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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뭘해도 외로운 중년을 위한 영화

by 김민식pd 2018. 4. 18.

저는 꿈이 생기면 습관부터 만듭니다.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면 매일 글을 한 편씩 쓰는 루틴을 만듭니다. 몸을 먼저 만들면 꿈은 따라와요. 번역가가 되기 위해 1년에 100권씩 영어 소설을 읽었어요. 시트콤 피디가 되기전에는 시트콤을 수백편을 봤고요. 지난 몇 년, 작가의 꿈을 키우며 산 탓인지, 드라마 연출로 복귀했는데, 아직도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루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지난 몇 년, 드라마를 멀리하고 책만 가까이 하며 살았거든요.

연출 복귀를 앞두고, 영화를 열심히 봤어요. 재미난 영화를 보면, 다시 영상에 대한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상큼하게 웃겨주는 코미디는 없을까? 그러다 이병헌 감독(배우와 동명이인입니다.)의 <스물>을 봤습니다.

한 때 청춘 시트콤을 연출하며 20대의 사랑 이야기를 만들던 피디로서 무척 반가운 작품이었어요. 스무살 청년들이 '우리도 화끈하게 한번 해보자!'고 결심하는 대목이나, 풋풋한 첫사랑의 좌절과 굴욕이 보는 내내 웃기다 울리다 했어요. 사람은 짝사랑과 실연을 통해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영화를 보니 딱 그러네요. 

이병헌 감독의 새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이 개봉한다기에 주말에 시간을 내어 달려갔습니다.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바쁜 와중이지만, 재미난 영화를 통해 열정에 기름붓기를 하려고요. 

<스물>이 스무살 청년들의 풋풋한 로맨틱 코미디라면 <바람 바람 바람>은 마흔살 중년들의 야한 농담 같아요. 찌질한 중년들의 아픔과 설렘이 더 와닿는 걸 보면 벌써 늙었나 봐요... 개인적으로 김우빈보다 이성민과 신하균에 더 감정이입하기 쉬워서 그런 지도... ^^ 이성민과 신하균의 코미디 연기는 역시 발군입니다. 배우 이엘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였고요.  

이병헌 감독의 영화 두 편을 보고 나니 젊은 시절의 쿠엔틴 타란티노를 발견했을 때처럼 설렙니다. 과하지 않은 코미디와 감동에 집착하지 않는 깔끔한 연출이 좋고, 무엇보다 장르의 공식을 잘 아는 감독이네요. 이병헌 감독, 드라마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기대됩니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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