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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공짜 연애 스쿨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 임자가 있을까?

by 김민식pd 2012. 9. 26.

간만에 연애 스쿨 나갑니다~

 

방명록에 어떤 분이 질문을 올리셨어요.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어 문자로 대시했는데, 한동안 동문서답같은 답이 날아와서 '확실하게 말해주세요. 아니면 직접 뵙고 이야기할까요?' 했더니 '사귀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문자가 왔어요. 매번 이런 식입니다. 내가 눈이 너무 높은 걸까요?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 임자가 있을까요?"

 

눈이 높은 게 아니라 정상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희한하게 다 싱글이더라? 그러면 그때는 자신의 안목을 한번 의심해봐야 합니다. 내 눈에 좋아보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다른 사람 눈에도 띄겠죠. 마음에 드는 사람마다 임자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 안목이 정확하다는 뜻이니 절대 좌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연애를 잘하는 법? 간단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걸 주면 됩니다. 연애에서 남녀가 바라는 것은 다릅니다. 남자는 설레임을 원하고, 여자는 안정감을 원해요. 남자는 새로운 상대를 만날때마다 설레이는 감정을 즐깁니다. 그래서 혼자 막 좋아서 죽죠. 여자는 관계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길 바랍니다. 이건 성적인 역할과 생물학적 차이에서 오는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새로운 상대를 볼 때마다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 싶은 욕심에 설레이는 남자, 그렇게 접근하는 남자를 볼 때마다 임신과 양육, 결혼 생활의 긴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믿음직한 남자인가를 봐야하는 여자. 서로의 역할 때문에 연애에서도 다른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밀당(연애에서 밀고 당기기)이 나오는 이유가 그렇답니다. 밀당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남자에게 설레임을 주기 위해 두번 세번 튕기는 여자 고수가 있습니다. 상대에게 정복의 쾌감을 주지 않고 오랜 시간 버티는 거죠. 이걸 남자들이 오해하면, '약올리냐?' 할텐데요. 그렇지 않아요. 설레임을 추구하는 남자를 위한 서비스인거죠. ^^ 물론 남자들은 후끈 달아올랐다가도 금세 식을 수도 있으니 계속 튕기기만 하면 그냥 튕겨나갑니다. 마음을 줄까 말까 줄까 말까, 애태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남자 고수는 여자에게 참을성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서두르지 않아요.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상대라는 신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비싼 선물을 해주는 남자를 조심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만남에 투자하기보다 돈으로 슬쩍 넘어가려는 꼼수일 수 있거든요. 비싼 선물을 보고, 아, 이렇게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걸 보면 나랑 오래 사귀겠다는 마음이 확실하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그게 바람둥이들의 노림수랍니다.

 

님께서 처음 문자를 보냈을 때, 동문서답하는 것 같다고 느끼신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첫 큐에 바로 '아, 예, 우리 사귀어요.'라고 하기 쉽지 않거든요. 너무 성급하게 보채면, '만나는 사람 있다'는 대답으로 넘어갑니다. 회사에서 만난 선후배면, 그냥 직장 얘기하며 자꾸 만나세요. 스터디 상대라면 오랜 세월 좋은 스터디 파트너로 신뢰를 심어주는 겁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호감이 있다는 걸 알려주세요. 

 

 

 

끝으로 사귀는 상대가 있다해서 절대 좌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때 저는 짝사랑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습니다. 그 여학생에게 5년 사귄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도, 좋아하는 마음을 접지 못해 주위를 맴도는 걸 보고 친구가 그랬어요. "야, 5년 사귄 남친 있다면 게임 끝이지, 그냥 포기해라!" 제가 그랬죠.

"야, 왜 포기하냐. 이 대박의 기회를." "?"

"생각해봐라. 그 남자가 5년을 사귀고도 아직 만난다는 건 뭐겠어? 그만큼 이 여자애가 괜찮다는 증거잖아. 5년 사귄 남자가 있다는 건 바꿔 말하면 '품질 보증 기간 5년짜리 마크'가 붙어있는 거야. 가전제품도 1년, 자동차도 2년밖에 안되는 품질 보증기간이 5년이나 된다구! 굳이 5년을 만나보지 않아도 저 여자가 괜찮다는 걸 알았으니, 지금 대시해서 사귈 수 있다면 난 5년의 시간을 번 셈이지."

 

만나는 이성이 있다고 하면, '아, 그렇구나! 그럼 우리 그냥 좋은 선후배로 지내자.' 하고 유쾌한 만남을 이어가세요. 그러다 가끔씩 얼핏 가슴 아픈 눈길을 먼하늘로 던지거나, 긴 한숨을 쉬세요. "네 남친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스터디 파트너로, 학교 선후배로, 직장 동료로서 믿을만한 상대라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게 우선입니다. 

 

연애, 참을성 있게 끈기로 도전하셔야 합니다. 고진감래!

 

추신: 요즘 강남역에서 MBC 사태를 알리는 전단지를 돌립니다. 길거리에서 선전물을 나눠주는게 오래되다보니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했어요. 전단지를 가장 잘 받아주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커플들입니다. "파업은 끝났지만, 아직도 MBC에서는 100명의 기자와 피디들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혼자 음악 듣고 가는 사람은 안들리는 척 그냥 지나칩니다. 하지만 커플들은 달라요. 제가 따라가며 전단지를 내밀고 있으면 둘 중 하나는 받아듭니다. 이유는? 자신이 받지 않으면 옆사람이 귀찮아지니까요. 나와 함께 있는 상대를 배려해서 전단지를 받는거죠. 예전에 대학가 주점에서 보면, 구걸하는 이들이 꼭 연인들을 집중공략하잖아요? 이유를 알겠더군요. 

 

나 혼자만 생각하면 되는 삶보다는 누군가를 배려하는 삶, 

저는 그게 연애의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멋진 가을에 이쁜 연애들 많이 하시길~

이 자리를 빌어 전단지를 받고, 서명해주시는 그 이쁜 손, 이쁜 마음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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