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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공짜 연애 스쿨

연애는 나만의 조인성을 만드는 것

by 김민식pd 2012. 6. 19.

캐스팅은 연애다. 오디션은 만인의 연인을 찾는 과정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처음 피디가 되어 만든 게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이다. 첫 작품이니만큼 캐스팅 욕심이 많았다. 어떻게든 최고의 스타를 섭외해서 초호화 출연진을 꾸리고 싶었다. 하지만 톱스타들 중 누구도 청춘 시트콤에 나오려는 사람이 없었다. 망가지는 코미디 연기 잘못했다가 이미지 망치는 수가 있으니까. 

 

답답한 마음에 섭외의 달인이라는 선배를 찾아갔다. 그래서 톱스타 캐스팅을 도와달라고 졸랐다. 그 선배님의 말씀. '지금 네가 이름없는 신인 PD인데 스타 캐스팅한다고 정우성한테 가서 백날 졸라봐라, 그게 되나. 절대 안 먹힌다. 왜? 이미 정우성 앞에는 너같은 PD가 수십명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거든. 그런데 말이야, 피디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지. 그 정우성도 10년 전에는 오디션마다 쫓아다니고 퇴짜맞은 신인이었다는 거.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정우성을 쫓아다니는게 아니야. 10년 뒤 정우성이 될 신인을 찾는 거지.'



그래서 오디션으로 발굴한 게 조인성이다. 사실 조인성도 완전 신인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몇번 시트콤에 나왔다가 반응이 없었던 친구였다. 논스톱 출연 초반에도 게시판 반응이 좋지 않아 기가 좀 죽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촬영장에서 조인성을 대할 때마다 이렇게 속으로 다짐했다. '이 친구는 10년 뒤, 제2의 정우성이 될 친구다. 그러니 지금 정우성처럼 아끼고 사랑하자. 그러면 배우도 자신감을 찾을 것이고, 언젠가는 대중도 그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연애란 그런 것이다. 정우성을 쫓아다니는 것만이 연애가 아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정우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것, 그래서 그를 정우성 못지않은 조인성으로 만드는 게 진짜 연애다. 

 

기왕에 '뉴논스톱' 캐스팅 얘기가 나왔으니 한가지만 더. 논스톱 멤버들을 모아놓고 보니 다들 신인들이거나 아역 출신 배우들이었다. 좀더 화제성있는 신인이 없을까 찾다가 우리가 눈독 들인 배우가 하나 있다. 바로 원빈이었다. 10년전의 원빈! 

 

섭외의 달인인 선배에게 원빈의 캐스팅을 부탁했다. 그 선배, 흔쾌히 '정우성은 어려워도 원빈은 데려올 수 있지!'라고 큰소리 치더니 소속사로 달려갔다. 작가와 피디들은 가슴을 졸이며 원빈의 캐스팅을 기다렸다. 다음날 선배가 와서 하는 말. '야, 안돼~ 원빈은 시트콤에 안 맞대. 대신 양동근이라는 애가 있는데, 시트콤에는 걔가 더 어울린데. 그래서 원빈 대신 양동근 하기로 했어.'

 

당시 회의실의 반응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원빈 섭외하러 가서 양동근을 캐스팅해오다니... 하지만 난 가끔 생각한다. 양동근 없이 뉴논스톱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양동근의 발탁은 정말 최고의 캐스팅이었다.

 

연애란 그런 것이다. 지금 정우성이 아니라, 5년 뒤 나만의 정우성이 될 남자를 찾는 것이다. 다들 원빈만 쫓아다닐 때 양동근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다.

 

연애하라 하면, 다들 연애할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인류를 모독하지 마시라. 전세계 인구 중 절반이 이성이다.

연애는 상대의 문제가 아니다. 안목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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