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오래 알고 지낸 지인 가운데 정혜승 님이 있습니다. 사람의 인연이란 게 참 묘해요. 40대에 저는 〈마냐의 브런치〉라는 서평 블로그를 즐겨 읽었어요.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또 정성껏 소개하는 글이 참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해직 기자가 된 MBC 선배님의 배우자시더군요. 그 선배와는 힘든 시절,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청계산을 함께 오르던 사이였어요. 술 좋아하고 음악 좋아해 스피커를 만드는 목공 장인의 아내가 독서 마니아라니,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혜승 님이 운영하시는 유튜브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정혜승의 브릿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 책과 문화예술, 그리고 사회 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교양 유튜브입니다.
저는 유튜브 촬영 의뢰를 받을 때마다 늘 고민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그러다 문득 10년 전, 아이들을 캐나다로 어학 연수 보냈던 한 후배가 떠올랐습니다. 아이들 엄마와 두 아이가 1년 동안 현지에서 생활하며 1억 원을 썼다고 하더군요. 그 돈을 마련하려고 몇 년을 정말 고생했다고요. 우리 세대는 영어 공부에 한이 맺힌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만큼은 그 고민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에 쌈짓돈까지 털어 공부를 시키곤 하지요.
만약 2015년에 그 1억 원을 어학 연수 비용으로 쓰는 대신 S&P 500 펀드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요. 10년간 연평균 8%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25년부터 10년 동안 연금으로 나누어 받는다면, 매달 약 262만 원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50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입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보통 50세 전후부터 직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저 역시 52세에 MBC 구조조정을 겪었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대학에 다니는 시기부터 국민연금을 받는 65세까지 소득이 없다면, 경제적 부담은 매우 커집니다. 이런 불안을 파고드는 장사꾼도 많습니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에 등장하는 사례처럼, 퇴직금을 들고 월세가 나온다는 상가 투자에 나섰다가 공실 리스크로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재테크는 마음이 편한 투자입니다. 공실 걱정 없고, 목돈을 날릴 위험이 없는 연금 투자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믿습니다. 55세부터는 개인연금, 60세부터는 퇴직연금, 65세부터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금의 3층 석탑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지요. 주말마다 상가 임장을 다닐 필요도 없고, 미국 주식 공부하느라 밤을 새울 이유도 없습니다. 밤에는 푹 자고, 주말에는 쉬면서 회사 생활에 집중하고 연금을 꾸준히 모아도 노후 준비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실제로 그렇게 해서 경제적 자유에 도달했습니다.
〈정혜승의 브릿지〉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영어 교육이냐, 노후 준비냐라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에 쫓겨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각자의 삶에 맞는 질문을 던질 수는 있겠지요.
책과 사람, 그리고 삶을 잇는 이 다리 위에서 나눈 대화가 누군가에게는 조금 덜 불안한 선택을 하는 데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https://youtu.be/5NFYWzhs-w8?si=x-A_pIaSxTCek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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