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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인생에서 가장 큰 복은...

by 김민식pd 2012. 9. 24.

짠돌이인 나는 평소 택시를 잘 타지 않지만, 며칠전 짐이 많아 부득불 택시를 잡아야했다. 회사 앞에서 택시를 잡고, "기사님, 트렁크 좀 열어주세요." 했더니 나이든 기사님이 직접 내려 짐 실는 걸 도와주셨다. 참 친절한 기사님이시네.

 

출발하자 기사님이 물어보셨다. "MBC 다니세요?" "네." 기사님이 엄지를 치켜올리며 흔들어보였다.

"이야, 방송국이면 최고 직장 아닙니까. 아니, 여의도에 있는 회사를 다니는 것 만으로도 선생님은 복받은 인생이십니다." "아이고, 별 말씀을요."

 

인상 좋아보이는 기사님이 말을 이었다. "선생님은 공부 많이 하셨나봐요. 이런 좋은 직장도 다니시고. 저는요, 어려서 공부를 못한 게 제일 한입니다." "공부 잘 하셨을 것 같은데요?"

 

"아이고, 웬걸요. 제가 조실부모한 고아입니다. 여섯살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여덟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러고 2년뒤에 6.25가 터졌지요." "네? 기사님 연세가 그럼?" "일흔 둘입니다." "에이, 그렇게 안보이시는데요?" "손님, 제가 올해 택시 운전만 46년째랍니다." "네에?"

 

"가난한 고아라 전쟁통에 고생도 많이 하고, 끝나고 공부도 제대로 못했지만 그래도 택시 운전 덕에 평생 먹고 살았습니다. 이걸로 아들 딸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다 보냈거든요. 예전엔 새벽4시부터 밤12시까지 퉁퉁불은 우동 한 그릇 먹고 운전했더랍니다. 그렇게해서 가족을 부양했으니 택시가 참 고맙지요." "기사님, 이제 그럼 좀 쉬실 연세 아닌가요?"

 

"아닙니다. 제가요, 얼마전에 마누라 손을 잡고 그랬어요. 부인, 없는 집안에 시집와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 내가 앞으로 8년만 운전 더 할게. 여든살 될 때까지만 일할게. 이제 애들 다 키웠으니까 앞으로 버는 돈은 내 오직 당신 위해서만 쓸게. 그랬더니 칠십된 애들 엄마가 얼굴이 벌개져서 '고맙습니다' 하대요. 고맙긴 내가 고맙지요. 생각해보면 이 나이에 이렇게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택시를 탔지만, 한 편의 인생극장 드라마를 본 것 같았다. 

'기사님, 제 생각에 좋은 직장 들어가는 것보다 더 큰 복은 올바른 생각과 밝은 마음을 갖고 사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기사님은 제가 아는 그 어떤 사장님보다 훨씬 더 큰 복을 받으신 분입니다. 오늘 큰 가르침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가을날이다. 내게 주어진 현실에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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