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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제가 피디가 될 수 있을까요?

by 김민식pd 2018. 8. 16.

피디로 일하다보니 피디 지망생에게서 가끔 난감한 질문을 받습니다. 

"몇 년 째 방송사 공채에 떨어졌습니다. 제가 피디가 될 수 있을까요? 저를 만나, 저와 이야기를 나눠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 이력서를 보고 뭐가 부족한지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합니다. 저는 피디가 되는 길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답은 각자에게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좋은 피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 모르기에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공부를 합니다. 20년을 고민을 했지만 아직 답을 몰라요. 답을 안다면 굳이 창의성에 대한 책을 찾아보고 공부할 이유가 없겠지요. 감히 사람을 만나 '아, 당신은 이게 부족하군요.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말할 자신이 없어요. 

<하버드 행복 수업>을 읽다 이런 대목을 만났어요.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한 청년이 물었다.

“지휘자가 되고 싶은데, 제가 과연 지휘자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 힘들겠네.”라고 딱 잘라 답했다.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기 때문이네”


맞아요. 진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고민이 없어요. 행동이 있지.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냥 도전합니다. 공중파 피디 전형은 경쟁률이 1000대1입니다. 도전해도 안 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싶을 땐 하는 거지요. 방송사 입사가 되든 안 되든, 피디란 일을 하고 싶으면 해보는 거지요. 


경쟁 전략으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교수 마이클 E. 포터는 제자들이 “이제부터 어떤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면 반드시 “보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답한다. “명예나 높은 수입을 바라고 직업을 선택한 사람은 위대한 경영자가 될 수 없다.” 포터 교수의 지론이다.

(<하버드 행복 수업> 186쪽)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돈을 신경 쓰지 않고 재미를 좇을 때 온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의 경우는 그랬어요. 대학원생 시절, 재미삼아 소설을 번역해서 나우누리 통신 동호회에 올렸어요. 마치 요즘 미드 자막 번역하는 사람처럼. 돈 한 푼 안 받고도 그게 재미있는 일이었거든요. 평생 번역가로 살 생각이었어요. 돈 한 푼 안 줘도 하는 일이니까요. 시트콤 피디가 된 건, 시트콤을 만드는 건 SF 번역보다 더 재미난 일인데 심지어 월급도 주더라고요. 

<하버드 행복 수업>에서는, 행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라고 말합니다. 

하나는 매일 즐거운 일을 만들어 즐거운 삶을 계속 누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심리적 성공을 위해 의미 있는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평소 저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이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도 경험의 횟수를 늘려 자주 즐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한번에 몰아서 보기보다는 매주 한 편씩 나눠 보는 것을 권한다. 경험에서 얻는 즐거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데, 중간에 휴지기를 가지면 즐거움을 음미하는 능력이 다시 회복되기 때문이다.

(84쪽)


저는 소유를 극도로 줄이고 삽니다. 물건을 사는 일도 거의 없어요. 용돈의 대부분은 여행, 영화, 독서 등 경험을 위한 소비에 쓰입니다. 소유냐, 렌트냐, 이런 연구 결과도 있네요.


미국에서는 ‘집을 소유하는 것과 임차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은가’라는 문제를 두고 연구한 뒤 그 결과를 공개했다. 연 수입, 건강 상태, 주거 환경이 비슷한 두 집단을 비교한 결과, 집을 소유한 사람들이 임차한 사람들보다 덜 행복해했다. 그 이유는 집을 소유하면 집 관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동을 투자해야 하고,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 심리 때문에 언제 팔아야 할지, 리모델링이 필요한지 여부 등을 고민하느라 스트레스 지수도 높았다.

여러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악착같이 돈을 벌거나 불안함을 안고 투자하면서 많은 재산을 소유하기 보다는 돈 쓰는 법 자체를 고민하고 소비습관을 현명하게 바꾸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 

(87쪽)


제가 나이 50에 집 없이 전세를 살아도 행복한 이유가 여기에 있군요! ^^ (멀리서 마님 열폭하시는 소리가.....) 왜 나는 책을 읽어도 꼭 이런 대목만 눈에 들어오는 걸까요? 아마도 집 없이 사는 불안감을 이런 논리로 해소하나 봐요. 역시 불안 해소에도 독서가 최고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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