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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최고의 팀을 꾸리는 방법

by 김민식pd 2018. 7. 27.

드라마 PD로서 저는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곧 실력의 증명인 직업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드라마 연출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작품을 만들어본 사람이 곧 일도 잘 하는 경우가 많지요. 너무 오랜 세월 현업에서 배제되어 최근 드라마 제작 경향을 잘 몰라요. 유배지에서 몇년을 보내면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고요. 잘 할 자신은 없지만 드라마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이전 경영진이 저를 현업에서 배제한 이유는, 내가 이 일을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니까요. 

드라마 연출로 복귀를 하며, 결심했어요. '내가 최고의 연출이 아니라면 어떤가. 최고의 팀을 꾸리는 연출이 되면 되지.'

드라마란 협업입니다. 좋은 작가, 이좋은 제작자, 좋은 배우, 좋은 스태프를 모으면, 그들이 나의 부족함을 메워주리라 믿습니다. 어떻게 해야 최고의 팀을 만들 수 있을까요?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대니얼 코일 / 박지훈 / 웅진 지식하우스)


가장 일을 잘 하는 팀은 어떤 팀일까요. 책에 나오는 실험이 인상적입니다. 탑 쌓기 게임. (심리학의 고전이 되어버린 실험이죠.) 스파게티 20봉지, 투명 테이프 1미터, 노끈 1미터, 마시멜로를 이용해 가장 높은 탑을 쌓는 팀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경영대학원생부터, 변호사, 공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문제를 냈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어요. 유치원생들이 경영대학원생보다 3배나 높은 탑을 쌓은 거지요. 유치원생들은 어떻게 MBA팀을 이겼을까요? 답은 소통의 방식에 있어요. 경영대학원생들은 서로 협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위 관리'에 매진한답니다. '우리 중 누가 리더지?' '저 사람의 아이디어를 비난해도 괜찮을까?' '저 사람 말에 찬성을 표하면 쟤가 리더가 되는 건가?' 협력하는 척 하지만, 들여다보면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경쟁이 심해요. 유치원 아이들은 체계는 없지만 효율적으로 행동한답니다. 지위를 두고 다투지 않아요. 그냥 눈앞에 있는 놀이에 최선을 다해 집중합니다.  


최고의 팀은 결국 소통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조직이 아닐까 싶어요. 책에서 뽑은 '최고들의 행동전략' 열가지입니다. 

1. 경청하고 또 경청하라

2.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먼저 약점을 드러내라

3. 불편한 목소리도 포용하라

4.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라

5. 공치사는 과장될수록 좋다

6. 집단의 화합을 방해하는 독사과를 골라내라

7. 서로 부딪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라

8. 각자의 목소리를 내게 하라

9. 하찮은 일일수록 솔선수범하라

10. 유쾌한 분위기는 언제나 옳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조직 문화가 소개되는데요. 저는 콘텐츠 제작집단으로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픽사 PIXAR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픽사의 복도에 창립자 에드 캣멀의 경영 정신을 표방한 문구가 있답니다. 


-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고용하라.

- 일찍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

- 모든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하라.

- 문제와 직면하라.

- 난이도가 낮은 업무는 당신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 좋은 아이디어보다는 좋은 사람들에게 투자하라.

(위의 책 238쪽)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람들에게 일을 맡길 줄 아는 것이 진짜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조성을 유도하려면 권한을 맡기고, 권한을 맡은 이들을 지원하고, 집단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열정적이고, 실수투성이면서, 보람찬 여정에 쏟는 에너지는 창조성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위의 책 242쪽)  


변호사나 경영 컨설턴트같은 엘리트로 이뤄진 보다,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일을 즐기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진짜 리더십이라고 믿습니다. 


MBC 주말 특별 기획 <이별이 떠났다> 

벌써 종영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네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제게 있어 드라마 연출은 일과 공부와 놀이의 삼위일체입니다. 

의 노동을 임금과 바꾸는 '일'이자, 

그 일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는 '공부'이자, 

모두가 함께 재미난 무언가를 만드는 '놀이'. 


이 작품을 만들며 많이 배우고, 많이 즐거웠어요.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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