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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최고의 배움터!

by 김민식pd 2013. 10. 21.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학 4년 동안 뭘 배웠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물론 C나 D로 깔아준 전공 학점을 생각하면 공부를 안 한 탓도 있겠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교수님들의 강의는 별로 였다. 평소에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의외로 강의를 잘 못 하는 분들이 교수님이시다. 왜 그럴까 정말 궁금했다. 직업이 강의하는 것인데 왜 그 분들의 강의는 재미가 없을까? 누가 그러더라. 일에 긴장이 없는 탓이라고. 그분들의 평소 강의 대상은 전공 과목 학생들이다. 학점과 취업 추천에 목매는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다보니 굳이 강의를 재미있게 해야한다는 동기부여가 약한거지.

 

그럼 우리나라에서 강의를 재미나게 잘 하는 분들은 누구? 바로 재야 학자들이다. 노숙자를 위한 인문학 특강, 이런거 하시는 거리의 철학자, 진짜 강의 잘 하신다. 주말 도서관 무료 특강 한번 나가보면 안다. 일반 독자를 상대로 한 강의에서 내용이 재미없으면 사람들은 바로 잔다. 영양가 없으면 듣다가 나가기도 한다. 오로지 강의의 질로 승부하다보니 재야학자들 강의는 정말 재미있고 알차다. 이런 무림 고수들이 마치 토너먼트를 벌이듯 최고의 강연으로 서로 기량을 겨루는 곳이 있다. 이름하야 벙커 원 특강!

 

요즘 즐겨듣는 팟캐스트가 벙커원 특강이다. 정말 재미있다. 들어본 것 중 재미난 것 몇가지만 추천한다면

 

'선대인의 이것이 경제다'

경제강의가 무슨 호러쇼처럼 제대로 공포 체험 시켜준다. 몰라서 웃으며 사는 것보다는, 알고도 웃으며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 아닐까? (올해 1월에 업로드된 1회 방송 중간에 들어보면 당시 청와대 대변인으로 기세등등하던 윤창중의 담화내용이 나온다. 듣다보니 식은 땀이 흐르더라. 윤창중이 훗날 크게 사고 칠 것을 선대인은 이때 이미 알고 있었다.) 

 

'이덕일 역사학자 특강 - 왕과 나'

훌륭한 강의란 이런 것이다. 한 시간짜리 특강을 들었는데 수백년의 세월의 흐름을 한두름에 꿰어준다. 듣는 내내 무릎을 치며 감탄케 했던 명강의! (요즘 논란이 되는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의 뿌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짚어주신다. 이인직의 '혈의 누', 왜 수업시간에 제목만 외우고 내용은 안가르쳐주는지도 알게되었다.)

 

'철학박사 강신주의 다상담'

김재철 치하에 MBC 라디오에서 사라진 아까운 프로그램이 많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였다. '색다른 상담소'에는 여러 재야의 고수들이 패널로 나왔는데 당시 인기있던 패널들이 강신주 철학박사, 김현철 정신과 의사 등이었다. 이제보니 두 분 다 벙커원에서 특강을 연재하고 있다. 이분들 발굴한 건 MBC 라디오인데, 이제와서 활용은 딴지일보에서 하고 있구나... 

(먼훗날 방송사에서 김재철의 공을 이렇게 평가할 것이다. 공중파 MBC의 위상을 스스로 파괴하여 종편과 인터넷 매체의 부상에 기여했다고... 뉴스타파의 최승호 선배를 봐도 그렇고, 벙커원 특강의 출연자 면면을 보아도 그렇다... 다 MBC 사람인데 우리가 내친 아까운 인재들이 너무 많다.) 우울하다.......

 

우울할 때 무엇을 하십니까?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는 나로서는 우울해도 할 게 없다. 그래서 우울할 때 공부를 한다. 미친거 아니냐고 욕해도 할 수 없다. 내게는 공부가 취미다. 물론 어려운 공부 아니다. 그냥 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로 고수들의 강연을 찾아듣는다. 현실이 우울하다고 맨날 술만 퍼마신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물론 공부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바꾸려는게 아니다. 단지 나를 바꾸고 싶을 뿐이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것, 공부밖에 없다. 그리고 벙커원 특강 같은 공부, 즐겁다. 놀고 배우는 일이 서로 다르지 않다.

 

벙커원 특강, 팟빵주소~ http://www.podbbang.com/ch/5478

아이튠즈 주소 https://itunes.apple.com/kr/podcast/beongkeo1-teuggang/id59384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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