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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짠돌이 아빠들이여, 궐기하라!

by 김민식pd 2014. 1. 28.

요즘 세계 경제는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로 떨고 있다. 영화 '퍼펙트 스톰'은 3개의 폭풍이 만나 생기는 20세기 최악의 태풍 이야기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 영화 제목을 가져와 '경제적 취약 요소들이 한꺼번에 곪아 터져 세계경제가 동시에 위기에 직면하는 퍼펙트 스톰이 오고 있다'고 예언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국가 부채, 기업 부채, 가계 부채, 이 3가지 부채가 겹치는 한국판 '퍼펙트 스톰'을 우려하기도 한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재테크의 환상에 빠져 살았다. 카드 긁어 명품을 사는 것은 자신을 위한 투자, 영어 교육을 위해 아이를 해외로 보내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 빚을 내어 집을 사는 것은 노후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카드빚이 쌓여 개인 파산하고, 노후 자금 털어 유학시킨 아이를 위해 퇴직금으로 카페 창업 시켜 주고, 빚내어 집 샀다가 하우스 푸어가 된 현실.......


한국판 빚 태풍, 그 핵심에 교육이 있다. 한국 가계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교육비다. 무리하게 빚내어 집을 사는 이유도 학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강남 부동산 버블을 유지하는 건 부모들의 교육열, 그것도 사교육에 대한 열망이다. 예전에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기겁한 적이 있다. 일요일 낮 2시였는데 주차 할 곳이 없어 단지를 몇바퀴 뺑뺑 도느라 주차에만 30분이 걸렸다. '아니 돈도 잘 버는 데 왜 이런 도시 빈민의 삶을 사는 거야?' 학원 때문이란다. 학교도 아니고, 학원.


사교육에 과도한 투자는 아이들의 취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이어진다. 자식이 취업을 해도 부모가  퇴사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한달에 500만원씩 들여 미국 조기 유학 보내줬는데 뭐 겨우 월 200 짜리 회사를 다니겠다고. 아서라 그만둬라. 내가 돈 더 줄게 미국가서 MBA나 하고 와.' 취업에 대한 기대치는 더 부풀어오르고, 나중에 고학력 백수가 되면 그 불안은 이웃에 전염된다. '세상에, 좋은 대학 나오고 영어를 곧잘해도 취업이 안 되네? 그럼 우리 아이는 아예 더 어려서 미국에 보내 아예 박사까지 거기서 마치게 해야겠다.' 외화 유출에, 학력 인플레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일전에 소개한 '돈 버는 선택 vs. 돈 버리는 선택'에 보면 이런 딜레마가 나온다.

'자녀 학비 마련이 먼저일까' vs. '은퇴 자금 마련이 먼저일까'

 

 

답은 비행기 비상사태 대처 방법과 같단다.

 

비행기 탑승중에 위기가 발생하면 산소마스크가 내려온다. 이때 아이를 먼저 마스크를 씌우려다 당황한 아이와 실랑이를 하다 아빠가 산소부족으로 정신을 잃으면 부모와 아이 둘 다 죽는다. 무조건 부모 먼저 마스크를 쓴 후, 아이를 돌봐야 한다. 교육비 지출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노후 대비 자금을 마련한 후, 여력이 있을 때 조기유학도 보내고 비싼 사교육비도 지출하는 거다.

 

빚내서 집사고, 아이 공부 시키느라 저축도 못하는 요즘, 만약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한국 사회는 지옥이 될 것이다. 부모는 퇴직 후 죽을때까지 40년을 소득 없는 빈민으로 살고, 교육비로 부모의 노후 자금을 끌어쓴 고학력 백수 자식은 가난한 부모에게 어떤 경제적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왜 자신의 유산을 사교육비로 올인했냐고 원망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소설 '정글만리'에 보면 중국인 부자가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최고의 재테크가 하나 있다.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돈을 더 벌기는 쉽지 않지만, 돈을 덜 쓰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난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동네 도서관에 간다. 유아열람실에 앉아 아이가 골라오는 책을 읽어준다. 공짜라 하면 웬지 싸구려라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물과 공기가 공짜라고 가치가 적은가? 우리네 공교육은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물론 오바마가 사교육의 병폐는 잘 몰랐다는 생각도 든다.) 동네마다 있는 도서관은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성지같은 곳이다. 주말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성지순례하듯 도서관에 간다. 매주 2권씩 책을 빌려 읽고 또 읽어준다. 요즘 도서관은 문화 센터의 역할도 하기에 저자와의 만남, 창의력 특강, 문화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짜나 아주 저렴한 비용에 제공한다. 도서관에 가보면 영어 책이 쌓여있는데 굳이 사설 학원에 보내 비싼 값에 독서 프로그램을 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든, 3대 부채가 맞물려 퍼펙트 스톰이 오든, 저렴하게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이 두려우랴. 만국의 짠돌이 아빠들이여, 단결하라! 검소의 미덕을 만방에 알릴 때가 왔다! 짠돌이 육아법으로 우리의 노후,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야하지 않겠는가!

 

 

 

동네 도서관, 유아 열람실에서 민서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 팝업 북 서가.

팝업 북은 대출이 안 되기에 늘 가면 좋은 책들이 책장 가득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역시 공짜로 즐기기 너무나 좋은 세상이다! 도서관 만세! 짠돌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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