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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

by 김민식pd 2018. 7. 13.

드라마 촬영으로 새로운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할 때, 10분 정도 시간이 나면, 예전에 읽은 책에서 좋은 글귀를 필사합니다. 글을 옮겨 적으면 머리가 정돈되는 느낌이에요. 오늘은 <라틴어 수업> (한동일 / 흐름출판)에 나온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를 옮겨봅니다. 한동일 교수님은 대학에서 라틴어를 가르치는데요, 더이상 실생활에서 쓰이지도 않는 언어를 배우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대요. "있어 보이려고요."


그 말을 듣고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어요. 실제로 맞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누군가가 라틴어를 좀 안다고 하면 그 사람이 좀 남달라 보일 것 같지 않나요? 만일 외국인 친구가 대화 중에 한국어로 논어를 인용한다면 어떻겠어요? 그 친구가 달리 보이지 않을까요? 

(위의 책 24쪽)


저는 이 잘난 척 하고 싶은 마음이 외국어 공부의 중요한 동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거든요. 언젠가부터 영어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어요. 차별화가 되지 않아요.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 저는 별로 쓸데없는 언어까지 배웁니다. 영어 잘 하는 사람은 많아도, 아직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동시에 하는 사람은 드물거든요. 이를테면 공작의 꼬리 같은 거죠. 생존에 별 도움은 안 되지만, 이렇게 거추장스런 꼬리를 달고도 잘 산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밥벌이에 관계없는 일본어나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유? 생계에 관계 없는 공부를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거죠. 이런 제 마음을 속물근성이라고 부끄러워하지는 않아요. '있어 보이고 싶은' 그 마음도 동기부여라고 생각하거든요.

외국어를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라틴어 수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외국어를 빨리 익히는 방법 중 하나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호기심과 애정을 갖는 겁니다. 좋아하면 더 빨리 잘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라틴어를 공부할 때 유럽 사회의 학문과 문화의 다채로운 면모를 발견하면서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해소해나갈 수 있었고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위의 책 23쪽)


저의 외국어 능숙도는 영어 > 일본어 >중국어 순입니다. 제가 문화를 좋아하는 순이에요.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가장 좋아하고, 다음으로 일본 만화를 좋아하고, 중국 드라마는 아직 낯설어요. 회화를 외운 다음, 고수로 가는 길은 그 나라의 문화를 즐기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뭔가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내가 왜 그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왜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한번 들여다보세요. 그 다음 내 안의 유치함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비난하고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이 앞으로 무엇이 될까, 끝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치고 힘든 과정에서 오히려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위의 책 26쪽)


언젠가 해외 여행에 가서 가족들 앞에서 유창하게 영어로 회화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공부하기, 비록 유치한 동기부여 같아도, 외국어 공부에는 필수 요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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