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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에이리언과 어벤져스

by 김민식pd 2018. 5. 11.

재미난 영화를 보면, 영화를 본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고 싶어요. 블로그에서도 영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싶은데,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다. 제가 스포일러를 싫어하거든요. 줄거리 소개없이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게 매번 어려워요. (그래서 소설 리뷰도 잘 안 올리게 되는 듯...) 

<어벤져스 : 인피티니 워>를 두번 봤다고 썼는데요. 두 번 본 이유에 대해서는 천만 관객이 들고나면 다시 글을 쓸 기회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현재 분위기로는 무난히 천만이 넘을 것 같아요.) 예전에도 영화 <부산행>에 대해 천만이 넘은 후, 다시 리뷰를 썼죠. 관객수 천만이 넘으면 스포일러에 대한 부담이 줄 거든요. 어차피 영화를 본 사람들은 스포일러와 관계없이 글을 읽을 것이요, 천만이 넘도록 보지 않은 사람은 어차피 영화를 안 볼 공산이 크니까요. 

오늘은 스포일러는 아니고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보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장면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영화 속 영화 이야기. 아주 강한 악당을 물리치려고 방법을 고민중인 아이언맨에게 스파이더맨이 묻습니다. "에이리언 봤어요?" 

이때 말하는 에이리언은 시리즈 4편인 <에이리언 레저렉션>입니다. 잠깐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를 하죠. 에이리언은 참으로 독특한 시리즈입니다. 어떤 감독에게 맡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의 영화가 나와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1편은 우주 공포 미스터리에요.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2편은 전쟁 액션 영화구요. 

데이비드 핀처가 만든 3편은 스페이스 느와르에 가깝지요.

악동 핀처 감독이 만든 3편의 끝에서 에이리언 시리즈의 여전사인 리플리 (시고니 위버 역)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에이리언의 씨를 말리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느와르물다운 비장한 엔딩이지요. 개인적으로는 그 엔딩이 무척 아쉬웠어요. 애정하는 시리즈가 이렇게 끝나는가 싶어서...

그 리플리를 다시 살려낸 게 <에이리언 레저렉션>입니다. 복제 기술을 통해 말 그대로 부활하지요. 4탄에는 인간과 에이리언의 이종교배로 생긴 끔찍한 괴물이 등장합니다. 퀸 에이리언을 한 주먹에 박살내버리는 괴물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까... 이때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에서 말한 방법이 동원됩니다.


개인적으로 <에이리언 레저렉션>의 시나리오를 좋아합니다. 긴장된 장면 사이사이에 녹아있는 유머가 수준급이에요. 1997년작인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바로 죠스 웨던입니다. 훗날 <어벤져스>를 만들며 마블의 전성기를 이끈 일등공신 중 하나가 되지요. (그런 그도 잭 스나이더가 망친 <져스티스 리그>는 살려내지 못합니다. ㅠㅠ)


 

DC 코믹스 (져스티스 리그)의 영화는 줄줄이 망하고 마블 스튜디오 (어벤져스)의 영화는 줄줄이 대박이 나는 이유는 뭘까요?

디렉터 시스템과 프로듀서 시스템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블은 프로듀서가 우선이에요. 개개의 영화에 대해 감독에게 재량권을 맡기지만, 평가는 냉정하게 내립니다. 죠스 웨던이 <어벤져스 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망친 후, 그와 재계약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래요. 하지만 디씨 코믹스는 그러지 않아요. <맨 오브 스틸>로 슈퍼맨의 리부트를 망치고, <슈퍼맨 대 배트맨>으로 배트맨까지 망가뜨린 잭 스나이더에게 <져스티스 리그>를 맡긴 걸 보면 안타까울 뿐이에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로 화려하게 부활했던 배트맨이 잭 스나이더의 손에 무참히 망가집니다... ㅠㅠ)

죠스 웨던과 잭 스나이더의 차이는 뭘까요? 죠스 웨던은 시나리오 출신 감독이에요. TV 시리즈 <버피 :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를 만든 사람이지요. 대본 집필과 기획 능력을 갖추고 캐릭터와 이야기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반면 잭 스나이더는 영화 <300>의 감독입니다. 비주얼리스트이자 테크니션이지요. 화려한 CG를 다루는 능력은 있지만 대본을 잘 만지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결국 대본을 다루는 능력의 유무가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가 싶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어벤져스 : 인피티니 워>를 두 번 본 이유에 대해 쓸게요.

(아침 7시에 드라마 촬영하러 나가야 하는 날 새벽에 일어나 영화 이야기를 쓰고 있는 나도 참... ^^ 어쩝니까, 즐거움의 힘으로 살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니, 몸이 아무리 바빠도, 마음이 원하는 일부터 먼저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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