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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자전거 타고 부산 가기

by 김민식pd 2018. 10. 17.

2018 자전거 전국일주 6일차 여행기입니다.


전날 밤에 미리 사놓은 사발면에 삶은 달걀을 먹고 길을 떠납니다. 오늘은 부지런히 달려야 해 떨어지기 전에 부산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박진고개라 하여 낙동강 자전거 길에서 가장 '빡센' 코스를 탑니다. 고갯길인데요,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라 중간부터는 끌고 올라야 했어요. 뒤에 짐을 많이 실어 자전거를 끌고 오르는 게 꼭 리어카를 미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길 옆에 사람들이 남겨놓은 낙서를 읽는 재미가 있어요.

2018년 7월 19일에 온 소연이라는 분도 끌고 올랐나봐요. '끌바'라고 적었군요. 

차가 없어 한적한 시골 국도를 자전거를 끌고 갑니다. 경사가 가파르지만, 곧 시원한 내리막길 라이딩이 기다리겠지요. 오른 만큼 내려가요. 자전거는 항상 공평합니다.

고개를 오르면 쉼터가 나타납니다. 한숨 돌립니다. 저 아래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 참 높이 올라왔다는 게 실감납니다.

낙동강 강변에 공원이 있어요. '남지'라는 지명을 이용한 축제의 문구가 재미있네요. 여행이 그래요.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세월이 지나면 '추억만 남지'요. ^^

창녕 낙동강 유채꽃 축제할 때 조성한 공원인가봐요. 덕분에 쉬면서 눈요기하고 갑니다.

맞은 편에는 강변에 이런 멋진 풍광을 지닌 사찰도 있군요.

부지런히 페달을 밟다보니 어느새 낙동강 하구둑까지 남은 거리가 두자리 숫자로 줄었어요. 낙동강 자전거길이 시작하는 상주 상풍교에서는 남은 거리가 342킬로였는데 말이지요.  

함안보 2층 휴게실에서 잠시 쉬었다 갑니다.

창밖으로 낙동강과 함안보가 보입니다.

매점에서 시원한 옥수수수염차 하나를 샀어요. 1500원. 이토록 저렴한 가격에 멋진 전망의 리버뷰 카페라니요. 자전거 여행자에게만 허락된 풍광입니다. 혼자 누리자니 참 아깝네요.


경치는 좋은데요, 한참 달리다보니 슬슬 배가 고픕니다. 식당을 찾아야 해요.

창원을 지나가는데, 낙동강 자전거길은 도시 외곽이라 그런지 오후 1시가 되도록 밥집이 안 보입니다. 허기지니까 다리에 힘이 풀리는데, 이러다 오늘 밤 안으로 부산에 도착할 수는 있을까요?


마침 강변에 고층 아파트가 보여 길을 꺾었더니, 밀양이었어요. 그런데 추석 당일이라 식당이 다 문을 닫았네요. '롯데리아!'라는 간판이 보여, '맞아, 롯데리아는 추석에도 하지?'했는데, 그 아래 '곧 오픈'이라고 써 있어요. 편의점도 없고, 이러다 비상용으로 챙겨둔 삶은 달걀이 오늘의 점심이 될 판입니다.

강변 자전거길 옆에 편의점 현수막이 보입니다. 아! 편의점이 근처에 있나 보구나. 잽싸게 네이버 지도로 검색해서 찾아갑니다.

편의점 도시락 덕분에 굶는 처지는 면했네요.

자전거는 어디나 갑니다. 차도, 인도, 임도, 논두렁, 밭두렁, 오솔길, 강둑길. 그중 가장 반가운 길은 이렇게 강옆으로 만든 자전거 길 전용 데크에요. 강물 바로 위를 달려가거든요. 이런 데크가 아니라면 산을 넘어야 합니다.

양산 물문화원 인증센터에서 스탬프 북에 도장 하나를 또 찍습니다. 이제 낙동강 하구둑 인증센터 하나 남았네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 종주의 마지막 구간.

종점까지 11킬로!

이제 낙동강 저 너머 해가 집니다. 해 떨어지기 전에 바다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드디어 국토 종주,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비가 와서 하루 쉰 걸 생각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약 5일 걸렸네요.

반장갑을 끼고 달렸더니, 장갑낀 부분만 하얗네요.


자전저 전국일주 1일차 여행기에 2016년 한 해 동안, 250권의 책을 읽었다고 썼더니, 페이스북에서 어떤 분이 묻더군요.

"365일 동안 250권의 책을 읽는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진짜 하신 것 맞습니까?"

추석에 고향에 간다니까, 누가 기차표를 미리 구했냐고 물어보더군요. "표를 끊을 필요도 없고, 고속도로 정체에 시달릴 필요도 없어요.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 갈 테니까." 라고 대답했더니 "그게 가능한 얘기야?" 하고 눈이 똥그래진 사람도 있어요.

가능과 불가능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즐거운 훈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 국토 종주, 평소 연습만 충분히 한다면 어렵지 않아요. 2016년부터 회사 자전거 출퇴근을 통해 매일 50킬로씩 달렸거든요. 20대부터 지금까지 매일 틈만 나면 책을 읽었기에, 시간만 주어진다면 한 해 250권 읽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독서와 자전거 타기가 무척 즐겁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독서가 즐겁지 않다면, 1년에 250권 읽기는 불가능하고요.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국토 종주는 그냥 셀프 신체 학대지요.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제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고 어머니가 계신 부산집으로 갑니다.


6일차에는 125킬로를 달렸고요.

아침 3천원, 점심 4천원. 저녁은 어머니가 차려주신 상으로, 잠은 부산집에서 자니까, 하루 경비는 7천원이군요.


다음에는 울진 - 삼척 -강릉 - 속초로 이어지는 동해안 자전거 여행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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