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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는 찰나에 떠오르는 영감의 매체다

by 김민식pd 2012. 6. 27.

지금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가장 빨리 알아볼 수 있는 미디어는 트위터다. 트위터에 들어가 타임라인을 뒤져보면 사람들 사이에 핫한 이슈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는 영화광이다. 1년에 100편은 본다. 매주 개봉작을 찾아 극장에 간다. 개봉작을 고를 때 중요한 것은 영화의 평판이다. 영화의 평판을 가르는 기준으로 나는 씨네21의 20자 평을 본다. 마찬가지로 트위터의 반응도 중요하다.

 

사실 블로그 영화평을 읽고 어느 영화가 재미있는지 아닌지 알아내기란 어렵다. 블로그 맛집 평가를 보고 이게 솔직한 글인지 광고글인지 알 수 없듯이. 순수하게 관객의 입장에서 쓴 글인지, 영화사 관계자나 특정 배우의 팬이 쓴 글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보고 나오는 커플들의 대화를 몰래 듣는 것도 별 소용없다. "영화 어땠어, 오빠?" 이때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영화에 대한 솔직한 감상평이 아니다. 어떻게 대답하면 멋있어 보일까 하는 구라다. 아무리 지루한 영화라도, "야, 역시 *** 감독이야. 심오한 인생관이 그대로 드러나잖아?" 하며 자신의 저렴한 세계관에 쉴드를 친다. 그게 수컷들의 본성이다. 여자 역시 남자가 비싼 저녁 사고, 영화까지 보여주고 '어땠어?' 하고 물었는데, "정말 시간 낭비야, 돈이 다 아깝네." 이러지 않는다. "오빠 덕에 좋은 영화 봤어요." 이렇게 호박씨를 깐다. 그게 암컷들의 본성이다.  

 

영화에 대한 가장 솔직한 평을 듣는 방법? 최민식씨가 애용하는 방법이다. 최민식씨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개봉하면 몰래 극장에 간단다. 맨 뒷 줄에 숨어서 영화를 보다 끝나기 10분전에 먼저 일어나 화장실로 간단다. 칸 안에 앉아 문을 잠그고 숨어 있는단다. 곧 영화가 끝나고 남자들이 몰려온다. 그때 나누는 대화가 가장 진솔한 대화다. 

 

왜냐 수컷들끼리 굳이 정치적일 필요도 현학적일 이유도 없으니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처음 입에서 나오는 그 멘트가 가장 정확한 평이다. 생각을 깊이 하면 괜히 폼나는 멘트만 생각난다.

 

내게 트위터의 매력은 그것이다. 살면서 문득 떠오르는대로 140자로 표현하는 세상. 어찌보면 가장 진솔한 기록이다. 수정이 없다. 한번 날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때론 더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세상의 반응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곳은 트위터다.

 

 

찰나에 떠오르는 영감에 대해 더 궁금한 사람에게는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라는 책을 권한다. 창작자에게는 찰나의 영감이 소중하니까.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나오면서 트위터 평으로 '별루닷!'하고 올렸다. 그러고나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의외로 영화가 참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다음부터는 함부로 프로메테우스를 씹지 않는다. 특히 얼마전 남녀가 동석한 자리에서 어떤 녀석이 심오한 리들리 스콧의 연출관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걸 보고 더더욱 입을 닫고 지낸다. 나중에 남자들만 있을 때 한번 물어봐야겠다. '이봐, 정말 재밌었어? 난 맨인블랙 3가 훨씬 낫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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