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다다를 수 없는 나라

by 김민식pd 2016. 2. 7.

2016-25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유 지음 /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18세기말 프랑스 왕정의 막바지에 베트남으로 원정을 떠난 프랑스 수도사와 수녀, 그리고 군대의 이야기다. 그들에게 베트남 (책의 원제 '안남')은 다다를 수 없는 나라처럼 멀기만 하다. 베트남 오지 마을까지 찾아간 선교사들이 포교 활동을 하는 동안, 프랑스에서는 혁명이 일어난다. 이제는 그들의 고국이었던 루이 14세의 왕정 프랑스가 다다를 수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도서관에 가면 검색대에 서서 휴대폰 메모장에 있는 읽을 책들 리스트의 책 제목을 검색창에 차례대로 넣어본다. 없는 책이 태반이고, 유명한 책은 대출중인 경우가 많다. 낯선 이름의 책 제목을 넣었더니 '대출가능'이라고 반가운 답이 뜬다. 어린이 자료실에서 아이가 한 쪽에서 노는 동안 대출해온 책을 읽는다. 그런데 나는 이 기묘한 이야기를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을까?

 

다독 비결 25.

휴대폰에는 읽고 싶은 책 제목을 모아둔 메모가 있다. 1년 넘게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목록이 엄청나게 길어졌다. (글 아래 참고)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다가 재미난 책 얘기를 들으면 그자리에서 메모해두고, 신문이나 잡지의 서평 코너에서 구미가 당기는 책도 올려둔다. 항상 읽을 책 메모를 갖고 다니는 것, 이것도 다독의 비결이다. 

 

요즘은 하루 한 권을 읽지만, 읽어야할 책 목록은 오히려 늘어만 간다. 책 욕심을 좀 줄여야하나? 일 욕심을 낼 수 없는 현재로선 그나마 독서가 왕성한 혈기를 줄여주는 최고의 배출구다. 아, 저 방대한 책의 세상이 내겐 '다다를 수 없는 나라'인가?

'그런데 이 책은 누가 권했지?' 책의 끝에 가니 의문이 풀렸다. 역자소개를 읽다가 김화영이란 이름 석자가 뇌리에 꽂쳤다. 내가 요즘 좋은 글을 필사하고 있다니까, 참 글이 좋다면서 누가 추천한 책이다. 역시 번역이 참 좋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 것도 큰 복이다.

역자후기가 인상적이다. 1994년에 안식년을 파리에서 보내던 선생이 어느 서점 진열대에서 무명의 작가가 낸 책을 집어든다.

'이 소설을 쓴 크리스토포 바타유에 대하여 알려진 바는 거의 아무것도 없다. 오직 1993년 9월에 나온 이 짧은 소설의 뒷표지에는 "크리스토프 바타유는 스물한 살이다"라고만 간결하게 적혀 있을 뿐이다.'

(같은 책 152쪽)


책과의 인연은 이토록 오묘하다. 김화영 선생이 프랑스 서점에서 어느 무명 작가의 책을 빼내 든 덕에, 나 역시 이렇게 재미난 책을 읽게 되었다. 외대 통역대학원 졸업한 경력덕에 가끔 출판사에서 번역 의뢰가 들어온다. 예전에 책 번역을 한 적도 있지만, 요즘은 사양한다. 일단 아직 글이 부족하기도 하고, 100권 읽을 시간에 1권만 붙잡고 번역하기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김화영 선생의 역자 후기를 읽다 보니, 언젠가 여행지에서 욕심나는 책을 만나면, 직접 번역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또 언젠가 먼 훗날의 얘기지만...

 

'프랑스에서 온 선교사들이 포교를 돕기위해서 라틴어와 베트남어의 대역으로 된 교리문답과 대역사전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베트남어의 로마자화가 시도되었으며 이 글자는 오늘날 이 나라 국어 꾸옥 으 (Quoc-Ngu)의 모체가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선교사들은 종교보다 베트남어의 로마자화를 통해서 베트남 사회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겠다.'

(같은 책, 180쪽)

베트남 여행 다닐 때, 베트남 어의 발음은 중국어와 비슷한데 문자는 영어 알파벳과 유사해 '이건 뭐지?' 하고 의아해했는데 오늘 수수께끼가 풀린다. 책은 이래서 좋다. 여행 다니며 들었던 의문을 풀어주는 좋은 창구고, 다시 여행으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또 가고 싶다. 인도차이나 반도. 베트남도 라오스도 캄보디아도, 다 내겐 최고의 추억을 안겨준 나라들이다.

김화영 선생의 약력소개을 보니 선생이 번역한 책이 참 많다. 아, 읽어야할 도서 목록이 또 길어지겠구나... ㅎㅎㅎ 다음엔 선생이 번역한 어린 왕자를 다시 읽어야겠다.

 

설 연휴를 맞아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짠돌이라 돈 드는 건 힘들고, ^^ 메모장에 꼭꼭 숨겨둔 책 리스트를 올린다.

 

여기 저기 눈 밝은 벗들에게 얻은 책들이다. 책 제목이나 작가의 이름이 완전하지는 않고 도서관이나 서점 검색대에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간단히 적어둔 경우도 많다.

설날 연휴, 책에 빠져 살 수 있어도 그만한 낙이 없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주 사적인 독서 리스트 (앞으로 읽고 싶은 책/

이중에는 이미 읽어서 독서일기에 올라온 책들도 있어요.)

 

어린왕자 김화영
사어버스톰
아웃사이더 콜린 윌슨
엥겔스 결혼
다다를 수 없는 나라
올 어바웃 섹스
서울은 깊다
괴수전
마인탐정 네우로
공부하는 삶
사피엔스
모리모토 세이치
야성의 증명
인간의 증명
나이듦 수업
로봇정신 한재권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최초의 인류 루시
요괴헌터
재괴지이
서울은 깊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사람을 위한 경제학 실비아 나싸르
싸울 기회 워렌
래리 고닉 세계사
나의 토익만점 수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선대인의 빅픽처
21세기 자본
지배빋는 지배자
열대식당
토지
엉클 텅스텐
사랑하는 안드레아
건강한 몸 착한 몸 부러운 몸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과학하고 앉아있네
세상물정의 물리학
사피엔스
일탈 게일 루빈 선집
생명에서 생명으로
공부중독
잠실동 사람들
지배받는 지배자
고대동아시아세계대전
금요일엔 돌아오렴
폐허를 인양하다
황금방울새
신영복
박해천
주강현
309동 1201호
진주현
장강명
이정모
이성복
스베틀라나 알력시예비치
손아람
협력의 진화
킬리만자로의 눈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브로니 웨어
이권우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하지현 공부중독
언어의 천재들
괴테와함께하는이탈리아여행
정의를 부탁해
인간의품격
호모사피엔스 위험한 고민
남성표류
일리움 올림포스 댄 시몬스
알제논에게 꽃다발을
파타고니아 특급열차
운명의 날
이기적 섹스
진격의 대학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자물쇠가 잠긴 방
저물어가는여름
끌리는 이야기 어떻게 쓰는가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딜리버링 해피니스
용서할수없는 할런 코벤
샌드맨
밤은 부드러워
올드독의 제주일기
스토너
심리정치
아들 요 네스뵈
영혼의 심판
오늘 행복을 쓰다
메이팅 마인드
나는오늘도하드보일드를읽는다
안나 카레리나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
남자의 취미
한국이 싫어서
생각의 지도
사냥개탐정
레드 셔츠
마지막 기회라니
더글라스 아담스
화내지않고 핀란드까지
열대밥상 
용을 찾아서
박정석
쉬트래블스 남미여행기
랫맨
유라시아 신화기행
백수산행기
홍익희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루이즈 디살보
데르수 우잘라
어떻게 죽을 것인가
레이 브래드버리 단편선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데빌스 스타
너는 모른다
빅데이터 인간을 해석하다
행복의 비밀
시골빵집 자본론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
빅데이터인문학 진격의 서막
바우만
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
왜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삶의 예술
수타니파타
13.67 찬호께이
봉고차 월든
왜 고전을 읽는가
이탈로 칼비노
이명현의 영어본질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파커 제이 파머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버트란드  러셀
대한민국 다시 걷고싶은 길
키케로 노년에 관하여
잃어버린 지혜, 듣기
서정록
55세 고교 동기
행복의 기원
데니스 루헤인
시소게임
작가란 무엇인가
속죄
희망의 인문학 얼 쇼리스
이탁오 분서
낭송의 달인
죽이는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알랭 드 보통 불안
모멸감
올리버 키트리지
행복의 정복
불황 10년
보르코시건 바라야내전
미쳐야미친다 정민
48분 기적의 독서법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하인라인

 

 

아, 읽어야 할 책의 리스트만 봐도,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