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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일상이 여행으로 이어지는 삶

by 김민식pd 2018. 11. 13.

2018 자전거 전국일주 11일차

아, 벌써 자전거 여행도 마지막 날이네요. 전날 숙소를 찾을 때 고민을 좀 했어요. 좋은 숙소가 많고 예쁜 카페가 많기로는 속초가 참 좋아요. 아침에 강릉 경포대에서 출발해서 속초에 도착하니 점심때더라고요. 속초에서 쉴까 고민하다 조금 더 올라가기로 했어요. 마지막날 고성까지 간 다음, 버스에 자전거를 실고 서울로 돌아오는데요. 오후에 종점에 도착하는 것보다 오전 중에 완주를 끝내는 편이 여유로울 것 같아서 조금 더 욕심을 내어 고성까지 올라왔어요.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열심히 밟다보니, 도로에 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더군요. 열심히 나를 쫓아오는 그림자의 모습이 재미있어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습니다. 

속초를 벗어나자 길이 조금씩 한적해지더니 그냥 조용한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이 듭니다. 동해안도 속초 위로는 사람이 별로 없네요. 

'평화 누리길' 도보 여행 코스, 이름이 참 마음에 듭니다.

평화 누리길, 앞으로는 모두가 평화를 누리길 빕니다.

동해안 자전거 길 마지막 종점을 하나 앞둔 인증센터입니다. 북천 철교. 스탬프 북에 남은 칸이 이제 딱 하나입니다.

주조정실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답답한 속을 풀려고 북한강 자전거길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밝은 광장'이라는 북한강 자전거길 인증 센터 앞에 라이더들이 줄을 서서 스탬프를 찍는 걸 봤어요. 당시 서울 둘레길 완주 도전하느라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에 빠져 있었거든요. 자전거 길에도 스탬프 북이 있구나, 해서 한 권 샀어요. 이듬해에 제주도 자전거 여행 가서 도장을 다 찍었지요. 그러고는 바빠져서 한동안 스탬프북은 책상 서랍 한구석에 처박아 뒀어요. 가끔 서랍을 열 때마다 저 수첩이 말을 걸더라고요. "나랑 어서 전국일주 가야지?"

확실히 동기부여는 자꾸 눈에 띄어야 하는 것 같아요. 사귀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자꾸 봐야 하고요. 읽고 싶은 책은 눈에 띄는 곳에 둬야 해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이드북이라도 사서 책장에 꽂아둬야 하고요. 눈에 들어야 마음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여야 몸이 따라가거든요. 

북으로 올라갈수록 해안선 철책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언젠가는 이마저도 다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요.

고기잡이 나갔던 배가 들어왔나봐요. 아침부터 부두에 상인들이 발길이 분주합니다.

금강산 콘도가 보이네요. 예전에 육로를 통해 금강산 관광을 간 적이 있어요. 자전거 길을 따라 차도가 있어요. 이 길을 통해 북으로 넘어갔겠지요. 제가 요즘 참 아쉬워하는 게 그 시절에는 제가 블로그를 하지 않아 여행기를 따로 남기지 않았다는 거예요. 남은 사진도 한 장 없어요. 진짜 아쉬워요. 저는 그때 금강산 관광은 언제고 다시 올 줄 알았거든요. 역시 여행은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맞고요, 여행의 기록도 가급적 남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기록과 사진이 없는 여행은 남는 게 없어요.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최북단 지점입니다.

동해안 자전거길의 마지막 인증센터입니다. 자전거나 도보로는 통일전망대에 접근할 수 없어요.
여기가 북방 한계선입니다. 이제 자전거를 돌려 대진 터미널로 향합니다.

처음 도착해서는 여기가 과연 버스 터미널이 맞나 싶었어요.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버스터미널이랍니다. 너른 주차장에 버스 한 대 없지만, 오전 10시 30분 동서울가는 우등버스가 있어요. 기다리니 시간에 맞춰 버스가 오네요. 우등버스니, 편하게 가겠네요. 우등버스 1인석에 앉으면, 땀냄새가 나도 옆좌석 사람에게 좀 덜 미안하지요. 자전거 앞바퀴를 분리해서 짐칸에 실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점심은 집에 가서 먹으려고요.


고성군 옵바위 - 북천철교 - 통일전망대

30킬로 거리고요. 2시간 걸렸습니다.

강변역에 도착해서 집까지 전철타고 갑니다. 전국일주를 끝내고 나니 맥이 풀려 다시 자전거로 집에 가기는 좀... 마침 도착한 날이 주말이라 전철에 자전거를 실었어요. 

원래 전철로 통근했어요. MBC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경의중앙선 수색역인데요. 전철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저도 책에서 눈을 들어 바깥 풍경을 감상할 때가 있어요. 바로 옥수역과 한남역 구간입니다. 창밖으로 한강이 보이거든요. 한강 도로에서 달리는 이도 있고요. 자전거를 탄 이도 보여요. 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사람을 자꾸 보다보니, '나도 자전거로 출근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자전거 통근도, 전국일주도, 마음이 움직여야 하고요. 마음을 움직이려면 자꾸 시선에 들어와야 하는 것 같아요. 열흘 간의 자전거 전국일주, 행복했습니다. 

일상이 여행으로 이어지는 삶,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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