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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결국 중요한 건 습관이다

by 김민식pd 2018. 9. 27.

블로그 방명록에 가끔 이런 사연이 올라옵니다. 

“피디 지망생입니다. 피디님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당시엔 드라마 연출중이라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한다며 정중하게 사절했는데요. 사실 저는 피디 지망생을 만나는 일이 많이 어렵습니다. 저 자신, 어떻게 해야 피디가 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공대를 나왔다고 해서, 공대를 가라고 할 수도 없고요. 신문방송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해서 전공과 피디는 상관없다고 감히 말할 수도 없어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책부터 읽습니다. 책에서 답을 구합니다.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기를 수 있을까, 제 평생의 화두입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님의 책 <기획자의 습관>을 읽었습니다. 제목이 끌렸어요. 창의성은 어떤 탁월한 재능이나 번뜩이는 영감이라기보다 일상의 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트콤 한 편을 연출하기 위해 먼저 저는 수백편의 시트콤을 녹화해서 반복 시청하는 것부터 했어요. 피디가 되기 위해서? 아니요, 통역사로서 영어 공부의 일환이었지요. 영어 공부를 더 즐겁게 하고 싶었어요. 저는 일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상이 쌓여야 무언가 이룰 수 있어요. 어떤 한 사람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직업을 얻고, 꿈을 이루는 일은 없다고 믿습니다. 살아보니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별 것 아닌 습관들이 어떻게 기획력을 증대시키는지 보여주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못한 누군가를 보면 위안을 얻고 삶에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는 내 비밀 하나를 밝히겠다.

중학교 때 마지막으로 치렀던 IQ 평가에서 내 점수는 109밖에 되지 않았다. 100을 간신히 넘는 이 IQ는 아마도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어느 경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보노보 침팬지의 IQ가 120이라고 한다. 그런 나도 지금 기획을 하며 먹고산다. 기획이라는 걸 통해 브랜드를 분석하고,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기획과 크리에이티브를 어려워하는 당신께 용기와 위로를!

기획이라는 단어가 주는 억압감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공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즐겁게 상상하는 습관을 기르길-

기획의 방법론, 혹은 공식을 달달 외우는 일은 이제 그만 하기를-

(책 머리말에서) 


책을 읽다 말고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보노보 침팬지의 아이큐가 120이라고? 고교 시절, 나를 놀려먹던 녀석들은 원숭이보다 머리가 나쁜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진짜로 그럴 수 있다는 게 충격이었습니다. 비슷한 지능을 지녔음에도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보노보 침팬지는 숲속에서 섹스만 열심히 즐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을 쓰고 보니 문득 보노보 침팬지가 우리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인간의 가장 뛰어난 도구는 언어라고 생각해요. 언어의 발명으로 우리는 지식을 전수할 수 있고, 문자의 발명 덕에 가장 뛰어난 인간의 생각이 수천년 후대까지 전해질 수 있어요. 즉 보노보 원숭이의 지혜는 전수되지 않지만, 우리의 지혜는 문자의 형태로 축적되고 있다는 거죠. 이게 인간이 문명을 이룬 근원이 아닐까 싶어요.

‘기획자의 습관’을 보면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언어를 활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글로써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책을 읽으며 아이디어를 얻는 거죠.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 창작자로 살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역시 독서라고 생각해요. 비록 나는 모자란 점이 많지만, 훌륭한 저자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매일 주어지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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