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예능피디로 입사하여 ‘뉴논스톱’이나 ‘레인보우 로망스’같은 청춘시트콤을 10년 가까이 만들던 저는 나이 마흔에 드라마 PD로 전직했습니다. 주위에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청춘 시트콤에서 쌓은 연출경험을 버리고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하는 일이 쉽지는 않거든요. 나이 마흔에 늦둥이를 얻은 저는 위기의식이 있었어요. 정년퇴직까지 일해도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더군요. 나이 60 이후에도 일하고 싶은 마음에 TV 시청 인구의 시장 변화를 예측해봤어요.

제가 2000년에 ‘뉴논스톱’을 만들 때 주시청층은 중고생이었습니다. 학교 마치고 집에 와서 7시에 저녁을 먹으며 청춘시트콤을 보고 도서관으로 갔지요. 그때는 저녁 7시, 공중파 3사에서 경쟁적으로 청춘시트콤을 편성하던 시트콤 전성시대였습니다. 2007년에 만든 ‘레인보우 로망스’의 메인 시청자는 초등학생이었어요. 사교육 열풍이 일면서 중고생들이 저녁 7시에 TV 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요. 학교에서 학원으로 직행했어요. 방송은 밤늦게 들어와 PC로 다운로드 받아서 보거나 모바일로 시청했지요. 시청 패턴의 변화를 감지한 순간 위기감을 느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청춘 시트콤이 사라지겠구나.’ 

공중파 방송은 실시간 시청률에 기반 한 광고판매로 제작비를 충당합니다. 그런데 청춘 시트콤의 소비자인 청소년은 실시간으로 TV를 소비하지 않아요.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청춘 시트콤은 편성에서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당시 내 또래이던 4,50대 주부 시청자들은 드라마 콘텐츠를 TV에서 실시간으로 소비했어요. 그걸 보고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드라마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나이 마흔에 드라마국 사내 공모에 응모했고, 이듬해 <내조의 여왕>을 만들고 지금은 <이별이 떠났다>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청춘시트콤이란 장르는 TV에서 자취를 감추었어요. 만약 예능국에 남아서 시트콤 연출만 고집했다면 지금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독서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시장의 변화를 알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가 쓴 <정해진 미래>를 읽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인구 변화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컨셉이 재미있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책을 내셨습니다.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실로 많은 이들이 저출산 고령화가 만들어낼 미래사회에 대한 위기의식을 우리 사회에 심어왔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한 것은 ‘앞으로 미래가 얼마나 어두워지는지’가 결코 아니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이것이다. ‘인구변동 속에 기회는 없는가?’ ‘인구변동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인구학자의 대답이다.‘

-책 소개 중에서- 




출산율 저하와 그에 따른 영유아 수 감소로 중대한 변화를 맞이할 시장 중 하나가 바로 보육 산업입니다. 시장이 줄어들 때, 흔히들 투자를 줄여 위기에 대처하지요. 저자는 규모를 줄일 게 아니라 콘텐츠를 다각화하라고 충고합니다. 드라마 PD로 어떻게 일할까 고민하다 책에서 답을 찾았어요.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약진 속에서 공중파 TV의 위기를 말하는데요, 이럴 때는 규모를 줄일 게 아니라 콘텐츠를 다각화해야 할 것 같아요. 소수의 고비용 콘텐츠에 올인 하기보다, 저비용 콘텐츠를 다수 만들어 시장의 다각화를 노리는 것이지요. 책을 읽고 이제 시트콤의 부활을 조심스레 모색해봅니다. 청춘 시트콤은 원래 신인 스타의 등용문이거든요. 작가나 배우나, 적은 비용으로 경험을 쌓고 인지도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지요.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다시 시트콤을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구 변화를 통해 찾아오는 미래 시장의 기회, 오늘도 책 속에서 답을 찾아봅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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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8.06.28 07: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맞습니다.. 콘텐츠 다각화를 노리는거 아주 좋은 방법 같아요..
    청춘시스콤 부활한다면 적극찬성, 대찬성입니다.

    이번 MBC월드컵에 감스트와 방송한거처럼..
    드라마도 SNS 으로 시청자와 같이 호흡하고 VR, AR 같은 IT 기술도 접목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면 좋을거 같아요..
    너무 예전 방송사-작가-연출 형태의 제작구조에 머물러 있는건 아닌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준비중이신게 있다는 느낌이 오는데 ^^
    '뉴 논스톱 리턴즈 2018' 만들어주세요..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지신 피디님이 연출하실
    청춘시스콤 정~~~~ 말 기대해봅니다..
    생각만으로도 재미있는 드라마가 만들어질거 같아요..

    근데 오늘 새벽에 일어난것처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들이 요즘 너무 많아서
    정말 드라마 제작하시는 분들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잠 얼마 못잤지만 더 개운하게 잔 이 느낌은 뭘까요..ㅋㅋㅋㅋ

    오늘도 즐겁고 신나게 촬영하길 바래요.
    믿보연 김민식 피디님 파이팅~~~~

    #이별이_떠났다
    #매주_토_20:45
    #본방사수
    #안되면_다시보기_몰아보기

  2. 보리보리 2018.06.28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래를 보는 혜안과 실천이 놀랍고
    멀티도 놀랍습니다. 평범한 분이 아니셨네요

  3. 안가리마 2018.06.28 1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깃을 잘 파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은 백프로 공감합니다만,
    요즘은 시트콤이 전무하고 예능 전성 시대인것 같습니다.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시트콤의 부활을 온 마음으로 기대해봅니다.
    그 부활의 선구자로 김민식피디님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피디님.. 아리아리.

  4. 꿈트리숲 2018.06.28 16: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작년에 조영태 교수님 책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베트남에 대해서 이전과는 다른 시각도 갖게 되었구요. 인구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을 저 보다는 우리 아이가 더 많이 살게 될 듯 싶어 책 얘기를 주저리 하기도 했었어요.

    tv를 보진 않지만 시트콤의 부활은 아주 좋은 기획일 것 같은데요. 대작 드라마에서는 실패할 기회를 갖기가 너무 어려워요. 발연기라는 댓글들이 넘쳐나서 신인들은 무서워서 연기에 도전 못할 것 같아요. 마음껏 실험해보고 실패해볼 수 있는 시트콤, 약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작은 컨텐츠... 방송사는 싫어할려나요?ㅎㅎ

    꿈트리숲=정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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