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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발리 한달살이의 시작

by 김민식pd 2025. 12. 29.

드라마 피디로 일하며 가장 힘든 계절은 겨울이었어요. 야외 촬영을 하며 한파를 견디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 시절에 다짐한 게 있어요. '언젠가 은퇴하면 겨울은 따듯한 동남아에서 지내고 싶다.' 그래서 저는 겨울이 오면 장기 여행을 떠납니다. 재작년에는 미얀마로, 작년에는 스리랑카로 여행을 갔지요. 미얀마는 내전으로 나라가 뒤숭숭했고, 스리랑카는 여행자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고, 여행의 인프라가 낙후되어 은근 불편했어요. 올 겨울에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던 차에 여동생이 답을 줬어요. 작년에 저랑 스리랑카 한 달 여행을 다녀온 후, 제가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동생은 발리 한 달살이를 갔는데요. 스리랑카에 비해 발리가 훨씬 좋았다고요. 강추라고 하기에 이번 12월에 저도 발리로 한달 살이 왔습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쿠타 비치입니다. 덴파사르 공항에서 가깝기도 하고, 서핑의 성지로 유명한 곳이라 많은 한국인들이 찾는 곳이지요. 동생은 이곳을 비추라고 했지만, 그래도 쿠타 비치에서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다른 곳과 비교가 쉬우니까요.

12월의 발리는 우기입니다. 그래서 비가 자주 오는데요. 열대성 스콜이라 잠깐 세차게 쏟아진 후, 곧 그칩니다. 길을 걷다가도 우루릉쾅쾅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하면, 바로 비 피할 곳을 찾습니다. 베트남이든 태국이든 똑같아요. 우기에는 비가 자주 오기에 늘 우산을 가지고 다니고요.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다니지 않아요. 여차하면 숙소로 돌아가지요. 

이번에 묵은 숙소는 Fourteen Roses Beach Hotel이라는 곳인데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풀장 시설이 좋고, 무엇보다 아침 식사가 아주 훌륭해요. 가격은 1박에 5만원 정도. 여기에 조식 포함이에요. 

여동생이 발리를 강력 추천한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지난 1월 스리랑카를 함께 여행한 후, 나는 대만으로, 동생은 발리로 갔습니다. 동생이 발리 숙소 사진을 보내며 대만족이라고 했어요. 저도 쿠타 비치에서 3박을 하며 깨달았어요. '스리랑카랑 비교하면 여기가 여행자의 낙원이로구나!'

바닷가 해변까지 도보 5분거리에 있는 포틴 로지즈 비치 호텔 Fourteen Roses Beach Hotel. 수영장이 있고, 아침 식사가 아주 훌륭합니다.

두 사람이 1박에 조식 포함 5만원이니, 아침 식사를 1인당 만원에 계산하면 숙박은 1인당 1만5천 원인 셈이죠. 스리랑카랑 너무 대비가 되네요.

여행지를 고를 때, 관광지로 잘 알려진 곳을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스리랑카는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인프라가 낙후했어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신뢰의 인프라지요. 5만 원을 내면, 5만 원의 가치를 할 수 있는가? 스리랑카에는 그 신뢰가 없어요. 1박에 5만 원하는 숙소를 잡았는데, 조식은 불포함에 30도가 넘어가는 날씨인데 방에 에어컨이 없어서 기겁했어요. 당연히 있는 줄 알고 확인하지 않은 제 잘못이지요. 5만 원 짜리 숙소면 에어컨은 기본 아닌가? 기본이 안 되어있는 숙소가 스리랑카에는 많았어요. 여기 발리는 그렇지 않아요.

이곳은 우붓에 있는 두 번째 숙소인데요,  4성급 리조트인데 역시 1박에 5만 원입니다. 논뷰 숙소라고 해서 사방이 논이에요.

숙소도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어요.

스리랑카와 발리의 차이는 마치 유랑 도적단과 토호의 차이 같아요. 스리랑카는 평생 한번 갈까 말까 하는 곳이지요. 저처럼 하드코어 배낭족이 평생 한번 정도 갈까? 두 번은 가지 않아요. 그러니 한번 오는 손님이 있으면 바가지를 씌웁니다. 마치 내년에 지을 농사 종자까지 털어가는 유랑도적단처럼. 유랑도적단이 자꾸 농가를 습격하면, 농가도 가난해지고, 결국 털어먹을 곳이 없어 유랑도적단은 부유한 다른 동네를 찾아 헤매게 됩니다. 농부나 도적이나 다 힘들어져요. 영리한 도둑은 마을에 자리잡고 토호가 됩니다.

"농부 여러분! 산적들 때문에 힘들지요? 제가 여러분을 보호해드릴게요. 보호비 명목으로 세금만 좀 내세요."

토호는 농부가 농사는 짓게 해줍니다. 먹고 살 만큼은 남겨놓고 뺏아요. 그래야 내년에도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또 세금을 바칠테니까요.

발리는 유명 관광지고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인터넷 리뷰가 잘 되어 있습니다. 스리랑카는 오는 관광객 수가 많지 않아 리뷰가 의미가 없어요. 데이터가 충분해야 질적으로 좋은 데이터가 나오는 법이죠.

다만 쿠타 비치도 과하게 상업화되긴 했어요. 10년 전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해변에 카페가 너무 많아요. 서핑 강습 업소도 너무 많고, 호객 행위가 심해 걷는 내내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들려옵니다. 10년 전 여기서 장기 숙박하며 서핑하던 한국인 서퍼족이 이번에는 잘 안 보이네요. 아마 쿠타 해변이 뜨면서, 배낭족들은 더 저렴한 동네를 찾아 떠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나중에 길리 섬과 쁘니다 섬에 가면 다시 확인해볼게요.

우붓에서는 래프팅을 했습니다. 열대 우림의 강을 급류타기를 하며 내려가요. 뱃놀이, 정말 좋아요. 폭우가 쏟아져도 즐겁습니다. 5~6명이 한 보트에 타는데 가이드가 한명씩 붙어서 배를 조종하죠. 우리 가이드는 특이하게 일본어를 하는 사람이었어요.

영어로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했습니다. 본인이 원래 일본어 가이드라 영어는 아직 서투니 이해해달라고. 나중에 일본어로 물어봤어요. "10년 전에 여기에 왔을 때는 일본인 서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안 보이는 것 같다."고요.

일본 사람은 서핑을 정말 좋아합니다. 30년 전, 1995년에 호주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갔을 때, 그곳은 일본인 서퍼들의 천국이었어요. "일본 사람이 왜 이렇게 안 보이는가?"하고 물었더니 10년 전부터 줄어들었답니다.

짚이는 이유가 있어 챗GPT에게 물어봤습니다.

"일본 정부가 엔저 정책을 쓰기 시작한 시기는?"

2012년 말 ~ 2013년 초, 아베 신조(安倍晋三) 2차 내각 출범 이후랍니다. 왜 이 시점인가? 2012년 12월: 아베 2차 내각 출범. 아베 신조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강한 금융완화 → 엔저 → 수출 회복 → 경기 부양”을 공약으로 내세웠고요. 이전 정부와 달리 환율 하락을 명시적으로 정책 목표에 포함시킵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지요.

엔저 정책은 결과적으로 일본을 ‘기업 중심으로 살리고, 가계는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했습니다. 이득을 본 건 자동차, 전자, 기계 등 수출 대기업이에요. 해외 매출을 엔화로 환산할 때 이익이 급증하지요. 사상 최대 이익 갱신했답니다. 주주와 자산 보유층도 이익을 봤어요. 엔저 + 금융완화 →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다 부유해집니다. 

"왜 임금은 안 올랐나?"라는 질문에 대해 챗GPT는 일본 특유의 구조를 답으로 댑니다. 장기 디플레 경험 → 기업의 임금 인상 공포, 내부 유보금만 축적, 비정규직 확대, 노조 교섭력 약화. 즉 엔저가 임금 인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였다고요.

안타깝지요. 엔저로 나라가 부유해졌다면, 일본 여행객이 늘었을 텐데, 오히려 가계는 엔화 약세로 해외 여행을 다니기 더 힘들어졌다는게... 

저는 일본여행을 좋아합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일본에서 나온 재테크 책과 건강 관리 책을 읽으며 노후 대비를 합니다. 일본은 한국의 선행지표입니다. 요즘 원화 가치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어요. 수출 기업들이 대박을 내고 있는데요. 대기업 직원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도 골고루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발리 한달살이,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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