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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책들의 테마파크 3. 글쓰기

by 김민식pd 2016. 3. 15.

요즘 제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입니다. 고민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책에게 물어보는 일입니다. 3권의 책을 읽었어요.


2016-49 서민적 글쓰기 (서민)

2016-50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지음 / 김현우 옮김 / 반비)

2016-51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 메디치미디어)


셋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건 '서민적 글쓰기'입니다.



어린 시절, TV출연이 꿈이었습니다. 외모의 한계로 그 꿈을 접었지요. 이게 다 집에 있는 거울 탓입니다. 그러다 컬투쇼에 패널로 출연한 서민 교수님을 보고 후회했어요. '난 너무 일찍 포기했구나.'

오래전부터 서민 교수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어떻게 글을 저렇게 잘 쓰실까?' 글 잘 쓰는 사람들의 특징은 일단 글을 쓸 기회를 자꾸 만드는 데 있습니다.


서민 교수님은 대학시절 학회지 편집장을 맡았답니다. 의대생들이 원고 기고하는 걸 귀찮아하니까 혼자서 원고를 다 썼대요. 소설도 쓰고 (망합니다) 기생충 관련 대중서도 쓰고 (또 망합니다) 그러고 있는데, 딴지일보에서 연락이 옵니다. (자꾸 망하는 이상한 책을 계속 내는 걸 보고, B급 정서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 거죠.) '딴지일보 기자로 임명하는 바이니, 얼른 글을 써서 보내시오.' 냉큼 보냈답니다. 딴지일보에서 활동을 하는데, 어느날 김어준 총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 (CBS '김어준의 저공비행')에서 패널 출연 제의가 옵니다. 그러다 이명박근혜 시대를 만나 본격적으로 글이 인기를 끕니다. 걸출한 두 대통령 덕분에 경향신문에 연재하던 정치 풍자 칼럼이 뜬 거지요. (난세가 만든 영웅.) 그 덕에 공중파 일일 프로그램의 패널이 됩니다. 이걸 보고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글쓰기는 외모의 약점을 상쇄하는 비범한 능력이구나! 나도 더욱 분발해야겠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역시 자꾸 써보는 것이지요.

글쓰기 교재이지만, 참 유쾌합니다. 책 읽으며 이렇게 많이 웃기도 간만인듯. 작년에 '충청도의 힘'(남덕현 지음)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빈도로 웃었던 것 같습니다. 책 속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글쓰기가 배우자의 미모를 좌우한다'

확 와 닿습니다. 결혼 전 아내를 열심히 쫓아다녔는데, 좀처럼 넘어오지 않더군요. 역시 외모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걸까요? 그때 저는 아내에게 빈 노트를 선물했어요. 약속 장소에 30분 전에 나가 아내를 기다리며 글을 썼지요. 황지우 선생의 시, '너를 기다리며'의 짝퉁 내지는 무수한 변주였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같은 글을, 무슨 논문 쓰듯이 써 내려갔지요. 아내가 오면, 그날 쓴 글을 아내에게 보여줬어요. '너를 향한 내 마음으로 이 노트를 가득 채우는 게 선물이야.' 애석하게도 그 노트는 다 채우지 못했어요. 미처 다 채우기도 전에 아내가 넘어왔거든요. 결혼 후에는 손이 오글거려서 더 못 쓰겠더라고요...  ^^

연애에 있어 글쓰기는 도움이 많이 됩니다. 남들은 비싼 선물도 하고 그러던데, 저는 글을 선물합니다. 그게 진짜 마음을 담은 선물이니까요. (절대 돈 아끼려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레베카 솔닛의 책 '멀고도 가까운'은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남긴 자두 한 자루에서 시작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인상적인 글귀 하나.

'감정이입은 이야기꾼의 재능이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는 방법이다.'

필자와 독자의 거리는 가깝고도 멀지요. 마치 엄마와 딸의 관계처럼 말입니다. 필자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길은 감정이입입니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며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신영복 선생님 말씀처럼 어찌보면 머리에서 가슴, 머리에서 발 까지 거리도 참 멉니다. 머리에서 손까지의 거리도 멀다고 느껴집니다.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옮기는 일은 참 쉽지 않으니까요. 자꾸 용기를 내어야겠습니다. '용기는 이야기꾼의 재능이며 머리에서 손으로 건너가는 방법이다.'


강원국 선생님의 책 '대통령의 글쓰기'는 예전에 한번 읽었는데, 최근에 필자가 출연한 팟캐스트를 듣고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펼쳤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따끈따끈한 새 팟캐스트 하나 소개드려요.

'백승권의 다시 배우는 글쓰기'

http://www.podbbang.com/ch/11296


첫 회부터 대박입니다. 유익하고도 재미난 방송이니 꼭 한번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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