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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매일 아침 써봤니?

2018 댓글 부대 대상 발표

by 김민식pd 2018. 12. 28.

어려서 아들을 의사로 만들겠다는 아버지의 욕심 탓에 저는 고교 시절 이과를 가야 했어요. 공부를 못해서 끝내 의대는 못 가고 엉뚱하게 공대를 가게 되었지만요. 영문과나 국문과에 가서 글 쓰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의 나를 위해,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었어요. 어려서 나를 막은 건 아버지였지요. 어른이 되어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면, 어른이 된 내가 어린 시절의 나를 막는 겁니다. 글쓰기를 꼭 대학에서 배워야 하나? 요즘은 좋은 학습공동체도 많은데 말이죠. 문화센터나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교실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몇 년 전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겪을 때, 특히 글쓰기 교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마음 속 가득한 울분을 글로 풀고 싶었어요. 그런데 24시간 교대근무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어요. 어떤 날은 주간 근무를 하고, 어떤 날은 야간조로 일하기 때문에,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에 열리는 글쓰기 강좌를 다니기 힘들더라고요. 수시로 빠지는 건 스승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요. 어쩔 수 없이 독학의 성지로 찾아갔지요. 바로 도서관입니다. 퇴근하면 도서관에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서평을 쓰고 글을 썼어요. 강원국, 서민, 이권우, 백승권 등 당대 최고의 글쓰기 선생님들의 책을 통해 글쓰기를 배웠어요.  

독학이 힘든 건, 마음을 내는 건 쉬운데, 꾸준한 실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함께 공부하는 이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글을 읽고 고쳐주는 선생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다니고 싶었던 글쓰기 교실 중에는 숭례문학당과 감이당이 있어요. 숭례문학당에서 글쓰기 교실을 다니는 학인들의 글을 모은 책이 있습니다. 


숭례문학당의 글쓰기 프로그램은 필사부터 요약, 포토 에세이, 서평, 칼럼, 100일 글쓰기까지 아주 다양하며 수준별, 단계별, 취향별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글쓰기 모임이다. 글쓰기는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하기도 하지만 치유되지 않은 감정을 사르르 녹이기도 하고, 풀리지 않는 의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게 하며, 안개처럼 흐릿한 미래를 뚜렷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100일 글쓰기’에서는 유독 큰 변화가 일어난다. 곰이 사람이 되는 기간, 100일간의 글쓰기 수련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행의 시간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 전체를 복기하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글쓰기로 나를 찾다> (숭례문학당 엮음 / 북바이북) 7쪽)

우리가 변화를 꿈꾸는 이유는, 삶에서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을 때, 저는 글을 씁니다. 글을 쓰며, 내 속의 욕망이 어디를 향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세상에서 길을 잃은 저는, 내가 쓴 글 속에서 나를 찾아봅니다.


숭례문학당에는 글을 쓰며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평소 “이대로 살아도 되나?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를 고민하던 사람들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찾고,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을 잃어버렸다 느낀 사람은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 글쓰기 이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며 살았다면, 글쓰기 이후에는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 살아간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무책임한 삶을 산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재능과 취향, 소망을 다른 것들과 적절히 균형을 맞춰가는 삶이다.

(뒷표지에서)


'함께 쓰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마음을 울리는군요. <매일 아침 써봤니?>의 카피거든요. "매일 써보니 알게 됐다. 인생,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걸." 글쓰기를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쓰기 교실을 다니는 대신, 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올렸어요. 누구도 숙제검사하는 이가 없지만, 매일 나만의 과제를 인터넷에 올린 겁니다. 다행히 블로그를 통해 독자를 만났어요. 제 글을 읽고, 매일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독자 여러분이 스승님이십니다. 여러분을 생각하며 매일 아침 글을 올립니다. 

특히 블로그에 매일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이런 분들은 정말 고마운 분들이지요. 가끔 저도 제가 올리는 글이 마음에 안 찰 때가 있어요. 글이나 주제가 실망스러운 날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꼬박꼬박 꾸준히 반응을 해주시고 칭찬해주시는 건 보통 정성이 아닙니다. 이런 고마운 분들께 특별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아이디어는 교보문고에서 하는 '저자와의 점심' 이벤트를 하는 걸 보고 떠올렸고요.


연말을 맞아 질러봅니다.


2018 공짜로 즐기는 세상, 댓글 부대 시상식!


지난 한 달 동안, 댓글을 가장 많이 올려주신 다섯분을 뽑구요, 시간이 되시는 분들께 점심을 대접할까 합니다. 

집계 결과, 대상 수상자는... 


섭섭이짱, 

꿈트리숲, 

농업사랑, 

보리보리, 

아리아리짱, 

이렇게 다섯분입니다.

지난 한 달치 댓글을 집계했습니다. 2019년 2월 2일이나, 2월 9일 토요일 양일 중 하루를 잡아 낮 12시에 서울 모처에서 속닥하게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떨까 합니다. 다섯분께서는 댓글로 (비밀댓글도 좋아요.) 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양일 다 좋으면, 다 좋다고, 혹은 선호하는 날짜가 있으면 따로 알려주세요. 가급적 다섯분 모두 가능한 시간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 댓글 남겨주시는 모든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 덕에 매일 책을 읽고 여행기를 쓰는 일상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새해에도 '공짜로 즐기는 세상' 속에서 더욱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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