖고 싶어 아이를 하나 더 가질까 싶다가도 또 아들이 태어날까 무섭데요. 그랬더니 누가, “아들 셋이 연달아 세 번 태어나는 건 확률 상 아주 드문 일이야. 걱정하지 말고 하나 더 가져봐.”라고 했답니다뱃속의 아이가 아들일 확률은 언제나 50%예요. 경우의 수가 둘이니까요. 아들 셋 나오는 확률이 낮다는 것은, 아이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 아이를 차례대로 세번 가졌을 때, 그 셋이 다 아들일 확률이 낮다는 거지, 기존에 아들이 둘이든 열이든 새롭게 아기를 가진 경우, 확률은 항상 2분의 1입니다.

 

최종면접에 올라온 다섯 명은 거기까지 이미 수많은 경쟁을 뚫고 올라온 사람들입니다. 1차 전형에서는 허수를 거릅니다. 재미삼아 지원한 사람들요. 최종 면접은 진검승부에요, 단순 경쟁률로 똑같이 보시면 안 됩니다. 몇 년 동안, 그렇게 많은 공채에 도전했는데, 왜 판판이 떨어지느냐, 그것도 문제가 아니에요. 경쟁률은 매번 똑같이 적용되거든요. 처음 보는 사람이나 여러 번 본 사람이나.

 

면접 심사를 보면, 가끔 장문의 자기소개서를 책자로 만들어와서 내미는 지원자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MBC 인사부는 심사위원이 그런 책자를 받지 않도록 엄격히 규정으로 정해둡니다. 나중에 다른 지원자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인터넷에 항의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어요. 받아도 문제지만, 만에 하나 잘못된 소문이 나면 더 큰 일입니다. 지난번 MBC 드라마 PD 공채에는 자기소개서를 책으로 만들어낸 사람이 붙었다더라.’ 사람들이 앞에서는 욕을 할 거예요. '아, 뭐야, 심지어 자소서도 책으로 만들어야 해?' 뒤로는 자소서를 책으로 제작하는 경쟁이 붙겠지요. 더 두꺼운 책, 더 고급스러운 책자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 편집자나 인쇄소에 제작을 의뢰하기도 할 겁니다. 이 경우, 누가 더 유리한가요? 대필 작가를 쓰고, 전문 편집자를 동원할 자금력을 가진 사람 아닌가요? 사람들의 삶은 또 그렇게 더 팍팍해질 겁니다.

 

세상에 나눌 수 있는 일자리가 기본적으로 부족한 게 문제이지, 당신 탓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바깥에서 답을 구하지 말아요. 그 누구도 답을 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 때, 저는 제 몸을 굴려봅니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2시간 동안 정신없이 달립니다. 한강을 따라 달리다 하남을 거쳐 남양주 다산 유배지까지 갑니다. (앗, 유배지가 아니라 생가군요!)

저는 힘들 때마다 이곳에 찾아옵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생각합니다.

'이제 가문이 망해서 너는 출세길이 막혔으니, 과거는 신경쓰지 말고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으렴.'

저도 그러려고요.

다산 생태공원을 걸으며 정약용의 일대기를 다시 새겨봅니다.

1801년 (40살)

신유박해 때 모함에 빠져 모진 고문을 받고, 전라남도 강진으로 귀양가다

1822년 (61살)

스스로 묘지명을 짓고 여유당집 500권을 펴내다.

 

200년 전에는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블로그, 페이스북도 없었지요. 선비들이 쓴 많은 책들은 자식이나 주위 친구들에게만 읽히거나 그냥 버려지고 잊혀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은 내가 별 생각없이 쓴 글도 (운 좋으면, 혹은 운이 아주 나쁘면) 수백만명에게 공유되고 그럽니다. 정약용은 많은 사람이 자신의 책을 읽기를, 혹은 임금이 읽고 불러주기를 바라고, 그 많은 책을 쓴 게 아닙니다. 유배지에 귀양간 선비의 글은 자칫하면 또 다른 필화로 이어지고, 책 한 권 잘못 읽었다가 멸문지화를 당하던 시절이에요.

저는 다산이 누군가를 위해 썼다기 보다, 우선 자신의 공부를 위해 책을 썼다고 믿습니다. 책을 쓰는 즐거움은 사람들이 읽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쓰는 과정에 있다고. 

스스로의 공부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

더 좋은 답을 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미안합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해서...  

신고

'공짜 PD 스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춤추는 책벌레의 피디 도전기  (23) 2017.07.03
당신 탓이 아닙니다  (10) 2017.05.26
휴먼 다큐 주인공을 고르는 법  (3) 2017.05.23
거리의 화가 이야기  (8) 2017.01.19
글쓰기를 부탁해  (4) 2016.06.07
일단 한번 해봐야 합니다.  (11) 2016.05.19
Posted by 김민식pd

'부정의' 시대, '정의' 꿈꾸자


어제 소개한 책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는 부모를 위한 교양강연을 글로 엮은 것인데요, 목차만 봐도, 강연자들의 면면이 화려합니다.

 

박경철
이마트 피자를 거부해야 모두가 산다
-독식하는 거대 공룡과 맞서 싸우는 방법

정태인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이기적인 경제학자의 이타적인 경제 이야기

이범

아이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허하라
-망가진 교육 체계에서 익사하지 않기

(어제 소개한 내용입니다)

2017/05/24 - [짠돌이 육아 일기] - 육아의 핵심은 자발성이다


나임윤경

사교육과 외도, 그 오묘한 관계
-‘교육’만 있고 ‘애정’은 없는 가정에서 사랑 만들기

윤구병

아이를 살리는 교육, 반란이 답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던져야 하는 질문

신영복

공부란 무엇인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만나는 방법

조국

‘부정의’의 시대, ‘정의’를 꿈꾸자
-법의 치욕에 대한 법학자의 일갈

심상정

정치를 버리면 세상은 바뀌지 않아요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꿈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

 

 

박경철님과 정태인님의 강연도 참 좋았고요, '사교육만 있고, 애정이 없는 가정'이라는 글도 재밌어요. (아빠는 돈 벌어오는 사람, 엄마는 사교육 전문가, 아이는 공부하는 기계...ㅠㅠ) 그 중, 조국 교수가 2011년에 정의를 주제로 한 강연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 시점에 다시 읽어보면 울림이...

 


'제가 올해 초부터 전국 광역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작은 중소도시까지 다니면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내년 2012년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012 4월에 총선이 있고요, 12월에 대선이 있는데, 행정 권력이 바뀌어 대통령이 바뀌게 되면 대통령에 의해서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도 바뀌기 때문에 사법 권력도 동시에 바뀌게 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지요. 이번 2012년의 선택으로 향후 4 또는 5년간의 시스템이 결정되거든요. 국회의원은 4 임기이고 대통령은 5 임기니까요

 

한번 상상을 해보세요. 2012년에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것인가, 어떤 당이 국회에서 다수파를 차지할 것인가. 제가 사십대 중반인데요, 2012 유권자의 결정은 오십 초까지의 삶을 결정합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있습니다. 야권이 분열되어 한나라당이 이상 승리하고 대선에서도 이겨서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이 그대로 재생산되는 상태로 4~5년을 가는 경우입니다. 이러면 도대체 삶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라도 나서서 분위기를 바꿔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겁니다. 그래서 전국을 도는 '로드쇼' 하고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과거 동안 경쟁 중심, 성장 중심, 효율 중심, 부자 중심의 정책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정책이 4~5 계속되고 심화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223쪽 - 조국 <‘부정의’의 시대, ‘정의’를 꿈꾸자> 서문)


조국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법치法治가 어떻게 법치法恥(법의 치욕)가 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검찰은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피디수첩의 작가와 피디들을 기소합니다. G-20 포스터에 낙서를 했다고 공안검찰이 수사를 합니다. 포스터 낙서에 대한 검사의 구형문에 이렇게 나와요. "피고인은 우리 국민들과 아이들로부터 청사초롱과 번영에 대한 꿈을 강탈하였다.".

 

 

포스터에 그림 낙서했다고 공안사범이 되는 나라!

 

 

조국 교수님(당시로서는) 말씀을 통해 검찰 개혁을 절감했고요. 이번에 민정 수석에 조국 교수님이 임명된 얼마나 탁월한 선택인지감했어요. 조국 교수님의 강연 마무리로 글을 맺을게요.

 


제가 존경하는 미국의 법률가로 벤자민 카도조 대법관이 있어요. 사람이 대법관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말이 있습니다. "법관 재임 중에 스스로 중립적이었다고 생각한 판결은 나중에 보니 강자에게 기울어진 판결이었고, 약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생각한 것은 나중에 보니 중립적이었다." 아주 통찰력 있는 얘기죠. 어느 사회나 강자와 약자가 있고 부자와 빈자가 있습니다. 법과 제도에는 강자나 부자의 이익과 목소리가 많이 반영될 밖에 없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법을 해석, 집행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법대로가 아니라, 약자와 빈자이 처지를 많이 고려해야 실제로 공정한 해석, 집행이 된다는 것이 카도조의 통찰입니다.

 

저로서는 대한민국 법치 성적을 도저히 B 수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C-입니다. C- 받으면 재수강을 있습니다. 그런데 정권은 도무지 반성의 기미가 없습니다. 재수강하더라도 똑같은 답지를 것이고 성적은 다시 C-이하일 같습니다. 정의를 실현하고 법치를 제대로 세우려면, 정권이 다시 집행을 하도록 해서는 된다고 봅니다. 벤자민 카도조 같은 시각을 갖고 법을 만들고 해석하고 집행할 사람이 국가권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때가 바로 2012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서울신문)

 

청와대 로고가 새겨진 단상에 선 조국 수석님의 모습... 아, 감동입니다!

 

2012년에는 비록 해내지 못했지만, 정의를 꿈꾸는 것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2017, 웬지 멋진 해가 같지 않나요? 

 

신고

'공짜 PD 스쿨 >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휘겔리하게 산다  (6) 2017.05.30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  (1) 2017.05.29
정의의 시대를 열자  (3) 2017.05.25
공부할수록 가난해진다?  (4) 2017.05.18
나의 최애작가, 이기호  (6) 2017.05.17
걔는 내 친구니까  (3) 2017.05.15
Posted by 김민식pd

저는 평소에 아이의 진로나 성적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어린 시절, 저의 진로와 성적에 과도한 관심을 보여주신 아버지 탓에 힘들었거든요. 이제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요, 요즘 교육이나 육아에 대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어요. 아이 교육 개입하려는 건 아니고요. 저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입니다. 아이의 진로는 아이가 알아서 일이고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공부는 꾸준히 해야지요.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우리 시대 부모들을 위한 교양 강좌입니다. 교육 전문가 이범 선생이 입학사정관제를 설명합니다. 입학사정관제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약점 가지를 강하게 요구한답니다. 하나가 자발성, 하나가 진로 교육. 관건은 자발성이랍니다. 자발성만 있으면 정보를 찾는 것은 아이가 직접 할 수 있거든요. 인터넷이나 유튜브 좋은 자료가 많거든요.  


'학생들을 만나보면 자발성과 성격은 상관이 없는 문제인 같아요. 상당히 외향적인데도 자발성이 낮은 애들이 많아요. 반면에 상당히 내성적인데도 특정 영역에 강한 자발성을 발휘하는 애들이 있어요.'

 

(위 책 118쪽)

 


평소 얌전하고 다소곳한아이가 팬클럽 활동을 열심히 하더랍니다. 아이돌 오빠들이 일본에 진출하자 아이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합니다. 오빠들이 일본어로 노래를 하는데 팬으로서 원어로 청취를 해야 하고 일본 팬클럽과 교류도 해야 한다고요. 이범 선생이 "그래, 됐다. 이걸로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자" 그럽니다. 어머니가 펄쩍 뛰지요. '아이돌 팬질로 대학가자는 말이 됩니까?'

' 아이는 한일 문화 교류의 첨병입니다. 한류의 실시간 체험자입니다.'

했다고 거짓말하라는 아니에요. 아이가 하고 있는 일에, 열심히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라는 거죠

  

사람들은 저의 성격을 오해합니다. 제가 하는 일(대중 강연과 코미디 연출) 보고 제가 외향적이고 유쾌한 성격일 거라 생각하십니다. 이렇게 묻는 분도 있어요. "피디님처럼 밝은 분이 어쩌다 고교 시절 왕따가 되었나요?" 솔직히 저는 내향적인 사람이에요. 혼자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담배 커피 골프를 하는 이유도,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경상도에서고를 다닌 저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외향적인 아이들의 먹잇감이 되었지요


사람들은 흔히 긍정적, 외향적, 낙천적 성격이 성공의 지표라고 생각하는데요.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라는 책을 보면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도 사회 생활하는데 별 지장은 없어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대신 주어진 일에 충실하거든요. 저 역시 타인의 기대보다 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삽니다. 이때 관건은 자발성이지요. 제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외향적으로 바뀌는 조건 하나에요. 내 좋아하는 일을 때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드라마로 찍는 건 항상 즐겁습니다. 제가 쓴 책에 대해 독자들과 수다를 떨 때,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그 순간에는 낯을 가리지 않아요. 외의 시간에는 혼자 조용히 지냅니다. 회식이나 동창회 같은 자리를 피하고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아이의 진로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려고요. 부모가 자꾸 간섭하 아이가 자발성을 키우기 힘들지도 몰라요. 일을 자꾸 대신 해주면, 길들여집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사는 건데 혼자 알아서 하도록 놔두세요. 헤매고 방황하고 고민을 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게 어차피 인생이에요. 저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부모의 간섭으로 좋아지는 예는 거의 없어요. ^^

 

방명록에 육아에 대한 고민을 올려주신 분이 있는데요, 쉽게 답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요. 앞으로도 조금씩 조금씩 계속 고민을 이어갈까 합니다. 공부도, 육아도, 인생도 다, 현재 진행형이거든요. 끝이 없다는 데 재미가 숨어 있는 것 같아요.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1980년대 어느 여학생이 MBC 공채에 TV PD를 지원합니다. 주위 친구들이 그러죠.

", MBC TV PD 여자는 뽑아."

원서를 내고 면접에 갔더니, 면접관이 묻습니다. '결혼해도 회사에 다닐 생각이냐'고. 80년대는 그런 분위기였나봐요. 이렇게 되물었답니다.

"인간은 사적인 자아와 공적인 자아를 모두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이라는 사적 자아실현을 위해 일이라는 공적 자아실현을 그만두어야 합니까?"

MBC 최초의 여성 TV PD, 윤미현 PD의 이야기입니다.


길은 퍼스트 펭귄이 만듭니다. 속에 천적이 있는지 없는지 없기에 다들 물가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생선을 잡아내는 펭귄이.

 

MBC의 퍼스트 펭귄, 윤미현 선배가 책을 냈네요. 

<크리에이터의 질문법> (윤미현 / 라온북) 


'살아가는 순간 순간 우리는 스스로 벽을 만든다. 대학교에 강연을 가면 "제가 방송사에 지원해도 될까요?"라고 묻는 학생들이 많다. 학벌, 영어성적,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자신은 방송사에 지원하기에 부족하다고 벽을 세운다. 도전하지 않으면 결과는 없다. 물론 도전해도 떨어질 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확률은 제로다.

MBC 입사할 얻은 경험은 나에게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누군가 된다고 말하면, 나는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잖아요"라고 대답한다. MBC에서 나의 무모한 기획들도 이런 경험으로부터 출발했다.'

 

(위의 책 서문 9)

 

 

불가능한 일이란, 단지 사람들이 이제껏 하지 않았던 일에 불과합니다. 무리한 도전이 오히려 즐거워요. 어차피 안 될 일이라면 도전해서 실패해도 상처받을 일이 없거든요. 쉬운 일만 하고 살면, 전투력을 키우기 힘들어요. 말도 되는 도전을 할 때는 이유가 있겠지요. 저의 경우는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누가 뭐라해도 합니다. 어차피 내 인생이니까요, 다른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니까요.


윤미현 선배가 입사한 다음해부터 MBC는 매년 여자 PD 뽑구요. 요즘은 심지어 성비가 역전하기도 했어요. 처음 입사한 윤미현 PD 그만큼 일을 했기 때문이겠지요. 퍼스트 펭귄은 일을 잘 합니다. 추진력도 있고, 용기도 있고, 무엇보다 기준이 높은 사람이거든요. 남들이 정해놓은 세상의 기준은 신경쓰지 않아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밀어붙입니다. 일을 잘 할 수 밖에 없어요. 


윤미현 피디는 휴먼 다큐로 일가를 이뤘어요. 대가에게 휴먼 다큐 제작법을 잠깐 배워봅시다. 주인공을 선정할 때, 5가지 질문이 중요하답니다.

  1. 위기의 구조가 있는가?
  2. 주인공의 캐릭터가 매력적인가?
  3. 적수 혹은 괜찮은 반대자가 있는가?
  4. 나만의 새로운 시각이 있는가?
  5. 스토리가 현재 진행형인가?

 


책을 읽을 때, 저는 어떤 책이든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믿습니다. 교양 피디가 쓴 책이 드라마 피디에게도 좋은 공부입니다. 드라마 대본 선정의 기준이 바로 이 5가지거든요. 일반 독자라면 다섯 가지를 들어 '나는 휴먼 다큐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물어볼 수 있어요. 그러면 삶의 위기가 두렵지 않아요. 나를 휴먼 다큐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핵심 포인트가 되니까요. 무엇보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나는 주인공을 선정할 , 내가 사랑할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 주인공을 사랑한다는 것은 맹목적으로 사람의 좋은 점만 그린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의 결점까지 이해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주인공과 함께 촬영을 하는 동안 즐거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는 뜻이다. 주인공을 선정할 프로그램을 위해 의무감으로 혹은 년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나누며 년을 함께 있는 사람을 선정해야 한다.'

 

(124)


예전에 '일밤'에서 '러브하우스'를 만들던 시절,  힘들었어요. 코미디는 익숙했으나, 감동 다큐의 문법이 어려웠거든요. 만약 그때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이 달에 나온 책을 15년 전의 내게 줄 수는 없으므로, 미래의 피디들, 앞으로 크리에이터의 길을 꿈꾸는 이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걸로 대신합니다. ^^


윤미현 선배, 연출력이나 경력으로 보면 지금 보직 부장 해야할 분인데, 몇년째 심의실에서 근무 중입니다. 아직도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포기하지 않으셨거든요. 그 결과, 현업에 있는 MBC 후배들은 좋은 데스크와 선배를 잃었지만, 그동안 이런 책을으니, 한국의 다큐멘터리스트들은 좋은 스승을 얻었군요. 을 읽고나니, <휴먼 다큐 사랑>를 만든 윤미현 선배가 <휴먼 다큐 사랑>의 주인공 못지않게 멋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좋은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배님.

신고

'공짜 PD 스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춤추는 책벌레의 피디 도전기  (23) 2017.07.03
당신 탓이 아닙니다  (10) 2017.05.26
휴먼 다큐 주인공을 고르는 법  (3) 2017.05.23
거리의 화가 이야기  (8) 2017.01.19
글쓰기를 부탁해  (4) 2016.06.07
일단 한번 해봐야 합니다.  (11) 2016.05.19
Posted by 김민식pd

2012MBC가 파업할 때 일입니다. 당시 노조 부위원장이었던 저는 명동 예술 회관 앞에 선전 활동을 나갔어요.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파업 지지 서명도 받았어요. 그때 지나가던 20대 후반의 청년이 소리를 질렀어요.

당신들은, 그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그 좋은 일을 박차고 나와서 지금 뭐하는 겁니까?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함부로 낭비하고 있잖아요!”

순간 당황했습니다. 모든 시민이 MBC 노동조합의 파업을 찬성하지는 않겠지만, 20대 청년이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표현하는 건 또 의외였어요.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외치던 제가 순간 머쓱해졌어요.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오준호/개마고원)에서 우리 시대 증오가 생기는 이유가 나옵니다. 20세기는 전쟁의 시대였습니다. 인종과 이념의 차이로 죽고 죽이던 비극적 시대였지요. 인류가 진보하면서 전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는데요,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이제는 내부를 향한 증오가 꿈틀거립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그 증오가 이주노동자를 향합니다. 가장 쉬운 분노의 대상이니까요. 나의 실업과 나의 가난에 대한 원인을 생김새도 다르고 태어난 나라도 다른 이주 노동자에게서 찾습니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트럼프와 브렉시트예요.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서비스 산업 등 생활의 영역까지 이주 노동자가 밀고 들어오지만, 한국의 경우 저임금 3D 업종에 종사합니다. 그들을 굳이 질투할 이유가 없어요.

결국 취업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의 분노는 중장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향합니다. 교육 격차 해소를 외치는 전교조, 방송 공영성 확보를 요구하는 언론노조, 공익을 위한 노동자들의 싸움을 철밥통들의 집단 이익 추구 행위로 매도합니다.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하고 비난합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언론 기사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연령과 성별 통계를 제공하는데, 세월호나 여성 관련 이슈에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이들은 대체로 20~30대 남성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유족충’ ‘시체 장사운운하는 것이나, 젊은 여성을 김치녀’ ‘된장녀라고 혐오하는 것 역시 청년들, 특히 남성 청년들이 갖고 있는 길 잃은 분노의 표출이다. 그런데 길 잃은 분노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이 있다. 증오의 확산을 막으려면, 심화되는 삶의 불안정성을 어떻게든 해소해내야만 한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오준호 / 개마고원) 63)

 

제 나이가 이제 50인데요, 만약 이 나이에 인생이 불행하다면, 그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어요. 잘못된 진로나, 투자 선택 등. 하지만 20대는 아직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볼 기회조차 없었어요. 부모님 말씀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고, 사회가 원하는 대로 열심히 스펙을 쌓았는데,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고, 기술 발달로 실업률이 높아진 탓에 취업이 안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년들이 더 이상 분노와 혐오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깎아주고, 일하는 청년들을 위해 최저 임금을 인상하고, 취업의 문을 확대해야 합니다. 청년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도 좋은 정책입니다.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청년 자신이 가장 잘 압니다. 돈을 주면, 그 돈으로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일을 할 거예요.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은 공부를,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은 창업을, 당장 생계가 어려운 사람은 기초 생활을 영위하는데 그 돈을 쓸 거예요. 학자금이나 창업 자금, 주거비 지원, 모두 좋은 제도이지만, 청년을 위한, 가장 인간적인 제도는 청년 수당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성남시의 청년배당이나 서울시의 청년수당처럼 좋은 제도들이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기를 소망합니다. 청년들이 사회적 약자를 향한 분노와 혐오를 키우는 대신, 공감과 연대 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어른이 나서야 합니다. 나라살림의 소중함, 공공복지의 고마움을 느낄 때, 청춘들의 삶에도 희망이 피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뉴스타파'에 올린 칼럼입니다.)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페이스북에서 저는 영화평론가 김봉석 님을 열심히 팔로우합니다. 김봉석 님 추천으로 본 영화는 실패한 적이 없거든요. <내 안의 음란마귀> 때부터 느꼈지만, 저랑 코드가 참 잘 맞아요. ^^

얼마전 김봉석님이 페북에 푸념글을 올렸어요. '아무리 먹고 사느라 바빠도 그렇지, 아직 가오갤2도 못 보다니... 이건 아닌 것 같다...' 저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이하 가오갤 2)를 볼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고, 달려갔어요.

 

와우, <가오갤2> 대박입니다. 정말 재미있네요. 영화 도입부부터 입이 쩍 벌어집니다. 타이틀 씬이 압권이에요. 계속 "우와! 우와아!" 탄성을 지르면서 봤어요. 베이비 그루트의 매력에 폭 빠져버립니다. 감독의 연출력이 장난이 아니군요.

저는 마블 영화를 좋아해서 개봉하면 무조건 극장으로 달려갑니다. 현존 크리에이터 집단 중 마블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대박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망작이 없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에이 이건 아니잖아?'라고 실망하면 신뢰도가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마블의 영화는 그런 적이 거의 없어요. 심지어 대놓고 저예산 B급 영화라고 만든 '데드 풀'조차 최고였으니까요. 버리는 카드가 없다, 최고의 승부사 아닌가요?

솔직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탄이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헐크나 스파이더맨처럼 낯익은 캐릭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찌질한 루저들만 모은 것 같으니... 초능력 하나 없는 도둑, 무식하게 힘만 센 외계인, 암살전문가 녹색 여자 외계인, 작전 참모는 너구리 (별명이 아니라 진짜 너구리), 말하는 나무 (어휘력이 무척 짧은...^^). 이런 구성으로 슈퍼 특공대를 만든다는 게 말이 돼? 그랬어요. '하긴 어떻게 매번 어벤저스 같은 작품만 만들겠어. 때로는 쉬어가는 코너도 있어야지. 이런 작품으로 팬들의 기대치를 낮춰두려는 거지?' 했어요.

그런데 2탄을 극장에서 보니,  갑자기 1탄을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IPTV 서비스 덕에 보고싶은 영화가 있으면 1탄부터 다시 역주행/정주행하는 재미가 있어요. 1200원에 영화 한 편을 보다니! 옛날 비디오에 비하면 화질이나 음질은 훨씬 뛰어나고, DVD보다 가격은 저렴하고, 심지어 거실에 앉아 바로 찾아서 볼 수 있는! 아, 정말 영화광들이 복받은 세상이에요.

영화광으로서 제게는, 신이 주신 재능이 하나 있어요. 바로 망각의 능력입니다. 머리가 나쁜 탓에 한번 본 영화도 내용이 기억 나지 않아요. 분명 2년 전 극장에서 봤는데 손에 땀을 쥐고 흥미진진하게 봤어요. 2편을 보고, 1편을 다시 보니, 영화 줄거리가 쫙 한번에 이어지면서 전율이 오네요. '어떻게 저런 평범한 지구인 도둑이 우주의 수호신이라는 거지?' 싶었는데요, 2탄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아, 그렇구나...'

무엇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춤을 추어라'라고 말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위기 관리 매뉴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자전거 타고 먼길 갈 때 항상 휴대폰의 '자주 재생하는 음악' 목록을 트는데요. 네, 힘들수록 즐거움의 힘으로 버팁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주말에 극장에 달려가 2탄부터 보시어요. 앞으로도 <가오갤> 시리즈는 이어질텐데요. 이걸 안 보면, 살아가면서 큰 재미 하나 놓치는 겁니다. 심지어 마블의 차기 대작, 어벤저스에 합류한다는 소식도 있네요.

http://www.superherohype.com/news/380475-avengers-guardians-of-the-galaxy.-crossover#/slide/1

 

 

ps.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에이리언 : 커버넌트>.... ㅠㅠ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극장에서 본 후, 집에 와서 옛날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시 볼까 생각중이에요. 가오갤2와는 반대의 의미로... 에이리언은 역시 1,2,3,4탄까지가 최고였어요. 매번 다른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을 덧입혀 만든 독특한 프랜차이즈.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랑 커버넌트는 잘 느낌이 안 오네요.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물론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봐야겠지요. 하지만 데이트 무비로는 위험한 선택인듯... 너무 잔인해요.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