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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지속가능한 행복?

by 김민식pd 2018. 7. 30.

대학에 다닐 때 춤에 빠져서 살았어요. 나이트클럽에 가서 춤을 추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어요. 오죽하면 다섯 살 어린 여동생이 대입 시험을 본 날 저녁에 시내 나이트클럽에 데려갔을 정도에요.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지? 너에게 진정한 삶의 행복을 알려주마. 행복은 춤에 있단다." 번쩍이는 조명과 쿵쾅거리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미친듯이 흔들어대는 건 참으로 즐거웠어요. 궁극의 쾌락은 춤이라 생각하고 나이트클럽 죽돌이가 되어 살았는데요. 춤을 출 때는 참 즐거운데 그 즐거움이 오래 가지 않아요. 밤을 새워 춤을 춘 후, 새벽 4시에 나이트클럽 문 닫을 때 나와서 첫 차가 올 때까지 이태원 골목 어귀에서 우동국물을 들이키다보면 땀에 젖은 몸이 금세 싸늘하게 식습니다. 그럴 때 기분은 금세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지속가능한 쾌락이란 없구나...' 

나이트 클럽 대신 도서관에 찾기 시작했어요. 밤을 새워 놀면 끝이 허무한데요, 낮에 책읽고 밤에 푹 자는 건 행복하더라고요. 흔히들 공부나 일이 괴로운 일이라 하는데, 좋아하는 공부나 일이라면 놀이보다 더 즐거울 수도 있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행복은 놀이가 아니라 공부나 노동에 있는게 아닌가 하고 느꼈어요.


벤 샤하르는 열여섯 살 때 이스라엘 전국 스쿼시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시합이 끝난 뒤 상상을 초월하는 행복에 취한 그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마을로 몰려나가 승리를 자축했다. 승리를 축하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었던 행복은 이미 사라졌으며, 공허함만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5년간의 고된 훈련을 견뎌낸 보상으로 우승했고 겨우 행복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지만, 행복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는 '나는 왜 이제 행복하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행복은 불가능한 것일까?' 

<하버드 행복수업> (유키 소노마 / 정은희 / 매일경제신문사)


벤 샤하르가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해보니 세계 곳곳에서 최상의 성적을 올리고, 정상의 자리를 꿈꾸며 입학한 학생들도 허무, 불안,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어요. 안타까운 마음에 하바드 학생들을 위한 긍정심리학 수업을 열게 되지요. 어떻게 행복을 구할까요? 행복과 돈의 상관관계가 크다고 느끼는데요. 돈을 통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절약이 미덕이랍니다.

'행복을 위한 절약을 실천하라.

경제적 위기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적다. 하지만 미래의 안정을 위해 돈을 적게 쓰면서도 최대의 행복을 이끌어내는 지혜로 '절약'을 제안한다. 

1.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2. 재활용과 빌려 쓰기를 통해 최대의 만족을 얻는다.

3. 불필요한 상품에 돈을 낭비하지 않고 빚을 줄인다.

4.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쓴다.


아, '공짜로 즐기는 세상'의 주인으로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에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으로도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어요. 술 담배 커피 등 기호식품에 돈을 쓰지 않습니다. 명품 소비보다는 자유 여행에 돈을 쓰면서 사는 삶... 책을 읽으며, '아, 역시 행복의 길은 멀지 않구나!'하고 느꼈어요.


끝으로 책에서 읽은 행복에 대한 글 몇가지...


1. 만약 당신이 다치거나 재산을 잃는다 해도 다른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 당신은 당신 스스로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주는 요소를 발견할 것이고, 이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3. 사람들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의외로 모른다. 하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

4.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만났을 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몰입도가 높아진다.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역경에 강하다. 

(257쪽)


처음엔 <하버드 행복수업>이라는 제목에서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어요. '뭐야, 행복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도 하버드에서 해야 해?' 아내의 후배가 페이스북에서 이 책에 대해 극찬을 올린 걸 보고 찾아 읽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행복했거든요. 내 삶을 긍정하게 해주는 글을 많이 만났어요. 하버드에 가지는 못해도, 집에서 하버드 행복론을 읽는 걸로도 행복하다... 이게 제가 내린 결론이에요. ^^ 행복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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